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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77화 (77/150)

77. 제로스의 망토

10초?

대충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어디 한 곳이 부러진 떡대들이 전부 바닥을 나뒹구는 시간 말이다.

그렇게 떡대들을 모두 처리한 요한은 일부러 자신들을 뒤쫓는 또 하나의 인기척을 무시한 채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숙소로 향했다.

그날 밤.

일행이 모두 잠든 가운데, 숙소로 침입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정말 그림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게 아닐까싶을 만큼 은밀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방 안으로 스며든 그림자.

녀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요한이 금괴를 넣어놓은 창고에 다가가 익숙하게 금괴를 따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묵직한 금괴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진짜 금이다!’

주머니 안에 든 금괴를 확인한 그림자의 눈이 기쁨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금괴는 도저히 혼자서 들고 갈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금괴를 나눠 들고 가려고 인원을 충당하면 자칫 요한이 깰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림자는 망토를 벗더니 주머니를 그대로 덮어 버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마치 거짓말처럼 무거운 금괴 주머니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실 그것은 망토 안의 아공간으로 금괴 주머니를 흡수한 것이었기에 망토의 무게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그림자는 다시 망토를 착용하고 요한이 아직 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스르륵 밖으로 빠져나왔다.

‘좋아! 이 정도 금괴면 거사를 크게 앞당길 수 있겠어!’

밤바람처럼 달빛 아래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며 내달리는 그림자의 입꼬리가 크게 말려 올라갔다.

적어도 눈앞을 가로막은 한 남자를 보기 전까지는…….

“내 돈을 들고 어딜 급하게 돌아가시나. 괴도, 술레이만.”

“……!”

그림자는 어느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요한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 순간, 구름을 벗어난 달빛이 그의 하얀 복면을 비추었다.

“아니면 본명으로 불러 주는 게 예의이려나?”

“거기서 당장 비켜라. 죽고 싶지 않으면.”

“할 수는 있고?”

그 순간, 두 사람이 서 있던 지붕 위로 일단의 그림자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움직임이나 기세로 보아 평범한 도둑 무리는 아닌 듯 보였다.

“난 분명 경고했다.”

술레이만이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날리자 동시에 그의 동료들이 요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까 낮에 만났던 폭력단과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합격진에 개개인이 높은 수준의 검술을 익히고 있는 검사들이었다.

하지만…….

후웅!

“헉……!”

“이게 무슨…….”

딱히 대상을 노리고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다. 그런데 거기서 터져 나온 권풍만으로 달려들던 그림자들을 모두 가볍게 날려 버린 것이다.

술레이만은 그 모습을 힐끔 뒤돌아보고는 달음박질에 전력을 다했다.

자신 역시 오러 유저라 알 수 있었다.

당시 요한이 주먹질에 전혀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맨주먹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실현시킨 괴물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자신에게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돈과 망토를 포기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때문에 술레이만이 선택한 건 모든 오러를 끌어모아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내가 말 안 했나? 도망치는 건 어려울 거라고.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내놔. 그건 ‘고작’ 편리한 아공간 주머니 같은 게 아니니까.”

결국 술레이만은 망토에 손을 넣었다 뺐는데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우우웅…… 파앗!

술레이만은 자신의 검을 오러로 무장한 후, 요한을 향해 겁 없이 달려들었다. 이길 확률은 적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발악조차 요한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슉슉슉슉!

요한은 술레이만의 검술을 요리조리 어렵지 않게 피해 냈다.

오러를 끌어 올린 쾌검은 일반인의 눈으로 파악조차 불가능한 속도였지만, 요한의 눈에는 손에 잡힐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빅벤의 반지 덕분에 상승된 신체 능력은 굳이 오러를 쓰지 않고도 술레이만의 검술을 피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낼까?”

“……!”

요한의 장난기 섞인 말투에 술레이만의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의 필사적인 공세를 상대가 장난처럼 생각했다는 게 수치스럽고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턱! 챙깡!

요한은 자신에게 찔러 오던 오러 소드를 맨손으로 잡아 그대로 힘을 주어 부러트렸다. 술레이만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맨손으로 오러 소드를……!’

사실 따지고 보면 맨손이 아니라 나노 크리에이터로 코팅된 손이었고 완력도 빅벤의 반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술레이만의 눈에는 그거나 이거나 전혀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슉!

검이 부러지자마자 빠르게 뒤로 물러서는 술레이만을 요한이 따라잡았다. 그가 가볍게 휘두른 수도는 정확히 술레이만의 뒷목을 강타했다.

“컥!”

결국 술레이만은 답답한 신음과 함께 눈을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요한은 쓰러진 술레이만에게서 망토를 벗겨 자신이 착용하였다.

[제로스의 망토를 인식하였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로스의 망토를 등록한 나노 크리에이터가 다시 한번 물었다.

[제로스의 망토는 현재 기능 봉인 3단계가 적용 중입니다. 몇 단계까지 해제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전부지.’

제로스의 망토가 마도 문명 시대의 유물답게 나노 크리에이터로 봉인되어 있던 망토의 기능을 전부 해금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쏘겠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우르르 몰려든 갑옷 차림새의 무리는 다름 아닌 영지의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은 크로스 보우를 겨누며 천천히 접근했다. 퇴로를 차단하고 보우의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잡았구나. 이 쥐새끼 같은 놈들!”

‘아무래도 내가 목적은 아닌 것 같고…….’

요한의 시선이 쓰러진 술레이만에게 향했다. 괴도 술레이만은 최근 루다프로스크에서 활동한 도둑이다.

녀석은 도박으로 큰돈을 딴 도박꾼이나 사기도박으로 금품을 갈취한 도박장의 금고만 노려 돈을 훔쳤고 그 때문에 영지에서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말이지.’

“적습이다!”

“뒤에서 도적놈들이 습격했습니다!”

그때마침 술레이만을 구하기 위해서 방금 전 요한을 기습했던 무리가 이번에는 병사들의 후리를 기습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지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거나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기 시작했다.

요한은 그 모습을 힐끔 일별하고는 몸을 하늘로 몸을 날렸다.

술레이만의 정체야 어떻든 간에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고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으니 빨리 다음 신기를 손에 넣으러…….

“로이드 경께 알려라! 술레이만을 체포했다고! 어서!”

‘……로이드?’

그 순간, 하늘로 도약하려던 요한의 신형은 어느새 기사의 눈앞에 서 있었다.

“헉! 어, 언제 갑자기……!”

기사는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지만 요한은 아랑곳 않고 로이드에 대해 물었다.

“방금 로이드라고 했냐? 로이드 풀 포스트?”

“네놈! 감히 도적 따위가 총관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올리…….”

콰작!

요한은 더 이상 기사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땅에 박아 버렸다. 그러자 기사의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 나면서 뇌수와 두개골 조각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흐억! 쏴, 쏴라!”

그 모습에 잔뜩 겁을 먹고 있던 궁병들은 요한을 향해 크로스보우를 집중 사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거리에서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나 죽이지 못하더라도 치명상 정도는 기대했던 병사들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났을 뿐이었다.

스륵, 스륵, 스륵, 스륵…….

“바, 방금 뭐야?”

“갑자기 볼트가…….”

병사들이 쏜 볼트는 요한의 근처에서 마치 공간 속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고요한 호수 위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잔잔한 파문만을 남긴 채.

이것이 제로스의 망토 2단계 형태, 아이기스의 방패였다.

하나 제로스의 망토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슈슈슈슈슉!

“커헉!”

“크아악!”

“뭐야? 어디서 누가 쏜 거야!”

“저, 저기……!”

한 병사가 요한을 가리켰다. 볼트는 그의 주변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볼트가 쏘아진 자리에선 은빛 파문이 일렁였다.

이것이 바로 제로스의 망토 3단계, 아펠로의 창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제로스의 망토를 소유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단순한 아공간 창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공간 창고는 엄밀히 따지면 보조 기능에 지나지 않았다.

제로스의 망토는 본래 마도 문명 시대에 개발된 대(對)원거리전 전용 방어구이자 반격 무구였으니까.

원거리 공격이라면 화살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 마법까지 흡수했기에 그 효율성은 매우 뛰어났다.

오죽했으면 당시에도 매지션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시 헥토르는 내 번개의 화살을 수십 발 정도 이 망토에 충전해서 다녔지. 아이기스의 방패는 흡수한 원거리 공격의 위력을 그대로 저장해 두었다가 아펠로의 창으로 사출하는 게 가능했으니까.’

이 개사기적인 능력 때문에 만약 요한이 헥토르와 직접 싸울 수 있었다고 해도 그의 가장 큰 무기인 활은 봉인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이 사기적인 능력은 원거리 공격에 한했다. 아이기스의 방패는 흡수와 사출을 동시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거리에서 검이나 창을 휘둘러 공격한다 한들, 아이기스의 방패에 흡수되어 방어는 가능해도 반격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검이나 창은 손으로 빼 버리기 때문에 사출할 병기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한편 사출된 볼트에 당한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살아남은 병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그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기사는 요한의 손에 머리가 박살 나 죽은 지 오래였다.

“나, 난 도망칠래!”

“나도!”

결국 통솔력을 잃은 병사들은 한 명이 먼저 도망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부리나케 도주를 선택했다.

그와 반대로 술레이만의 동료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긴 했어도 다행히 대부분 살아남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은 술레이만의 상태가 걱정되었는지 다급하게 술레이만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직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놈들 있지?”

“그, 그렇소만 당신은…….”

“난 따로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거든.”

그들의 눈에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그래도 요한이 병사들을 건드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것이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일은 따로 있었다.

요한은 대충 눈에 보이는 녀석에게 술레이만을 넘겨준 뒤 저 멀리 보이는 영주성을 돌아보며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그래, 로이드 그 녀석의 돈줄이 어딘가 했더니 바로 여기였다는 말이지?’

로이드는 헥토르의 부하이자 상인이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곧 헥토르의 군자금 중 일부가 되었고 많은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그 군자금의 출처는 비밀이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 숨어서 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자, 그럼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이나 한번 보러 갈까?’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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