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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2화 (2/150)

〈 2화 〉 2화 망나니 도련님의 회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으아아악!”

요한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누워버렸다. 복근만으로 몸을 일으키기에는 그의 몸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천장을 바라보는 요한. 어딘가 익숙한듯 눈에 익은 천장의 풍경이 그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하였다.

‘이건······.’

요한은 마치 무거운 소금포대를 몇 개나 매달고 있는 것 같은 몸뚱이를 힘겹게 일으켜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섰다.

“말도 안 돼······.”

그는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서 18살 시절의 자신이 경악에 가득찬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수없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아침 해가 밝아왔다.

꼬르륵······.

‘아, 몰라.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배꼽 알람이 허기를 자극하자 요한은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왔다.

‘별장?’

요한은 내려오는 중에도 이모저모를 둘러보다가 이곳이 백작가의 대저택이 아니라 가문이 소유한 별장 중에 한 곳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맞아. 내가 사고를 치면 부모님께서는 곧잘 이곳에 나를 가둬두시곤 했었지. 당시에는 이곳이 감옥같아서 진절머리나게 싫었었는데······.’

피식.

요한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진짜 감옥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이런 궁전같은 곳을 감옥이라 생각했던 어린 날의 자신이 너무 철없고 어처구니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 도련님. 이, 일어나셨어요? 아, 아침 식사를 주, 준비해 두었습니다.”

“너는······.”

요한은 1층으로 내려오자 자신에게 다급히 다가와 허리를 굽신거리는 시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미세하게 떨리던 그녀의 몸이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요한의 입장에서는 기억을 쥐어짜내려다 자연스럽게 나온 표정을 아무래도 오해한 모양이었다.

하나 그럴만 했었다.

“고개를 들거라.”

요한의 명령에 따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리자 잔뜩 멍이 든 얼굴로 엉망이 된 시녀의 얼굴이 보였다.

시녀는 요한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었으면서도 최대한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혹시 내가 그런 것이냐?”

요한은 최대한 과거를 떠올리며 귀족들의 말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되게 어색하네.’

“네? 아, 아뇨! 제, 제가 못나서 도련님의 심기를 거, 거스른 탓입니다! 저, 전부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요, 용서해 주세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기야, 별장이라고는 해도 백작가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감히 누가 손찌검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보니 여기 있을 때는 이곳에 있는 게 싫어서 더 개차반같이 굴었었지. 특히 눈에만 띄면 시종들을 패기 바빴으니까.’

아마 눈앞에 있는 이름모를 시녀 역시 당시 자신의 분풀이 대상 중 하나였겠지.

‘요한아, 요한아. 이 시절의 너는 진짜 사람 새끼가 아니었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제, 제 이름 말씀이십니까?”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을 묻는 요한의 돌발 행동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또 뭘 잘못한거지? 설마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에게도 해코지를 하려고?!’

시녀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대답을 망설이는 행동이 그를 더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눈을 딱 감고 대답했다.

“요, 요안나라고 합니다! 도, 도련님.”

“집사.”

요한이 집사를 부르자 별장에서 사역하는 초로한 집사 한 명이 요한을 찾아와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병사를 붙여 요안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도록. 그리고 앞으로 요안나 너는 당분간 출근할 필요없다.”

“······!!”

요한의 갑작스런 명령에 집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요안나는 눈을 부릅뜨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그게 무슨······. 도, 도련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시, 시키시는 건 뭐든 다 하, 하겠습니다! 마, 말 더듬는 것도 바로 고, 고치겠습니다! 제, 제발 쫓아내지만 마, 말아 주세요!”

요안나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오열하면서 요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사정했다.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동생들, 늙은 조부모와 몸이 편찮은 동생들, 그녀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만 10명이 넘었다.

그녀가 목숨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이 별장에서 많은 급료를 받고 일하고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요안나의 사정을 뻔히 아는 동료 시녀들도 그런 그녀를 가엽게 지켜볼 뿐, 그녀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자신들도 요안나만큼이나 절박한 사정들이 있어 자칫 그녀의 편을 들다가 요한의 눈밖에 나서 쫓겨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바지춤을 붙잡고 애원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요한은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더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못을 구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다. 미안하다. 뻔뻔하게 용서해달란 말은 하지 않으마. 당분간 집에 돌아가서 몸을 추스리거라. 몸이 전부 회복되면 그때 출근하도록 하고, 이곳으로 출근하는 게 싫다면 집사를 통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마. 집사. 요안나의 휴가는 유급으로 처리하도록.”

“예? 아,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도련님.”

정말 먼지 한 톨만큼도 상상하지 못 했던 요한의 행동에 집사는 물론이고 그 상황을 위태롭게 지켜보던 시녀들까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요안나였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집에 돌아가면 푹 쉬거라. 그리고 빨리 낫기를 바란다. 진심이야.”

“도, 도련님······.”

그렇게 요안나가 병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요한은 집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요안나 저 아이가 내 앞에서만 말을 더듬는건가?”

“그것이······.”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대답해.”

“시녀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도련님께 봉사하는데 실수가 많았고 도련님께서 수시로 저 아이를 꾸짖어 주셨지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도련님 앞에서만 말을 더듬기 시작하더군요.”

“내가 무척 화를 냈겠군.”

집사는 요한이 자기 일을 마치 제 3자처럼 얘기하는 어법이 조금 의아했다.

“오늘의 도련님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십니다. 혹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는지요?”

“왜? 이상하면 평소대로 할까?”

“그,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농담이야.”

‘그 녀석··· 지금은 살아 있겠지?’

요안나를 보고 요한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노예로 혹사당하던 시절, 같은 노예이면서 누구보다 유쾌하고 명랑한 여자가 있었다. 비참한 자신의 처지에도 동료 노예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이상한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녀석이 짜증나고 불쾌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의 밝은 분위기에 구원받는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에게도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주인 앞에서는 긴장감 탓에 말을 더듬는다는 것.

그 버릇은 주인에게 지적받고 혼날수록 더욱 심해졌고 결국 녀석은 그것 때문에 매를 맞다 죽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주인을 찾아낸 요한은 자신의 손으로 그를 죽여버렸다.

‘기다려. 이번에는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

“후욱, 후욱!”

평소 식사량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아침 식사를 마친 요한은 지금 별장 주변을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러게. 요한 도련님이 뜀박질이라니······. 꿈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하지.”

“잠깐, 그럼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그게 말이 돼?”

“되니까 꾸고 있는 거겠지. 그럼 이게 현실이겠냐? 니미, 꿈속에서도 경비라니 에휴······.”

저택 주변을 죽어라 달리고 있는 요한을 보면서 경비병들은 현실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평소의 요한이라면 점심 즈음에 느즈막히 일어나 밥을 실컷 먹고 병사들을 괴롭히거나 시녀들을 희롱하는데 하루를 허투루 소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도련님! 멈추십시오! 그러다 정말 큰일나십니다!”

“걱정 마. 사람은 이 정도로 안 죽어.”

요한은 자신을 말리는 집사의 절실한 부탁도 무시하고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미래. 그건 꿈, 환상, 비전같은 허무맹랑하고 가당찮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헤집었고, 가슴속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는 주체할 길이 없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건 꿈이 아니야.’

처음에는 단두대에서 꾸는 주마등같은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헥토르.

“으아아아아아아!”

그 이름을 떠올린 순간 가슴 속에서 터져나오는 분노가 함성이 되어 폭발하였다.

자신을 노예의 운명에서 구원해준 구원자이자, 함께 전장을 질타하며 서로의 등을 맡긴 전우였고, 밤에는 술잔을 나누며 미래를 그리던 친구······.

한때는 망국의 원통함도 잊어버리고 정말로 헥토르와 함께 제국의 영광을 위해서 싸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착각이었다.

사냥개는 그저 사냥개일 뿐, 인간이 예뻐해준다고 해서 결코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헥토르. 조만간 네놈의 모가지를 물어뜯으러 갈 테니까.’

***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요한의 기행은 무려 세 달이라는 시간동안 지속되었고 되려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도련님. 세 개 더 남았습니다.”

“그래? 그럼 열 개 더 추가해.”

“네?! 하아, 알겠습니다······.”

다리에 무거운 추를 달고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 펴기를 하던 요한은 마지막까지 열 개를 다 채운 후에야 자세를 바로 하였다.

집사, 윌라드는 그에게 마른 수건을 건냈다.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는 요한의 모습을 보고 집사는 감탄을 금하지 못 했다.

‘세상에··· 세달 전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아닌가?’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걸어다니는 것보다 굴러다니는 게 편해 보일 것 같던 몸뚱이가 이렇게까지 변화할 수 있을까?

‘잘 단련된 육신은 남신의 조각상이요, 살에 파묻혀 있던 미모는 하루가 다르게 살아나는구나.’

“정말이지, 도련님께서 훈련을 시작하셨을 때에는 기쁨 반, 걱정 반이었지만 이렇게 변한 모습을 봬니 너무나도 도련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뜯어 말리셨어?”

“걱정이 되니까요!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도련님의 훈련 강도는 거의 미친 사람 수준이었습니다. 도련님이 혼자 훈련하는 것을 보고 우리 병사들이 기겁한 거 못 보셨습니까? 왕국의 특수부대도 그런 식으로 훈련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거 신경 쓸 여유가 있었을 것 같냐. 그건 그렇고 집사는 내가 많이 편해진 모양이야. 방금 나더러 미친 사람 어쩌구 하는 걸 보면.”

“그, 그건······!”

윌라드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자 요한은 피식 웃더니 수건을 그의 어깨에 걸면서 어깨를 다독였다.

“농담이야. 농담. 나도 알아. 지금 내가 미친놈 같다는 거.”

“도련님······.”

하나 윌라드는 모르고 있었다.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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