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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5화 (5/150)

〈 5화 〉 5화 너 오늘 좀 맞아야겠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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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굼벵이들아!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빨리 안 움직여!?”

이번 상행의 책임자인 행수 필립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최대한 작게 소리치며 주변을 살폈다.

최근 도모스 자작령에 도적들 숫자가 늘어난 것은 필립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이번 상행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빌어먹을! 항상 이런 개똥같은 건 나만 걸리지, 젠장!’

행수들끼리 추첨한 제비뽑기에서 걸려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아니! 쫄 거 없어. 그래서 상단에서도 가능한 병력 지원을 아끼지 않은 거잖아. 게다가 내 사비로 고용한 용병들도 만만찮다고. 비록 그 때문에 내 주머니가 많이 가벼워졌지만 이번 상행만 성공하면 몇 배로 채울 수 있다!’

“거기! 불이 너무 밝잖아! 횃불 하나 더 줄여!”

“하지만 그래서는 말이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그 앞에 니가 먼저 걸어가면 되잖아! 만약 불빛 보고 도적놈들이 나타나면 네가 책임 질거야? 어?!”

‘그러다 내가 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뒤 따라오는 말발굽에 밟혀 죽으라는거야, 뭐야?!’

시종은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필립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목이 달아날 수 있었으니까.

횃불을 하나 더 줄이자 그만큼 시야는 더욱 어두워졌지만 필립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막말로 횃불을 전부 끄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서야 사람은 둘째치고 말들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었다.

이곳은 평소에도 상행길로 이용되지 않을만큼 위험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부근은 비교적 지형이 험준해서 상행이 없던 길목이란 말이지. 그만큼 도적놈들도 이 길을 노릴 가능성이 적을 테고.’

그런데······.

우뚝!

선행하던 용병이 주먹을 들어 상단을 멈춰 세웠다. 그 모습에 필립은 자신의 등줄기를 불안한 예감이 타고 달리는 걸 느끼며 그에게 다가갔다.

“저··· 바테르 씨? 무슨 일이라도······.”

“포위 당했습니다.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상인들과 함께 진형 안쪽에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바테르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수화는 쉬지 않았고 그와 함께 오래동안 손발을 맞춰 온 그의 수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희는 바테르 씨만 믿고 있겠습니다!”

필립과 상인들은 병사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빠르게 안쪽으로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바깥쪽은 바테르와 그의 수하들이 진형을 취하며 빠르게 전투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평범한 놈들이 아니다. 아무리 놈들의 앞마당이라고는 해도 포위망이 완성될 때까지 내가 눈치채지 못 하다니. 정말 이놈들이 평범한 도적놈들이라고?’

그러나 느끼는 기분은 도적들도 비슷했다.

‘뭐야?! 우리 포위망을 벌써 눈치챘다고? 정찰병이 언질을 준 낌새도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상행을 지켜보던 무리의 리더, 헨더슨은 벌써 전투 태세를 완벽히 갖춘 상행을 노려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자 그의 수하, 쟝이 헨더슨을 찾아와 난처한 기색으로 의견을 꺼냈다.

“아무래도 물러서야 할 것 같습니다. 형님. 형님도 아시잖습니까. 우리는 포위망이 들키면 아무런 힘도 못 쓰는거.”

그러나 헨더슨의 시선은 이미 마차에 박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탐욕이 아니라 분노와 억울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쟝. 저 마차들 보이냐. 식료품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데 저만한 규모의 호위병들 말야. 저게 무슨 상행일 거 같냐?”

“형님!”

“여기 숨어 있어도 향수 냄새가 코를 찔러. 이렇게 깜깜한 밤중인데도 보석 때문에 눈이 다 시릴 지경이다. 말 해 봐. 도모스 그 돼지 새끼가 무슨 돈으로 저딴 걸 샀을 거 같냐? 저 안에 돌아가신 네 어머니의 약값이 있고, 굶어 죽은 내 동생의 밥값이 있다. 그런데 저걸 보고도 그냥 돌아가자고?”

헨더슨의 눈자위가 시뻘겋게 물들자 쟝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압니다! 저라고 형님 심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저도 분통이 터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나섰다간 우리 모두 전멸이란 말입니다!”

‘애초에 저놈들을 발견하는 게 아니었는데······!’

처음부터 이건 작정하고 준비한 전투가 아니었다. 자신들은 이미 한 차례 작업을 마친 상태였고 본거지로 돌아가다가 쉬는 도중에 우연히 상행을 발견한 것이었다.

동료들은 지쳐있었고 포위망은 들킨 상태. 승산이라고는 1%도 없어 보였다.

문제는 헨더슨이었다.

도모스 자작에 대한 적개심 덕분에 물불 안 가리는 훌륭한 전투원인데다 실력도 출중했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도모스 자작과 관련된 일이라면 통제가 힘들었다.

‘그러길래 내가 그랬잖아요. 대장! 내가 헨더슨 형님을 어떻게 말리냐고요!’

“나도 알아. 새끼야. 지금 나서면 우리 모두 다 뒈지는 거. 머리로는 아는데. 여기서 납득이 안 돼서 그런다. 납득이!”

헨더슨은 주먹으로 자신의 심장을 강하게 두들겼다.

“형님!”

“다른 놈들은 돌아가! 너희들은 대장한테 필요한 녀석들이다. 여기서 뒈질 놈은 나같이 말도 안 듣는 멧돼지 한 마리면 충분해.”

파앗!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나가는 헨더슨. 그 뒷모습을 보고 머리를 박박 긁던 쟝이 명령했다.

“너희들 먼저 돌아가라! 나는 형님 모시고 갈 테니까!”

“그럴거면 그냥 다 같이 가죠.”

“나도 마찬가지요. 헨더슨 형님 혼자만 여기 두고가려니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아서 말이요. 혹시라도 꿈에 저 양반이 나타나면 그게 무슨 날벼락이요.”

“크하하하! 확실히 꿈에서도 보기 싫은 면상이긴 하지.”

“너희들······.”

그렇게 도적들은 헨더슨의 뒤를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이 멍청한 놈들이! 너희들만이라도 돌아 가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헨더슨 부대지. 괜히 대장이 우리를 형님한테 붙여줬겠수? 우리가 조금만 더 똑똑했어봐. 이런 부대는 사정사정해도 안 왔을 거요.”

“쟝, 너··· 돌아가면 보자.”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바테르의 눈매가 살짝 좁아졌다.

‘긴장감이 옅다. 열세임을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죽음이 익숙한 녀석들인가.’

“긴장해라. 쉬운 놈들이 아니다.”

바테르가 주의를 주자 부하들이 기세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모습을 보고도 헨더슨은 주눅들긴커녕 숲이 떠나가라 우렁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크하하하!! 긴말하지 않겠다! 당장 마차를 두고 사라져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배짱이 제법 두둑한 놈이로군. 어디 목소리만큼 실력에도 자신이 있는지 볼까.”

스릉.

검을 뽑아든 바테르가 말에서 내려 빠른 속로도 헨더슨을 향해 쇄도했다.

이곳이 평야라면 말을 타고 있는 게 더 유리하겠지만 발밑이 어두운 숲속에서는 자칫 낙마의 위험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말을 타건 안 타건 승패에는 전혀 상관이 없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자! 얘들아!”

헨더슨은 우렁차게 소리치며 등에 빗겨맨 거대한 대도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바테르와 강렬하게 충돌하였다.

까앙!

‘크윽!’

헨더슨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몸집도, 사용하는 무기도 자신이 훨씬 더 크고 위력적이다.

그런데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건 자신이고 녀석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이 살짝 의외라는 녀석의 얼굴이 헨더슨을 더 열받게 했다.

“힘은 꽤나 쓸만한 녀석같군. 죽이지는 못 해도 쓰러트릴 수준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디서 품평질이야. 이 개자식이!”

헨더슨은 대도를 고쳐잡고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바테르에게 달려들었다.

곰같은 체구와 어지간한 아이보다 거대한 대도, 상당히 굼뜰 것 같은 조합에서 뿜어져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에 바테르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훙훙훙훙!

헨더슨이 대도를 휘두르자 귓가에 벌떼 우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려퍼졌다. 헨더슨의 움직임이 생각 이상으로 유연하고 민첩했던 것이다.

일격일격의 위력이 강한 것은 기본이고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워서 바테르조차 쉽게 받아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튼튼한 기초 위에 실전으로 쌓아올린 검술이다. 한낱 도적 따위가 익힐만한 검술이 아닌데?’

하지만······.

‘그래래도 이게 전부인 것 같군.’

조심스럽게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지켜본 결과, 실력은 상당히 좋았지만 자신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위력적이고 유연한 공격도 계속 보다보니 눈에 익어서 더욱 대응하기가 쉬워졌다.

무엇보다······.

“후욱 후욱!”

‘젠장,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헨더슨의 체력이 눈에띄게 줄어든 것이 보였다. 순발력이 강한 대신 지구력이 약한 헨더슨의 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네놈, 오러 유저였구나!”

“생긴 것만 곰탱이가 아니라 눈치도 딱 그 수준이었군. 설마 그걸 이제와서 깨닫는가?”

“시끄러. 내가 눈치없는 데 뭐 보태준 거 있냐?”

‘대장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오러 유저는 하나같이 괴물 뿐인가?’

마나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경지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초인적인 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오러 유저.

헨더슨은 대장 이외에 오러 유저를 상대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오러 유저는 재능과 노력, 자금의 삼박자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못 하면 불가능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도 몇몇 예외는 있었지만.

이렇듯 막상 적으로 만난 오러 유저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헨더슨은 주변을 슬쩍 훑어보았다.

동료들은 대부분 부상당하거나 제압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죽은 녀석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실력차가 많이 난다는 뜻이겠지.

“형님······.”

마지막까지 버티다 제압당한 쟝의 머리를 한 용병이 땅에 처박았다. 쟝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헨더슨을 쳐다보았다.

“네놈들을 살려서 가져가면 이곳의 영주가 현상금을 더 높게 준다고 하더군. 그러니 얌전히 있거라. 괜히 상품을 훼손시키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랄! 여기서 뒈질 놈이 무슨 현상금 타령이야! 타압!!”

헨더슨은 마지막 1인이 되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여기서 포기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그였다.

“하기야, 팔다리 한 짝씩은 두고 가도 목숨만 붙여 가면 문제없겠지.”

바테르는 헨더슨의 팔다리를 빼앗을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오러 유저의 검사가 작정하고 휘두르는 검이다.

촤아악!

순식간에 검의 잔상이 여러 개로 늘어났다. 어느것이 진짜고 어느것이 가짜인지 구분할 안목도, 여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당한다! 하지만······!’

“하압!!”

그냥 당할 생각은 없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바테르의 목을 칠 생각으로 헨더슨은 남은 힘을 끌어모아 대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앙!

“크아악!”

“큭···!”

빛이 번쩍이며 헨더슨과 바테르가 반대쪽으로 빠르게 튕겨져 날아갔다.

‘뭐, 뭐야, 이게?!’

헨더슨이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었던 것도 헨더슨 정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겠지.

하지만 그런 헨더슨도 몸이 저릿저릿해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석상처럼 굳은 몸으로 새롭게 나타난 의문의 존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나마 타격을 덜 받은 바테르가 복면인을 노려보며 목적을 캐물었다.

그러자 복면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그걸 가르쳐 줄 생각이었으면 이러고 왔겠니? 빡대가리야. 아무튼 얘들을 포함해서 여기 있는 건 전부 내가 가져가야겠다.”

복면인의 목소리가 묘한 기계음처럼 울려퍼졌다. 전기로 성대를 조작하여 목소리까지 위장한 것이다.

“역시··· 네놈도 도적놈들과 한 패거리였구나. 뭐,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앞에 나타난 이상 곱게 도망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거다.”

바테르가 기수식을 취하며 복면인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피식.

복면의 안쪽에서 터져나오는 어이없는 실소.

파지직, 파직!

까드득, 까드득!

복면인의 전신에서 푸른 스파크가 방전하였다. 그와 동시에 바테르를 깔보듯이 내려다보며 주먹을 풀며 이죽였다.

“누가 누굴 곱게 보내줘? 이 새끼가 옛날 성격 나오게 만드네? 안 되겠다. 너 오늘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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