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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03화 (103/361)

103화

팟!

내가 공간 간섭으로 김기택의 뒤 를 점하려고 하면.

타악!

김기택도 똑같이 공간 간섭으로 피한다. 이 끊이지 않는 술래잡기 속에서 첨예한 긴장감이 이어지고있었다.

'실수로 상대를 놓치면 바로 공격 당한다.'

그 명확한 전제 아래, 우리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공 간 간섭을 계속 펼치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이 안 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져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쌍둥이들은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미세한 컨트롤은 내가 더 우위 야.'

아무리 내 능력을 가져갔다 하더

라도 내 숙련도까지 가져갈 순 없 으니, 섬세한 컨트롤은 내가 훨씬 우위다. 그걸 이용한다면 아주 잠깐 이나마 뒤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뒤를 점해도……

철컥, 탕!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시 점엔 김기택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애꿎은 바닥만 잔뜩 패었다.

'어떡하지? 범위 공격도 못 쓰고, 섣불리 접촉했다가 김기택이 공간 간섭을 쓰면 그대로 갈려나갈 수도 있어.'

그것 때문에 김기택에게 함부로

달려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챠가가각!

잠깐 딴생각을 하면 곧장 눈앞에 서 사라진다.

김기택이 내 등 뒤로 등장해 검을 휘두른다. 예측된 움직임이라 노이 트로 막아냈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리고 직후에 김기택이 그 자리 에서 사라진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법이었다.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

김기택이 내 능력을 가져갔을 때 부터 은연중에 떠오르던 방법이었 다. 김기택의 컨트롤이 서투르다면 더더욱 잘 먹힐 방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무고한 희생자들.'

이름 모를 목숨 하나가 스러져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나까지 이런 술수를 쓴다는 게 마 음에 걸리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 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쌍둥이들이 어 떻게 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자꾸만 초조해졌다. 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 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팟! 타닥!

탕 탕!

그래. 결단의 순간이었다.

'공간 간섭'

능력으로 빠르게 김기택의 뒤를 점한다. 김기택이 곧장 피하려 했지 만, 이번엔 총구를 겨누려고 한 게 아니었다.

불쑥. 김기택을 방어해야 한다는 명령을 따르려고 근처에 있던 사내 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툭. 내 가 한 일은 그 사내를 살짝 뒤로 민 것뿐이었다.

김기택에게 닿도록.

"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은 벌어 졌다.

콰드드득!

아.

핏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시야가 온통 붉은색이었다.

"이, 이게…… 갑자기……

김기택이 말을 더듬었다.

그는 붉은 물감을 뒤집어쓴 듯 나 보다 더 끔찍한 몰골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공간 관련 능력자들이 반드 시 지켜야 하는 수칙. 몰랐나요?"

어쩐지 김기택의 표정이 멍했다.

"생명체와 함께 공간의 틈에 들어 가지 말 것……

공간 관련 능력자들이 철저하게 교육 받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되 는 수칙이었다.

'김기택이 알았을 리 없지.'

그는 애초에 공간 관련 능력자가 아니니까.

그런 수칙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았을지 몰라도, 몸에 생명체가 닿자 마자 능력 발동이 멈출 순 없었을 거다.

'태생적인 공간 능력자가 아닌 이 상 어려웠을 거야.'

이 수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피해자의 몰골이 끔찍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트라우마로 두 번 다시 능력을 쓰

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으니 까.'

귀한 공간 능력자들을 헛되이 잃 지 않기 위해서다.

확실히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했 다.

전쟁터를 구르며 온갖 종류의 죽 음을 다 목격한 나지만, 이번만큼은 속이 역할 정도였다.

겉으로 보는 나도 이러니 김기택 은 더 심각할 거다.

자신이 펼친 공간 간섭 아래서 이 사람이 어떻게 끔찍하게 뭉개지는 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욱여넣어졌을 테니까.

"웁! 우욱…… 커헙!"

아니나 다를까. 김기택이 바닥에 토악질을 했다.

"허억...... 허억……I"

철컥.

그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이 이후 김기택이 일상을 살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아니. 이 경우엔 이게 더 잘 먹히 겠지.'

총을 거두고 김기택의 어깨에 차 분히 손을 얹었다.

"쌍둥이들. 어디로 데려갔어요?"

"한서하 씨……. 내 꼴을 보고도 잘도 손을 얹는군요."

이대로 그가 공간 간섭을 사용하 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런 걱정이 라도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걱 정은 할 필요 없다.

"두 공간 능력자가 같은 능력을 펼치면 숙련도가 우월한 쪽이 주도 권을 가져가요."

".…"하하......

"당신이 제일 잘 알겠죠. 지금 능 력을 발동하면.... 어떤 최후를 맞

이하게 되는지."

김기택은 잠시 침묵하다 날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한서하 씨는 우리 편에 서 는 편이 더 어울렸을 텐데."

"딴소리 하지 말고. 장소나 말해."

어깨를 쥔 손에 힘을 가했다. 김기 택은 허탈하게 웃었다.

"얼음고성 던전."

나는 무너지려는 얼굴 표정을 겨 우 관리했다. 거기라면.

'가짜 이운우가 있던 곳이잖아. 백 목련이 의심할 때 거긴 아니라고했었는데……

"그곳에 쌍둥이들이 있습니다."

탁! 그대로 그를 뿌리쳤다. 당장 그곳으로 가야 했다. 가는 길에 이 운우에게 다시 연락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조심하세요."

김기택이 툭 내뱉었다. 웃기지도 않은 걱정이었다.

"당신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요."

"그렇죠. 교주님이…… 교주님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할 말이 그게 전부라면, 더 나눌 대화는 없었다.

탕!

"아아아악!"

김기택의 팔을 총으로 쐈다. 극심 한 고통에 그가 비명을 지른다.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있어요."

이걸로 그가 뒤따라 와 다시 방해 할 일은 없겠지. 깔끔한 뒤처리에 김기택이 땀을 흘리면서도 실실 웃 었다.

내 눈에 푸른빛이 스며들고. 또 한 번, 공간 간섭이 발동된다.

"역시 당신은…… 우리랑 같다니 까요...

팟!

김기택이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를 지나쳐 사라 졌다.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운우에 게 연락했다. 전화벨이 두 번도 채 울리지 않고 통화가 연결됐다.

-너 어디야?

"이운우. 장소가 바뀌었어."

-무슨 소리야. 너 어디냐니까? 진 짜 혼자 간 건 아니지? 앞으로 30 분 뒤면 도착인데, 사람들 모아오고 길드장님께 허가를 받느라 조금 시 간이 걸렸…….

"얼음고성 던전으로 와!"

-잠깐만. 끊지 말……!

이운우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하고 통화를 끊었다.

'공간 간섭을 너무 남발해서 마나 가 바닥이야.'

얼음고성 던전까지 가는 동안 연

락을 돌릴 곳이 많았다.

'전청운은…… 믿을 수 있을까.'

김기택은 새하나교의 끄나풀이었 다. 그와 함께 다녔던 전청운은?

'……아니. 전청운도 관계자였다면 아까 만났겠지.'

새하나교의 첩자라 해도 상관없다.

김기택의 목숨을 끊지 않고 나온 이상, 내 행선지가 어디인지 놈들이 다 알고 있다 생각하는 편이 맞았 다.

-한서하? 네가 내게 연락을 하다 니. 무슨 일이지?

전청운이 수화기 너머에서 작게 놀라움을 표했다. 이렇게 사적으로 연락하긴 처음이었으니까.

"새하나교가 움직였어요."

-……그래서?

"도울 생각이 있으면 얼음고성 던 전으로 와요. 데려올 다른 병력이 더 있으면 좋고요."

-지금 당장 말인가?

"네. 지금 당장."

전화 너머에서 전청운은 잠시 시 간을 가늠하는 것 같더니, 이내 바 로 대답했다.

-1시간 정도 걸린다.

뚝. 그대로 끝이었다. 전청운다운 반응이었다. 1시간이나 걸린다면, 다른 이들도 데려오겠단 소리겠지.

'그 다음엔……

내 협력자. 새하나교를 쫓는 데 큰 도움을 준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서하 씨?

"백목련 씨. 정부에 정식 보고를 올릴 수 있습니까? 새하나교가 헌 터들을 납치했고, 그 본부가 어딘지 알 것 같다고요."

내 물음에 백목련은 빠르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 가능하지만…… 알다시피, 정부 는 새하나교와 결탁해 있을 확률이 높아요.

"알아요. 그래도 공식적으로 보고 가 올라가면 시늉이라도 하겠죠."

내 목소리가 꽤 간절했다. 그래. 나는 지금 누구라도 날 도와줬으면 했다.

공간 간섭도 바닥난 내가 얼음고 성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이렇게 전화를 돌리는 심정을 누가 알까.

- ……일단 해볼게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고마워요."

- 저기요. 한서하 씨. 목소리가 많 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요?

그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무슨 일이 있었냐……. 많이 있었지만 적 어도 지금 시간을 질질 끌면서 할 말은 아니었다.

"얘기가 길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 할게요."

뚝. 백목련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통화를 종료했다.

'더 전화할 곳이 있나? 내게 도움

을 줄 수 있는..

그 순간, 당연하게도.

'……혜원 언니.'

그 사람이 머릿속을 스쳤다. 휴대 폰에서 최신 통화 목록에 그 이름 이 있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대로 통화 가 가능했다.

그런데 어쩐지. 어쩐지…… 그 버 튼을 도저히 누를 수가 없었다.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쳤다.

'혜원 언니를 의심한 주제에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하다니.'

그런 죄책감과.

'이런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해도 되는 걸까? 그냥…… 이대로 지나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걱정과.

'……내가 아까 했던 선택을 언니 가 알게 되면. 이전처럼 날 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런 두려움이 밀 려들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 화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한 선택이, 새하나교에 있는 이들과 다른 게있을까?

'새하나교는 인류를 위해 일부 헌 터를 희생시키고. 나는 그걸 막기 위해 헌터 한 명을 희생시켰지.'

줄줄이 이어지는 이 죄악의 연결 고리 속에서 나는 도저히 당당할 수가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혜원 언니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조차도 내가 실망스러운데.

'누를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 통화 하나가 뭐라고.

수많은 생각들과 번뇌가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린 결론 으뒤로 가기를 누르는 것이었다.

'통화할 수가 없어.'

이 연락 이후 찾아올 여러 가지 연쇄적인 작용이 두려웠다. 싸움의 과정에서 추악해질 내 모습을 보여 주기가 두려웠고, 이런 진흙탕싸움 에 굳이 참여하라고 권유하고 싶지 도 않았다.

'나중에. 모든 일이 해결된 다음 에…… 그때 알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휴대폰 액 정 속 '혜원 언니'라는 글자를 모르 는 척했다.

그러나 얼음고성 던전 앞에 도착 했을 때, 혜원 언니가 그곳에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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