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3화 (13/150)

〈 13화 〉 13화 개똥을 쓰는 방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도모스 이 개자식아!!”

“히익!”

가렛은 도모스의 상판을 보는 순간,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단검이 살벌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덥썩!

“이거 놔! 놓으라고요. 대장! 저 새끼 때문에 내 아버지가···! 내 아버지가 제대로된 치료 한 번 못 받아보고······.”

가렛의 두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이 얼마나 무겁고 아픈지 동료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그녀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침착해라. 가렛. 알파 경이 살려두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저런 새끼를 살려둘 이유가 어딨어! 놔요! 내 손으로 찢어 죽여버릴 테니까!”

배고픈 사자도 쫄아서 도망갈 것 같은 가렛의 살벌한 기세에 잔뜩 주눅이 든 도모스 자작이 슬금슬금 요한의 뒤쪽으로 기어가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요한이 도모스 자작에게 명령했다.

“도모스.”

“예! 알파 경!”

“어른들 얘기하게 옆 방에 가 있어. 따로 부를 때까지 대기하고.”

“명을 받듭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가렛의 눈치를 살피며 쥐새끼처럼 빠르게 방을 튀어나가는 도모스 자작.

그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겔러핀, 헨더슨, 빅스는 물론이고 가렛조차 어이가 없어 맥이 풀려 버렸다.

“둘이 있었을 때 뭔 일 있었습니까? 도대체 뭡니까? 저 얼빠진 행동은······.”

“아니, 그보다 저렇게 감시도 없이 그냥 내보내도 되는 겁니까? 병사들이라도 데리고 오면 어쩌려고······.”

헨더슨과 빅스의 의문은 당연했다. 그에 대해 요한은 주머니 속에서 알약 몇 알을 꺼내 그들에게 던져 주었다.

“그거 때문에 녀석은 지금 내 말이라면 꼼짝을 못 해. 당장 마누라 팬티라도 벗겨서 가져오라면 가져올 테니까.”

“대체 이게 뭐길래······.”

“잠깐, 이거 설마······.”

알약에 대고 냄새를 킁킁 거리던 빅스가 요한을 보면서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요한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맞아. 토끼똥이다.”

“토끼똥이요?! 도모스 그 작자에게 토끼똥을 먹였단 말입니까? 왜요?”

“녀석은 자신이 먹은 게 독약인 줄 알아. 하루라도 해독제를 안 먹으면 살부터 녹아내려 죽는 끔찍한 독약말야. 그걸 녀석과 장남 사잔에게 먹였지. 물론 해독제란 것도 색깔만 하얗게 칠한 토끼똥이지만.”

“아, 그래서······.”

간부들은 그제서야 요한에게 충직한 개처럼 구는 도모스 자작의 이상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병사들을 끌고와 이들은 잡아 죽인다고 해도 요한이 해독제를 구해주지 못 하면 어쨌거나 자신과 아들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도 될까요? 만약 도모스가 밖에서 엿듣고 있기라도 한다면······.”

“괜찮아. 도모스는 이 근처에 없으니까. 게다가 이 방 전체에 방음 오러를 펼쳐놔서 소리가 새어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마찬가지로 도청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먹통이 되거나 내가 눈치챌 수 있으니까 안심하고.”

“바, 방음 오러를 펼치셨다고요?”

방음 오러라는 말에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바로 겔러핀이었다. 그러자 방음 오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헨더슨이 그에게 물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방음 오러라는 건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대나무 대롱으로 비눗방울을 불어서 이 방 전체를 감싼 다음, 방울을 터지지않게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비눗방울과 오러는 다르지만 이론 상으로는 가능하다 들었다. 물론 나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저건 오러 컨트롤이 신기(神技)의 영역에 다다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심지어 그걸 다른 마나보다 통제가 지극히 어렵다는 뇌전의 마나로 실현시키다니······.’

겔러핀은 도대체 요한의 저력이 어디까지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알파 경이 대단한 사람인거야 우리도 이제는 신물나게 잘 알고 있으니까 넘어가고. 그래서 도모스 자작을 살려둔 진짜 이유가 뭡니까?”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도모스를 찾아가서 멱을 딸 기세네? 가렛 조장.”

“명령 불복종으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요.”

그만큼 가렛의 원한은 깊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도모스의 목을 치고 싶지 않은 자가 없겠지.

“내가 도모스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도모스를 죽여봤자 또 다른 도모스가 이 자리를 대신 할 뿐이기 때문이야. 그럼 우리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겠지. 아니, 오히려 상황은 더욱 나빠질 걸?”

“크림포드 백작가 때문입니까?”

딱.

“빙고.”

겔러핀의 추측에 요한이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가 도모스 자작을 치면 새로운 도모스가 부임하기 전에 백작가에서 먼저 우리를 청소할거다. 나는 너희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백작가와 척을 져도 될만큼 너희가 간절한 건 아니거든. 때문에 너희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지금 있는 녀석을 잘 이용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요한의 대답을 들은 겔러핀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걱정했다.

“도모스 자작을 꼭두각시로 쓰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녀석이 과연 우리 의도대로 순순히 따라 줄까요? 아무리 토끼똥으로 운 좋게 속였다지만 녀석이 알아채거나 각오하고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 여러모로 다른 약점도 확실하게 잡아 뒀으니까. 녀석의 목숨뿐만 아니라 자작가 자체의 명줄이 걸린 약점이라 다른 생각은 못 할 거야. 녀석이 할 일은 공식 석상에서 얼굴 마담만 해주는 것 뿐이야. 이 영지의 내정은 지금부터 우리 소관이다.”

“우, 우리가 영지를 다스린다고요?!”

헨더슨이 경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태어나서 손에 쥐어본 거라고는 쟁기와 낫 뿐이었고, 무기를 쥐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영지를 다스리라니······.

“걱정마. 너더러 하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피식 웃던 요한은 겔러핀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문제는 너에게 맡길까 하는데. 어때?”

“뜻과 능력은 있지만 자작의 횡포 때문에 꿈을 펼칠 기회를 잃은 젊은이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그들을 찾아가 설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이 문제는 겔러핀 부대장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리고 가렛.”

“네.”

요한의 시선이 이번에는 가렛에게 향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많이 풀려있는 것을 확인한 요한이 부드럽게 물었다.

“아직도 방금 전과 같은 마음인가? 그렇다면 마음가는대로 해도 좋아. 대신 나는 너희를 떠날거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지금 당장 너희들을 위해서 크림포드 백작가와 싸울 마음은 없거든. 너희들에게 아직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 역시 제 개인적인 복수보다 모두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알파 경이 스스로의 가치를 몸소 증명해 보이신 만큼, 이제는 저희들의 저희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러니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대장.”

가렛은 처음으로 요한을 대장이라 부르며 가슴에 주먹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요한을 진정한 자신들의 리더로 인정하기에 그에 맞는 경례를 올린 것이다.

그 모습에 다른 간부들 역시 살짝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가렛과 같은 모습으로 요한에게 경례를 올렸다.

요한은 비로소 이들의 진짜 리더가 되었다.

***

각자에게 걸맞는 임무를 맡기고 별장으로 돌아온 요한.

산 너머로 조금씩 붉은 융단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밝아오는 하늘 아래로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이제 오십니까? 도련님.”

뜨끔!

창문을 통해 조용히 들어온 요한의 눈이 방을 살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침대 위에 죄인처럼 앉아 자신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요안나와 그 옆에서 근엄한 얼굴로 앉아있는 윌라드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들킨 모양이네. 아니, 이제야 티를 내는건가?’

분명 들키긴 진작에 들켰을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주었겠지. 윌라드의 성격이라면.

문제는 왜 이제와서 티를 내냐는 것이었다.

“안 자고 있었어?”

“걱정때문에 잠을 잘 수 있어야 말이죠. 1년 전부터 도련님의 밤마실이 잦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밤마실을 다녀오시더군요. 그것도 그런 위험한 복장을 하고서 말입니다.”

“역시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런데 왜 말을 안 했어? 나한테 직접 말하지는 못 해도 본가에 연락했으면 됐을 텐데.”

“본가가 알아도 될 일이었으면 도련님께서 수고스럽게 이런 방법을 취하시지는 않으셨겠지요. 밤마실을 본가에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게 도련님의 옛날 모습과 관련이 있거나 도련님께 해가 되는 일이 아니기만을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요한은 빙그레 웃었다.

‘과거의 내 눈은 진짜 장식이었구나. 이런 사람을 몰라봤으니······.’

요한은 자신을 향한 윌라드의 진심어린 믿음과 배려에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윌라드가 백작가의 사람이기 이전에 진정으로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 또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마. 그리고 지금처럼 당분간은 본가에 비밀로 부탁할게. 나중에 모든 일이 완성됐을 때, 아버지와 본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거든.”

“알겠습니다. 다만 항상 조심하십시오. 저는 집사입니다. 도련님의 목적보다 도련님의 안위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만약 도련님께서 크게 다치시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설령 도련님께 원망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 사실을 본가에 알려 도련님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그때의 내가 필사적으로 말려볼게. 아무튼 이해해 줘서 고맙다.”

히죽 웃는 요한의 모습을 두 사람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요한이 저렇듯 해맑게 웃어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저 모습이 도련님의 진짜 모습일 수도······.’

“아참, 깜빡할 뻔 했네. 오늘 새벽에 본가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몸이 불편해서 돌아가기 힘들다고 답장을 전할까요?”

“흐음······”

본가에서는 소환장을 주기적으로 보내왔다.

물론 본가에서도 형식상 보내는 것이고 자신도 굳이 본가에 돌아가는 것보다 이곳에서 할 일이 훨씬 더 많았지만······.

‘아프다는 핑계도 하루이틀이지. 벌써 1년을 넘게 이런 저런 핑계로 버텨왔는데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것도 되려 주위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만에 하나라도 자신을 향한 시선이 자작령으로 향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었다.

“아니, 돌아간다고 전해줘.”

“본가로 돌아가시겠다고요?”

“그러니까 표정 관리 좀 하라고. 이 사람아.”

“도련님 눈에는 지금 제가 기뻐하는 얼굴로 보이십니까?”

누가 봐도 쓸쓸해 보이는 요안나와 윌라드의 모습에 요한은 부드럽게 미소를 그리며 두 사람을 다독였다.

“걱정 마.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리고 누가 혼자 간대?”

“그럼······.”

“손발이 맞는 사람들을 데려가야지. 내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라주는 시녀나 똑똑하고 배려심 깊은 집사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혹시 추천해 줄만한 사람있어?”

요한의 질문에 두 사람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