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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98화 (98/361)

98화

하지만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쌍둥이들도 그렇게 느 꼈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게 받아쳤다.

"그러게요! 저희도 신기하다니까 요〜."

"아무래도 각성하면서 실력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레인저가 되었는데, 옆에서 축하해 줄 가족이 없어서 많이 아쉽겠어 요."

인터뷰하는 사람이 뱀처럼 속살거 린다.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려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면서 쌍 등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저 쌍둥이들이 학업도 채 마치지 않은 나이로 헌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저들에겐 보호자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서 화를 내 면 상대방의 꼬임에 넘어가는 일이 었다.

참는 게 맞다. 알고 있지만…….

'애들을 데리고 이딴 짓을 한단 말 이야?'

아직 채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들 인데!

"괜찮아요. 가족같이 저흴 아껴주 는 분들이 많거든요."

"맞아요! 청사에서도 많이 챙겨주 고요."

"그러시군요〜. 그거 마음 따뜻해

지는 얘기네요."

쌍둥이들은 당황한 기색 없이 잘 넘겼지만, 이들은 쉽사리 놓칠 생각 이 없는 듯했다.

"청사에서 어떤 분들과 많이 친한 가요?"

"이운우 오빠랑 또……

"네? 이운우 헌터요?"

안유라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인 터뷰하는 사람이 말꼬리를 잡아챈 다.

"그분은 청사에서 가장 유망한 분 이잖아요〜. 에이, 너무 속보인다.

진짜 친한 분은 없어요?"

이제는 대놓고 비웃고 있었다.

하하하, 인터뷰하는 사람이 웃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이것도 참아야 하나?'

이렇게까지?

그러나 당사자인 쌍둥이들도 화내 지 않는데, 내가 이걸 망칠 순 없 었다.

'화내라고 대놓고 유도하고 있는 거야. 여기서 한마디 하면, 도리어 인성 논란으로 몰고 갈 거야.'

기사 내용도 대충 뻔하겠지. 어린

나이부터 헌터 생활을 하며 유명해 진 어린 헌터들이, 자기 잘난 맛에 기고만장해 어른들을 무시한다.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나와 있을 때는 제 감정에 솔직한 둘이었기에, 여기서 욱하는 게 아닌 가 걱정했지만.

도리어 둘은 나보다도 더 평온한 낯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운우 형 인터뷰할 때 물 어봐요〜. 누구랑 친한지."

"저희 진짜 친한데, 하하."

그 정도 말로 넘기자 인터뷰하던 사람도 더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니면 시시해졌는지 이후로는 평범한 질문들이 오고 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고 쌍둥이 들이 메이크업을 지우러 잠시 자리 를 비웠다.

"독하다, 진짜……

"애들 같지가 않다니까."

인터뷰하던 사람과 편집자로 보이 는 사람이 뒤에서 속삭이는 게 들 렸다. 남들에겐 몰라도, 내겐 그 작 은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눈 하나 깜짝 안 하네."

역겨운 인간들.

나는 그들 잡지사의 이름을 오래 도록 바라봤다.

언젠가 반드시, 돌려줄 일이 있을 것이다.

* * *

"와, 배고파 죽겠다!"

"많이 지루했지? 우리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네!"

쌍둥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 다.

나는 이 애들이, 벌써부터 이런 세 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허나 함부로 동정하는 것도 실례인 일이다.

"그러게.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응! 그.러자!"

" 배고프다

태연하게 근처 맛집을 검색하는 둘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안유라 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 너무 그렇게 보지 마〜."

"응? 아. 미안."

"우린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 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안유라가 웃으며 덧붙였다.

"왜냐면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아 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이 뭐라 말해도 정말,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어!"

"맞아. 길에 있는 가로수가 날 싫 어한다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 잖아?"

둘이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 한다.

그렇게 말하는 둘은 정말로 아까 그 인터뷰하던 사람이 가로수와 동 급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마음 쓸 거 없 어."

쌍둥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자니 좀 머쓱해졌다.

"그래. 저녁이나 맛있는 거 먹자."

그렇게 말하자 또 금방 휴대폰으 로 찾은 맛집 서너 군데를 읊기 시 작한다.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강하 게 만들었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 다.

* * ♦

테오의 방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 로 날 반겼다. 그 위에서 뒹굴고 있는 테오도르까지 항상 똑같을 지 경이었다.

"연구는 안 해?"

분명 이 녀석의 본업은 연구직일 텐데, 볼 때마다 이러고 있으니 원.

"말하지 않았느냐. 어쭙잖은 녀석

들이 10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은 나 같은 천재 연금술사는 1시간이면 거뜬히 해낸다고."

아, 그러셔.

"다른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 데?"

오늘의 볼일은 이거였다.

"다른 연구라?"

"지구로 넘어오는 연구 말이야."

"난 지금 지구에 있다만. 게이트 안이긴 해도."

"그거 말고. 완전히 넘어오는 거."

맨 처음 테오도르를 만났을 때, 그

는 지구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난 톨룩에 애정이 없다네. 차라 리 지구인이 몇백 배는 사랑스럽지.

그리고 그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테오도르는 거리낌 없이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내게 팔았으니까.

게다가 나는 스테이지형 게이트로 그 내막을 엿보기까지 했다.

-톨룩이 망하면 너도 죽을 텐데?

-걱정하지 말게. 그 전에 나 하나 탈출할 기술은 있을 테니.

그러니 이 말도 사실이겠지.

실제로 그는 회귀 전에, 다른 톨룩 인들이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와 지 구를 점령하려고 아우성인데 홀로 유유히 지구로 귀화한 전적이 있지 않나.

'테오도르를 톨룩 내부에 두고 스 파이로 써먹는 것도 좋지만, 어느새 남은 시간은 3년.'

내가 연화도 게이트에 들어간 시

점으로부터 5년 뒤에 톨룩이 침입 했으니.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도 부정확해. 내가 개입한 요소가 많아서 더 당겨질지도 모르 는 일.'

그렇다면 차라리 테오도르를 지구 에 적극 합류시켜서 전쟁을 준비하 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 연구는, 으음……. 조금 벽에 부딪혀서 말이지."

"완성까지 오래 걸릴 것 같아?"

"이런 경우 벽을 언제 뛰어넘게

될지 나도 모르거든. 내일 갑자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10년 뒤 에나 깨달을 수도 있는 거고……

그것 참 부정확한 예측이었다.

"요즘 연합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리는 들었네만…… 벌써 부터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전쟁은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부 족한 법이야."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진심이었 다. 지금 당장 테오도르를 지구로 귀화시켜 정부에 군사 고문으로 참 가시켜도 모자랄 지경이다.

"아무튼 기약이 없단 소리지……

알겠어."

전서호가 슬슬 은퇴하려는 낌새가 보여서 말이다. 그 전에 얼른 군사 적으로 비상 모드에 들어가야 어떻 게 덜미를 잡을 텐데.

'실력 좋은 마법사 하나를 놓치기 엔 아깝지.'

전서호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판단이었다.

"그 말은 좀 자존심이 상하는군."

테오도르가 씨익 웃었다. 이걸로 뭔가 자극이 된다면 좋을 텐데.

"아. 그리고 하나 더."

테오의 방에서 나가려다가 뒤돌아 섰다. 용건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왜 그러느냐?"

"다음 게이트 계획은 있어? 파동 게이트나 비파동 게이트 둘 다 상 관없어."

"흐음……. 큰 규모는 아니고, 조 만간 파동 게이트 하나 생성될 예 정이다만."

마침 잘됐다. 규모도 작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

"게이트 생성 위치도 네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거지?"

"응? 그렇지만 그 게이트는 이미 어디에 생성될지 다 회의로 정해진 지 오래……

"지구의 고전명작 100선."

"허억……

내 제안에 테오도르가 흔들리는 눈빛을 했다.

"아, 안 된다! 이런 뇌물에……!"

"이미 정보도 다 팔아넘긴 주제에 무슨 양심을 챙겨."

"으윽! 그래도 이미 결정된 사안을 내 독단으로 바꾸긴 조금……

아직도 망설이신다? 그렇다면 어

쩔 수 없지.

"여기에 홈시어터 설치해줄게."

"좋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펄쩍 뛰어오 르며 동의를 외친다. 그 꼴이 영락 없는 탐관오리였다.

"좋다, 좋다!"

저렇게 좋을까.

"그런데, 게이트를 어디에 생성하 고 싶어서 그러느냐?"

"아, 있어. 어떤 잡지사 하나."

뜬금없는 잡지사 타령에 테오도르 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했다.

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겠 지.

'게이트 중심이면 건물 파손이 상 당하겠지. 파동 게이트라 인명피해 는 없어도 금전적인 손해는 깨나 볼 거다.'

아무리 정부의 보상금이 있다 하 더라도 모든 손해를 메워줄 순 없 는 법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복수였다.

쌍둥이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 지만, 당하고만 있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서 말이다.

* * *

어두운 건물 안, 창문 틈으로 달빛 조각이 몰래 숨어들어 산산이 부서 지는 밤이었다.

성직자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기도 를 올리고 있었다. 달빛이 그를 비 추니,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 다.

그 광경에 끼어드는 불청객이 있 었으니.

"불필요한 신상 노출은 자제해달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잘 차려입은 정장에 반듯하게 넘 긴 머리카락. 단정한 차림새에 서글 서글한 인상의 사내.

권성 민이었다.

"하필이면 서하한테 들키다니…… 이거 계약 위반 아닙니까?"

그 말에 대답하듯이 성직자 옷을 입은 남자가 뒤돌았다.

이찬송은 삐뚜름한 미소를 입에 걸고, 태연하게 서두를 열었다.

"갑자기 그렇게 침입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거기까지 찾아온 거면 한참 뒤를 쫓았단 얘긴데. 그때까지 몰랐으면 문제가 있죠."

둘 사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 작했다.

잔뜩 굳은 와중에, 이찬송이 돌연 히죽 웃었다.

"너무하네, 성민이 형우리 사이 에 이러기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이찬송."

넉살.좋은 말을 권성민이 차갑게 거절한다.

"이제 같은 게이트 동지인 척, 친 한 척하는 것도 못 하게 됐네. 아아쉬워라."

전혀 아쉽지 않은 듯한 어조였다. 이찬송이 시답잖게 굴자 권성민이 낮게 경고했다.

"행동 똑바로 해. 의원님께서 지켜 보실 거야."

"의원님? 풉, 푸하하하!"

이찬송이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 렸다.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권 성민이 눈썹 한쪽을 치켜올릴 때까 지.

"아, 미안. 미안. 아니, 형은 어떻 게 변하는 게 없어? 게이트에 있을 때랑 똑같네."

" 뭐?"

"왜. 그렇잖아. 게이트에선 최우도 그 영감이었고. 이젠 그 의원님 밑 에서 일하는 게. 이거 순전히.... 발닦개 노릇만 하고 있으니까. 내가 웃겨서 그렇지."

권성민이 눈을 부릅떴다.

"너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어?"

"형. 언제까지 소꿉장난처럼 그러 고 있을 거야?"

"네가 뭐 대단한 거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네가 하는 건 고작해야 사기꾼 짓이야. 넌 그냥 순진한 사람들 등쳐먹는 사기꾼일 뿐이라고."

그 날 선 말에도 이찬송은 픽, 코 웃음을 쳤다.

"아직도 우리가 사이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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