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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96화 (96/150)

96. 역습 개시

“늦지 않은 모양이군.”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요?”

수도 방위군을 이끌고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하이든과 하워드 부자였다.

“방위군은 역도들을 포위하라! 한 놈도 도망치는 놈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크들을 만나더라도 결코 적대하거나 경계하지 마라! 그들은 우리의 우군이다! 이를 어길 시, 군법으로 엄히 다스릴 것이다!”

지휘관들이 소리치며 병사들을 움직이는 사이, 하워드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향했다.

‘요한…….’

“미안하구나. 너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얘기해 줬어야 했는데.”

하이든이 곁으로 다가와 사과를 건네자 하워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버지. 얘기를 들어 보니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걸요. 게다가 요한의 말대로 녀석의 배려 덕분에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저기 크림포드 백작가가 있다!”

“왕국의 실세들이다! 놈들을 잡으면 이 상황을 단번에 역전할 수 있다!”

하이든과 하워드를 발견한 그림자들이 두 사람을 향해 기사들을 출진시켰다.

중무장한 기마대는 거침없이 지축을 울리며 대지를 내달렸다. 놈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이든과 하워드 단 두 사람의 목이었다.

“막아라!”

“커억!”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도 방위군을 모조리 도륙하고 짓밟으며 전진하는 기마대.

하워드와 하이든을 노리고 보낸 전력이다. 그 힘이 결코 만만할 리가 없었다.

전원이 소드 익스퍼트 이상의 기사들로 구성된 기마대는 현재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력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력 중 하나였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기마대는 병사들을 무참히 즈려밟으며 어느새 하이든과 하워드의 지척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하이든과 하워드 부자의 표정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조금도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응……?’

그 사실에 선두를 달리던 기마대의 기사가 뭔가 불길한 위화감을 감지한 순간.

화르륵! 콰아아아앙!

엄청난 불길이 솟구치면서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기마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적수를 모르고 목표를 향해 내달리던 기마대는 그렇게 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 나며 전멸하고 말았다.

기마대를 전멸시킨 당사자. 마자현은 하이든과 하워드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다 무사하십니까.”

“하하하! 자네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그러는 자네야말로 괜찮은가?”

“저는 괜찮습니다.”

마자현의 등 뒤로 타오르는 불기둥과 불 속에서 살라지고 있는 말과 인간이었던 것들의 육편들…….

그것을 고작 도(刀) 한 자루로 만들었다고 얘기한다면 그 누가 믿어 줄까?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가능하게 만든 마자현에게 하워드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 괜찮으니 이제 그만 자네의 주군 곁으로 돌아가게.”

“송구하지만 제 주군의 명은 두 분의 신변을 끝까지 지켜드리는 겁니다. 제 주군께서 직접 다른 명을 내리시기 전까지 제 임무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고집이 지금은 그저 고맙기만 하구먼. 하하하하!”

하이든은 웃으며 진심으로 마자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마자현이 두 사람을 보호하는 동안에도 수도 방위군의 압박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반역군을 몰아붙이는 군세가 있었으니…….

“전장이 우릴 부른다!”

“가자! 형제들이여!”

아우우우우우!

구르칸 산맥에서 내려온 오크 전사들의 선두를 달리는 이들은 다름 아닌 기랑대…… 검은 칼바람이었다.

궁합이 맞는 늑대를 찾은 전사들은 그날 이후로 훈련은 물론이고 먹고 자는 것까지 자신의 늑대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지금은 완벽하다 할 순 없었지만 어느 정도 늑대와 호흡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늑대를 타고 달리는 것도 힘들어 떨어지던 이들이, 지금은 한 손으로만 고삐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쥔 채 전력으로 내달리는 다이어 울프에 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우우우우우!

이히히힝……!

콰당!

“커억!”

“워, 워! 좀 진정해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평범한 늑대도 아닌 다이어 울프의 울음소리에 전마들이 본능적으로 격한 두려움을 느끼며 날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훈련받은 말들이라 전쟁과 피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본능을 자극하는 두려움 앞에서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건 기마대도 마찬가지였다.

오크들을 상대로 돌진하던 기마대의 말들이 억지로 멈춰 서다가 말의 다리가 부러져 넘어지거나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도망치는 말들도 있었던 것이다.

“저놈들 아주 겁을 제대로 집어먹었군!”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전부 쓸어버려!”

결국 대형이 무너지고 엉망진창이 된 기마대는 기랑대 앞에서 단순한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서걱! 촤아악!

기사들의 목은 오크 전사들이 베고, 다이어 울프는 철갑을 두른 기마대의 목을 철갑과 함께 통째로 물어뜯어 버렸다.

“뭐, 뭐야, 저건……! 늑대가 왜 저렇게 크냐고?”

“헉, 미친! 저건 평범한 늑대가 아니야! 다이어 울프다!”

기랑대가 접근하자 오크 전사들이 타고 있던 게 다이어 울프라는 사실을 알아본 병사들이 기겁했다.

다이어 울프는 한 마리만 있어도 수십 명의 일반 병사들이 달려들어야 잡을까 말까 한 몬스터였다.

그런 다이어 울프 위에 비슷한 전력을 가진 오크 전사가 타고 있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기랑대 대원 한 명이 수백 명의 병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랑대가 선두를 헤집고 파고들자 뒤를 따르던 오크 전사들도 무사히 전장을 들이치며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저 멀리서 가루칸과 라즈가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나서지 않는 건가?

라즈는 자신을 타고 있던 가루칸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러자 가루칸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크하하하! 숫자만 많을 뿐, 저런 잔챙이들은 우리 전사들만으로 충분하지. 내가 직접 나서고 싶을 정도로 뼈대 있는 놈들도 없는 것 같고. 게다가…….”

가루칸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요한에게 향했다. 그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저 친구거든.”

* * *

퉁.

콰르릉!

요한이 시위를 놓을 때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벽력을 터트리며 빛살과 같은 속도로 전장을 쇄도했다.

그것은 피하거나 막는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화살이었다.

빛살처럼 빠른 화살을 피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방패로 방어를 해도 방패와 함께 관통해 버렸으니까.

그렇다고 똑같이 화살로 응대해 봤자 제로스의 망토 때문에 되레 화살을 보충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돌격! 놈에게 화살은 통하지 않는다!”

“직접 가서 놈을 죽이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선택은 일점 돌파였다. 어차피 반역을 계획한 이들에게 남은 길은 죽음 아니면 벨로반 왕국을 정복하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조차도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블랙, 화이트. 새는 놈들을 잡아.”

무오오오오오!

아우우우우우!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블랙이 아다만티움 몽둥이를 휘두르며 전장을 질주했다. 녀석이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박살 난 병사들이 피와 내장, 육편 등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대체 뭐냐고, 이 괴물은!”

콰아앙!

평범한 창칼로는 블랙의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그에 반해서 블랙은 몽둥이뿐만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밟고, 뿔로 찌르는 모든 동작들이 일격필살로 이어졌다.

그것은 화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촤아아악! 후드드득…….

“괴, 괴물이다!”

“도망쳐!”

웨어울프로 변신한 화이트가 손톱을 휘두를 때마다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의 몸뚱이가 찢겨져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손톱에서 발출된 날카로운 검기가 기세를 잃지 않고 사방을 휩쓸며 뻗어 나간 것이다.

그렇게 1차적으로 요한의 화살이 병사들을 학살하고, 2차로 달려드는 병사들을 블랙과 화이트가 도륙하는 사이, 흘러나온 3차 병력이 요한에게 쇄도했다.

“놈이 코앞이다!”

“저놈만 죽이면 모든 게 끝난다!”

“돌격!”

지휘관들은 목에서 피를 토할 만큼 악다구니를 지르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병사들도 반란군에 가담한 자신들의 최후는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넘지 못할 산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촤르륵!

“저게 무슨…….”

“황금의…… 날개?”

요한의 등 뒤로 오리하르콘 무구들이 펼쳐졌다. 한데 그 모습이 마치 황금빛 날개를 펼친 것만 같아 순간 병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건 천사의 날개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것은…… 바라보고 있는 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사신의 날개에 더 가까웠으니까.

쒜에에엑!

나노에게 조종을 맡긴 오리하르콘 무구들이 접근하던 병사들에게 쇄도하여 빠르게 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무구 하나가 한 번 비행에 적게는 열댓 명에서 많게는 서른 명까지…… 그런 무구들이 총 스무 자루가 넘었다.

즉, 한 번 비행할 때마다 달려오는 병사 수백 명이 픽픽 쓰러져 나간다는 뜻이었다.

“히이익!”

“피, 피해라!”

블랙과 화이트를 간신히 피해서 간신히 살아남았나 싶었는데 이제는 유령처럼 저 혼자 날아다니는 무구들까지…….

“성문만 뚫으면 우리가 이긴다! 돌격하라!”

결국 병사들은 요한의 근처를 피해서 멀찍이 돌아 성문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성문만 뚫으면 된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쏴라! 반역도들의 몸뚱이에 바람구멍을 내주어라!”

“화살이다!”

어느새 성벽 위를 점령한 수도 방위군 병사들이 몰려드는 반역군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애초부터 수도를 지키는 데 특화된 외성이다. 이미 성벽 위에서 자리를 잡고 사격을 시작했다면 반역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화살을 버텨내며 돌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콰우우우우우!

“이번엔 또 뭐야?”

“돌풍?”

“돌풍이 아니라 화살이다!”

병사들의 경악에 찬 시선이 성벽 위로 향했다.

성벽 위, 가장 높은 망루 위에서 릴리안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몰려드는 반역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검게 변한 오른쪽 눈동자는 그들에 대한 환멸로 가득했다.

“동족마저 배신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

그들에 대한 경멸 어린 말을 차갑게 쏟아 낸 릴리안이 화살 하나를 다시 한번 날려 보냈다. 화살은 날아가면서 검은 돌풍을 휘감았다.

그리고 돌풍은 순식간에 병사들을 휩쓸며 그들을 산산히 부숴 버렸다. 한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내 살이……!”

“으아악!”

돌풍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았지만 그 영향권 안에 있었던 자들은 돌풍에 담긴 죽음의 마나 때문에 살이 썩고 피가 썩어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바람이 그치질 않는 전장의 한복판. 바람의 마나와 죽음의 마나가 함께 공존하는 이런 곳이야말로 릴리안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5만에 달했던 군세는 마치 물을 뿌린 소금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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