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외전3. 발드르 형제의 구원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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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외전3. 발드르 형제의 구원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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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외전3. 발드르 형제의 구원자 (7)
2022.06.04.
“응애애, 응애.”
테세우스는 코끝이 맵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온 얼굴을 휘어 웃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얼떨떨하게 굳어 있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달려가 그의 너른 어깨를 와락 끌어안았다.
“축하한다, 리오.”
리오넬은 멍하니 눈을 슴벅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아델…….”
“백작께선 건강하신지 물어봐.”
테세우스가 몸을 떼며 그의 등을 미는데, 지금껏 제발 열리기를 기원했던 산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산파가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나타났다.
리오넬은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산모는 건강한가? 아이는?”
“두 분 모두 건강하시니 걱정 마십시오, 후작님. 경하드립니다.”
정중히 고개를 기울인 산파가 한 걸음 물러나자, 리오넬은 조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옮겼다.
그때,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인이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나타나 그의 걸음을 붙잡았다.
“백작님은 아직 치료를 받는 중이시니, 우선 소후작님부터 살피시지요. 아드님이세요.”
갓 태어난 아이는 작고 연약했다. 불그스름한 얼굴은 사과처럼 작고, 코와 입은 앙증맞았다.
리오넬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곁으로 다가온 테세우스도 첫 조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품에 안겨 있는 아이의 무게가 너무나 가벼워서일까, 왜인지 눈물이 치밀었다. 리오넬은 차마 그 작은 이마에 입술을 맞댈 수조차 없어서 그저 속삭였다.
“아가, 안녕.”
그래, 안녕.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그는 붉어진 눈을 들어 산파에게 물었다.
“아델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가능한가?”
“예, 지금쯤이면 치료가 끝났을 테니 들어가 보시지요.”
리오넬은 아이를 도로 유모에게 맡긴 뒤, 테세우스를 일별하고는 서둘러 산실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끼쳐 드는 비릿한 피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시선이 시녀들이 치우고 있는 수건에 닿았다. 피투성이가 된 수건이 어찌나 많은지, 심장이 발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리오넬은 곧장 아델에게 달려갔다. 저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그녀가 괜찮을까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원래도 창백하던 얼굴은 더욱 창백했고, 아예 잠이든 듯 미동도 없었다. 리오넬은 아델의 차가운 손을 마주 잡으며 의원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은가?”
“예. 지금은 잠시 잠드신 겁니다.”
“피를 저렇게 많이 쏟았는데, 괜찮은 게 확실한가?!”
“예, 걱정 마십시오.”
의원은 몇 번이나 그녀가 괜찮다고 했으나, 리오넬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아이를 위해서 그녀만 이토록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 못내 미안했다.
리오넬은 내내 그녀 곁을 지켰으나, 아델은 눈을 뜨지 않았다. 창백한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리오넬의 검푸른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옥과도 같은 리오넬의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요란한 여름비는 이슥한 저녁이 되어서야 그쳤다. 여름비가 그치자 둥글고 환한 달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델은 창문을 통과한 달빛에 잠에서 깨어났다.
몽롱하여 혼미하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올 무렵, 그녀는 제가 오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격통에 시달리다 혼절하듯 잠이 든 바람에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저 어렴풋이 ‘아드님이세요.’라는 시녀의 말만 기억났다.
어둠 속에서 흐릿한 윤곽을 눈으로 더듬으며 아델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침대맡에서 초조하게 지키고 있던 리오넬이 그녀를 황급히 감싸 안았다.
“아델.”
리오넬은 몇 시간 만에야 눈을 뜬 아델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좀 어때?”
“여태 이러고 있었던 거야? 피곤하지 않아?”
꽉 잠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런 말 마. 고생했어.”
북받치는 감정을 삼키며 목멘 목소리로 대답한 리오넬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가져왔다.
“땀을 많이 흘려서 물을 마셔야 한댔어.”
아델은 그가 입가에 대어 주는 물을 군말 없이 다 받아 삼키고는 기어이 몸을 일으켰다.
“왜?”
“아이가 궁금해서.”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던 리오넬이 이불째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괜찮아, 혼자 걸을 수 있어.”
“어머님 말씀 못 들었어? 당신은 너무 지쳤어. 이런 건 내가 하게 해 줘.”
강권하는 리오넬의 얼굴이 너무 절박해서 아델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남편의 입술은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온통 부르터, 그가 홀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오넬은 아델을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 방을 나섰다. 그들의 아이는 산실 옆에 마련된 아이 방에서 고이 잠들어 있었다.
아델은 침대맡에 몸을 수그린 채 작고 연약한 생명을 처음 마주했다.
자그마한 얼굴과 앙증맞은 이목구비, 만지면 바스러질 것 같은 작은 손. 내ㄴ내 그녀의 배 속에서 놀던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리오넬이 그녀의 등을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우리 아이라고…….”
“응.”
아델은 벌벌 떨리는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 가녀린 생명이 그녀로 말미암아 태어났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으면서도,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 차올랐다.
마치 뇌리에 각인이라도 하듯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이나 아이를 바라보는 아델을 리오넬은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리오넬이 아델에게 속삭였다.
“아델. 이름을 지어 주자.”
리오넬의 속삭임에 아델은 숨을 멈췄다. 그러고는 찬찬히 아이를 매만지다 과거 그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위대한 선조의 이름을 떠올렸다.
“……알렉산더.”
리오넬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이름이야.”
그때, 지금껏 눈을 감고 있던 아이가 눈꺼풀을 파르르 떨더니 눈을 떴다. 똘망하게 드러난 눈동자가 아버지의 그것처럼 검었다.
아델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는 어머니의 품이라는 것을 아는지 칭얼대지 않고 순하게 눈만 슴벅였다.
“아가. 안녕.”
리오넬도 아델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아이를 굽어보며 인사했다.
“알렉산더, 안녕?”
아델은 아이에게서 풍기는 사랑스러운 냄새를 폐부 가득 채우며 입을 끌어 올려 웃었다.
아이의 존재가 가슴을 가득 채웠다. 몸을 갈라 버릴 것 같던 격통에도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았는데, 결국 황금빛 두 눈에 투명한 눈물이 맺혔다가 툭툭 흘러내렸다.
“안녕, 알렉산더.”
창문을 통과한 투명한 달빛이 세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엘리자베타 역시 진통이 시작되었다.
리오넬은 시녀들에게 혹여 아델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알리라 신신당부해 놓고 황궁으로 달려갔다. 그가 산실 옆 대기실에 들어섰을 때, 테세우스는 시종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아이 방은 너무 차갑지도 덥지도 않게 만들어 놓고, 뜨거운 물은 상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예, 대공 전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황궁 의원들을 대기시키고.”
“물론입니다.”
“폐하께서는 어떠신가?”
“산실로 들어간 시녀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그는 아주 차분하고 냉정해 보였다. 엘리자베타 대신 입덧을 할 정도로 유난스러운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정쟁을 진두지휘하는 발드르 공작 본연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리오넬은 눈을 둥글게 뜨며 한 걸음 물러나 의아한 듯 형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테세우스가 잠시 숨을 내쉬더니 또다시 시종을 붙잡고 명령했다.
“뜨거운 물은 상시 준비하고, 아기방 온도도 신경 쓰게.”
“예, 전하. 황궁 의원들도 상시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음. 시녀는 아직인가?”
“예, 전하.”
테세우스는 냉철한 모습 그대로 했던 명령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차분한 겉모습과는 달리 초조함에 완전히 얼이 나가 있는 게 분명했다.
리오넬은 차마 웃을 수가 없어서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 형에게 다가갔다.
“아, 리오넬.”
리오넬은 다닥다닥 붙어서 있던 시종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의 눈짓에 시종들은 얼른 방을 빠져나갔고, 리오넬은 테세우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겪어 보니 이럴 땐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테세우스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방을 서성였다. 그의 온 신경은 문 너머의 산실에 닿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낳는 것인지, 이론으로는 알겠는데 도무지 납득되질 않았다.
“리오넬. 백작은 괜찮은가?”
“충분히 쉬고 있지.”
“그래…….”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악!”
끊어질 것 같은 비명이 산실에서 들려오자, 테세우스는 물론이거니와 리오넬 마저 깜짝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다시금 단말마 같은 고통에 찬 비명이 문을 뚫고 날아들었다.
“리즈!”
테세우스는 튕기듯 산실로 달려갔으나, 곧장 시녀들의 손에 가로막혔다.
“대공 전하! 이러시면 안 돼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입니다!”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지금 폐하께서 비명을 지르시지 않았느냐!!”
“후작님, 도와주세요!”
시녀들의 간절한 외침에 리오넬이 얼른 달려가 테세우스를 끌어냈다.
“형, 정신 차려!”
테세우스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안경을 벗어 버렸다. 엉망이 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봤지만, 도무지 정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잠시 열린 문틈으로 엘리자베타의 고통에 찬 신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비릿한 냄새는 분명 피였다.
“괜찮겠지? 어?”
“괜찮으실 거야. 그리고 형이 이성을 잃으면 안 돼. 폐하께선 진통 중이시잖아.”
리오넬 역시 어제 산실로 뛰어들려다가 시녀들에게 밀려난 전적이 있으나, 테세우스는 그런 것을 지적할 여력이 없었다.
테세우스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고, 신사처럼 천천히 방을 거닐었다.
물론 절망에 가득 찬 얼굴이 잔뜩 흐트러져 있어서 오히려 조급하게 서성일 때보다 더 안쓰러워 보였지만.
엘리자베타의 고통에 찬 비명은 그 뒤로도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고요한 적막도 견디기 힘들었으나, 간헐적인 비명도 고통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두 형제는 대기실에서 까맣게 속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왜…… 여자만 아이를 낳는 것이냐, 왜 선택권이 없느냔 말이다.”
테세우스는 문에 머리를 대고 서서, 동생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의 섭리를 원망했다.
“어째서, 어째서…….”
이젠 리오넬도 형을 말리기를 포기한 채 그저 산실의 문만 바라보았다.
“제발 나오너라, 아가.”
테세우스가 간절히 아이를 향해 빌던 무렵이었다.
“아아아악!!”
발작하는 듯한 엘리자베타의 거센 비명과 함께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가 겹쳐 들렸다.
“으으으으애애애애애 응애.”
엘리자베타의 비명에 숨을 멈췄던 테세우스는 도무지 믿기질 않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입술을 잘게 떨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리오넬이 벅찬 감정을 이기지 못해 형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형!!”
테세우스는 얼떨떨하여 리오넬의 팔을 붙잡고 멍하니 되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 것 맞아?”
“그래, 들렸어!”
테세우스의 검푸른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아이는 제 존재를 아버지와 숙부에게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우렁차게 울어 댔다. 그리고 잠시 후, 산실의 문이 열리더니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긱스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는 어떠신가?!”
테세우스가 기다렸다는 듯 묻자, 긱스 부인이 푸근하게 웃으며 답했다.
“건강하십니다. 그리고 경하드립니다. 건강한 황자님이 탄생하셨습니다.”
리오넬이 기쁘게 형의 어깨를 다독이는 사이, 긱스 부인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며 테세우스를 안으로 안내했다.
“대공 전하, 들어오시지요.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듯 리오넬을 바라보았다.
“경하드린다고 전해 주시오, 부인.”
“물론이지요.”
리오넬이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나자, 테세우스가 열린 문 너머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산실은 몹시 덥고, 어수선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맴돌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테세우스는 성마른 시선으로 아내를 찾았다.
그의 엘리자베타는 침대에 앉아 자그마한 뭔가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저도 모르게 멈춰 서서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내린 그녀는 파리한 안색을 하고도 몹시 행복해 보였다.
웃는 얼굴로 아이를 굽어보던 그녀가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보석 같은 자색 눈동자가 길게 휘더니, 그녀가 그를 향해 한 팔을 뻗었다.
“테세우스.”
테세우스는 홀로 전쟁을 치른 아내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온통 땀에 젖은 얼굴, 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을 하고도 그녀는 그저 웃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무너지듯 몸을 기울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기어이 차오른 눈물이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엘리자베타의 이마를 적셨다.
엘리자베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젖은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테세우스, 우리 아이야.”
그녀의 말에 테세우스가 시선을 내려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우렁차게 울어 대던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녀석의 머리카락은 어머니를 닮은 금발이었다.
“당신을 닮았나 봅니다.”
“의원 말이 눈동자는 검은색인 것 같다고 했어. 안아 볼래?”
엘리자베타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건네주자, 테세우스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긱스 부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안는 데 성공한 그는, 제 팔 안에서 숨 쉬는 작은 생명에게 경이를 느꼈다. 어젯밤만 해도 이 녀석이 엘리자베타의 배 안에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 작은 녀석이 그와 엘리자베타 사이에서 탄생했다니.
테세우스의 눈동자가 또다시 일렁이더니, 다시 한번 눈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모습에 엘리자베타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테세우스, 아이 이름을 지어 주자.”
엘리자베타의 말에 테세우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두신 이름, 있으십니까?”
그에 엘리자베타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내내 생각했던 이름인데, 진통하면서 마음을 굳혔어.”
“말씀하세요.”
엘리자베타는 남편에게 안긴 아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가장 위대했던 선조의 이름을 말했다.
“레온하르트.”
부디, 이 아이가 훗날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다.
그녀의 말에 테세우스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든 아들의 이마에 천천히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레온하르트. 만나서 진심으로 반갑구나.”
* * *
그렇게 알렉산더와 레온하르트는 하루 차이를 두고 태어났고, 에흐몬트의 네 권력자는 서로에게 질 새라 아이의 탄생을 기념하여 빈민들에게 옷과 음식을 베풀었다. 어린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온 제국에 물결처럼 일렁였다.
아델라이드는 출산과 동시에 건강을 회복했다. 1년이 지날 무렵엔 원정길에 동행할 정도로 건강해졌으나, 그것도 잠시 금실 좋은 부부에게 또 다른 생명이 찾아왔다.
아델은 이번에도 몹시 힘겨워했지만, 고트로프의 육포와 칼뱅 베리 덕분에 알렉산더 때보다는 훨씬 나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하여 마침내 태어난 건강한 딸에게 부부는 엘리노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테세우스와 엘리자베타는 물론이거니와 사정이 더 나아진 칼뱅 백작 또한 많은 선물을 보내왔다. 고트로프 황제의 엄청난 선물 공세는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