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42화 (42/150)

42. 엘프들의 역습

“오, 열심히 버티고 있네, 양쪽 모두.”

요한이 돌아오자 한창 치열하게 싸우던 노예 사냥꾼들과 엘프 경비대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길튼은 요한의 손에 들린 머리를 가리키며 기겁을 했다.

“죠나단 경!”

“뭐? 죠나단 경?”

“저놈이 들고 있는 머리가 죠나단 경의 머리라고?”

“지, 진짜잖아? 말도 안 돼!”

죠나단을 알아본 몇몇 노예 사냥꾼들까지 경악에 차 증언하자 노예 사냥꾼들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졌다.

“바쁘니까 빠르게 끝낼게. 귀찮게 도망가지 마라. 그럼 많이 아플 거다.”

우드득, 우득. 파직!

가볍게 목을 푼 요한이 죠나단의 머리를 엘프들에게 던져 주는 순간, 그의 몸이 푸른 번개로 뒤덮이면서 순식간에 전장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촤!

썬더 호넷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요한 자신도 쌍검을 들어 전장을 누비기 시작하자 울려 퍼지는 건 노예 사냥꾼들의 비명뿐이었다.

“세상에…….”

“저건 터무니없는 괴물이다…….”

“경비대는 물러서라! 괜히 괴물의 싸움에 엮이지 말고 당장 물러서!”

한껏 뒤로 물러나 전투를 관전하던 엘프 경비대원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들이 고전하던 노예 사냥꾼들이 요한의 앞에서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노예 사냥꾼들을 도화지 삼아서 열 자루의 썬더 호넷과 요한이 만들어 내는 뇌전의 지옥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되었다.

“제, 제발 살려…….”

서걱!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던 길튼의 모가지까지 확실하게 썰어 버린 요한은 엘프에게 맡겨 두었던 죠나단의 머리를 가지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이건…….”

“그 악마의 머리가 확실하군.”

죽어서도 비참한 표정으로 울부짖는 듯한 죠나단의 머리를 받아 든 두나스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요한의 수고를 치하했다.

“수고 많으셨소. 우리가 애를 먹었던 바람의 악마조차 아바타의 상대는 아니었나 보오. 설마 이렇게 빨리 처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소.”

두나스의 말은 어느새 반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그건 아니야. 바람의 마나가 약한 게 아니라 죠나단 그 놈이 약한 거였다. 실제로 바람의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녀석이었다면 아무리 나라도 쉽게 이기기는 힘들었겠지.”

요한은 그러면서 회귀 전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만약 그 녀석이었다면…….’

지금의 자신처럼 정체를 감추고 노예 해방에 전심전력을 쏟아붓던 녀석이 있었다.

폭풍을 다스리고, 거대한 회오리를 수족처럼 부리며 바람을 지배하던 녀석…….

단언컨대 요한이 싸워 본 바람의 마나의 주인 중에서는 최강이라 할 수 있었으며 가루칸과 더불어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은 강적 중 한 명이었다.

‘녀석도 제국 입장에서는 골칫거리 중에 골칫거리니까.’

아인종을 인간이 아닌, 물건 이하로 생각하는 제국에서 아인종 노예는 당연함을 넘어 평범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목표는 인간과 아인종의 구분 없이 대륙에서 모든 노예를 해방시키는 것이었으니…….

적의 적이 아군이라면, 녀석은 최강의 아군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마치 그런 자를 만나 본 것처럼 얘기하시는구려.”

도셉의 요한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요한이 피식 웃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가 됐건 원소의 마나가 그렇게 약한 힘은 아니니까. 그보다 내가 말한 건 어떻게 됐어?”

“준비는 해 두었소. 다만 쉬지 않고 싸운 탓에 전사들의 기력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요. 이런 상태에서 저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게 과연 옳은 전략인지 잘 모르겠소.”

두나스의 근심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자신들의 최고 전력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이건 우리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드밴티지야. 저들이 미쳐 대비하고 있지 못할 때, 그리고 우리가 절대로 먼저 기습하지 못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뒤통수를 때려야 가장 아프게 때릴 수 있거든.”

“하지만…….”

“게다가 우리 목적은 라마콘 왕국을 정복하는 게 아니야. 고작 관문에 있는 노예 시장들을 털어서 엘프들을 구출해 튀는 거지. 슬픈 일이지만 약탈에 대해서는 나보다 그쪽들이 더 전문가가 아니던가?”

약탈이란 말에 두나스와 도셉의 표정이 점점 굳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꼬리가 올라가고 분노가 조금씩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구려. 좋소, 하면 저녁에 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다시 찾아오리다.”

“나도 그때까지 준비를 마치도록 하지.”

두 사람이 죠나단의 수급을 가지고 떠나자 요한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마나 호흡법을 시작했다.

뇌전의 마나는 확실히 원소의 마나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강하고 변화무쌍한 힘이다.

원소 마나의 왕이라 불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확실했다.

‘일단 마나 소모량이 말도 안 되게 너무 커. 특히 썬더 호넷 같은 기술이 효과는 좋아도 마나 소모가 손으로 직접 충전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들어간단 말이지. 그에 반해서 회복은 엄청 더디고…….’

예를 들어 10의 마나를 마나 호흡법으로 흡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인 오러 유저라면 10에서 6~7 정도를 흡수할 수 있지만 원소의 마나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흡수율을 자랑했다.

심지어 가장 흡수율이 좋은 물의 마나가 9~10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니…… 물의 마나가 지속적인 전투에 최적화된 마나라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서 뇌전의 마나는 원소 마나의 왕이라 불림에도 불구하고 흡수율이 최악이었다.

10의 마나를 호흡해도 흡수하는 마나는 2~3정도에 불과했으니까.

‘그나마 마나 로드를 완전 개방했으니 망정이지…….’

그나마 현재 요한이 마나 로드를 완전 개방해서 20이고 30이고 마나를 빨아들여 최악의 흡수율을 감당하고 있을 뿐.

회귀 전의 요한이 이렇게 싸웠다면 족히 2~3일은 꼼짝없이 마나만 보충하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인재와 병력이 넘쳐나는 제국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대로 제국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2~3일은 고사하고 하루도 쉬지 못하는 날이 빈번할 텐데, 그때도 이런 식으로 반나절 동안 마나만 충전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요한은 헥토르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인 일곱 가지 신기(神器)를 떠올리며 미소를 그렸다.

* * *

붉은 융단 같은 저녁노을이 내려앉았다가 걷히면서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이상하네.”

“뭐가?”

“다른 사냥꾼들은 전부 귀환한 것 같은데 아직 죠나단 경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무리 죠나단 경이라도 밤의 엘프 숲은 위험할 텐데…….”

관문의 경비병들은 망루 위에서 엘프의 숲을 쳐다보며 돌아오지 않는 죠나단을 걱정했다.

“에이,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치우자고. 죠나단 경이 엘프 따위에 당할 위인도 아니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뭐, 네 말대로 죠나단 경인데 무슨 일……. 응?”

그렇게 죠나단에 대한 걱정을 접고 다시 임무에 집중하려는데 경비병 하나가 숲을 쳐다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방금 저쪽에서 무슨 시퍼런 불빛이 보인 것 같았는데?”

“시퍼런 불빛? 그럴 리가. 횃불이 파랗게 타오를 리도 없고, 뭔가 잘못 본 거…….”

번쩍, 퍼억!

후드득……!

“허억!”

경비병은 푸른빛이 숲 안쪽에서 강렬하게 번쩍이는 순간, 경비병의 동료가 뇌수를 흩뿌리며 머리를 잃고 허무하게 쓰러졌다.

그는 기함을 지르며 철푸덕 주저앉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도대체 동료가 죽은 영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종을 흔들어 경고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종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번쩍! 퍼억! 쿠웅!

다시 한번 날아온 빛과 함께 날아온 화살은 그의 머리를 순식간에 부숴 버렸다.

결국 머리 잃은 시체는 관문 밖으로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문제는 그와 똑같은 일이 망루 위에서 감시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도대체 숲에서 관문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아바타는 진정 신의 힘이란 말인가?’

관문에서 숲 사이의 들판이 대략 800m가 조금 넘는다.

심지어 이쪽은 아래에서 망루 위의 병사들을 저격해야 하는 상황.

게다가 망루는 하나도 아니고 일곱 개다.

망루 하나당 감시병 두 명씩, 열네 명의 병사 중 한 명만 놓쳐도 종이 울리고 순식간에 병사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모조리 타파해 버린 눈앞의 괴물에게 엘프 전사들은 진심으로 두려움과 경외를 동시에 느꼈다.

“활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오늘 또 한 번 기가 꺾이는구려. 허허허…….”

“알파 경의 화살촉이 우리가 보는 곳을 향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똑바로 마주 보았다면 진짜 심장이 서늘했겠소.”

“그러게 말이오.”

전투에 참전한 장로들이 식은땀을 훔치고 있을 때, 요한은 뒤를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지금이다! 전군 돌격!”

“엘라임의 전사들은 돌격하라!”

“가서 핍박받는 우리의 동포들을 구하자!”

엘프들이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요한 역시 전신에 마나를 끌어 올리며 앞으로 땅을 박찼다.

파지직! 콰릉!

길고 긴 번개의 꼬리를 늘어트리며 바람처럼 달리는 엘프들을 재치고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가는 요한.

“응? 뭔가 오는 것 같은데?”

“그러게. 바람 소리가 이상하잖아?”

한편, 망루보다 낮은 관문의 성벽 위에서 감시하던 병사들은 어둠이 짙게 깔린 평야 너머에서 이질적인 바람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집중하여 그곳을 살펴보았다.

“저, 저건!”

“엘프들이다!”

“엘프들이 쳐들어온다!”

망루보다 성벽이 낮은 탓에 숲을 빠져나온 엘프들이 평야를 반쯤 넘어선 뒤에야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병사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줄기의 번개가 무서운 속도로 평야를 가로지르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다급하게 화살을 날려 요한을 노렸다.

하지만…….

파지직! 파직!

너무나도 빠른 스피드 탓에 병사들이 날린 화살은 요한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한은 오히려 양쪽으로 손을 뻗어 빗나가는 화살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동시에 그가 앞을 향해서 손짓하자 그와 함께 비행하던 화살이 날아가 품속에서 뿔피리를 꺼내 들던 경비병의 몸통을 꿰뚫었다.

“뭐, 뭐야, 저 괴물은?”

“젠장!”

그가 노리는 것이 뿔피리를 든 병사들이란 사실을 눈치채자 성벽 위의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뿔피리를 꺼내는 걸 주저했다.

“아래 사람 있지! 엘프들이 습격했다! 뿔피리를 불어! 어서!”

이윽고 아래쪽에서 대기 중인 동료들에게 생각이 미친 성벽 위의 병사들이 아래쪽으로 소리쳤지만 이미 그때는…….

파지직!

“하아…….”

성벽 위에 서 있던 병사라 허탈함에 침음을 흘렸다.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다다른 요한의 모습을 보고 운명을 직감한 탓이다.

“이런 씨…….”

서걱!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