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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89화 (89/150)

89. 일곱 신기 획득!

인어 공주를 데리고 바다로 향한 요한은 먼 바다 수면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이쪽을 쳐다보는 수많은 인어족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공주님이다!”

“공주님께서 돌아오셨다!”

풍덩.

인어족들이 배 주변으로 몰려들자 요한은 수조에서 인어 공주를 꺼내 바닷속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어 주었다.

인어 공주를 조심스럽게 받아든 다르달로스는 인어 공주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요한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주님의 상태가 왜 이러신 거지?”

“그녀가 날뛰어서 수조를 부수지 못하도록 약물로 진정시킨 모양이더군. 안타깝지만 해독제는 구하지 못했다. 해당 약물의 해독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더라고.”

“……그런가.”

다르달로스는 깊이 잠들어 있는 공주를 향해서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약속했던 신물은?”

“그 전에 전하께서 그대를 신전으로 초대하고 싶다 전하셨소. 함께 가시겠소?”

“그래?”

‘아무래도 나에 대한 호감이 좀 생긴 모양이군.’

요한은 릴리안과 라거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같이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이곳에 와서는 하는 일이 기다리는 것뿐이구먼. 뭘 더 기다리라는 건지…….”

라거가 입술을 삐쭉 내밀며 툴툴 거리자 요한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 마. 조만간 이 지루함이 그리워질 정도로 정신없어 질 테니까. 마지막 여유를 최대한 만끽해 두라고.”

“그 말이 꼭 사실이었으면 좋겠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풍덩!

릴리안의 배웅을 받으며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다이빙한 요한은 다르달로스를 필두로 한 인어족 무리를 따라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요한과 인어족들의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금방 빛이 드는 해수면을 벗어나 빛이 들지 않는 심해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해수면에서는 무리 지어 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그보다 아래의 해저 지역에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많았다면 심해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

“왜, 무슨 문제 있어?”

요한은 자신을 힐끔힐끔 돌아보는 다르달로스에게 물었고 다르달로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문제가 없어서 놀라는 중이다.”

“싱겁기는.”

요한은 피식 웃어 넘겼지만 다르달로스의 놀람은 진짜였다.

인간이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건 둘째 치고 심해의 수업에도 아무렇지 않게 견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저건…….’

요한은 심해 깊숙이 내려가는 중에 작은 빛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더욱 강하고 선명해졌다.

그러다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요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호초가…… 빛나잖아?”

심해의 대지를 가득 채운 산호초, 그것들이 모두 발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하나의 빛은 눈부시다기보단 은은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빛을 뿜는 산호초들이 심해의 대지를 초원처럼 가득 채우고 있다 보니 심해의 어둠마저 몰아낼 수 있었다.

빛을 뿜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보니 해파리도…….”

심해를 둥둥 부유하는 해파리들 역시 산호초와 마찬가지로 빛을 뿜고 있었다.

이곳에는 해파리의 천적이 없는 것인지 수많은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며 산호초와 마찬가지로 심해를 밝히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다르달로스는 그런 요한의 표정을 읽고 그의 심정을 예상했는지 빛이 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발광 플랑크톤.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특이한 플랑크톤이다. 산호초는 발광 플랑크톤의 서식지다. 그리고 저 해파리들을 발광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가는 녀석들이지.”

‘그래서 산호초와 해파리가 빛을 뿜는 거구나.’

녀석들이 뿜어내는 빛 가운데 바닷속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신전과 신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인어족의 도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자체는 신전을 제외하면 원시적인 수준이었지만 심해라는 상황과 발광 플랑크톤 덕분에 굉장히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요한은 인어족 일행들과 함께 그 도시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수많은 인어족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신전에 도착한 요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다르달로스보다 족히 배는 더 거대한 체구를 가진 국왕 반카였다.

“일레이아!”

반카는 초점이 몽롱한 딸의 진짜 이름을 부르며 허겁지겁 그녀를 향해 헤엄쳤다.

“독이더냐?”

반카는 딸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르달로스에게 물었고 다르달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특수한 약물을 써서 공주님을 억지로 진정시킨 듯합니다. 알파의 얘기로는 자신들도 해독제가 없어서 서둘러 데려왔다더군요.”

“잘했네.”

반카는 요한을 비롯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딸의 손을 보듬어 쥐었다.

일레이아도 결코 작은 몸집은 아니었지만 반카와 그녀의 손을 비교하면 마치 어른이 갓 태어난 아이의 손을 보듬어 쥔 듯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우우우웅!

반카가 머리에 쓰고 있던 티아라에서 쪽빛이 터져 나오자 주변의 물의 마나들이 일렁이면서 일레이아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요한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게……!’

생명 에너지가 가장 충만하다고 알려진 물의 마나.

그중에서 생명 에너지만을 뽑아서 대상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신기가 바로 엘레노아의 티아라였다.

‘신마 시대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치유 마법, 저것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생명 에너지를 받아들인 일레이아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아바……마마……?”

“그, 그래! 우리 아가. 애비다! 애비를 알아보겠느냐?”

일레이아는 살풋 미소를 머금은 후에 다시 눈을 감았다.

“공주님!”

“괜찮다. 약에 취해 있던 시간이 길어서 체력이 바닥난 것뿐이니. 이대로 휴식을 취한다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다. 일레이아를 방으로 데려가거라.”

“예. 전하.”

반카는 딸을 시녀들에게 맡긴 후에야 요한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었다.

“그대가 알파라는 인간족 전사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허허, 인간이 맨몸으로 우리 전사들을 쓰러트린 것도 모자라 다르달로스와도 견주었다고 들었을 때는 무슨 농담인가 싶었네만…….”

반카 역시 왕이기 이전에 전사였다. 그것도 인어족 최강의 전사 말이다. 그의 눈에는 잘 갈무리된 요한의 기세가 확실히 보였다.

“이렇게 보니 착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겠군. 먼저 감사를 전하는 바일세. 내 보물을 상처 하나 없이 구해 준 그대의 공로는 그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 없을 것이야.”

“전하께서는 제가 밉지 않으십니까? 저는 공주님을 납치한 불한당과 같은 인간족이잖습니까.”

요한은 일부러 민감한 부분을 꼬집어 물었고 반카는 허허롭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어라고 다 흉포하고 무서운 게 아닌 것처럼, 인어족도, 인간족도…… 모두가 선하거나 모두가 악한 종자들은 없는 법일세. 우리가 그들의 배를 공격했던 건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공주를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일세. 그들의 항구를 찾아가 공주를 돌려 달라고 대화를 시도했더니 돌아오는 건 작살뿐이더군.”

“그들의 잘못을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파스칼의 국왕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 이유는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들어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요한은 다비드 국왕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 일레이아를 만난 것인지 반카에게 자신이 들은 바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군. 용서는 못 해도 납득은 갈만한 일이구먼. 형제와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참한 이후에 일레이아를 만났으니…….”

“전하께서는 공주님이 매혹의 저주를 타고나셨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반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더욱 공주를 억압하고 제지하였지. 하지만 그 일이 되레 공주를 망치고 말았네. 이번 일에는 다비드 국왕뿐만 아니라 내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네.”

“하오시면…….”

“우리 전사들은 더 이상 인간들의 배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네. 약속하지. 그리고…….”

반카는 머리에 쓰고 있던 티아라를 벗어 요한에게 건네주었다.

“약속했던 신물일세. 자네라면 이것을 선한 곳에 써 주리라 믿네.”

“반드시 약속드리겠습니다.”

요한은 반카에게 건네받은 티아라를 머리 위에 가볍게 올렸다.

[새로운 유물, 엘레노아의 티아라를 확인했습니다. 해당 시스템에 등록하시겠습니까?]

‘부탁할게.’

그렇게 엘레노아의 티아라도 나노 크리에이터와 하나로 융합되었다. 겉보기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확실히 티아라의 효과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네 혹시…… 뇌전의 마나를 다루지 않는가?”

“예? 그걸 어떻게……?”

“역시…….”

요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와 뇌전의 마나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뇌전의 마나를 끌어 올리는 즉시 바다에 방전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바닷속에서 싸울 때는 뇌전의 마나를 쓰지 않고 신기의 힘만으로 인어족을 상대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아바타라는 사실을 반카가 유추할 수 있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따라오게.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네.”

요한은 반카를 따라 유적 깊은 곳으로 향했다.

유적의 대부분은 인어족 왕가들이 사용하면서 편의에 맞게 바뀐 부분이 많았지만 반카를 따라가는 곳은 아직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면이 많았다.

“이곳일세.”

“…….”

요한은 반카가 가리킨 벽화를 쳐다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이유는 거대한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어딘가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때 봤던 환상 속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데. 근데 저건……?’

그란체스카와 싸우면서 심연에 빠져들었던 요한이 본 환상 속의 풍경과 벽화는 상당 부분이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나잖아?’

그림 속에서 번개를 휘두르며 악마들과 싸우는 이의 얼굴이 자신을 쏙 빼다 박은 것이었다.

현재 요한은 가면을 벗은 상태였다.

물속에서는 시야가 답답한 면도 있고 어차피 바닷속에서 그림자들을 걱정할 이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이게 어떻게……?”

“우리 선조들께서는 이 벽화가 미래를 예견한 그림이라 하더군.”

“미래를 예견했다고요?”

“그렇다네. 번개를 양손에 쥐고 휘두르는 사내는 그림 속에서도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그 발아래에는 무수한 피와 불길이 솟구치고 시체가 대지를 뒤덮었지. 마치 파멸을 한 폭에 담은 것 같은 이 벽화의 제목이 무엇인지 자네는 짐작할 수 있겠는가?”

“세계의 멸망…… 뭐, 이런 겁니까?”

요한의 자조섞인 대답에 반카는 고개를 저었다.

“구원자. 이 벽화의 제목은 ‘구원자’라네.”

“…….”

이 벽화를 도대체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구원이 될 수 있는지 요한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구원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얼굴을 한 저 새끼는 아니겠네요. 파멸자라면 또 모를까.”

“하하하! 그게 더 어울릴 법하군.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빛과 어둠이 표리일체인 것처럼 창조와 파멸 또한 그렇지 않을까? 기존의 것을 완전히 부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창조도…… 새로운 변화도 없다는 말일세.”

“그 말씀은…….”

“자네가 파멸자든 구원자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네. 자네는 자네의 뜻을 밀고 가게. 자네의 선한 영향력은 반드시 그 결과를 모두가 바라는 미래로 가져올 테니까. 난 그렇게 믿네.”

‘파멸자이면서 구원자가 돼라.’

요한은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난다.

단지 그뿐인 문제였으니까.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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