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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28화 (128/150)

128. 벨로반 왕국 출전

북부 대륙이 로한 제국의 손에 의해 어느 정도 정벌이 끝나갈 무렵, 남부 대륙은 벨로반 왕국에 대응하기 위한 남부 대륙 연합군의 창설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우리는 뮤탄, 레반돌프, 존타나의 왕자들을 암살한 것도 모자라 해당 국가들을 정벌하여 식민지로 삼은 벨로반의 행태에 분개를 금치 못하는 바! 벨로반이 즉각 세 나라를 해방하고 배상을 지불하지 않으면 우리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벨로반 왕국에게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개소리는 전부 끝났고? 너 그렇게 똑같이 개소리하다 그 세 나라의 사산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알고 떠드는 거냐?”

“그게 무슨…….”

서걱!

포라드는 직접 연합군 사자의 목을 몸통과 분리시켜 주었다.

“그렇게 명분이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해. 어차피 그런 거야 목소리 큰 새끼들이 유리한 거 아냐.”

검을 기사에게 넘겨준 포라드의 말에 하이든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 아들 녀석도 그러더군요. 우리 백성,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으면 그깟 악마가 대수냐고…….”

“대공이? 풋! 그것 참 대공다운 얘기구먼.”

포라드는 왕좌에 앉아 다시 외쳤다.

“대공이 또다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주었네. 우리라고 언제까지 대공에게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않은가? 대공이 부재한 동안 우리도 대공에게 벨로반의 의지를 보여 주자고.”

“어명을 받듭니다!”

포라드의 어명이 떨어지자, 그렇지 않아도 서두르던 전쟁 준비에 박차가 가해졌다.

“요한은 계획대로 라마콘에서 70만 연합군의 발을 묶고 있는 중이라더구나. 아니 이제는 50만이라고 했던가?”

“역시 그 녀석이네요. 라마콘 쪽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서두르자꾸나. 아들과 동생에게 계속 밀리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래도 애비와 형의 체면이 있는데.”

“그러게요.”

하이든과 하워드도 그동안 축적한 재산을 십분 활용하여 병사들을 모집하고 그들이 사용할 장비와 군량, 군수품을 준비했다.

특히 그동안 하워드가 미리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크림포드 백작가에서만 무려 30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정병을 창출할 수 있었다.

다른 귀족들이 아무리 많아봐야 3~5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열 배에 달하는 병력인 것이다.

게다가 뮤탄, 존타나, 레반돌프에서 병력을 차출하여 긁어모으니 그 숫자만 무려 150만에 달하는 초대군이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이 150만을 모두 전선으로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나군요. 100만도 입이 벌어지는데 150만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누가 아니래요? 이게 다 전하와 카일 저하, 그리고 요한 대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누가 뭐래도 현 벨로반 왕국이 고금을 통틀어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하하!”

“그런데 이번 출정군의 총사령관은 누구입니까? 설마…….”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많은 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일이 직접 총사령관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물론 결단을 내린 사람은 카일 자신이었지만 그가 총사령관의 자리를 권유한 사람은 바로 요한이었다.

[벨로반의 위세가 커질수록 저하와 저를 비교하는 무리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 무리가 처음부터 찍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저하께서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 놓으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거기에 따른 위험부담도 커지겠지만요.]

‘대공, 그거 아나? 자네를 인정한 그 순간부터 나는 목숨을 걸지 않았던 적이 없었네. 내 그릇보다 큰 신하를 품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출전한다!”

그렇게 카일은 먼저 50만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진격을 시작했다.

* * *

벨로반군과 연합군이 마주친 장소는 뮤탄 왕국과 소노주 왕국 사이에 놓인 드넓은 광야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 광야를 카체스 광야라고 부르더이다.”

“카체스 광야?”

“이곳 원주민들의 방언이오. 뜻은 까마귀들의 땅이고.”

“크하하하! 그것 참 어울리는 이름이네. 아니, 잘 어울리는 이름이 되겠어.”

가루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드넓은 대지를 눈에 담았다. 사실 이 땅에 까마귀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가루칸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곧, 이곳에 수많은 까마귀들이 모여들어 시신을 쪼아 먹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평선 너머로 거뭇거뭇한 띠가 지평선을 조금씩 뒤덮는 모습이 보였다.

“연합군이 도착한 모양이군.”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을 대비하도록 하죠. 내일은 우리에게도 저쪽에게도 꽤나 긴 하루가 될 것 같으니까.”

카일의 명령대로 벨로반 군영은 든든하게 먹고 푹 쉬면서 행군으로 소비했던 체력을 빠르게 채웠다.

그것은 연합군도 마찬가지였다.

“야간 기습 없이 푹 쉬라는 말씀이십니까?”

“이 친구, 야전만 구르더니 이런 쪽에는 영 서툴구먼그래. 이런 수십만 단위의 총력전에서 야간 기습은 큰 의미가 없네. 사방이 탁 트인 이런 광야에서는 금세 발각될뿐더러 고작 몇 만으로 뛰어들었다간 말 그대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 될 뿐이니까.”

“물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푹 쉬라는 겁니다. 물론 기본적인 경계 근무는 확실히 서야겠지만.”

그렇게 양쪽 모두 마지막 안식을 취한 뒤, 해가 뜰 때 즈음에 정렬을 시작했다.

“긴말하지 않겠다. 우리가 패배하면 우리 조국도, 우리의 가족들도 모두 멸망한다. 너희들의 손으로 지키는 건 왕세자인 나도 아니고 우리의 왕도 아니다. 너희들의 가족! 친구! 연인이란 걸 명심하라! 너희는 지키기만 해라. 승리는 내가 안겨 주겠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카일의 짧은 연설에도 사기에 찬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기가 무섭게 연합군 측에서도 지지 않고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약속은 지켜 줄 거라 믿소. 카일 저하.”

“물론이오, 대족장. 오히려 내가 부탁드리겠소.”

카일의 대답에 가루칸은 씨익 웃으며 라즈와 함께 군의 최전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가루칸과 라즈를 따라서 검은 칼바람 부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부러 벨로반 기마대와도 거리를 두었다. 기마대와 너무 가까이 붙으면 아무리 훈련받은 전마라도 공포심에 통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이었다.

“워, 워……! 진정해라. 진정해.”

‘이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말들이 살기에 반응하는 건가?’

‘무리도 아니지. 뒷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도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말이야.’

‘저걸 앞에서 봐야 하는 연합군 놈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전군, 출전하라.”

뿌우우우우우우……!

웅혼한 뿔피리 소리가 광야에 울려 퍼지고, 마찬가지로 연합군 측에서도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두 진영의 대군이 서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둔해 보였던 속도도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다 마치 자석과 자석이 맞붙는 것처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양쪽의 속도는 더욱 더 빨라졌다.

“잠깐, 저건 뭐야?”

“오크들? 그런데 녀석들이 타고 있는 게 뭔가 이상한데?”

“느, 늑대다! 오크 놈들이 늑대를 타고 달려온다!”

“젠장, 다이어 울프를 길들여 타고 다니는 오크들에게 뮤탄이 당했다는 게 사실이었나!”

“쫄지 마! 기마대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

검은 칼바람 부대를 확인한 연합군의 기마대는 소문이 사실이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머릿수를 믿고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들은 마음을 다잡을지언정 말들은 그렇지 못했다.

히히히힝……!

푸르륵, 푸륵!

“이, 이게 왜 이래?”

“좀 진정해, 이 새끼야!”

“으아악!”

다이어 울프의 냄새와 모습을 확인한 말들은 필사적으로 투레질을 치며 도망치려 했다.

그렇게 전력으로 질주하던 말들이 갑자기 방향을 꺾으니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는 경우가 속출했다.

전력으로 달리던 말이 넘어지자 당연히 말에 타고 있던 기사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심지어 무거운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은 그 충격으로 목이 부러져 죽거나 최소 사지가 부러져 더 이상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젠장! 말들이 다이어 울프에 겁을 집어먹은 것 같습니다!”

“대장!”

연합군 측 기마대의 대장 델리는 부하들의 재촉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의 애마조차 통제를 벗어나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말이란 것은 온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다. 그걸 훈련시켜서 전쟁에서 써먹을 수 있게 만든 말이 전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을 혹독하게 시켜도 본능에 각인된 공포는 저항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생태계에서 미쳤다고 말이 다이어 울프에게 정면으로 달려가겠는가? 그 반대라면 모를까.

문제는 선두를 달리던 기마대원이 넘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를 따르던 기마대 역시 걸려서 넘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러다가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기마대가 전멸한다!’

델리는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전부 싸워 보지도 못한다! 모두 말을 천천히 멈춰 세워라!”

단번에 멈춰 세우면 자칫 앞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기마대원들은 델리의 명령에 따라 천천히 말을 멈춰 세웠다.

말들도 기수가 자신들을 멈춰 세우려 한다는 것을 알자 순응하며 조금씩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전원 하마한다!”

그렇게 말에서 내린 델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놀랍게도 자신이 탔던 애마의 목을 베는 것이었다.

서걱!

“무장한 전마가 날뛰면 아군에도 큰 피해가 생긴다! 모두 말의 목을 베라! 어서!”

델리의 말 그대로였다. 말이 멈췄다고 상황이 호전된 건 아니었으니까.

다이어 울프들과 오크들이 가까워질수록 말들은 더 거칠게 날뛰었고, 무게만 수백 킬로그램이 넘는 무장한 전마들이 날뛰면 그 자체로 아군에게는 지옥에 가까웠다.

“젠장!”

“이런 니미……!”

서걱! 촤악!

결국 기사들은 자신의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애마의 목을 베어야 했고…… 그제야 쓰러진 말들이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저놈들을 상대합니까?”

“……다.”

“네?”

“졌다고. 애초에 이번 기마전은 시작 전부터 진 싸움이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밖에 없지. 그래서 쫄리나?”

“그럴 리가요.”

델리와 기사들은 검을 뽑아들고 달려오는 기랑대를 향해 쇄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랑대와 충돌하는 순간.

크르르!

와득! 와작!

“커헉!”

“말을 버린 건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크하하하!”

“가자! 아군의 길을 터라!”

기사들은 검에 오러를 피워 올리며 덤벼들었다. 물론 오러 익스퍼트의 오러는 다이어 울프에게도 충분한 위협이 된다.

문제는 다이어 울프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러 익스퍼트의 기사들은 늑대의 등에 타고 있던 오크 전사들이 막아 주고, 그사이에 늑대들은 기사들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늑대가 검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사이에 오크 전사들이 기사들의 몸통을 반쪽으로 가르면 끝.

말을 잃은 기마대는 순식간에 붕괴하며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였다.

“네 녀석, 한가락 하는구나.”

“후욱, 후욱…….”

동료들이 모두 차가운 주검이 되어가는 가운데, 무려 다섯 기의 기랑대를 상대하면서도 동수를 유지하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델리였다.

퍼펙트 오러를 그 검에 피워 올린 채,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던 델리의 앞에 가루칸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델리가 가루칸을 마주한 순간…… 그는 자신의 죽음은 예감했다.

“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소?”

“마다할 이유가 없지. 오너라.”

그렇게 델리는 마지막 불꽃을 살랐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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