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네 편은 어디 있는데
촤아악!
‘응? 스로잉 나이프를 저렇게 많이? 저걸 왜 허공에 흩뿌리지? 미친 건가?’
요한의 변화를 가장 먼저 확인한 노예 사냥꾼이 미간을 찌푸렸다.
요한이 난데없이 스로잉 나이프 열댓 자루를 아무 이유 없이 허공에 뿌려 버리는 요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순간.
스핏.
“어……? 왜 내 몸이…….”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노예 사냥꾼은 머리 없는 자신의 몸이 힘없이 달려 나가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커억!”
“으악!”
“대체 뭐야?”
“아무것도 안 보이는…….”
촤촤촤촤촤!
요한이 뿌린 열 자루의 스로잉 나이프는 스파크를 튀기며 마치 살아서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을 시작했다.
그 속도는 무려 소리의 두 배!
굉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는 이미 목이 떨어지거나 심장이 관통된 이후였다.
덕분에 뒤늦게 출발해서 요한의 주변을 함께 뛰던 후발대 노예 사냥꾼 수십 명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들 중에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탐욕에 찬 미소를 그대로 간직한 시신들이 태반이었다.
“머, 멈춰!”
“저 새끼 뭐야? 미친 건가?”
“지금 그게 문제냐? 병신아!”
요한의 근처에 있거나 그 후미에서 따라오던 노예 사냥꾼들이 멈춰 서서 요한을 경계하였다.
그사이, 요한은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 나이프들을 확인하며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썼더니 컨트롤이 엉망이네. 범위도 더 좁아졌고 위력도 좀 약해진 건가? 그래도 다행이야. 이렇게 자진해서 남아 주는 연습 상대가 많아서.”
“저 미친…….”
“다 덤벼들어! 어차피 상대는 한 놈이다!”
“죽여 버려!”
요한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놈들이 살기를 피우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서 겁을 먹고 돌아가기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컸다.
엘프들을 팔아 손에 넣을 대금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애써 두려움을 덮어씌웠다.
하지만…….
스핏! 촤악……!
“……!”
“이, 이게…….”
그들이 본 바로 요한은 그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머리 위에 둥둥 떠서 푸른 전류를 방전하던 열 자루의 나이프 중 절반이 사라졌을 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쿨럭!”
푸화학!
요한에게 달려들던 열 명의 노예 사냥꾼들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몇몇은 잘려나간 목 부위에서 분수처럼 피를 쏟았고 몇몇은 뻥 뚫린 심장에서 꾸역꾸역 피가 솟아 나왔다.
그렇게 열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 간 다섯 자루의 나이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인의 머리 위로 돌아와 다음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감을 되찾을 것 같은데…… 뭐하냐? 빨리빨리 좀 와라. 현기증 날 것 같으니까.”
“이런 씨발! 이 새끼들아! 여기서 포기할 거야?”
“쪼잔하게 나눠서 덤비지 말도 다 덮쳐!”
“그, 그래! 숫자로 밀어붙이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그들의 용기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뇌전의 마나를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남은 약 삼백여 명의 노예 사냥꾼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겁 없이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근데 말이야…….”
파지직, 파직!
그 순간, 스로잉 나이프에서 방전되는 전류가 방금 전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커졌다.
“누가 그랬냐? 숫자로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고.”
슈앙!
전방위로 뻗어 나가는 열 자루의 나이프들이 또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비행을 시작하며 노예 사냥꾼들 사이를 헤집었다.
“크아악!”
“막아!”
“씨발, 보이지도 않는 걸 무슨 수로 막아!”
“도, 도망…….
서걱!
붉은 핏물과 썰려 나가는 내장들, 잘린 팔다리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비명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것도 잠시…….
“저건 괴물…….”
푹! 털썩…….
마침내 이 자리에 살아남은 사람은 요한이 유일하게 되었다.
“자, 여기는 정리가 끝난 것 같고.”
전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불과 3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무려 백여 명에 달하는 노예 사냥꾼들의 시체가 요한을 중심으로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요한의 시선을 돌렸다.
그쪽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관심도 없는 지 오로지 엘프들을 잡을 생각에 정신이 팔려 질주하고 있는 선두 그룹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럼 귀찮지만 나머지도 마저 사냥하러 가 볼까.”
팡! 파지직!
그렇게 요한과 주인을 따르는 열 자루의 스로잉 나이프는 뇌전의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무서운 속도로 선두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쾅!
요한이 마나를 끌어 올려 진심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공기의 벽이 부서지며 요한의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났다.
파지직, 파직!
그런데 요한은 울창한 나무가 복잡하게 우거진 엘프의 숲속을 질주하면서도 단 한 번도 나무에 부딪히지 않았다.
이는 뇌전의 마나를 이용해서 사고회로를 한계치 이상으로 활성화시킨 덕분이었다.
‘다만 이걸 쓰고 나면 나중에 내 대가리를 부숴 버리고 싶을 만큼 아프다는 게 뭐 같긴 하지.’
리스크만큼이나 효과는 확실했다.
덕분에 요한은 선두 그룹의 최후미를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으니까.
‘보인다!’
선두 그룹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요한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정확히는 요한이 아니라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후방에서 난데없는 비명이 들려오자 엘프 경비대가 뒤를 돌아 기습을 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전신에 피와 내장을 흠뻑 뒤집어쓴 요한이 나타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뭐야, 저 새끼는? 못 보던 얼굴인데? 신참인가?”
“저 새끼는…….”
“응? 마르코, 네가 아는 녀석이냐?”
요한을 알아본 마르코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건방진 신참 루키야.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손봐 줄 생각이었는데…… 다른 녀석들은 어디 가고 저 녀석만 쫓아온 거지?”
“설마 다른 녀석들은 다 당한…….”
그 순간.
요한과 함께 비행하던 스로잉 나이프 열 자루가 아직 배가 덜 불렀는지 먹잇감을 향해서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날아갔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의 사지가 잘려 나가고, 몸통에 구멍이 뚫리고, 모가지가 떨어지고, 피분수와 조각난 내장이 쏟아졌다.
한순간에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쒜에엑!
피에 굶주린 날갯짓 소리는 그 이후에 따라왔다.
소리보다 두 배는 족히 빠른 속도로 날다 보니 이미 지옥문이 열리고 나서 소리가 뒤늦게 도착한 것이다.
“뭐, 뭐가 어떻게…….”
마르코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하고 있던 동료의 인중 위가 깔끔하게 절단되어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
“왜 갑자기…….”
갑작스러운 신참 노예 사냥꾼의 배신에 사냥꾼 동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베테랑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질질 짜지 말고 무기를 들어라! 저 새끼가 미쳐 돌아서 그랬건,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건, 놈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
“저 미친놈을 죽여!”
베테랑들이 치고 나가자 동료를 잃고 정신 못 차리던 루키들도 혼란을 분노로 바꾸며 요한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아쉽다 아쉬워. 썬더 호넷은 성능이 좋은 대신 마나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단 말이지.’
요한은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 돌아온 나이프들을 품속에 수거한 뒤 양 옆구리에서 검을 한 자루씩 꺼내 양손에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선두의 베테랑 노예 사냥꾼이 뒤따르는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보아하니 방금 전의 그 요상한 공격은 하지 않을 모양이다! 모두 겁먹지 말고 들이쳐!”
그 말에 노예 사냥꾼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베테랑 노예 사냥꾼들은 썬더 호넷만 아니라면 숫자적인 우위로 충분히 요한을 잡아 죽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파지직! 스팟!
“응?”
서걱!
가장 먼저 요한에게 달려들던 사냥꾼은 요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녀석은 목 없는 자신의 몸뚱이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신기한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파지직, 파직!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의 몸에서 푸른 스파크가 피어오를 때마다 노예 사냥꾼들의 몸에서는 붉은 선혈이 꽃잎처럼 흩어졌다.
“젠장, 발이라도 좀 묶어 보라고!”
“씨발! 뭐가 보여야 묶든가 잡든가 하지!”
“떠들지 말고 집중해, 이 병신 새끼들아!”
“크아악……!”
눈에 보이는 건 요한이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푸른 뇌전뿐이었다. 요한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
“저기 있…….”
촤촤촤!
“또 사라졌어!”
“데드가 당했다!”
“젠장, 월리스도 반응 한번 못 해 보고 죽었어!”
눈에 보인다 싶으면 어느 순간 그 근방에 있던 사냥꾼 서넛을 도륙하고는 또다시 스파크를 방전하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쒜에엑! 스핏…… 촤악!
그러다 가끔씩 썬더 호넷을 한두 자루 섞어서 사용해 주면 처음 그것에 당했던 공포가 몸을 지배하여 녀석들의 움직임을 마비시켰다.
애초에 처음 썬더 호넷으로 녀석들을 도륙한 것도 바로 이 효과를 기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 보니 요한은 보다 적은 힘으로 보다 많은 숫자의 노예 사냥꾼들을 도륙할 수 있었다.
‘막았……!’
서걱!
어쩌다 운 좋게 막았다고 해도 일반적인 철검 따위로는 뇌전의 오러로 무장된 요한의 검을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검과 함께 푸딩처럼 몸뚱이를 베어 버리고는 또다시 사라지는 요한의 신출귀몰한 전투법 때문에 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지옥이었다.
자신들이 어린 사슴을 가지고 노는 사자가 될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들은 양이었고 놈은 피에 굶주린 늑대였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마, 마르코! 도망치는 거야?”
“젠장, 저딴 괴물이랑 싸우려고 여기 온 줄 알아? 뭐 하고 있어? 빨리 튀어!”
마르코 일행이 누구보다 먼저 도망치기 시작하자 탐욕에 눈이 먼 노예 사냥꾼들도 눈치를 살피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돈에 배팅할 수는 있었지만 이겨 봤자 돈도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도망치게 해 준대?”
요한은 근처에 반 토막이 나서 죽어 있는 노예 사냥꾼의 등에서 활과 화살 통을 취득하여 시위에 화살을 당겼다.
파지직! 쒜엑!
뇌전을 머금은 화살은 시위를 떠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요한이 노린 먹잇감을 향해 직진하였다.
거기에 아름드리나무가 있건, 바위가 있건, 모조리 뚫어 버린 뒤에 노렸던 사냥감을 확실히 제거하는 화살들…….
퓽퓽퓽퓽!
그렇게 요한이 화살을 연사하기 시작하자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두세 발의 화살이 함께 날아가면서 서너 명의 노예 사냥꾼들이 동시에 픽픽 쓰러져 나갈 뿐이었다.
“마르코! 이러다 우리도 다 죽는 거 아니야?”
“닥치고 입 놀릴 시간에 뛰라…….”
파지직!
마르코와 동료들은 전력으로 도주하다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눈앞에 떨어진 한 줄기 번개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 번개와 함께 떨어진 인간이 문제였지만…….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