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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2화 (12/150)

〈 12화 〉 12화 문을 여시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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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화라니?! 이몸은 히로벤칼 자작령의 주인! 도모스 히로벤칼 자작이시다! 감히 도적놈들 따위가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당장 무릎 꿇고 사죄를 구한다면 목숨만은······.”

찰싹!

도모스 자작은 별안간 눈앞이 번쩍하면서 뺨이 불에 타는 듯 하자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그러나 돌아간 고개, 쫙 펴진 요한의 손바닥을 보고 이내 자신이 그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내 아픔이 가시고 수치심과 분노가 밀려드는 순간, 그 모든 감정들을 씻은듯이 날려버리는 요한의 냉정하고 차가운 음성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지금도 장난같지?”

딸꾹!

딱히 협박이나 욕설같은 건 필요 없었다. 도모스 자작의 흔들리는 눈이 요한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때론 눈동자에 사람의 마음이 담겨 보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그랬다.

셀 수없이 많은 전장을 겪고, 적군들의 시체로 산을 쌓았으며, 그 위에서 피의 강을 흘려보낸 남자가 그 눈 속에 있었다.

도모스 자작같은 겁쟁이는 심장마비로 죽지 않은 게 기적이라 할 정도였다.

“사, 살려주세요! 원하는 건 뭐든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도모스 자작은 위아래로 뜨겁게 울면서 목숨을 구걸했다. 자신의 같잖은 협박이 통하지 않는 상대란 걸 깨달은 이상, 남은 건 목숨을 구걸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먹어.”

“뭐, 뭡니까, 이게?”

도모스는 요한이 주머니에서 꺼내든 세 알의 작고 까만 알약을 보면서 의문을 표했고 그에 요한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싫으면 죽던가.”

덥썩!

요한의 손이 더 올라가기 전에 알약을 빼앗다시피 가져와 덥썩 입에 넣는 도모스 자작.

“꼭꼭 씹어서 삼켜라. 토하면 죽는다.”

‘우웩! 이게 대체······.’

알약은 매우 썼다. 그리고 어딘가 풀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도모스 자작은 씹으면 씹을수록 이 약이 결코 평범한 약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을 삼켰다.

꿀꺽······.

충분히 약을 씹어서 삼킨 도모스 자작에게 요한은 품속에서 비슷한 크기의 하얀 알약을 꺼내 그에게 건냈다.

“이것도 꼭꼭 씹어서 삼켜. 안 그럼 책임 못 진다.”

도대체 무슨 책임을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에 두려움을 느낀 도모스 자작은 식은땀을 흘리며 방금 전보다 더 꼭꼭 약을 씹어 먹었다.

약은 이전 것과 마찬가지로 쓰고 약간의 풀맛이 감돌았다.

“이제부터 이 하얀 알약을 매일 빠짐없이 줄 테니까 꼭 잘 챙겨 먹어. 혹시 약 먹는 걸 깜빡하면 그냥 칼로 목을 쑤시던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살부터 녹아내리는 고통에 비하면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겠지.”

‘그, 그럼 내가 방금 먹은 검은 알약이······!’

딸꾹, 딸꾹!

“참고로 네 장남인 사잔에게도 먹일 생각인데 어떻게 할래? 내 손으로 먹일까? 아니면 네가 직접 먹일래?”

“자, 잠깐만요! 아들은··· 사잔은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관계가 없긴 왜 없어? 네가 죽으면 사잔이 이 영지의 정식 후계자가 될 텐데. 당연히 지금 목줄을 채워놔야지. 그게 싫으면 항상 말하잖아. 더 깔끔한 방법이 있다고.”

“마, 만약 우리 부자를 죽이면 크림포드 백작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도모스 자작은 크림포드 백작가를 언급한 자신의 기지를 속으로 칭찬하며 왜 진작 이 방법을 써먹지 않은 건지 후회했다.

하지만 요한은 오히려 비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크림포드 백작가의 가주라고 치자. 할 줄 아는 거라곤 밥 먹고 똥 싸는 것 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뒷돈 모아서 다른 고위 귀족에게 몰래 연줄 대려고 했던 배은망덕한 개새끼랑, 나같이 실력있고 젊은 루키 중에 누굴 선택 할 것 같냐?”

“그, 그걸 어떻게······!”

자신의 비리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는 요한의 말에 도모스 자작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자 요한은 도모스 자작의 집무실 한 켠에 마련된 그림 액자로 다가가더니 그림에 그려진 말의 왼쪽 눈을 눌렀다.

철컥.

흠칫!

집무실 책상 밑에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토끼눈을 뜨고 진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는 도모스 자작.

요한은 그의 책상 밑에 숨겨진 금고에서 도모스 자작의 비밀 장부를 꺼내 들었다.

‘어차피 이것 때문에 훗날 숙청당할 녀석이지만 지금은 내 나름대로 유용하게 써 먹어도 상관없겠지.’

“뭐 할 말 없어?”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

‘진짜 이러고만 있으면 되는 거 맞아?’

가렛은 숲속에 숨어서 꽉 막힌 남문을 살펴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문 성벽 위에 모여드는 병사들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성벽 위에 발디딜 틈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보일 정도로.

그에 반해서 이쪽은 평생 농기구나 다루었던 평범한 일반인들.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무기가 아닌 빗자루가 전부였다.

“저기··· 조장. 우리 정말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 맞아? 뭐라도 가서 주의를 끌든 도발을 하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문을 가렛만 느끼고 있던 게 아니었는지 곁에 있던 수하가 넌지시 의견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가렛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위장이라는 걸 잊지마. 녀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붙잡혀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막말로 지금 우리끼리 나가서 뭘 어쩌게? 1분도 안 돼서 전부 까마귀밥이 될 걸?”

그녀의 대답은 수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지금. 고작 이런 걸로 괜찮겠냐는 불안과 의심을 꺼트리기 위한 그녀 스스로의 설득이었다.

“물론 언제까지고 놈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겠지. 우리가 계속 가만히 있으면 놈들도 결국에는 눈치챌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그때까지 놈들의 시선을 잡아두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새로운 대장이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그러자 수하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새로운 대장인지 뭔지 믿음이 안 갑니다. 알파라고 했던가? 갑자기 나타난 말뼈다귀같은 놈을 별안간 대장으로 받들라는데 그게 말이요 방구요? 그런 놈에게 간단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겔러핀 대장도 이해가 안 가고 받아들인 조장들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렇게 못 믿을거면 나가면 되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그야······.”

부하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녀는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나고자란 고향을 반드시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 그를 위해 이 조직에서 뼈를 묻게 되더라도 싸우겠다는 각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심정이니까. 그래서 겔러핀 전 대장도 말뼈다귀같은 그 자식을 대장으로 추대한거고.”

가렛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며 진지하게 얘기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건 누가 뭐래도 힘이잖아. 이 빌어먹을 상황을 뒤바꿀 수 있는 절대적인 힘 말야. 말뼈다귀가 그걸 가지고 있거든. 그런네 녀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조직을 원하고 있고. 결국 서로가 원하는 게 맞아 떨어지니 거래가 성사된거지.”

“그렇게 강합니까? 알파라는 자 말입니다.”

“내가 직접 본 건 아니라 뭐라 말 한 순 없지만 전 대장이 그러더라. 자기가 백 명이 있어도 알파는 못 이긴다고.”

요한은 몰라도 겔러핀의 강함은 잘 알고 있던 수하. 그는 겔러핀이 그런 얘기를 직접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게, 겔러핀 대장이 백 명 있어도 못 이길 거라는 말을 대장이 직접 했다고요?”

“뭐,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 사람을 백 명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빈말로 우릴 속일만한 위인은 아니잖아. 그럴 이유도 없고. 안 그래?”

그 순간, 그때까지도 성문을 지켜보던 가렛의 눈빛이 달라졌다.

“쉿! 놈들이 움직인다.”

가렛의 말대로 남문 성벽 위에 병사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무슨 소식을 들은건지 멀리서도 굳건하던 병사들의 진형이 흔들리며 조금씩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위장이 들킨 걸까요?”

“그랬다면 먼저 정찰병을 보내 확인을 했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후퇴할 준비를 서둘러.”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수하가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그녀는 적들의 동태를 주시하였다.

‘움직인다!’

결국 버티지 못 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병사들. 가렛의 긴장감도 더욱 커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놈들은 남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병사들이 향한 곳은 내성일 터.

“일단은 내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거겠지?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아무리 위장 작전으로 내성의 병사들을 유인했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병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을 혼자서 침투해 영주를 암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돌아온 병사가 침통한 얼굴로 남문의 망루 지붕에 깃발 하나를 걸었다.

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숲 전체에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밤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그 깃발은 다름아닌 레지스탕스의 저항기였다.

작전이 성공했을 때 개양하기로 약속했던 깃발이 지금 밤하늘 위로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던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진짜로 그걸 해냈단 말이야?!”

“조장님! 열렸습니다! 남문이 활짝 열렸단 말입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가렛도, 저항군도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사람들 중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동료들이 귀한 목숨을 바치고 갔음에도 이루지 못 했던 일을 알파라는 자는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하룻밤만에 이뤄버린 것이다.

‘정말로 기적을 만들어 버렸어······.’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겔러핀의 안목과 그의 선택. 무엇보다 요한의 터무니없는 능력을······.

***

혹시 몰라 병사들과 함께 일반인들을 조용히 아지트로 돌려보낸 간부들은 일부의 병사들과 함께 활짝 열린 문을 지나 내성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사들과 병사들은 저항군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공격도, 제지도 하지 않았다.

“가렛!”

“헨더슨! 빅스!”

가렛은 먼저 내성 입구에 도착해 있던 헨더슨과 빅스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갔다.

“왜 안 들어가고 여기서 멀뚱이 서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직 안 왔거든.”

그때였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나들?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만.”

“대장!”

“전 대장이다. 빅스. 지금은 부대장이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겔러핀이 자신을 반갑게 외쳐 부르는 빅스의 호칭을 수정하며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내성문 역시 외성문과 마찬가지로 활짝 열려있었다.

“와~ 성 안이 이렇게 생겼구나······.”

“진짜 오지게도 사치스럽게 살았네. 썅.”

화려하고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한 내성이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보여 결코 고깝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성에 익숙한 겔러핀이 앞장선 덕분에 간부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영주의 집무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똑똑똑.

“들어와.”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그곳에는 영주의 집무실 의자를 마치 주인처럼 앉아있는 요한의 모습과 그 옆에서 무릎꿇고 쭈그려 앉은 도모스 자작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알파 경.”

“아~ 고생 많았지. 진짜 나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꿈이나 꾸겠어. 안 그래?”

겸손은 일찌감치 팔어먹은 듯한 요한의 능청스런 모습에 간부들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말려 올라갔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일은 정말로 요한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들의 미소는 옆에서 잔뜩 겁에 질린 채, 자신들의 눈치를 살피는 도모스 자작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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