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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148화 (148/150)

148. 암흑신을 쓰러트리다

델타와 시그마는 분명 강하다. 따로 떼어 놓고 봐도 강하지만 두 녀석이 함께 싸운다면 그 능력은 가히 세 배, 아니 네 배 이상도 될 수 있다.

녀석들이 작정하고 싸운다면 그랜드 오러 마스터라도 두 녀석의 상대가 되기 힘들겠지.

하지만 그런 녀석들도 지금의 요한이 두 골렘을 부술 기세로 싸운다면 1분도 되지 않아 녀석들을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쿠는 그런 요한을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논 암흑신이다.

그런데…….

‘……!’

요한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두 골렘은 분명 쿠와 싸우고 있었다. 델타와 시그마가 밀리고 있기는 했지만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크게 밀리는 형세는 아니었다.

물론 쿠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에게 골렘 정도의 장난감은 적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테니까.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테지만 요한은 달랐다.

특히 쿠가 골렘들을 상대할 때 검은 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만 봐도 자신의 추측에 한층 더 무게를 실을 수 있었다.

“둘 다 물러서.”

요한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델타와 시그마가 뒤로 물러났다. 쿠를 상대하느라 녀석들의 동체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쿠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요한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일부러 도망칠 시간을 충분히 주었건만…… 여전히 어리석은 놈이로군.”

“글쎄, 내 눈에는 네가 저 녀석들 데리고 장난치는 걸로는 보이지 않던데? 안 따라 온 게 아니라 못 따라온 거 아닌가?”

“여전히 주둥이만 살아 있는 녀석이로군. 하면 그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 번 확인해 볼까?”

아니나 다를까, 골렘들을 상대할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검은 연기가 다시 한 번 피어오르면서 요한을 덮쳤다.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요한은 검은 연기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검은 연기를 의식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검은 연기를 의식하면 끝이었다.

‘젠장!’

요한은 검은 연기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인력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발을 뗐다가는 그 즉시 검은 연기에 빨려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요한의 눈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대로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 생각이 맞았어. 결국 저 검은 연기는 환술에 가까운 능력이다. 내가 저 검은 연기에 빨려들 것 같다고 느끼는 것도 내 착각일 뿐, 실제로 빨려들 리는 없는 거야!’

요한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곧바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슈욱……!

“헉, 이게 무슨……!”

콰아앙!

“커억!”

몸을 날린 요한의 몸이 검은 연기 쪽으로 빨려들더니 날아오는 검은 연기에 휩쓸려 다시 한 번 성벽에 처박혔다.

요한은 피를 토하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뭐지? 환술이 아니라는 건가?’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군. 설마 내 능력을 환술 따위의 잡술로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투로 보니 방향은 대충 비슷하게 잡은 것 같네.”

“뭐, 부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죽고 싶지 않다면 똑똑히 깨달아야지. 이건 재주가 아니라 신의 권능이라는 것을.”

그 순간, 머리 위에서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비가 요한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요한은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에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려 대항했지만 허사였다. 검은 연기의 비는 요한의 오러를 마치 무시하듯 그의 몸을 두들겼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알겠어. 녀석의 능력은 녀석의 말처럼 환술 같은 게 아니다. 단지 내가 그렇게 되는 거라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 뿐이지.’

그렇다면 검은 연기가 자신을 빨아들이던 것도, 태양보다 뜨겁게 폭발하고, 빙하보다 차갑게 식는 이유도, 강철보다 단단하게 자신을 물어뜯는 이유도 모두 납득이 되었다.

연기가 그런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체를 모를 때는 두려웠던 쿠의 능력도 알고 나니 더 이상의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빛을 보아하니 확실히 눈치를 챈 것 같구나. 인간.”

“덕분에 말이야.”

“그래, 한데 내가 왜 그 사실을 네 녀석에게 알려 주었다고 생각하나? 알아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쿠의 말대로였다.

콰르릉!

요한은 검은 연기를 피해 전력으로 쿠에게 달려들었지만 허무하리만치 검은 연기에 끌려가 모로 처박혔다.

검은 연기가 실제로 끌어당긴 것이 아니라, 요한의 몸과 뇌가 그렇게 반응하여 스스로가 그쪽 방향으로 튕겨져 날아간 것이다.

요한이 쿠의 목을 쳤을 때 오리하르콘 검이 부러진 것도 마찬가지.

검은 연기가 부러트린 것이 아닌, 요한 스스로 검이 부러졌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요한이 검을 부러트린 것이다.

얼핏 보면 믿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 황당한 능력은 진짜였다. 그래서 환술이 아닌, 권능이라 부르는 것일지도…….

“아쉽군, 이번에야말로 그 녀석을 내 손으로 소멸시킨 후에 이 세상의 진짜 주인으로 인정받고 싶었거늘.”

검은 연기는 요한의 몸을 감싸더니 뱀처럼 타고 올라가 목을 휘감았다.

“커억……!”

“네 화를 자초한 것은 네 고집이다. 더 이상 네놈과 놀아주는 것도 질렸으니 이제 그만 녀석과 함께 가거라. 어차피 놈이야 또다시 환생할 터이니 그때 제대로 소멸시켜 주면 그뿐이겠지.”

요한은 목구멍이 콱 틀어 막힌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서둘러 검은 연기를 떼어 내려 했지만 손가락 하나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사실 요한이 숨을 쉬지 못할 이유도, 몸을 움직이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것도,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모두가 검은 연기가 요한의 뇌와 육체에게 내리는 강제적인 명령이었으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거라. 네놈뿐만이 아니다. 네놈 같은 미물부터 네놈들이 신이라 추앙하는 존재들까지…… 생명과 자의식을 가진 모든 것들은 절대로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너는 패한 게 아니야. 그저 오늘 죽음을 만난 것뿐이다.”

분하지만 쿠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요한은 포기할 생각은 없었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은 더 더욱 없었다.

‘생각해라. 떠올려! 분명 답이 있을 거다!’

숨이 막혀 머리가 멍해지는 와중에도 요한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만이 지금 요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녀석의 말처럼 인간부터 신까지 하나같이 녀석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다면 그 녀석은…… 유피테르는 어떻게 저 녀석에게 대항한 거지? 분명 저 암흑신과 비겼으니까 서로 봉인당한 거잖아. 분명 거기에 해답이…….’

유피테르는 요한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처럼…….

쿠의 말대로 유피테르는 요한이 죽어도 다음 환생자의 몸에서 각성하면 그만이다. 이미 쿠는 각성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생만 이루어진다면 각성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때문에 유피테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요한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있었다. 절대로 해답을 알려 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요한의 뇌리를 강타했다.

[추론. 유피테르는 자의식을 버린 상태로 암흑신과 대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스터께서 쥬피터를 쓰신 상태가 해당 사례와 가장 높은 유사성을 가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젠장…… 역시 쥬피터 말고는 방법이…… 잠깐, 나노? 너 사라진 거 아니었어?’

[급격한 과부하에 다운된 시스템을 복구하느라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마스터의 뇌를 침투한 바이러스를 감지하였습니다. 제거하시겠습니까?]

“……?”

요한은 너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지금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만큼 괴롭고 힘이 드는데 마음속에서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드리우는 듯했다.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마스터의 명령을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나노는 요한의 뇌 속을 점점 더 깊이 침투하고 있던 검은 연기를 추적하여 제거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는 자아를 가지지 않은 나노 크리에이터에게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골렘들에게 검은 연기가 통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검은 연기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간.

파지직…….

쩌엉!

“……!”

번뜩이는 뇌전과 함께 사라진 요한이 순식간에 쿠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반응할 새도 없이 주먹에 안면을 얻어맞은 쿠는 그대로 수십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쿠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처들며 요한을 쳐다보았다.

“네, 네 녀석이 어떻게?”

“그건 알 거 없고, 지금까지 잔뜩 당한 거에 이자까지 쳐서 듬뿍 처맞을 시간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파지직, 파직!

요한도 체력과 마나가 사실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폭뢰의 증거인 붉은 번개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푸른 스파크만 방전될 뿐이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쿠의 상대가…….

파지직! 쾅!

“크윽……!”

다시 한 번 쿠와의 거리를 좁힌 요한이 순식간에 주먹을 날려 쿠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쿠는 아슬아슬하게 막아 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요한이 주먹을 뿌리자 무수히 많은 권영이 쿠의 몸으로 쏟아졌다. 쿠는 가드를 굳히고 그것들을 전부 막아섰지만 무리였다.

쿠의 몸은 점점 더 뒤로 밀려나고 가드는 아래로 내려갔다.

놀라운 일이었다. 거의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요한이 쿠를 압도하다시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델타와 시그마와 싸우는 걸 보고 확신했다.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뒤집어쓰고 있는 건 사람의 껍질이야. 후에 어찌 될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 중요한 건 지금 네놈이 내 손에 끝장날 거라는 사실뿐이다!’

그렇게 요한과 쿠는 서로 미친 듯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전장을 누볐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인간의 눈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콰쾅! 쾅쾅쾅!

보이는 거라곤 검은 연기의 꼬리와 푸른 번개의 꼬리뿐, 두 사람이 부딪힐 때마다 동심원과 함께 충격파와 천둥이 터져 나오고 땅거죽이 뒤집어졌다.

검은 연기가 아니라 해도,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탓에 제약이 걸렸다고 해도 쿠는 충분히 강한 적이었던 것이다.

“크아아아아!”

“놈!”

요한이 기합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자 쿠는 전력을 다해서 검은 연기를 요한의 몸속으로 침투시켰다.

[경고, 경고. 침투한 바이러스의 양이 폭증. 해당 시스템의 기능 40% 저하.]

너무나도 방대한 검은 연기의 양에 나노 크리에이터도 과부하가 걸렸는지 요한의 움직임이 멈칫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씨익!

푹푹푹푹푹!

그 순간, 오리하르콘 무구들이 급소를 피해서 요한의 몸 여기저기에 꽂혔다.

몸속에 있는 나노 크리에이터의 양이 부족해서 검은 기운을 막을 수 없는 거라면 나노 크리에이터를 보충해 주면 된다.

바로 무구들과 융합한 나노 크리에이터를 직접 몸속에 처박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나노 크리에이터를 보충하자 다시 한 번 요한의 주먹이 섬전처럼 공간을 꿰뚫고 쿠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콰르릉! 번쩍!

거친 천둥과 함께 빛이 번쩍이며 빛살처럼 날아간 쿠의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혔다. 요한은 쓰러진 쿠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쿠는 요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허탈함에 웃음 지었다.

“아쉽군. 이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그래도 내 그릇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인간은 인간이로군.”

“유언은 그게 다야?”

“설마 이 인간이 죽는다고 내가 소멸할 거란 헛된 희망을 품었는가? 이 인간은 말 그대로 내가 영혼의 조각을 나눠 준 인간일 뿐. 그릇이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얼마든지 만들어 봐. 뭐가 됐든 깨부숴 줄 테니까.”

파지직! 파직!

뇌전이 뿜어져 나오는 주먹을 들어 올리자 쿠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대꾸했다.

“아무리 미약한 그릇이라고 하나 나를 쓰러트린 건 칭송받아 마땅한 일. 이건 네놈에게 주는 나의 작은 선물이다.”

그 순간, 헥토르의 몸에서 쿠의 존재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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