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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네 남녀 (77/127)

77화. 네 남녀2021.12.25.

그사이 테세우스와 엘리자베타는 중도파 귀족 세력을 모으느라 바빴다. 황후와 발드르 공가의 연대에 적통 황녀인 엘리자베타까지 합세하자, 그간 눈치만 보던 귀족들도 은밀히 손을 내밀어 왔다. 특히 황후가 전국의 탑을 2년 안에 없앨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교계는 한마디로 들썩이고 있었다. 엘리자베타는 오후 내내 사람들을 만난 뒤 발드르 공가를 방문했다. 마침 마이클 로젠으로부터 뭔가를 보고받고 있던 테세우스가 그녀를 맞이했다. 마이클은 오랜만에 보는 엘리자베타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16553299230904.jpg“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랜드 공작 전하.”

16553299230909.jpg“아아, 로젠 자작. 오랜만이네.”

마이클은 눈치껏 빠르게 사라졌고, 엘리자베타는 피곤한 얼굴로 소파를 가리켰다.

16553299230909.jpg“잠시 앉아도 되겠소?”

16553299230918.jpg“앉으시지요.”

테세우스는 엘리자베타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3299230918.jpg“너무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엘리자베타는 노곤한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16553299230909.jpg“황후 폐하께서 나눠 준 국경일 기념 구호 물품 덕분에 온 수도가 들썩거리더군.”

황후는 단지 몇 가지의 일만으로 귀족은 물론 백성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 허공을 바라보던 엘리자베타는 고개를 기울이며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16553299230909.jpg“그 정도 되는 사람이 왜 굳이 국혼에 응했을까? 한때 고트로프의 황태녀였지 않은가? 지금의 고트로프 황제와는 나이 차이도 꽤 나는 것 같은데, 어째서 후계 자리를 내려놓았지? 고트로프에는 적장자 우선 상속법도 없는데.”

그러자 테세우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 한 부를 가져왔다. 엘리자베타는 허리를 곧게 세워 앉으며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자마자, 실소했다. 그것은 황후의 행적에 대한 자료였던 것이다.

16553299230909.jpg“발드르 공작이 일을 허투루 할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16553299230918.jpg“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아야 함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16553299230909.jpg“그야 그렇지…….”

엘리자베타는 이내 말끝을 흐리며 서류에 집중했다. 서류는 아델라이드 황녀가 열넷의 나이에 고트로프 탑 대항기구를 창설했다는 기록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로 황태녀의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함께 적혀 있었다.

16553299230909.jpg“열넷?”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던 엘리자베타는 숨을 삼키며 종이를 넘겼다. 빼곡한 기록마다 황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엘리자베타는 한참 서류를 읽다가 잠시 멈춰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서류의 앞 장을 펼쳤다. 그리고는 빠르게 한 장씩 넘기며 무언가를 확인했다.

16553299230909.jpg“……탑 파괴, 난민 구조, ……탑 파괴, 난민 구조, ……영지 복구, ……탑 파괴…….”

서류의 마지막 장 역시 탑을 파괴했다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아델라이드는 에흐몬트로 떠났다. 엘리자베타는 멍하니 서류의 끝 문장만을 바라보았다.

16553299230918.jpg“황후께서는 자신의 존재가 고트로프 황제의 권위에 득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하여 국혼에 응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고트로프에서는 황후 폐하의 위상이 현 황제의 위상보다 높았다고 하더군요.”

16553299230909.jpg“……그랬겠지. 이 사람은……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고트로프에 바친 거잖아.”

16553299230918.jpg“…….”

16553299230909.jpg“오로지 고트로프만을 위해 살아 놓고…… 유배 오듯 이곳으로 온 거네.”

가슴이 마치 거인이 짓누르는 것처럼 답답했다. 커다란 방을 욱여넣은 것처럼 터질 것 같기도 했다. 고트로프 황녀의 행적을 읽은 에흐몬트의 황녀는 말을 잃은 채 정신없이 발드르 공저를 나와 그랜드 공저로 향했다. 제 방에 틀어박혀 숨을 죽이고 있자, 그녀의 내면이 속삭였다.

16553299230909.jpg‘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황제가 되지 못했다고, 동생을 미워하기만 했지. 그동안 너는 도대체 무얼 했지? 고트로프의 황녀는 후계자 자리를 내놓으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데, 너는 도대체 뭘 했어? 줄곧 도망만 쳤을 뿐이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엘리자베타는 제가 우는 줄도 모르고 울었다. 국경일을 기념해 구호 물품을 받았다고 좋아하던 빈민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목이 조이는 것 같았다. 황후가 마법사라고 하니, 그 힘을 이용해 어떻게든 해 보자며 달려온 스스로가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지금껏 스스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이, 때로는 발드르에, 때로는 황후에 기대어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던 비열한 제 모습을 깨달았다. 바닥에 꿇어앉아 울음을 삼키던 엘리자베타는 입술을 세게 짓씹으며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옥의 입구까지 처박힌 제국을 다시 끌어 올리겠다고.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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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브룬힐 알렉사는 그간 마법사단의 동료들과 함께 모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국경일 전날 밤 황후에게 넘겼다. 에흐몬트 마법사단의 지난 14년에 대한 기록이었다. 아델은 브룬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16553299250983.jpg“정말 수고 많았소. 이것을 모으고 정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16553299230904.jpg“아닙니다. 저는 그간 수없이 많은 죽음을 묵인하였습니다. 더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16553299250983.jpg“국경일이 끝나면 이 자료를 토대로 데스포네 공작과 마법사단에 대한 추궁을 시작할 거요. 그대는 전면에 나서지 말고 되도록 몸을 사리시오.”

브룬힐은 비장한 얼굴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16553299230904.jpg“더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브룬힐이 돌아간 뒤, 아델은 홀로 남아 그녀가 준 모든 자료를 샅샅이 살폈다. 마음 같아서는 리오넬을 불러들이고 싶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당장 내일도 정신이 없을 예정이니 국경일이 끝난 뒤 보여 줘야 할듯싶었다. 아델은 자료를 손수 금고에 넣은 뒤 긴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먼 곳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자. 아델은 끊임없이 그렇게 되뇌며 금고 문을 닫았다. * * *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연회장이 개방되자 수많은 귀족 가문의 마차가 잇달아 황궁 정문으로 들어왔다. 마차에서 내린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헤르베르트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거대한 마차의 문이 열리고 장신의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우아한 표범처럼 늘씬한 남색 정장을 갖춰 그의 모습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으나 리오넬은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오전까지도 슬럼과 수도 빈민들의 거주지역을 돌며 황후의 명을 수행하느라 바빴다. 끝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단장을 마치고 황궁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리오넬은 황후궁을 향해 달렸다. 뺨을 스치는 세상이 빠르게 뒤로 멀어졌다. 저 먼 곳에 황후궁이 보이자 발걸음이 더욱 다급해졌다. 황후궁 정원을 곱게 물들였던 단풍은 며칠 사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쓸쓸한 풍경 안에 황후는 홀로 앉아 있었다.

16553299270096.jpg“황후 폐하!”

리오넬이 부르자, 차가운 곳에 가만히 앉아 있던 황후가 고개를 돌렸다.

16553299270096.jpg“날이 부쩍 추운데 왜 이러고 계십니까?”

타박하듯 건넨 말에 그녀는 어깨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가리켰다.

16553299250983.jpg“이거 두르고 있었잖아.”

리오넬은 그래도 춥지 않으냐는 말을 하려다가 도로 삼킨 채, 대신 아델이 보고 있던 방향을 함께 바라보았다.

16553299270096.jpg“무얼 보고 계셨던 겁니까?”

그러자 아델은 씩 웃으면서 아름드리나무를 가리켰다.

16553299250983.jpg“저 나무에 다람쥐가 살거든. 겨울이 되니까 바쁜가 봐.”

리오넬은 아델이 가리킨 나무를 가만히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그마한 생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리오넬은 조용히 시선을 내려 아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람쥐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리오넬은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말했다.

16553299270096.jpg“바쁜 모양입니다.”

16553299250983.jpg“그렇지?”

16553299270096.jpg“예.”

아델도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 보며 말을 건넸다.

16553299250983.jpg“수고 많았어. 슬럼에 다녀오랴 챙겨서 여기로 오랴 바빴겠다.”

16553299270096.jpg“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집마다 생필품을 가져다주었고, 어젠 소년을 만나 폐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수도 공사는 다음 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아델이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담요 아래 가려져 있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가 드러났다. 리오넬은 잠시 숨을 참았다가 밤의 여신 같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아델도 크고 단단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주 잡았다. 그녀의 하얗고 작은 손은 깜짝 놀랄 정도로 서늘했다.

16553299270096.jpg“손이 늘 차가우신 것 같습니다.”

아델은 대답 없이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가, 표정을 갈무리하며 한 걸음 먼저 걸었다.

16553299250983.jpg“가자.”

  * * * 한편 그 무렵, 아름다운 녹색 드레스를 입고 황제를 기다리던 디안에게 황제궁의 시종이 찾아왔다. 직접 상아궁으로 오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황제는 시종을 통해 황제궁으로 오라 전했다.

16553299291826.jpg“……그래. 그럼 지금 가면 되는 것이냐?”

16553299230904.jpg“예.”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자 암전된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지며 머리가 핑 돌았다. 디안은 밀려드는 현기증에 다시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16553299230904.jpg“궁주님!”

16553299291826.jpg“……잠시만.”

시종은 몰라보게 변해 버린 디안의 모습에 내심 놀랐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원래도 말랐던 몸은 더 앙상해졌고, 생기 넘치던 얼굴은 시든 백합처럼 나날이 파리해졌다. 디안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레녹스가 찾아왔다. 여동생에 대한 악감정이 극에 치달은 레녹스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팍 찌푸렸다.

16553299291843.jpg“너, 얼굴이 이게 뭐야?”

16553299291826.jpg“…….”

16553299291843.jpg“드레스 입겠다고 살을 뺐니?”

레녹스가 디안을 아래위로 흘겨보며 되는대로 지껄이자 옆에 있던 시녀와 시종이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디안은 그에게 환멸을 느꼈지만, 화낼 힘도 없어서 비척비척 레녹스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16553299291826.jpg“상식적으로 임산부가 살이 빠졌으면 입덧을 하느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싸늘하게 오라비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상아궁을 벗어나자 차가운 바람이 품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회색으로 창백하게 물든 세상을 가로지르며, 습관적으로 납작한 배를 어루만졌다. 분노는 불과 같아서, 태울 것이 있어야 타오르는 법이었다. 제 안의 불로 그 여자까지 송두리째 태워 버리려 했는데, 디안은 예상치 못한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  

16553299250983.jpg‘입덧이 심한가?’

  처음이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다는 것조차 그날 깨달았을 만큼. 디안은 입술을 짓씹으며 황제궁을 향해 걸었고, 이윽고 황제궁 정원에 도착했다. 본궁 정문에 서 있는 황제는 여전히 근사했다.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 대단한 신분과 권력. 디안은 그의 싸늘하고 냉혹한 표정과 무감각한 눈빛조차 예민한 늑대 같다 우러르며 사랑했다. 그녀를 발견한 황제가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오자, 디안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보 같은 심장은 이 순간에도 그를 향해 요동치고 있었다. 한편, 카를은 그녀의 집요한 시선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퀭하게 마른 얼굴에 유난히 큰 눈을 형형히 빛내고 있는 디안의 모습 어디에도 과거의 사랑스러움은 없었다. 그가 디안을 상아궁에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녀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문 때문이다. 더불어 가까이에 두고,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를은 냉정하게 디안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16553299313558.jpg“따라와라.”

16553299291826.jpg“제 모습이 이상하지 않으세요?”

귓가를 스치는 낮은 목소리에 카를이 우뚝 멈춰 섰다. 옆으로 다가온 디안이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보았다.

16553299291826.jpg“폐하의 아이를 가진 제가 이렇게 말라 버렸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러자 황제는 아주 한참 만에 이렇게 말했다.

16553299313558.jpg“약이 필요하면 의원에게 말해.”

16553299291826.jpg“…….”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진 디안을 힐끔 일별하고는, 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한때 이것이 사랑인가 했다. 불쌍하고 가련한 것을 보듬어 주면, 끈덕지게 그를 괴롭히던 죄책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얄팍한가? 카를은 제 옆을 따라 걷는 디안의 존재를 지워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누가 봐도 한 쌍인 것처럼 보이는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제의 미간이 서서히 굳어 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이 위태롭게 출렁였다. 황제와 디안이 연회장이 있는 복도에 도착하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던 귀족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 하며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군중 속에 숨어 예리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관찰하며 속삭였다.

16553299230904.jpg“소문대로 황제께서 디안 푸아티에를 데리고 나타나셨네요.”

16553299230904.jpg“그럼 황후께서는 헤르베르트 후작과 함께 오시겠군요.”

16553299230904.jpg“한데, 디안 푸아티에의 안색이 왜 저렇죠? 폐하와의 사이도 썩 좋지 않아 보이는데요.”

16553299230904.jpg“그 소문 못 들었어요? 황제궁 시녀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건 말이에요.”

화살 같은 시선들과 악의 섞인 속삭임이 그녀에게 쏟아지자, 디안은 당장 이 자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자칫 넘어질까 봐 온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황제는 그녀를 위한 어떤 배려도 없이 성큼성큼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디안은 이를 악물고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이 거대한 연회장 입구에 도착할 무렵, 반대편 복도가 술렁였다. 황제는 걸음을 멈추고 소란이 인 곳을 쏘아보았다. 황제의 입장을 알리려던 시종도 그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고, 주변의 귀족들도 침묵하며 황제의 시선을 좇았다. 단정한 구둣발 소리가 적막을 가르며 점점 가까워지자, 카를의 모든 신경을 곤두섰다. 잠시 후, 더욱 가까워진 발소리와 함께 복도의 사람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물결처럼 양옆으로 물러났다. 동시에 한 쌍의 남녀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황후와 그녀의 보좌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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