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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03화 (103/150)

103. 전장에서 창칼보다 중요한 것

“저것들은 무엇이냐? 설마 구르칸 산맥에서 내려온 놈들인가?”

“그럴 리가요. 현재는 번식기도 아니고 춘궁기도 아닌데 산에서 내려올 리가…….”

“애초에 구르칸 산맥에 저만한 미노타우로스와 웨어 울프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지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지휘관들이 갑작스러운 괴물들의 출현에 혼란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자 베니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옵니다!”

“선열은 방어 대형을 갖춰라! 후열은 선열을 받쳐 버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마!”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라!”

설마 여기서 미노타우로스와 웨어 울프가 나타나 자신들을 습격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뮤탄 왕국군은 기마대를 뒤로 물렸다.

기마대는 속도를 붙이기 이전에는 파괴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데다 지금은 제대로 전열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다가오는 괴물들을 확인한 지휘관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가 이내 경악에 찬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저, 저게 무슨…….”

“각하! 놈들이 무장을 했습니다!”

“…….”

으득……!

버나드데인은 주먹을 틀어쥐며 어금니를 꽉 다물었다. 평범한 몬스터가 무장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가끔 몬스터를 사냥하러 갔다 되레 당해서 죽은 용병이나 모험가들의 장비를 지능이 높은 몬스터들이 일부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몬스터들은 상황이 달랐다.

대관절 누가 미노타우로스의 체격에 맞는 갑옷을 입고 다닐 수 있겠는가? 심지어 한두 벌도 아니고 놈들 전체가 완전무장을 하고 있는데?

이건 어쩌다 주워 입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미노타우로스와 웨어 울프들에게 장비를 맞춰서 제작해 입혔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겁먹지 마! 애초에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온다!”

무오오오오오!

방패병들이 타워 실드로 세운 벽을 방파제라 치면, 미노타우로스 무리의 돌진은 거친 파도였다.

어지간하면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미쳐 날뛰는 파도가 방파제를 단숨에 허물어 버리면서 안쪽까지 침투에 성공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미노타우로스가 힘껏 휘두르는 양손 도끼와 양손 망치가 타워 실드를 산산이 깨부수는 동안 돌진을 막기 위해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웠던 창들은 미노타우로스의 몸을 찔렀다.

하지만 허사였다. 창은 녀석들이 입고 있는 두꺼운 철갑옷에 막혀 부러졌기 때문이다.

설령 운 좋게 관통한다 해도 이미 위력을 모두 잃은 상태라 녀석들의 질기고 단단한 가죽에 막혀 부상은커녕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선열이 완벽하게 박살 나 버린 것이다.

“크아아악!”

“선열이 뚫렸다!”

“모두 난전에 대비해!”

뒤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각오를 다지는 사이, 미노타우로스들의 뒤를 따랐던 웨어 울프들이 뮤탄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우우우우우!

촤아악! 촤악!

웨어 울프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웨어 울프를 처음 보는 병사들이 보기에는 더욱 그러했다.

“허억…… 허억……!”

뮤탄의 병사 콜은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인간과 늑대를 교묘하게 합친 것 같은 몬스터가 움직일 때마다 동료 병사들의 사지가 눈앞에서 찢겨 날아갔다.

“으아아아!”

어떻게든 돕고 싶어서, 구하고 싶어서 창을 휘두르는데…… 놈들의 움직임은 자신의 눈으로 쫓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뭔가 휙휙 지나갈 때마다 인간의 찢겨진 내장과 사지가 허공을 부유하다 떨어질 뿐, 웨어 울프 같은 건 볼 수조차 없었다.

“3인 1조로 대응해라! 사방을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말고 눈앞만 신경 쓰란 말이다!”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3인1조로 묶어 대응하기 시작하자 병사들의 집중력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웨어 울프들의 움직임을 조금씩 눈으로 쫓으며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챙!

“막았다!”

“줄라프!”

“알아! 이대로 놈의 모가지를…….”

서걱!

콜의 동료가 가까스로 자신에게 휘두른 웨어 울프의 손톱을 막는 순간, 콜이 다급하게 줄라프의 이름을 외쳤다.

지금 태세에서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줄라프가 자신 있게 대답하며 검을 휘두르는 순간, 목이 떨어진 쪽은 웨어 울프가 아닌 줄라프였다.

또 다른 웨어 울프가 나타나서 반격에 정신이 팔린 줄라프의 목을 그대로 떨어트려 버린 것이다.

“아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웨어 울프들의 움직임에 콜을 그제야 깨달았다. 서로 협력해서 싸우는 건 자신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애초에 웨어 울프를 개개인으로 상대가 가능한 것도 인간 기사들 정도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웨어 울프들이 인간들처럼 연계를 취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심지어 웨어 울프만 날뛰는 것도 아니다.

무오오오오오!

콰아앙!

웨어 울프처럼 연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애초부터 그런 건 미노타우로스들에게 필요가 없었다.

왜? 각 개체가 무시무시한 능력을 자랑했으니까.

병사들의 창도, 기사들의 검도, 미노타우로스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그나마 오러 비기너에 이른 오러 유저들의 오러 소드가 피해를 줄 수 있긴 했지만 그것도 매우 경미했다.

고작해야 철갑옷을 찢고, 가죽을 조금 베어 낼 수 있었던 정도? 물론 그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했지만…….

무오오!

“아, 안 돼…….”

무오오오오!

콰직!

오히려 미노타우로스의 성질만 건드려 가장 먼저 머리가 박살 나는 희생양이 될 뿐이었다.

“이거 이대로 뒀다간 애꿎은 병사들만 녹아나겠는데요? 총사령관님.”

베니스의 이죽임에 버나드데인의 인상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대업이 시작된 순간부터 두 사람은 동료라기보다 경쟁자에 더 가까웠다. 대륙 통일 사업에 누가 더 많은 공을 세우냐에 따라 보상도 달라진다.

따라서 지금 베니스의 이죽임은 그저 현황을 통보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힘을 빌리라는 무언의 협박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군이 당하고만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생각인가? 부사령관.”

“저야 현장에 총사령관님이 계실 동안에는 총사령관님의 명령만 받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까? 항렬까지 들먹이면서 그렇게 명령하신 분이 어디 사는 누구이셨더라?”

베니스가 지지 않고 대꾸하자 버나드데인의 마음속에서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베니스 이 빌어먹을 작자가……!’

‘그러기에 마음을 곱게 먹었어야지. 하여간 늙은이가 욕심만 많아 가지고.’

“후우…….”

버나드데인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깊이 내쉬며 명령을 내렸다.

“전군, 퇴각하라.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진군할 것이다.”

퇴각 명령을 내리는 버나드데인의 모습에 베니스는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곧 죽어도 지금 당장 자신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퇴각하라!”

“선열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퇴각하라!”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사령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퇴각을 알리는 깃발을 휘둘러 병사들에게 알렸다.

현장 지휘관들은 깃발 신호를 확인하고 병사들의 진형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지능이 높은 녀석들이군요.”

만약 이대로 흥분한 몬스터들이 퇴각하는 자신들을 쫓아 나왔다면 뒤에서 대기 중인 기마대로 곧장 역습을 가해 줄 생각이었다.

후방은 이곳보다 훨씬 더 길이 넓고 평탄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몬스터들 같은데…….”

“뒤에서 지휘하는 놈들이 있겠지요.”

“저런 놈들을 수족처럼 지휘할 수 있다고? 대체 어떤 놈이…….”

“모르죠. 하지만 내일은 분명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오늘이야 모르고 당했다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너무 낙심하지 마십시오, 총사령관 각하.”

사령관들과 지휘관들의 위로에 버나드데인은 내일을 기약하며 그렇게 뒤로 물러났다.

* * *

어느덧 해가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이 되었다.

지금 지치고 부상당한 병사들이 가장 바라는 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따뜻한 스프와 빵 한 조각뿐이었다.

때문에 취사병들도 구슬땀을 흘려 가며 저녁을 준비했다. 이들에게는 지금부터야말로 전쟁의 시작인 것이다.

그런데…….

“군량 창고 위치 파악 완료했고.”

취사병들이 분주하게 드나드는 군량 창고의 위치를 무려 하늘에서 파악하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요한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그가 씨익 미소를 그리는 순간, 제로스의 망토의 아공간 창고가 개방되었다.

제로스의 망토 제3의 능력인 아펠로의 창이 개방되자 그가 흡수했던 불화살들이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불화살들은 사전에 궁병들 수천 명이 전력을 다해서 미리 아이기스의 방패에 충전해 둔 바로 그 화살들이었다.

“응?”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배식소 앞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던 고참 병사들이었다. 노을이 지는 붉은 하늘 덕분에 처음부터 그것들을 발견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그것들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비가 내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질감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하늘이 맑은데 무슨 비가 내린다고…….’

“저거 뭐냐?”

“응, 뭐가?”

“저기 말이야. 하늘에서 뭐가 내리는 것 같은데?”

“이게 배고프다고 헛것을 보나…… 내리긴 뭐가 내린다고……. 응?”

그 순간, 동료가 손가락을 가리킨 하늘로 시선을 돌린 병사의 눈이 커졌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그것의 형상을 눈치챈 순간, 그의 얼굴을 경악으로 물들었다.

“부, 불이다! 불이 쏟아진다!”

“그게 무슨 헛소리…….”

슉슉슉슉슉슉!

화르륵……!

쏟아져 내린 불화살들은 대부분 군량이 보관되어 있던 천막 위로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천막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군량들까지 빠르게 옮겨 붙기 시작했다.

“불이다!”

“군량 창고에 불이 났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물 가져와!”

“어서 불을 끄란 말이다!”

막사에서 대기 중이던 지휘관들까지 나와 소리치자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이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슉……!

불화살의 빗줄기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불을 끄는 속도보다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를 지경이었다.

“틀렸습니다! 불을 끄는 것보다 번지는 게 더 빠릅니다!”

“이대로는 군량이 전부 타 버릴 겁니다!”

“젠장! 서둘러 사용 가능한 군량이라도 전부 꺼내 와! 더 늦기 전에 어서!”

하물며 하늘에서 불화살을 쏟아붓는 원흉을 막기는커녕 제대로 찾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이들이 대책 없이 당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데이슨 사령관님의 막사에도 불이 붙었다!”

“이런 젠장! 총사령관님의 막사에도 불이 붙었잖아?”

“뭘 가만히 보고 있어? 얼른 움직이란 말이다!”

게다가 사령관들의 막사도 노려서 일부러 불을 붙여 주니 소방 인력들이 나뉘면서 군량 창고의 화재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화재를 진압하긴 했지만 군량 창고는 전소한 후였고 대부분의 군량들이 모두 불에 타 재가 되어 버린 다음이었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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