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79화 (79/150)

79. 암흑신의 의식

푹!

“커헉!”

요한은 로이드의 아랫배에 관수를 찔러 넣어 뇌전의 마나를 흘려 넣었다.

그러자 뇌전의 마나에 쫓기듯 녀석의 아랫배에 응축되어 있던 마나들이 바닷물에 모래알이 씻겨 나가듯 빠른 속도로 흩어져 버렸다.

“……!”

녀석은 두 눈을 부릅뜨며 요한의 눈을 노려보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마나를 뺏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탓이다.

요한은 녀석의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는 뇌전의 마나를 조금씩 흘리면서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말해 봐. 헥토르가 가진 암흑의 마나란 게 정확히 뭐지?”

“…….”

로이드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헥토르가 그 힘을 가지기 위해 의식을 진행 중이란 사실은 일부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극비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로이드의 눈살이 살짝 좁아졌다.

‘잠깐, 뭐지? 방금 이 자의 말은 뭔가 어색했다. 헥토르 전하께서 가진 암흑의 마나라고? 전하께서 그 힘을 손에 넣을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손에 넣으신 건 아닐 텐데 이자는 그 힘을 전하께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는 상대방의 정체가 더욱 의심스러웠지만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네놈이 내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이죽인 로이드가 요한을 비웃으며 혀를 씹어 자살을 결심한 순간.

파지지지지지직!

요한의 손을 타고 흘러들어온 뇌전의 마나가 로이드의 몸을 지지면서 그의 행동을 억제했다.

“얘기 했을 텐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네 멋대로 끝내려고 하면 안 되지. 안 그래?”

‘이건 설마……!’

자신의 몸을 강타하는 처음 겪는 고통에 로이드는 눈을 부릅떴다.

“역시 방계 황족이라 그런지 눈치가 빠르네. 네가 생각하는 그 힘이 맞을 거야. 그럼 내 허락이 있기 전까지 도망치는 것도, 죽는 것도 불가능하단 사실 역시 잘 알겠네. 그러니까 협조 좀 부탁할게.”

“전하도 그렇고, 우리들에 대해서도 잘 아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우리가 이깟 고문 따위에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 텐데. 헛수고를 하는구나. 멍청한 놈.”

“그래, 그럼 우리 서로 인내심 테스트로 가 볼까?”

파지지직!

요한은 조금씩 뇌전의 마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질거리는 느낌일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전신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오고 온몸이 불에 댄 것처럼 뜨거워지겠지. 이윽고 혈관을 타면서 수억, 수십억 마리의 개미 떼가 네 신경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까지 견디면…… 축하해. 그때 비로소 죽을 수 있을 테니까.”

“비유가 제법 생생하구나. 겁을 줄 생각이라면 실패했지만.”

“비유라기보다는 경험담이지. 매번 이 힘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거라 언젠가는 적응하겠지 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래도 뭐, 오래 겪다 보면 조금은 참을 만해지더라.”

로이드가 요한을 비웃자 요한이 어깨를 으쓱이며 이죽였다.

“첫 번째 질문. 헥토르가 가진 암흑의 마나란 건 대체 무슨 힘이지?”

“퉤!”

로이드는 대답 대신 요한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물론 침은 얼굴에 묻기도 전에 뇌전의 마나에 의해서 증발해 버렸지만.

요한은 개의치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 질문. 네놈이라면 분명 제국이 아니라 헥토르 개인에게 보내기 위한 자금을 따로 준비하고 있을 터. 그걸 어디다 숨겨 두었지?”

“병신 새끼, 차라리 죽여라.”

“세 번째. 혹시 이곳에서 활동하는 레지스탕스 중에 네놈의 첩자가 있나? 있다면 어떤 녀석들이지?”

“…….”

그제야 로이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심문이 이상하단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보통 고문을 동반한 심문이라 하면 질문을 던지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 고문을 가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한다.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그런데 요한의 심문은 어딘가 이상했다.

질문만 던질 뿐, 고문은 없었고 대답이 없어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건 마치 대답보다 질문 그 자체가 목적인 모양새가 아닌가? 대체 이게 무슨……?’

그 모습에 요한은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역시 임페리얼 섀도라 그런지 영 감 없고 멍청한 녀석은 아닌 모양이네. 그래도 이미 늦었지만.”

“그게 무슨……?”

“3년 의식이라……. 그렇군. 1년 의식만으로도 에페로칼 그 개새끼가 그랜드 오러 마스터에 이르렀는데 3년이라면 상상도 가지 않는 게 무리는 아니지. 황실기사단장직에 있는 헥토르는 처음부터 위장이었나? 하기야, 헥토르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접근할 수 있는 인물도 제한적일 테고,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면 헥토르의 사정을 모르지 않겠지. 뭐야, 말이 소드 아너지, 아예 헥토르를 밀어주기로 작정을 한 거였구먼. 치사한 새끼들.”

“……!”

그 순간 로이드가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포커페이스에 능한 그라고 할지라도 방금 요한이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의식을 바치는 암흑신이라는 놈에 대해서는 너도 별로 아는 게 없구나? 하기야, 제국에 개처럼 꼬리를 흔들었던 나도 모르는 존재를 너 같은 말단 방계 황족이 알 리가 없나.”

“네,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아…… 맞다.”

서걱.

그 순간, 요한이 수도를 휘두르자 로이드의 목이 깔끔하게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요한은 경악한 표정 그대로 땅을 구르는 녀석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필요 없으니까 죽어도 좋다는 말을 깜빡했네. 끙차!”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다시 돌아온 나노의 공을 치하했다.

‘고생했어, 나노. 덕분에 쉽게 갔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마스터.]

‘너한테나 별거 아니지. 다른 녀석들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걸.’

요한은 과거 헥토르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적들을 고문 없이 심문하여 원하는 답을 가져오는 걸 굉장히 신기해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헥토르가 독심술이라도 익혔나 싶었지만, 알고 보니 나노 크리에이터의 기능 중 하나였던 것이다.

‘설마 이런 기능이 숨어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나노 크리에이터가 대상의 코나 귀, 입 등을 통해 침투하여 뇌 속에 자리를 잡으면 준비는 끝난다.

그때 요한이 키워드를 던지면 해당 질문에 자극받은 뇌세포를 검색하여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것은 뇌세포를 자극하여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이었기에 대상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했다.

즉, 블랙이나 화이트 같은 비생명체가 아니면 거의 100% 확률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요한은 느긋하게 로이드의 방으로 향했다.

책이 꽂힌 서재와 난잡하게 어질러진 서류들을 제외하면 별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방이었지만 요한은 마치 자기 방처럼 익숙하게 벽난로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벽난로 위에 걸려 있던 그림을 지정된 각도로 기울인 후, 그 옆에 꽂혀 있던 촛대를 직각으로 꺾자…….

쿠구구구구궁…….

벽난로가 꺼지면서 감춰져 있던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횃불을 가지고 걸어 나간 비밀 통로의 끝에서 총관의 금고라고는 믿기 힘든 산처럼 쌓인 재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많이도 해 먹었네.’

“블랙.”

요한은 그림자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블랙을 소환하여 산처럼 쌓인 재물들을 제로스의 망토 속으로 옮겨 담기 시작했다.

어찌나 그 양이 많던지 블랙과 요한이 쉬지 않고 퍼 담았음에도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고, 이러다 허리가 먼저 나가겠네. 씨부럴 금괴들…….”

그렇다 보니 이제는 금은보화만 봐도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금화 같은 푼돈들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끙차.”

결국 빗자루로 쓸어 가며 바닥에 남은 은화 한 닢까지 깔끔하게 수거하는 요한이었다.

‘이 정도면 농담이 아니라 우리 크림포드 백작령 5년 치 예산은 거뜬하겠는데? 로이드 이 새끼는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해 먹은 거야? 하기야, 후작령 하나를 개박살 내서 돈만 끌어모을 수 있는 도시로 개조했는데 이 정도는 벌어야 수지타산이 맞으려나.’

물론 그 대가로 영지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영지는 기사회생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지만 로이드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겠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성을 나선 요한은 숙소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특히 주된 관점은 다름 아닌 ‘암흑신의 의식’에 대해서였다.

‘암흑신에게 의식이란 걸 바치면 무언가를 대가로 힘을 주지만 그 무언가에 대해서 로이드도 모르는 걸 보니까 직계 황족만의 비밀 같은데…….’

[과거 의식에 실패한 자들은 예외 없이 목숨을 잃었던 것으로 모아 의식의 매개체는 영혼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잖아. 영혼을 대가로 힘을 손에 넣는 것이라면 의식에 성공한 대제는 영혼을 주고 힘을 얻어야 하잖아? 그럼 힘을 얻어 봤자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무슨 의미가…….’

그 순간, 요한이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번뜩이며 스쳐 지나간 어떤 생각 때문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스터?]

‘처음부터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거야. 만약 의식을 통한 암흑신이란 것과의 거래가 영혼과 힘이 아니라 육체와 영혼이라면? 자신의 육체를 대가로 암흑신의 영혼을 몸에 받아들이는 거라면 말이 되지 않을까?’

[받아들이는 영혼을 버티지 못하면 목숨을 잃고, 반대로 영혼을 받아들이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 의식에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한 걸 거야. 천천히…… 조금씩 영혼을 받아들이면서 몸이 적응할 수 있게. 그러니까 육신은 그릇, 그 암흑의 마나란 건 받아들인 암흑신의 영혼에서 비롯되는 거겠지.’

암흑신이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신’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면 결코 만만한 존재는 아닐 터였다.

그러니까 1년의 의식을 통해 얻은 능력만으로도 능히 그랜드 오러 마스터에 필적하지.

‘그러니까 3년이면 최소한 아무리 낮게 잡아도 그랜드 오러 마스터의 세 배에 필적하는 능력이란 건데…….’

요한은 피식 실소가 터져 나왔다.

우스웠다. 그때 당시 자신은 헥토르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을…….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만큼은 그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착각했던 시절을 말이다.

‘그냥 놀이였던 거야. 그 녀석에게는…… 원소의 마나로 구성된 정예 부대를 만든 것도, 마자현을 자신의 호위 기사로 두었던 것도, 나를 친구처럼 대했던 것도…… 녀석에게는 단순한 유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거겠지.’

어째서 자신은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도 팽당한 것일까?

통일 제국에 충성을 바친 자신을…… 그대로 두었더라면 여전히 제국에 충성을 바치며 스스로의 능력을 온전히 제국에 바쳤을 것인데.

애초부터 있으나 마나였던 것이다. 일곱 가지 신기도, 자신도, 마자현도 모든 것이 놀이였고, 유희였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뇌전의 마나를 가진 자신은 조금 희귀한 장난감이었겠지. 그런데 그 장난감이 주제도 모르고 맞먹으려드니 처분한 것이고.

이제야 모든 톱니바퀴가 맞물려 가는 느낌이었다.

“끄끄끅!”

요한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자조 섞인 비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병신 새끼…….’

으드득……!

요한은 부서져라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그런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지옥불보다 뜨거운 분노와 수치심이라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