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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37화 (137/150)

137. 대족장의 주먹

“라즈, 다른 녀석들을 맡겨도 괜찮겠냐?”

“물론.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너는 그 고깃덩어리나 신경 써.”

“걱정 마, 자식아. 이런 녀석,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니까.”

오러 마스터급의 다이어 울프, 라즈를 중심으로 다른 전사들이 힘을 모은다면 결사대를 막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이 녀석인데…….’

라즈에게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방금 전에 주먹을 한 번 받아 본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자칫 방심했다가 순식간에 당할 수 있는 건 자신일 수도 있겠다고.

물론 그것은 라파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귀찮은 녀석. 죽어라.”

훙!

라파람은 방금 전보다 주먹에 더욱 위력을 실어 가루칸에게 내질렀지만 가루칸은 오히려 녀석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녀석의 주먹을 피하더니 그대로 팔을 뱀처럼 휘감아 몸을 돌리면서 그대로 허리를 튕겼다.

툭.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라파람의 거구가 훌쩍 거대한 궤적을 그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등부터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라파람이 떨어져 내리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일대가 흔들리자 그의 몸뚱이가 땅에 깊이 박혔다.

박힌 자리를 중심으로 균열이 발생하면서 주변 수십 미터의 땅거죽이 거미줄처럼 갈라지기까지 했다.

‘이런 미친…….’

가루칸은 속으로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업어치기는 자신의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기술로 순수하게 녀석의 주먹질을 제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려준 것일 뿐이다.

즉, 단순한 주먹질 한 방에 산맥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는 뜻이었다.

‘스쳐도 사망이군, 이건.’

그러나 그만한 충격을 받고도 라파람은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더니 가볍게 머리를 두어 번 흔들 뿐이었다.

“요상한 기술을 쓰는군. 그러고 보니 여기와 다른 대륙에서 그것과 비슷한 기술을 쓰는 약골들을 본 적이 있다.”

“무공이라고, 나도 최근에 아는 친구 녀석에게 배운 거거든. 너 같은 녀석을 가지고 놀 때 딱 좋은 기술이지.”

“그런가? 그럼 힘내라.”

라파람은 오히려 카루칸을 응원했고, 가루칸은 라파람의 응원에 표정을 굳히며 이어질 녀석의 공격에 대비했다.

녀석의 응원은 이죽거림이 아니라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훙!

‘방금 전보다 더 빨라졌다!’

자신의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가루칸에게 달라붙는 라파람의 움직임은 한층 더 빨라져 있었다.

훙훙훙!

가볍게 날아온 잽 세 발을 재빠르게 피해낸 가루칸이 녀석의 몸을 파고들면서 일장을 날렸다.

[커헉! 뭐냐, 이건?]

[발경의 상위 개념인 통경이라는 무공이다. 몸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되어 있는 인간이나 생물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지. 설령 근육 덩어리의 너 같은 녀석이라도 말이다.]

‘먹어라!’

쩌엉!

마자현이 가르쳐 준 대로 오러를 담은 일장은 손바닥을 벗어나 라파람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하여 뒤로 빠져나왔다.

완벽한 통경이었다.

하지만…….

훙훙훙!

“이크!”

녀석은 통경을 제대로 맞고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는지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마 실패한 건가? 아닌데, 분명 느낌은 확실하게 성공했는데……!’

자신조차 통경 한 방에 무릎을 꿇었었다. 그런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에 가루칸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쩌엉! 쩌엉! 쩌엉!

결국 기회를 봐서 몇 번의 통경을 더 박아 넣었지만 녀석은 맞을 때만 살짝 움찔할 뿐, 아무렇지 않게 반격을 시도했다.

‘이런 씨부럴……!’

오히려 통경을 맞을수록 녀석은 상대의 강함을 인정한다는 뜻인지 뭔지 조금씩 스피드와 파워가 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에 꽤나 높은 집중력과 마나 컨트롤을 요구하는 통경을 더 이상 지금까지처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마자현에게 배운 무공들은 많다.

특히, 강권에 매우 강한 가루칸의 특성상, 유술 쪽에는 크게 재주가 없었기 때문에 마자현 역시 그와 대련하면서 유술 쪽에 대한 무공을 꼼꼼히 가르친 바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싸우는 중에 잠깐 틈이 날 때마다 가루칸을 확인하던 오크 전사들의 눈에는 신기함이 엿보였다.

“대족장이 저렇게 싸우는 건 처음 보지 않냐?”

“그러게. 무슨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신기하네. 정작 저 무식한 괴물 녀석은 손도 발도 못 쓰는 것 같잖아. 안 그래?”

그들이 보기에 대족장의 전투 스타일은 기존에 그들이 알던 것과 다르게 마치 춤추는 듯 흐느적거리는 게 전부였다.

한데 그것만으로도 상대하는 라파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훙! 휘릭…… 콰아앙!

공격은 거의 대부분이 빗나가고, 오히려 자신의 힘에 이용당해 땅에 처박히거나 바위나 나무를 부수며 날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까.

하지만…….

“안 되겠어. 이러다간 내가 지겠다.”

분명 자신이 날려 보내 놓고도 가루칸은 녀석이 날아간 자리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나 다를까, 라파람은 고개를 우두둑 우두둑 꺾으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쉽군. 조금만 더 잔재주를 부렸다면 네놈의 모가지를 부러트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예감이 들더라고. 역시, 이런 재밌는 싸움에 나답지 않은 짓을 하는 건 아깝지. 안 그러냐, 근육 돼지?”

아무리 배움이 뛰어나도 가루칸과 마자현은 다르다. 몸에 익지 않은 기술로 임기응변을 해 봤자 라파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주먹을 말아 쥐고 팔을 늘어트린 채 서 있는 가루칸을 향해 라파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설마 벌써 포기한 건가?”

“그래, 내 힘만으로는 네 녀석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겠더라.”

“아쉽군. 좀 더 근성이 있는 녀석인 줄 알았거늘.”

대답을 마친 라파람은 곧바로 가루칸을 향해 쇄도했다. 녀석은 자신의 주먹을 가루칸의 머리에 꽂아 넣으면서 진심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은 항상 일찍 고장이 나 버리는군. 이 산맥 너머에는 좀 더 쓸 만한 장난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퍼억!

“……!”

“오, 너도 눈 크게 뜰 줄 아는구나? 난 워낙 작아서 눈도 근육에 파묻힌 줄 알았지.”

라파람의 주먹을 얼굴에 제대로 맞고도 가루칸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물론 입가로 피 한 줄기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라파람이 예상했던 결과에 비하면 피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머리를 터트리고도 남을 위력으로 쳤는데…… 대미지가 없다고?’

“네놈…… 싸움을 포기한 게 아니었나?”

“싸움을 포기해? 아, 그래서 그렇게 당황한 거구나. 내가 미쳤냐? 이 싸움을 포기하게. 포기한 건 내 자존심이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아무래도 내 힘만으로 네 녀석을 이기는 건 힘들 거라고 인정했거든.”

흠칫!

그 순간, 라파람의 시선이 가루칸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미증유의 거력이 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가루칸의 근육이 한층 더 크게 부풀면서 그가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이빨 꽉 깨물어라. 지금부터는 네놈이 처맞을 시간이니까.”

후웅…… 콰앙!

한껏 당겼던 가루칸의 주먹이 고무줄처럼 튕겨져 그대로 라파람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그러자 그동안 전혀 대미지를 받지 않았던 라파람이 비척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당황하는 라파람의 두 눈에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리는 가루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쉭쉭, 퍽퍽퍽!

몸을 위빙하며 빠르게 파고든 가루칸이 세 방의 잽을 정확히 라파람의 얼굴에 박아 넣으며 녀석의 시야와 집중을 흐렸다.

쩌엉!

그와 동시에 상대방과의 거리를 확인한 가루칸의 스트레이트가 통렬하게 녀석의 안면에 틀어박히자 녀석은 세 걸음을 더 뒤로 물러섰다.

‘확실히 대미지가 있다!’

하지만 라파람도 이대로 당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듯이 주먹을 휘둘러 가루칸을 위협했다.

가루칸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라파람의 주먹을 피하며 녀석의 목을 두 팔로 억세게 감싸 쥐더니 그대로 끌어당기며 무릎을 차올렸다.

쩌엉! 쩌엉!

“크아악!”

라파람의 머리에서는 마치 바위가 터져 나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고통을 참지 못한 라파람이 억지로 손아귀를 뿌리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가루칸은 그런 라파람을 일부러 해방시켜 주며 빈틈투성이인 녀석의 몸뚱이에 깔끔한 훅을 박아 넣었다.

“젠장, 젠장, 젠장! 고작 해 봐야 장난감 주제에……!”

“지금은 네가 장난감 같은데? 근육 돼지.”

“크아아아악!”

라파람의 특성은 충격 흡수와 충격 증폭이다. 자신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여 대미지를 최소화시키고 반대로 자신이 주는 충격은 몇 배로 증폭시켜 엄청난 힘을 뿜어낸다.

단순하지만 막강한 두 가지의 특성 덕분에 라파람은 쿠의 다섯 하수인 중에서도 세 번째의 강함을 자랑했다.

그런데 지금…… 충격 흡수는 거의 한계치에 달했으며 충격 증폭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가루칸의 맹공에 정신을 차리기도 버거웠던 것이다.

그러다 가끔 기회가 생겨서 반격을 시도하면 처음 보여 주었던 무공을 사용해서 자신의 힘을 흘리거나 역으로 자신의 힘에 더해 가루칸 본인의 힘까지 실어서 되돌려 주었다.

콰아앙!

“커헉……!”

그 고통은 끔찍했다. 고통이란 감각에 익숙치않은 라파람이었기에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지도 몰랐다.

결국 라파람은 무릎을 꿇었지만 녀석의 입가에는 오히려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좋다. 내 패배를 인정하지. 하지만 네놈도 결코 승리하진 못할 것이다.”

“뭐라는 거야, 이 돼지 새끼가? 신소리 하지 말고 곱게 죽어라.”

가루칸이 쓰러진 녀석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라파람은 가루칸을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특성 중 하나는 충격 흡수다. 그럼 흡수한 충격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그게 무슨……?”

그 순간, 가루칸은 녀석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자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도망쳐!”

“늦었다. 멍청한 놈……! 크크큭!”

콰아아아아앙!

“늦기는 개뿔이……!”

‘젠장, 역시 남은 건 그것밖에 없나…….’

가루칸은 자신의 오른 주먹에 모든 오러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외부의 마나와 공명하여 팔 근처의 마나들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오른팔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거대한 와류가 발생하였다.

‘팔이 찢겨져 나갈 것 같다!’

훈련은 해 왔어도 실전에서 처음 쓰는 무공인 탓에 가루칸은 팔이 찢겨 나가는 듯한 격통을 느꼈지만 참아 냈다.

여기서 자신이 포기하면 자신과 이곳에 있는 전사들은 물론이고 자칫 산맥에 살고 있는 오크족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판사판이다! 이거나 먹어라!”

콰우우우우우우우!

준비가 끝나자 가루칸은 하늘을 향해 번쩍 주먹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그의 팔을 휘감은 와류가 폭발까지 잡아당기면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을 한 번 만들어 주자 뒤이은 폭발까지 전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갔다. 그 모습이 마치 빛의 기둥이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듯 보였다.

“후욱, 후욱…….”

“대족장 님!”

“괘, 괜찮으십니까?”

“너희들 눈에는 이게 괜찮은 걸로 보이냐?”

폭발이 무사히 사라지자 허겁지겁 달려온 전사들에게 가루칸은 새까맣게 탄 자신의 오른팔을 들이밀며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가자. 좀 쉬어야겠다.”

“예!”

“어서 대족장님을 모셔라!”

결사대마저 전사들의 손에 전멸했으니 더 이상 구르칸 산맥을 위협할 무리는 남아 있지 않았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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