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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1화 (11/150)

〈 11화 〉 11화 우리 둘만 남았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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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는 순조로운데······.’

깜깜한 밤, 어두운 골목길 안에 몸을 숨긴 요한이 답답한 투구를 벗고 감각을 퍼트려 주변을 탐색하였다.

깊은 밤중이라 거리에는 민간인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리가 한산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시간이 지날수록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병사들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사들도 제법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엄청난 숫자의 병력들이 모두 동서남북문으로 이동하는게 확인되었다.

‘문을 틀어막고 수성전을 하면서 시간을 벌 생각이겠지. 지금 당장 전령을 보내면 늦어도 내일 밤 안으로는 백작가의 지원군이 도착할 테니까 그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도모스 자작의 생각은 뻔히 보였다. 겁이 많은 그에게는 이 방법밖에 없었겠지.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가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그게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고. 하지만 요한이 그 선택을 바라고 있었다는 걸 그는 꿈에도 알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럼 전령이 움직이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러 가볼까.’

요한은 눈에 띄는 뇌전의 마나를 숨기기 위해 최대한 마나를 억제하고 움직였다.

평소의 그와 비교하면 느린 속도였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혀를 내두를 정도의 민첩함이었다.

적의 병력들이 모두 문밖에 집결해 있다고 믿은 탓일까? 영혼까지 끌어모아 수성에 가담한 탓인지 거리는 역으로 한산했다.

덕분에 요한은 생각보다 일찍 내성 후문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제법 있네.’

아무리 그래도 내성에는 아직까지 성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숫자가 눈으로도 제법 확인이 되었다.

물론 이조차도 대부분의 병력들이 외성문을 지키기 위해 빠졌다는 걸 감안하면 평소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삼엄하다는 뜻이겠지.

‘여기서부터는 최고속으로······.’

파지직, 파직!

요한이 그동안 아껴왔던 마나를 분출하기 시작하자 그의 몸 주변으로 푸른 스파크가 방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요한은 몸 곳곳으로 뇌전의 힘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세포 하나하나까지 활성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두운 밤중에 방전하는 뇌전은 성문을 지키던 근위병들의 눈에 들기에도 딱 좋았다.

“응? 갑자기 왠 번개가 치냐? 비구름도 없는데?”

“그보다 번개가 땅에서도 치나?”

콰릉!

그 순간, 마지막 골목길을 박차고 나선 요한이 천둥을 터트리며 후문을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성부터 마을까지는 후문과 정문을 막론하고 넓은 공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병사들의 사열부터 성으로 잠입하는 침입자의 존재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터였다.

“침입자다!!”

“놈을 막아!”

때문에 침입자가 이 공터를 무방비하게 지나려고 하면 보통 문으로 접근하기도 전에 궁병에 의해서 벌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눈에 보여야 맞추던가 말던가 하지······.

“너, 너무 빨라!”

“일단 닥치는대로 쏴!”

평소같았으면 화살을 장대비처럼 쏟아부어서 부족한 명중률을 보완했겠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불가능한 상황!

당연히 이곳 궁수들의 실력으로 바람처럼 움직이는 요한을 조준 사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궁수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요한이 전진하는 앞길마다 먼저 화살을 쏴서 예측 사격을 하는 것 뿐.

운 좋은 화살들은 요한의 머리나 등쪽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파지직!

쇠로 만들어진 화살촉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 하고 되려 요한과 함께 날아가기 시작했다.

“문을 잠궈!”

“후문은 절대로 사수한다!”

후문 안쪽 병사들에게 문을 잠그라고 지시한 병사들이 결사의 각오로 무기를 고쳐 들었다.

자신들을 쓰러트리고 굳게 잠긴 문을 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사이, 지원군이 달려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요한의 목적은 후문이 아니었다.

슝슝슝!

요한과 함께 비행하던 화살이 전기를 방출하며 빠르게 전방으로 날아가더니 층층이 벽에 꽂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흠칫!

화살이 꽂힌 모양새를 빠르게 살펴보던 경비대원 한 명이 비명처럼 소리쳤다.

“막아!! 놈은 화살을 타고 오를 생각이다!”

그러나 병사의 간설한 외침조차 요한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가 경고를 외쳤을 때 즈음 이미 요한은 화살을 밟고 성벽을 빠르게 날아오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마치 거꾸로 승천하는 번개와 같았다.

파지직, 파직!

어느새 내성벽 위로 올라와버린 요한의 모습에 궁수들이 멈칫하였다.

그들조차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훈련을 받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당황이 그들의 생사를 바꾸어 놓았다.

스핏.

요한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하는 순간, 눈부신 섬광이 궁사들의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푸확!

하얀 실선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병사들의 목에서 터져나오는 핏물 뿐. 쓰러진 동료들을 눈에 담는 순간, 그제서야 병사들도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촤촤촤촥!

요한이 보는 세상 속에서 병사들의 움직임은 마치 슬로우 모션을 걸어놓은 것 같았다.

심지어 활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검을 꺼내드는 병사들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하품이 나올 지경이랄까?

요한은 그들 사이를 빠르게 활보하며 병사들을 도륙했다.

그리고 궁병이 떨어트린 활 하나와 화살통 두 개를 챙겨 달리기 시작했다.

“쪼, 쫓아라!”

“놈을 영주님에게 보내선 안 된다!”

살아남은 병사들이 뒤늦게 요한을 쫓기 시작했다. 요한은 달리는 와중에서 상체만 틀어 쫓아오는 병사들을 화살로 격추했다.

그야말로 묘기에 가까운 궁술에 병사들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번개의 힘이 담긴 화살은 뒤따르던 병사들까지 모조리 관통해 버렸으니······.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뒤를 쫓는 다리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소동은 금방 내성 전체에 퍼졌고, 내성에 남은 기사와 병사들이 발빠르게 길을 막아서며 요한을 포위하려 했다.

“더 이상은 못 간다! 놈!”

전신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엄포를 놓으며 요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뒤에 병사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며 철통같이 길을 막았다.

“응, 갈 거야.”

퓽, 파지직!

“······!”

시위를 떠난 화살이 뇌전을 뿌리며 무서운 속도로 공간을 관통했다. 기사는 보통의 화살이라면 보고 쳐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비드 경!”

“소비드 경이 당했다!”

요한이 쏜 화살에 반응 한 번 못 해 보고 맥없이 심장을 관통당할 뿐이었다.

“뒤지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요한은 다시 한 번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화살들과 성질이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쏜 화살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궁병들의 화살들과 그다지 속도의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 역시 이상했다.

‘한참 머리 위를 넘어가겠군.’

‘뭐지? 설마 이 가까운 거리에서 실수한건가?’

지금 바리케이트 뒤에서 길을 막고 있는 병사들의 숫자는 오십이 넘는다. 화살 한 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란 믿음이 병사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파지직······.

콰르릉! 콰쾅!!

돌연 머리 위를 넘어가던 화살촉에서 별안간 번개다발이 사방팔방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병사들의 대부분은 쇠갑옷이나 사슬갑옷을 착용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번개다발들도 병사들을 조준하여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요한은 번개의 마나를 사용하지만 정말로 번개의 속도만큼 움직일 수는 없다. 육체가 버티지 못 하니까.

하지만 화살촉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벼락이었다. 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번개다발을 병사들이 피할 재간은 없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순식간에 튀겨진 오십명의 병사들이 허물어지며 뽀얀 김을 피워 올렸다.

요한은 설치된 바리케이트를 훌쩍 뛰어넘어 시신이 된 병사들의 사이를 빠르게 가로질러 질주했다.

“정지! 정지하라!”

“대장! 갑자기 왜 멈추는 겁니까?!”

“여기까지 왔으면 더 이상 놈을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경비대장은 바짝 구워진 시신을 내려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들도 저렇게 죽었을 거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로서는 감당하지 못 할 놈이다. 난 이곳에서 개죽음 당할 생각은 없어. 목숨 바쳐서 지키고 싶을만큼 도모스가 훌륭한 주군도 아니고.”

“그거야······.”

도모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만한 병사가 이곳에 얼마나 될까. 결국 병사들은 추적을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요한은 내성에 아직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한 발 앞서 영주의 집무실을 들이칠 수 있었다.

콰앙!

“히익!”

딸꾹!

문이 부서지고, 처음보는 검은 야행복의 침입자가 자신의 집무실에 발을 들이자 도모스는 경기를 일으키며 옆에 서 있던 기사에게 소리쳤다.

“데, 데인 경! 어서 놈을 처리하게! 당장 저 놈을 잡아 죽이라는 말일세!”

데인은 잔뜩 겁에 질려 소리치는 도모스의 모습에 못마땅한 기색으로 인상을 찌푸리고는 앞으로 나섰다.

요한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데인을 보고 피식 웃었다.

“별로 마뜩찮아 보이는군. 죽는 게 두렵나?”

“남자로 태어나 칼밥을 먹어가며 기사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와서 죽는 건 두렵지 않아. 그저 저런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죽어야 한다는 게 두려울 뿐이지.”

“뭐, 뭐라고?! 데인 경 자네 지금······!”

도모스 자작이 듣건 말건 자신의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데인의 모습에 요한은 폭소를 참을 수 없었다.

“푸하하하! 그런 말을 해도 괜찮겠어? 후에 책잡히면 어쩌려고.”

“상관없어. 저 녀석과 나에게 다음은 없을 것 같으니까. 그게 이 영지를 위해서도 맞는 것 같고.”

데인이 자신의 실력을 어느정도 알아보고도 되려 능청을 떨자 묘하게 그에게 호감이 들었다.

“알파라고 한다.”

“기사단장 데인이다. 갈 때 가더라도 후회없는 승부가 되었으면 좋겠군.”

검례로 자신을 소개한 데인이 자세를 취하며 이어질 요한의 공격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데······.

파직!

‘무슨······!’

겔러핀이나 베릴과 달리, 그들의 후임인 데인은 아직 오러 유저의 경지에 오르지 못 한 기사였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움직이는 요한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승부는 고사하고 상대조차 되지 못 한 건가.”

챙그랑.

데인은 요한의 손바닥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검을 떨궜다.

“괜찮아.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그게 무슨······.”

파지직!!

그러나 데인은 요한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판금 갑옷에 푸른 번개가 작렬하며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기 때문이다.

“으으으··· 하압!”

“여, 영주님을 지켜라!”

“으아아아!!”

그러자 남은 기사들이 요한을 향해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나름 실력있는 강자들이 영주의 수호기사로 선발되어 도모스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요한을 상대로는 시간벌이마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이제 혼자네?”

“으으으······.”

요한은 혼자 남아 바지에 오줌까지 지린 도모스 자작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그럼 우리 이제 둘이서 오붓하게 대화 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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