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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44화 (144/150)

144. 엘리멘탈 나이츠 전멸

엘리멘탈 나이츠는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만 남기고 기척을 감춰가며 빠르게 왕도를 질주했다.

건물에 몸을 숨겨가면서 단숨에 이동하는 그들의 솜씨는 시가전을 보통 훈련한 게 아닌 듯 보였다.

‘확실히…… 눈으로만 보면 방금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이네.’

도시는 여전히 조용했고 개미 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의 시위는 어김없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콰르릉!

요한이 시위를 놓는 순간, 순수한 뇌전의 화살 한 발이 공간을 꿰뚫고 날아갔다.

화살은 여느 여관의 천장과 바닥을 관통하더니 벽을 뚫고 날아가 그대로 그 뒤에 숨어 있던 기사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릉! 콰릉! 콰르릉!

요한은 사방을 훑어보며 빠르게 화살을 날렸고 그때마다 엘리멘탈 나이츠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어디에, 어떻게 숨든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요한의 화살은 귀신같이 적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 그들을 철저하게 사냥하였다.

‘저 귀신같은 놈! 기척을 죽일 수 있는 만큼 죽여도 소용이 없는 건가?’

‘젠장, 접근만 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러나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기사단이 넓게 퍼진 덕분에 요한이 그들을 일일이 사냥하다 보니 그들이 전멸할 때 즈음에는 기사단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사내가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슈슉…… 파파팟!

그는 요한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말없이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찼다.

메르페우스가 오러를 한계까지 불어 넣은 다리로 땅을 박차고, 벽을 차면서 한순간에 요한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이다.

쒜엑!

그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그의 검이 수백, 수백 개의 잔영을 만들며 각기 다른 검술로 사방에서 요한을 압박해 들어갔다.

물의 앱솔루트 오러를 통해 주변에 만개한 수분을 이용하여 수많은 잔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들 모두가 똑같은 물의 마나를 품고 있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눈이나 기감으로 구분할 방법도, 시간도 부족했다.

‘이걸로 끝이다!’

메르페우스는 자신의 공격이 먹힐 거라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한 역습이었고 이번 역습을 위해 엘리멘탈 나이츠의 거의 모든 단원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콰르릉!

순간, 요한의 몸에서 폭발한 어마어마한 위력의 펄스가 사방에서 덮쳐 오던 검들을 잔상과 실체의 구분 없이 전부 날려 버렸다.

거기에는 당연히 메르페우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그는 물의 마나를 끌어 올려 펄스에 저항한 덕분에 날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이…… 젠장!’

펄스의 직접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그 후유증인 마비는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길래 사자 아가리에 손을 집어넣을 때는 조심, 또 조심해야지.”

요한은 그대로 시위를 당겨 뇌전의 화살을 쏘았다. 코앞에 마비되어 있는 메르페우스를 쏴 죽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퍼엉!

화살에 직격당한 메르페우스의 몸뚱이가 터져 나갔다. 사람의 육신이 터져 나간 게 아니라 마치 안개가 터져 나가는 것처럼 사그라진 것이다.

‘환영? 물로 만든 환영인가?’

요한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자신의 펄스에 당해 몸이 마비당한 상태에서도 물의 마나를 이용해서 환술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꽤나 강한 녀석이군.’

그 사이, 마비를 이겨 낸 메르페우스가 다시 한 번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했던 방금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신중한 모습이 돋보였다.

‘같은 수가 두 번 통할 것 같지는 않군.’

이번에도 수많은 검들이 환영과 함께 동반되어 자신을 압박하자 요한은 미련 없이 눈을 감았다.

‘뭐지? 이건 목숨을 포기한 건가? 설마…….’

갑작스러운 요한의 기행에 깜짝 놀란 메르페우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했지만 그는 순식간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공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목숨을 포기했다면 자신은 그 목숨을 거두면 그뿐이기 때문이었다.

촤악!

‘됐다!’

그 순간, 메르페우스의 검이 궤적을 따라 물결을 일으키며 요한의 목을 베었다.

몸통과 분리 된 요한의 목이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메르페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금치 못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목이 떨어진 것 같은 잔상이 보였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요한은 그의 검을 피해 낸 것이다.

메르페우스는 아쉬움을 삼키며 금세 다시금 공세에 집중했다. 곧이어 물결 같은 그의 매끄러운 검술이 요한을 압박했다.

그러자 미련 없이 뒤쪽으로 몸을 날리는 요한. 그가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왕도의 도심지였다.

‘이런……!’

메르페우스는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요한을 놓치면 상황이 힘들어질 거란 사실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앗!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려 요한을 따라갔다. 물의 마나는 스피드에 특화된 마나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신형은 무서운 속도로 공간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했다. 뇌전의 마나를 그 다리에 싣고 내달리는 요한 앞에서 그의 속도는 비호 앞에 굼벵이와 같았다.

‘안 돼! 이대로는 놓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놓친 줄 알았던 요한이 버젓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왔냐? 너무 늦어서 한숨 잘 뻔했네.”

“이게 무슨 뜻이지? 네놈…….”

메르페우스는 악귀처럼 요한을 노려보며 말을 씹어 뱉었다. 그야 당연했다. 상대는 분명 자신을 피해 거리를 벌릴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상대는 궁사다. 거리를 벌리는 건 도망이 아니라 당연한 전략이었다.

그런데도 궁사가 검사인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자신감을 넘어 무시에 가까운 처사였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곱게는 죽지 못할 거다.”

“그러지 마라. 괜히 기대하게 되잖아.”

요한은 활을 아공간 창고에 넣어두고 검 한 자루 없이 맨몸으로 메르페우스의 앞에 섰다.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무구들도 전부 창고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팟!

그 순간, 메르페우스가 빠르게 달려들어 요한과의 거리를 좁혔다.

‘뭐야,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잖아, 이 아저씨.’

요한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의 공세에 대응했다. 분노에 가득 찼던 그의 경고와 다르게, 그의 검술은 하늘이 비치는 청명한 호수의 그것처럼 고요하고 담담했다.

‘빈틈 같은 건 기대조차 해서도 안 되겠군. 게다가 검술의 흐름이 가면 갈수록 강하고 견고해지잖아?’

메르페우스의 검술은 때론 몰아치는 파도가 되기도 하였고 때론 굽이치는 강물이 되기도 하였다.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자유로워서 검술을 읽고 파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앱솔루트 오러가 없어도 위력적인 검술에 앱솔루트 오러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아찔함이 배는 더 했다.

명실공히 지금까지 만난 상대 중에 최강의 인간이라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마자현과 좋은 승부가 됐겠어.’

그래서 요한은 더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익힌 뇌제의 무공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었으니까.

‘흐름을 읽어서 깰 수 없다면 힘으로 깨부숴 보자고.’

그 순간, 요한이 손을 뻗어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흐름이라곤 전혀 없는 단순무식한 일격이었지만 문제는 그 일격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단순무식한 그 주먹 한 방에 흐름을 이어가고 있던 메르페우스가 다급히 검술의 방향을 바꿔 요한의 주먹을 막아섰다.

피하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검술은 흐름이 더할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흐름이 꽤나 길게 이어진 지금이라면 요한의 주먹을 부수는 것도 문제가 아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주먹과 충돌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콰아아앙!

“……!”

검과 주먹이 충돌했는데 있을 수 없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더욱 놀라운 건 튕겨 나간 쪽이 다름 아닌 검을 휘두른 쪽이라는 사실이었다.

파지직, 파직!

‘검으로 주먹을 베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오러의 위력이 약했다면 검이 박살 났을 것이다. 대체 저 뇌전의 마나라는 것은 무엇이기에 이리도 차원이 다르단 말이냐!’

메르페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주먹을 받아 낸 오른쪽 팔에 전기가 감돌며 찌릿찌릿한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순수한 물의 마나로 어느 정도 뇌전의 마나를 차단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통증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터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내 차례인가?”

파직! 콰릉!

요한이 몸을 날리는 순간, 뇌성벽력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메르페우스와의 거리를 지워 버렸다.

요한의 주먹은 메르페우스와 달리 유연한 흐름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기세! 그리고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속도와 파괴력뿐이었다.

콰릉! 콰릉! 콰릉! 콰릉!

그저 호쾌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 방 한 방이 일격필살의 위력을 담고 있다 보니 메르페우스도 무시할 수 없어 일일이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흐름은 시작되기도 전에 무너지고 점점 더 열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필패다!’

메르페우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밀리기만 한다면 손도발도 써 보지 못하고 결국 패할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타압!”

콰우우우우우우!

결심을 마친 그는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마나를 한꺼번에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노도와 같은 기세가 해일처럼 밀려나왔다.

쿨럭!

흐름 같은 건 없었다. 보이는 것은 일격의 파괴력뿐. 몸에 맞지 않는 검술에 내상을 입은 메르페우스가 피를 토했지만 그의 검끝에서 터져 나온 건 틀림없는 해일이었다.

‘이거면……!’

그렇게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 나온 오러의 해일은 땅거죽을 뒤집어엎으며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요한을 집어삼켰다.

그런데…….

콰르릉!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자신을 삼키는 거대한 해일에 대항해 요한이 내뻗은 것은 이번에도 주먹 한 방이었다.

뇌전이 사납게 방전하는 주먹을 전력으로 휘둘러 해일을 깨부수더니 그 기세 그대로 전방 수십 미터 내에 있는 건물들을 모조리 날려 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어 있던 메르페우스도 무사할 수 없었다.

쿨럭……!

요한은 쓰러진 메르페우스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엉망진창이 된 상반신은 둘째 치고 날아가 버린 하반신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메르페우스는 요한이 보이지 않는지 초점 잃은 눈동자로 자조 섞인 미소를 그리며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비로소 검으로 하늘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늘에 서 있는 자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라니. 너…… 이름이 무엇이냐?”

“곧 죽을 녀석이 알아서 뭐 하게.”

피식…….

“그렇군. 다시 지옥에서 만나면 묻기로 하지. 하면 잠시 후에 만나자꾸나. 어리석은 초월자여.”

그렇게 메르페우스는 눈을 감았다. 요한은 죽은 녀석의 시신을 지나치며 그의 마지막 유언에 대꾸했다.

“그래, 지옥에서 만나면 사과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고. 그 녀석은 너를 뛰어넘는 괴물이었다고 말이야.”

하늘을 내달린 요한은 순식간에 성벽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제국군 병사들의 중앙에 내려서는 순간…….

콰르릉! 콰콰콰쾅!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기세의 전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남아 있던 모든 병사들을 감전시켰다.

그렇게 혼자서 100만이 넘는 군세와 엘리멘탈 나이츠를 전멸시킨 요한의 날카로운 두 눈이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헥토르의 시선과 마주쳤다.

“헥토르!”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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