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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36화 (136/150)

136. 구르칸 산맥 방어전

슈슈슈슈슈슈슉!

마치 투창 다발과 같은 공격에 무소는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그가 타고 있던 잠자리는 그대로 넝마 조각이 되어 바닥에 추락하였다.

“그 빌어먹을 무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왜? 쫄리냐? 쫄려도 어쩔 수 없다. 넌 여기서 죽을 운명이니까.”

“쫄리기는, 그냥 더 귀찮아진 게 짜증 날 뿐이지.”

그 순간, 무소의 모습이 변화했다. 작은 아이의 껍질을 벗고 집채만 한 크기의 곤충이 된 것이다. 그 모습은 흡사 말벌과 사마귀, 장수풍뎅이를 하나로 합쳐 놓은 듯했다.

“그쪽이 훨씬 더 귀여운데? 꼬마야.”

-여유부릴 수 있는 것도 거기까지다. 가라!

무소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드워프들의 공격을 명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내 수하들을 막을 수 있는 놈은 저 녀석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충분히 마나를 소모시켜 놓고 천천히 잡아먹어 주마. 그 와중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더 좋고. 크크큭!’

무소는 녀석이 동료들을 버리고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만약 녀석이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마나를 모두 소비한다면 그때는 천천히 고통을 주며 먹어치우는 것이 무소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하압!”

강력한 기합과 함께 라거가 도끼를 휘두르자 눈밭에서 하이퍼리움의 꼬챙이가 다발로 튀어나오며 곤충들을 모두 꿰뚫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무소는 속으로 미소를 그렸다.

부하들이 당하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차피 부하들이야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양산이 가능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라거의 마나가 이제 바닥을 보일 거란 사실이었다.

‘그 정도로 저 신기를 휘둘러 댔으니 설령 마나의 축복을 받은 제 선조라 할지언정 마나가 고갈이 났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럼 천천히 요리를 시작해 볼까?’

무소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라거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했다.

그러나 무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라거가 요한으로부터 어떤 신물을 잠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지…….

-죽어라!

슈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무소가 지쳐서 고개를 숙인 듯 보인 라거의 목을 단숨에 내리쳤다. 무소는 그의 목이 떨어질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마귀의 앞발처럼 생긴 다리는 퍼펙트 오러조차 푸딩처럼 썰어버릴 수 있는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깡!

‘깡?’

어느새 하이퍼리움 실드가 그의 측면에 불쑥 솟아나와 라거를 보호했다. 아무리 자신의 앞발이라도 하이퍼리움을 베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마지막 발악이더냐? 추하구나! 날 더 짜증나게 만든 죄로 네놈을 산산 조각으로 찢어 죽여…….

“마지막 발악? 뭔 개소리야. 마지막은 너겠지.”

씨익.

“……!”

그 순간, 무소는 눈치챌 수 있었다. 너무나도 거대해서 차마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그것은 라거의 뒤에 고고히 서 있던 거인이었다.

전신이 하이퍼리움으로 만들어진 거인은 외견이 호로모스를 닮아 있었는데 녀석의 성질 더러운 눈빛이 그대로 재현되어 무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마나가 이 정도로 남아 있었다고……?’

“잘 가라. 벌레 새끼야.”

-아, 안…….

콰아아아앙!

힘껏 당겼던 거인의 주먹은 자비 없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운석처럼…….

쿠구구구구구구……!

다만 모양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위력도 운석 같아서 주먹이 틀어박힌 자리를 중심으로 일대에 큰 지진이 일어나 설원이 흔들렸다.

광물이 조직이 분해되고, 거인이 눈송이가 되어 다시 쏟아져 내리자 거인의 주먹이 틀어박혔던 자리를 모두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깊숙한 눈구덩이 속에서는 불을 아무리 비춰 봐도 무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 가루가 된 모양이군.”

“그럴 만도 하죠. 저는 진짜로 운석이 떨어진 줄 알았다니까요?”

“세상에…… 라거 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라거 만세! 푸거 대왕 만세!”

전사들이 호들갑을 떨며 승리를 자축하는 동안 푸거는 대자로 쓰러져 있던 동생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몸은 좀 괜찮냐?”

“당연히…… 괜찮을 리가 있나. 삭신이 다 쑤시는구먼.”

“그만한 일을 해내고 삭신이 쑤시는 정도로 끝난 거면 천만 다행이지. 아무튼 네 덕분에 모두가 살았다. 고맙다, 라거.”

라거는 형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짜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 우리를 구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은 따로 있소.”

“그게 무슨……. 아!”

푸거는 라거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들었지만 다른 사람은 그다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에 라거는 피식 웃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도끼와 자신이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외쳤다.

“다들 착각하지 말자! 분명 나와 형님이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나 이 자리의 진짜 공로자이자 숨은 은인은 따로 있다. 바로 이 타이탄의 도끼를 화산 깊숙한 곳에서 찾아 준 인간이자 이번 일을 예상하고 나에게 제반의 팔찌를 빌려준 바로 그 인간…… 이제는 요한 대공으로 불리는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요한 대공 만세! 요한 대공 만세!”

사실 요한은 쿠의 하수인들이 찾아올 거라 예상하고 라거에게 제반의 팔찌를 빌려준 것이 아니었다.

다만 북부 대륙 정벌을 마친 헥토르가 아인종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크 엘프로 각성한 릴리안보다 라거가 실력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 제반의 팔찌를 잠시 빌려준 것이었다.

마나를 빠르게 회복해 줄 수 있는 제반의 팔찌는 현재로써 요한에게 크게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타이탄의 도끼를 각성한 것은 순전히 라거의 의지와 노력 덕분이었으니…….

그렇게 요한의 안배와 라거의 노력이 훌륭한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 * *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로한 제국군은 남하를 시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벨로반 제국군도 군사들을 끌어 올려 북상을 시작했다.

양측이 합쳐서 400만이 넘어가는 대군이었고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하루에 들어가는 돈만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었지만 양쪽 모두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중앙 대륙의 기점이라 할 수 있는 무드산 평야를 중심으로 양측의 대군이 균형을 이루었다.

그사이, 소리 없는 침공은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가루칸 산맥을 통해서…….

“여기만 넘어가면 곧장 벨로반 제국의 심장부로 직진할 수 있다지?”

“흥! 제국은 무슨…… 땅덩이만 크면 다냐? 두고 봐. 그 오만한 새끼들, 내가 전부 갈아 마셔 줄 테니까.”

“퍽이나 잘도 그러겠다. 그런데…….”

가루칸 산맥을 점령하기 위해 파견된 로한 제국은 결사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쿠의 하수인으로 헥토르가 소환한 5인의 존재 중 한 명이었다.

“저기…… 라파람 님? 이렇게 정찰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어가도 될까요? 그러다 오크 놈들에게 걸리면 꽤나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우지끈 쿠웅!

라파람은 결사대 대장의 의견도 완전히 무시하며 그저 갈 길을 재촉했다.

마치 갈대를 치우는 것처럼 그저 손을 휘적거릴 뿐인데도 아름드리나무가 부러져 넘어가는 모습은 경악을 넘어 경이로움에 더 가까웠다.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이다. 사람 같은 건 손가락으로 잡아 찢어 버릴 수도 있겠어.’

“그냥 따라가죠. 이 이상 질문을 던져서 저분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별로 현명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고. 적이 나타나면 알아서 해 주시겠지.”

그들의 우려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오크 스카우터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라파람은 그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잠시 후…….

“어떤 우라질 놈들이 겁도 없이 구르칸 산맥을 함부로 기어들어 와?”

“이곳이 누구의 영토인지 알고 침범한 거냐, 지금?”

스카우터들의 보고를 받고 오크 전사들이 결사대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연히 그 선두에서 걷고 있던 라파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지끈…… 쿵!

라파람은 오크 전사들의 경고에도 아무 말 없이 그저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가 나무를 옆으로 치울 때마다 아름드리나무가 통째로 꺾여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은 오크들에게도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놈의 기운이…… 젠장,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조심해라.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야.”

“우리끼리 저 녀석을 막을 수 있을까?”

“막을 수 있을까가 아니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예라고 부를 수 있는 전사들은 이미 북쪽으로 떠난 지 오래다. 때문에 이곳에 남아 있는 전사들은 다소 자신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이동하던 라파람은 자연스럽게 오크 전사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그런데도 녀석은 전사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이게 우릴 무시해?”

“어디 언제까지 우릴 무시할 수 있나 보자!”

전사들은 무기를 빼 들고 라파람을 향해 합공을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큰 덩치와 근육이었지만 급소를 찌른다면 피해를 주지 못할 것도 없으리라 자신했다.

그런데…….

깡깡깡!

“이런……!”

“크윽!”

분명 오러로 강화되지도 않은 맨몸을 전력으로 후려쳤는데 몸뚱이는 멀쩡하고 휘두른 창칼은 박살이 나서 땅을 뒹굴었다.

그 순간.

턱.

“커억!”

“움톤!”

“놔! 그거 놓으라고, 이 괴물 새끼야!”

으드득…… 으득! 촤악!

라파람이 내뻗은 손에 잡힌 오크 전사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라파람의 손에 잡힌 오크 전사는 반으로 몸이 찢겨 사망했고 뒤이어 라파람의 손에 붙잡힌 또 다른 오크 전사 역시 운명을 같이했다.

그에게 있어 오크 전사들은 귓가를 앵앵거리는 모기 정도의 존재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젠장!”

“하다못해 놈의 발목이라도 잡고 막아!”

만약 라파람이 향하는 곳이 다른 곳이었다면 오크 전사들도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승산 없는 전투에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파람이 향하는 곳은 의심할 여지없는 오크 부락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벨로반 제국이었다.

여기서 자신들이 막지 못하면 무드산 평야의 결전과는 상관없이 벨로반 제국의 패배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오크들에게 짜증이 났던 것일까? 라파람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아지며 그가 중얼거렸다.

“꺼져라. 귀찮은 놈들.”

쾅!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 불러일으킨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녀석이 휘두른 주먹 한 방에 인근의 나무들이 모두 꺾여 나가고 바위들은 전부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당연히 접근하던 오크들도 무사하지…….

“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 있지?”

“자, 잠깐! 저분은……!”

오크 전사들은 자신들이 살아 있음에 안도하기보다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을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다. 그 사람은 결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어허, 이 근육 돼지 놈이 선물을 챙겨 오지는 못할망정 남의 땅에서 함부로 행패를 부리나? 아주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 놔야 할 친구로구먼, 이거.”

“…….”

라파람의 눈매가 더욱 좁아졌다. 자신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아 낸 오크 전사의 출현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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