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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3화 (3/150)

〈 3화 〉 3화 뇌전의 주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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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본가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

별장에서 지낸 지 세 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요한은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훈련에 나서려는데 윌라드가 편지 한장을 건내주었다.

인장을 뜯고 편지 내용을 확인한 요한은 편지를 다시 윌라드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윌라드가 호기심을 보였다.

“혹시 무슨 내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소환장. 근신 끝났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라네.”

“예?!”

윌라드가 놀라서 소리쳤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경황없이 그만······.”

“아무리 좋아도 표정 관리는 좀 하지?”

“그런 게 아니라 아쉬워서 그럽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윌라드는 요한이 변하고나서 그와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요한이 자신들 쪽으로 많이 내려와 다가선 느낌이었다.

시녀들이나 병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이라면 작은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냈을 요한이 요즘에는 어지간한 실수엔 눈치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 모르게 덮어주거나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이따금 고용인들에게 건내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까지······.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 하고 불안해 하던 사람들도 세 달이 지나자 이제는 그런 요한에게 적응하여 편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이 편하다보니 되려 긴장감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같은 것들도 조금씩 줄어들었던 것이다.

윌라드라고 자신이 이런 식으로 요한과 편하게 말을 주고 받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한데. 당분간 난 계속 여기 있을거다.”

“정말이십니까? 본가로 돌아가기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던 도련님께서요?”

‘그러게. 아무것도 모르는 그 시절의 나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텐데······.’

요한은 피식하고 웃었다.

본가로 돌아가면 좋은 점은 많다. 무엇보다 즐길거리가 많다. 하지만 즐거운만큼 보는 시선들과 신경써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누가 제국의 그림자인지 알 수 없는 이상, 섣불리 놈들의 눈에 띄는 건 위험한 짓이다.’

대륙 전쟁 발발 직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부분의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하였다.

내전 때문에 국력을 집중하기 어려웠던 왕국들은 제국에게 쉽게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들은 제국의 대륙 통일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후에 우연한 계기로 그게 모두 ‘그림자’라 불리는 제국의 암부 짓임을 알게 됐지만 그들의 구성이나 계획 등은 끝끝내 알 수 없었다.

‘겉모습이 달라진 거야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밖에 내가 할 일들은 변명이 안 돼. 만약 중간에 걸린다면 그걸로 전부 끝날 수도 있어.’

요한에게 가장 필요한 건 ‘힘’이었다. 힘이란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힘은 바로 군대였다.

물론 요한이 태어난 크림포드 백작가도 훌륭한 사병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가신들의 군사들까지 더하면 족히 3만 이상의 병력을 자랑하는 대가문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문의 군대이고 가주의 군대지 내 병력이 아니야.’

게다가 크림포드 가문의 군사들은 분명 왕국에 도사리고 있는 그림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체크 중일 터였다.

만약 가문의 군사들이 움직인다면 그 즉시 제국으로 보고가 들어가겠지.

‘놈들이 모르는, 그리고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강한 군대가 필요해.’

하나 그런 군대를 조직하기 전에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능력이었다.

***

지금 요한이 감금되어 있는 별장은 가문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는 곳이었고 고용인도 집사 한 명에 시녀 세 명, 병사 열 명으로 조촐한 구성을 자랑했다.

한 마디로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그림자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 악명도 이럴 때는 꽤 쓸모가 있지.’

망나니 공자로 가문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그였기에 별장에서 더 머문다고 하면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쌍수를 들고 기뻐할 것이다.

본가로 돌아와봤자 어차피 사고만 칠 게 뻔하니까.

덕분에 요한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나게(?) 지옥 훈련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후욱 후욱!!”

기껏 무거운 지방 덩어리를 벗겨냈더니 이제는 그보다 몇 배는 더 무거운 모래 주머니를 온 몸에 덕지덕지 매달고 가파른 산길을 뛰어다니는 요한.

그가 쫓고 있는 것은 산토끼였다.

활 하나 손에 들고, 화살통을 등에 매고 산토끼를 쫓아다니는 이유는 회귀 전의 감각을 현재 육신에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젠장, 괴리감이 너무 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0.1초의 차이만 느껴져도 달리기로 따지면 거의 100m를 뒤쳐지는 느낌인데 현재 육체와 감각의 괴리는 거의 3초 이상에 달했다.

그 정도면 요한에게는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해서 다른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듯한 정도의 괴리감일 수밖에 없었다.

이걸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도 훈련, 둘째도 훈련, 셋째도 훈련 뿐이었다.

요한은 매일같이 하루도 쉬지않고 훈련에 임했다. 남들이 보면 저러다 죽지 않을까싶은 일도 많았지만 요한은 마치 훈련에 미친놈처럼 매일 정진할 뿐이었다.

그렇게 훈련에 매진했음에도 몸과 감각의 차이가 3초에서 0.1초 차이까지 좁혀지는데 무려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마 이 정도 노력이 아니었다면 몇 년은 더 걸렸을 지 모른다.

그러나 0.1초 이하로는 도저히 좁혀지지 않았고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은······.

‘드디어······.’

요한은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

쏴아아아아아아!

쿠르릉··· 콰쾅!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쉴 새 없이 하늘을 번쩍이던 어느날.

때가 왔음을 확인한 요한은 저택을 나섰다.

“어, 도련님? 설마 지금 외출하시려고요?”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우비를 입고 저택 문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요한이 밖으로 나오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어디 좀 다녀오려고. 윌라드에게는 보고하지 마. 금방 갔다 올 거니까. 그럼 수고.”

“잠깐만요! 도련님! 도련님!!”

병사들이 말릴 새도 없이 요한이 뛰쳐나가자 어느새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이제는 작정하고 뛰어도 요한을 따라잡을 수 있는 병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요한이 뛰어서 도착한 곳은 이전부터 점찍어 놓았던 야산 봉우리의 거대한 바위였다.

비 때문에 험준한 산길은 더욱 미끄럽고 위험했지만 요한은 마치 사슴처럼 날렵하게 산길을 오르더니 바위에 도착하였다.

쿠르릉, 콰앙!!

산 정상에 오르자 천둥벼락이 더 크게 울리고, 더 밝게 번쩍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위험한 것은 당연한 사실.

하지만 요한이 기다리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바위 위로 올라가 편하게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러더니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천둥벼락이 지금처럼 쏟아지는 와중에 그야말로 정신나간 미친짓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각오를 다졌다고 생각한 요한조차 실성한 듯 헛웃음이 흘러나오며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씨발, 죽었으면 죽었지 그 고통을 다시 겪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득, 요한의 머릿속에 지금보다 어릴 적 겪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검술과 마나에 재능을 보이며 수재라고 칭송받던 형, 하워드와는 다르게 요한은 마나에 대한 재능이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마나에 대한 재능은 존재했다. 단지 마나의 각성 방법이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할 뿐······.

그때였다.

번쩍!

빛이 번쩍이며 한 줄기의 벼락이 번쩍 치켜든 요한의 손바닥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콰르르릉!

뒤이어 천둥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졌지만 요한은 그 소리를 듣지 못 했다.

전신을 엄습하는 격통에 뇌가 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으으으으으······!!’

혈관을 따라 수억 마리의 군대개미가 진군하며 닥치는대로 몸속을 찢어발기는 고통에 몇 번이나 정신이 나갔다 돌아왔는지 셀 수도 없었다.

몸 속에 수분이 전부 증발하고, 장기는 불에 타고, 뼛속까지 갈라지는 고통은 차라리 죽음을 바라게 만들었다.

‘저, 정신차려! 여기서 정신을 잃어버리면 진짜 죽는다!’

그러나 이 방법밖에 없었다.

전투 노예가 되어 전장을 전전하던 시절, 우연히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진 한 줄기의 번개가 인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콰르릉, 콰쾅!!

그 뒤로도 몇 줄기의 번개가 더 요한의 몸으로 떨어져 내렸다.

요한은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 물며 악착같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몸안으로 들어온 번개를 어떻게든 마나 로드로 유도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힘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정신을 잃었지. 그래서 마나 로드의 절반밖에 활성화 시키지 못 했고. 하지만 그 정도만 가지고도 엄청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분명 제대로 모든 마나 로드를 활성화 시킬수만 있다면······!’

그 일념 하나로 수십 차례의 번개를 몸에 받아들인 요한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

“끄응······.”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청명한 하늘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요한은 이내 엄습하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쥐고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두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씻은듯이 사라졌다. 요한은 그제서야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옷은··· 벗고 할 걸 그랬나?’

벼락을 수십 방이나 직통으로 얻어맞은 덕분에 옷은 재가 되어 사라진지 오래였다.

‘일단은 살아있는 모양인데······.’

사실 살아있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마나 로드의 활성화 여부였다.

눈을 감고 찬찬히 내면의 마나 로드를 느끼던 요한은 그 순간,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세상에······.’

과거 자신의 몸은 열두 개의 불순물이 마나 로드 곳곳을 막고 있었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신이 마나를 감지하거나 다루지 못 한 이유도 바로 이 열두 개의 불순물 때문이었다.

그랬던 것이 회귀 전에는 전장에서 맞은 번개 덕분에 불순물이 파괴되고 마나 로드가 활성화되어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 파괴되었던 불순물은 여섯. 마나 로드는 절반밖에 활성화되지 못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손에 넣은 힘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이후에도 목숨을 걸고 다시 한 번 번개를 받아 들였다.

하지만 번개에 내성이 생긴 불순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의미없이 생사를 넘나들었며 끔찍한 고통을 한 번 더 경험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모든 불순물을 한 번에 제거하려 했던 것인데······.

‘이 정도였어?’

열두 개의 불순물이 전부 파괴되면서 완벽하게 완성된 마나 로드는 단순이 예전보다 두 배 더 좋아졌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다.

마나 로드가 완벽히 활성화되자 한 호흡에도 폭포수같은 마나가 몸 속으로 흘러들어와 마나 로드를 내달렸다.

몸 속에 들어온 마나가 마나 로드를 타고 순환하자 전신에 활력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마나 로드의 완전 개방으로 손에 넣은 힘은 회귀 이전의 불완전한 개방과 비교하여 몇 배나 더 엄청한 능력을 자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가장 중요한 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다.”

파지직, 파직!

요한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요란하게 스파크를 튀기는 뇌전을 내려다보며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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