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40화 (140/150)

140. 융합체

-경고, 경고, 융합 실패 확률 67%. 융합을 해제하시겠습니까?

‘속행한다.’

블랙과 화이트에 내재된 경고 시스템이 융합 해제를 적극 권장했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융합을 속행했다.

자신들의 지상 과제는 마스터인 요한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 명령을 수행하는데 지금의 상태로는 가능성이 0%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파지직! 파직!

“……저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

알렉스 역시 융합 중인 두 호문쿨루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에너지를 느끼며 인상을 굳혔다.

팟!

서둘러 저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본능이 그를 움직였다.

‘뭘 하든 내가 먼저 처리하면 그뿐!’

알렉스는 빠르게 접근하여 융합중인 블랙과 화이트를 공격했다. 두 녀석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든 앱솔루트 오러라면 충분히 그것을 저지할 능력이 있다 믿고서.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건 정답이었다.

하지만…….

콰아앙!

융합 중인 빛과 어둠 속에서 불쑥 무언가가 튀어나와 알렉스의 검을 그대로 쳐냈다. 그건 다름 아닌 인간의 팔이었다.

‘앱솔루트 오러를 그대로 쳐냈다고?’

팟.

“무슨 일인가?”

그 순간 알렉스의 동료, 데포르쥬가 그의 곁으로 순식간에 날아왔다. 그 역시 그랜드 오러 마스터의 강자로 황금사자 기사단과 비견되는 검은용 기사단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그가 알렉스의 곁으로 쏜살같이 날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던 탓이다.

“아무래도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것 같다.”

“흐음…….”

그 순간, 빛과 어둠이 사그라들며 그 속에서 남성체를 가진 호문쿨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과 화이트에 비하면 체구는 작지만 온통 새까만 피부에 새하얀 회로 같은 문신을 전신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질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융합체의 몸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에너지였다.

‘방금 두 녀석이 합체한 건가?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그 둘을 합한 것보다 곱절은 더 강하다!’

알렉스는 반사적으로 턱을 훔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흘리고 있었던 것은 명백한 식은땀이었던 것이다.

“검은용 기사단은 이곳으로 집결하라!”

데포르쥬도 같은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자신의 기사단을 이곳으로 집결시켰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많아 보이는군. 실례가 안 된다면 나도 껴 주겠나?

“저 녀석은…….”

알렉스와 데포르쥬는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나타난 가니온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소름끼치는 죽음의 마나만 봐도 상대가 절대 자신들의 아래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지 않는 불사의 군대까지…….

“아무래도 저 녀석은 우리가 맡아야 할 듯싶군. 괜찮겠나, 알렉스?”

“지금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시시한 걱정하지 말고 가서 저 죽다만 녀석이나 제대로 처리해.”

“무운을 빌지.”

그렇게 데포르쥬가 떠나자 알렉스는 다시 한 번 검을 꼬나 쥐며 융합체를 노려보았다. 융합체는 아직까지도 멍하니 서 있는 상태였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합체가 끝나지 않은 건가? 그럼 봐주지 않고……!’

고오오오……!

알렉스는 방금 전보다 더 강한 오러를 검에 실어 융합체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지우며 파고드는 그의 움직임과 한 번에 융합체의 목을 노리는 그의 검술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악!”

“뭐, 뭐야?”

휘두르는 검의 궤적을 따라 발생한 검풍이 휘몰아치며 뒤에 몰려 있던 벨로반 왕국 병사들 수십 명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단지 그조차도 검의 여력일 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위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데…….

텅! 콰콰콰콰쾅!

“……!”

융합체는 손을 들어 손목만으로 알렉스의 검을 받아 냈다.

터져 나온 검풍의 여력이 폭풍처럼 몰아닥쳐 뒤쪽으로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는데 융합체의 손목에는 흠집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경고. 에너지 상승률 제어 불가. 속히 융합을 해제하십시오. 경고. 에너지 상승률 제어 불가. 속히…….

“아무래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군.”

“뭐? 그게 무슨…….”

융합체는 말 대신 주먹을 말아 쥐어 내뻗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경악한 알렉스는 급히 검을 휘둘러 융합체의 주먹을 받았다.

하지만…….

쩌엉! 파지직, 파직!

융합체의 주먹을 보호하고 있는 건 의심할 여지없는 앱솔루트 오러였다. 앱솔루트 오러와 앱솔루트 오러가 충돌하자 강대한 에너지의 분류가 흘러넘치며 큰 폭발이 발생하였다.

“크윽……!”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알렉스는 뒤로 수십 미터나 멀리 날아갔지만 융합체는 아니었다. 오히려 날아가는 알렉스를 추격하며 맹공에 박차를 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융합체의 주먹이 소나기처럼 알렉스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그것을 거침없이 막아 내는 알렉스도 신기했지만 주변에서는 그걸 관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저, 저쪽으로는 접근하지 마라!”

“싸움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린다!”

오러 마스터급 기사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곳이었으니 병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랜드 오러 마스터의 전력을 다한 격돌에 앱솔루트 오러끼지 충돌하여 튀는 여력만 하더라도 수십 명의 병사들을 흔적도 없이 날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여력이 비 오듯 주변으로 쏟아지면서 일대를 초토화시키고 있었으니…….

“저건 뭐, 인간이 아니라 신들의 싸움이 따로 없군.”

“돕기는커녕 최대한 접근하지 않는 게 오히려 단장님을 돕는 일이겠어.”

“그런데 설마 단장님이 당하진 않겠지?”

“무슨 그런 헛소리를……!”

황금사자 기사단원들은 동료의 헛소리를 일갈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수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적어도 알렉스는 그런 기색이 확연하게 보였다. 그런데 융합체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공세에 더욱 더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이런!’

퍽!

순간 기력이 부족했던 알렉스가 융합체의 주먹 한 발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앱솔루트 오러를 갑옷에 둘러 방어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쿨럭!”

융합체의 펀치는 앱솔루트 오러를 뚫고 알렉스에게 내상을 입혔으며 눈을 부릅뜬 알렉스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호흡은 점점 더 빠르게 거칠어져 갔으며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탓에 체력을 빠르게 줄어들고 머리는 몽롱했다.

결국 허용하는 주먹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 갔다. 이윽고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알렉스는…….

‘그렇다면 같이 죽자. 이 괴물 놈아!’

“하압!”

쿠구구구구구……!

자신의 최대 절기를 사용하여 융합체를 공격하였다. 번쩍이는 앱솔루트 오러의 여력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며 일대의 돌조각들이 공중으로 비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슉. 쩌엉!

융합체는 허무하리만치 알렉스의 마지막 일격을 피하며 그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그 순간, 머리가 터진 알렉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 결국 자리에 쓰러졌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금사자 기사단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단장님!”

“정신 똑바로 차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이다!”

부단장이 동요하는 단원들의 정신을 억지로 몰아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부단장 자신도 이미 크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던 탓이다.

분명 초월적인 강자의 존재는 아군들의 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정적인 영향이든 말이다.

팟!

“노, 놈이 온다!”

“막아!”

융합체가 황금사자 기사단을 향해 달려들자 황금사자 기사단은 전력을 다해서 융합체를 막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어, 어째서…….”

퍼펙트 오러는 평소보다 힘이 없었고, 호흡은 거칠었으며 몸은 더 무겁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전쟁 때문에 체력이 벅찬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이 넘쳐흘렀으니까.

융합체가 달려들자 황금사자 기사단은 전력을 다해서 그를 막아섰다. 대여섯 명의 기사들이 합을 맞춰 필사적으로 융합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빈틈없이 급소를 노리는 육합 공격은 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어 보였다. 거기에 대한 융합체의 대답은 주먹이었다.

콰아앙!

“크아악!”

“커헉!”

그저 주먹 한 방을 휘두르는 것으로 여섯 명의 오러 마스터들을 날려 버리고 퍼펙트 오러를 분쇄하였다.

융합체 앞에서 오러 마스터로 구성된 황금사자 기사단은 늑대 앞에 양 떼들일 뿐이었다.

그들의 퍼펙트 오러는 융합체의 몸에 단 1센티미터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으며, 반대로 융합체의 주먹은 단 한 방에 두세 명의 오러 마스터들을 날려 버린 것이다.

결국 그들이 융합체 앞에서 제대로 힘을 못 쓴 이유가 ‘공포’ 때문이라고 인정한 것은 황금사자 기사단의 절반 이상이 순식간에 융합체에게 박살 난 후였다.

하지만…….

-듀얼 코어의 리미터를 초과하셨습니다. 시스템 다운까지 앞으로 5초. 4초. 3초. 2초. 1초. 시스템 다운. 시스템 다운…….

우우우웅…….

결국 한계를 초과한 융합체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고개를 떨구며 그대로 작동이 멈춰 버렸다.

“무, 무슨 일이지?”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이 괴물은?”

융합체의 작동이 멈추자 황금사자 기사단은 처음에야 당황했으나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그래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융합체를 보고 환희의 미소를 그렸다.

“괴물 놈이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모르니까 놈은 건드리지 말고 다른 녀석들을 처리해!”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융합체가 그저 아무 의미 없이 작동을 멈춘 게 아니라는 걸…….

슈팟, 서걱! 촤악!

2세대 웨어 울프가 적들의 움직임을 묶는 사이, 2세대 미노타우로스가 기사단에게 달려들었다.

기사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을 시도해 미노타우로스를 공격했지만 미노타우로스는 가볍게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애초에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만 전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실상 그들을 공격한 쪽은 다름 아닌 미끼인 줄 알았던 웨어 울프들이었다.

“커억!”

“뭐야? 이 녀석들! 움직임이 변했다!”

“마치 우리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피하는 것 같은데?”

“그게 말이…….”

황금사자 기사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세대 호문쿨루스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융합체가 자신의 마지막 전투 기록들을 그들에게 전송해 준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2세대 호문쿨루스들은 황금사자 기사단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었고 비교적 떨어지는 능력치를 그것으로 메울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융합체가 황금사자 기사단의 숫자를 대폭 줄여 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숫자가 적다 보니 구성할 수 있는 진형의 폭이나 안정성도 불안할 수밖에 없고 호문쿨루스들이 그 부분을 파고들자 이윽고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럴 리가…… 이건 말도…….”

촤악! 털썩…….

무패를 자랑하던 황금사자 기사단은 그렇게 차가운 대지에 쓸쓸하게 식어 가는 주검 중 하나가 되었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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