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07화 (107/361)

107화

콰과과곽!

벽에 단도가 연속으로 박혔다. 공 간 간섭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내 얼굴부터 허리까지 일렬로 꽂혔을 것이다.

반격할 시간도 없이 다음 공격이 들어왔다.

우드득.

살벌한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얼굴 대신 대포가 달린 실험체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응

에너지가 모이고. 나는 허공에서 발돋움을 했다.

팟, 자리를 피하자마자.

콰아아아앙!

광선 같은 게 날아와 벽을 박살냈 다. 맞았더라면?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푸욱!

목과 대포의 이음새에 스틸레토를 끼워 넣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내가 공간 간섭을 한 직후, 잠깐 동안은 날 인식하지 못해.'

그 공백은 내가 비집고 들어가기 충분한 시간이다.

콰직!

스틸레토를 깊게 찔러 넣고, 지렛 대의 원리를 이용해 반대편을 위로 끌어올린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휴대용 에너지포〉

등급: D

공격력: 90~100

설명: 에너지를 모아 발사하는 에 너지포입니다. 작고 가벼워 휴대용 인 대신 위력은 떨어집니다. 장전까 지 2초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목에서 뜯어낸 아이템은 그 고유 한 형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이 템 확인까지 가능할 정도였으니.

툭, 시신은 바닥에 떨어졌다. 목 위는 없었지만 비로소 사람 같았다.

잠시 멈춰있으니 다른 실험체들이 공격을 해왔다. 다시 한번 발을 굴 러 허공으로 도약하려 하는데.

파바바박! 얼음벽이 솟아오르며 내 앞을 막았다.

' 다친다!'

코앞에 얼음 결정이 들이닥쳤다.

이미 도약하려고 발을 구른 하반 신은 돌이킬 수 없었다. 혹, 상체를 꺾어 눈을 스치려는 얼음 결정들을 겨우 피했다.

후욱!

얼음벽을 걷어찬 힘을 이용해 허 공에서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섰 다.

'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 네.'

그대로 눈을 다쳤으면 전투에 크 게 지장이 생겼을 거다.

'얼음 공격은 누가 한 거지?'

팟, 이번에야말로 공간 간섭을 이 용해 하늘을 날았다. 천장에서 내려 다보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저 사람이다.'

피부가 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몸이 온통 얼음덩어리 인데 그 안쪽에 두근두근 움직이는 심장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이템은…… 저건가.'

눈이 있어야 할 부분에 구슬이 박 혀 있었다. 아마도 D급 아이템인 '냉기의 원옥'인 것 같았다.

'공간 간섭'

다음 순간 나는 얼음으로 된 남자 의 앞에 서 있었다.

탕!

정확히 눈을 겨누고 총을 쏘자, 쨍 그랑! 구슬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으......어어......어어어.…"

스르륵. 몸을 구성하고 있던 얼음 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잃자 육체도 무너진 다……. 아무리 봐도 육체 결합된 모습이야.'

왜 이렇게 된 걸까? 달리아나 그 이름 모를 성녀는 신체적 결손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팟!

단검이 뺨을 스쳤다.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는데 말 이야.'

그나마 가장 인간에 가까운 형상 을 하고 있는 남자. 손 대신 단도 를 단 실험체가 아까부터 절묘하게 공격을 가해왔다.

'내게 두 번이나 생채기를 내다니. 속도가 너무 빨라.'

눈으로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다. 겨우 인식하고 살짝 움직이는 걸로 피해내곤 있지만, 아슬아슬하다.

'저 실험체 먼저 처리해야겠어.'

처음 쏟아지는 불꽃에 행동불능이 된 실험체들도 있었는데, 그나마 견 뎌낸 이들은 그래도 사람에 가까운 형상을 한 실험체들이었다.

'목 대신 대포를 단 실험체, 얼음 인간 그리고 저 단검까지. 그래도 사람의 모습이 남아있는 실험체들 이 더 강한 것 같아.'

이게 혹시 뭔가 연관이 있는 걸 까?

'공간 간섭'

스킬을 이용해 실험체의 뒤를 점 한다. 총을 겨누고 쏘기 전에.

후욱!

단검 형상을 한 손이 허공을 가른 다. 늦었으면 그대로 반 토막이 났 을 거다.

'날 인식하는 게 빨라.'

다른 실험체들보다 실력이 수준급 이었다. 나는 노이트를 한 손으로 돌리며 녀석과 거리를 벌렸다.

긴장감이 공기 중에 서렸다.

선공은 녀석이었다.

촤자작!

녀석이 양손을 엑스 자로 겹치며 달려들었다. 나 역시, 노이트와 스 틸레토를 겹쳐 막아냈다.

지이잉-

칼날이 떨리며 힘겨루기가 시작됐 다.

'무슨 힘이!'

나도 헌터 중에서 힘 스탯이 낮지 않은데, 개조 헌터에 비할 바는 아 니었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가 밀 리고 있었다. 칼날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끼릭-

겹쳐 있던 노이트의 총구를 살짝 틀어 녀석에게 향했다.

철컥.

그 소리에 녀석이 뒤로 빠지려 했 지만,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게 먼저였다.

탕, 탕!

반동을 감수하고 연속으로 쏴 갈 겼다. 녀석이 단도로 총알을 겨우 막아낸다.

콰직

jq■ ■人人 > . . . . .

총알을 검면으로 받아내다 보니, 금이 가 깨져버렸다.

'사용된 아이템의 수준들은 고작해 야 D등급. 낮은 건 아니지만 훌륭 하지도 않지.'

그러니 D급 단도가 검면으로 총알

을 받아내고도 멀쩡하길 바라면 욕 심이다. 검의 구조상 면으로 충격을 받아내는 건 위험한 일이니까.

녀석은 부서진 한쪽 검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냥 단도가 아니라, 제 팔과 같은 것이었으니.

'사실상 한쪽 팔을 잃은 셈이니 검 사에겐 치명적일 거다.'

하지만 녀석은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 한쪽 검만으로 내게 달려들었 다.

후욱!

검이 빈 공간을 벤다. 나는 이미 발돋움을 해 녀석의 위에 있었다.

하지만, 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다. 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 고 있었다.

철컥.

허공에서 장전하고,

탕!

머리를 노렸다.

촤악, 피가 흩뿌려졌다. 분명히 머 리를 뚫어냈다. 그런데…….

'아직도 움직인다고?'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윽!"

당연히 마무리가 될 줄 알았기 때 문에 반응 속도가 조금 늦었다. 어 깨를 제법 깊게 베였다.

울컥, 피가 쏟아지는 상처 부위를 붙잡고 두어 번 바닥을 박차 뒤로 물러났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인 간이 아니다 이건가.'

머리가 박살나고도 살아남은 순간 부터, 그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 게 되는 거다.

'아이템이 본체야!'

나머지 한쪽 단도도 마저 꺾어버 려야 저 녀석도 멈출 것이다.

이번에 먼저 달려든 건 내 쪽이었 다. 약점을 알았다면 정면 승부를 벌일 이유가 없으니까!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로 싸운다.'

탕, 탕!

내가 원거리로 태세를 전환하자 녀석을 총알을 피하는 데 급급해졌 다.

'막을 수 없으니. 피하느라 바빠질 수밖에.'

막다가 검 한 짝이 박살났는데 또

막으려고 들면 지능을 의심해봐야 할 거다.

탕, 탕, 탕!

총알을 여러 발 겨누면서 녀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녀석이 탄환을 피하느라 방심한 순간.

철컥.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관통하는 철화'

탕!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침묵이 흘렀다.

타닥.

검이 조각조각 나 바닥을 나뒹굴 었다. 양손을 모두 잃은 사내가 허 망하게 서 있었다.

'죽지 않는 건가?'

양손을 잃고도, 어째선지 쓰러지지 않았다.

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제 양 팔을 바라봤다. 이제는 검의 파편만 이 남아있었는데.

"제가."

말을 했다. 명확하게, 사람의 말을.

"제가. 살아있습니까?"

정신이 멀쩡한 건 아닌 듯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분명 인간이었 다.

'머리가 뚫리고도 말하는 인간

그 부조화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제가. 살아있습니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으로서는 죽었으나, 아이템과 합체한 무언가로는 살아있으니. 죽 었다고 해야 할까, 살았다고 해야 할까.'

인간이 아니게 된 것에서 인간성 을 발견한다면, 그건 인간인가 아닌가.

"제가. 살아있습니까?"

하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살아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살아있군요."

툭. 그대로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 다.

죽음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제 삶에 대해 묻는 그 행위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머지 실험체들은 거의 전투 불 능이었다. 그래. 이걸로 끝이 난 거다.

'뒤끝이 영 찝찝하지만...... 이제, 쌍둥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그렇게 생각하며 쌍둥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다친 데는 없어 보이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으니 우선 병원에 데려 가 정밀 검사부터 받고……

우드득.

그때, 기이한 소리가 났다. 뒤편에 서.

'뒤에는 분명…… 교주가 누워있는 침상뿐일 텐데……

우득, 으드드득…… 콰직, 키기 긱…….

천천히 뒤돌아봤을 때…… 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찬송?"

그걸 이찬송이라 불러도 되는 걸 까. 목 위에 달린 얼굴은 분명 그 의 것이었지만, 그 밑은 엉망진창이 었다.

'저게…… 대체 뭐지?'

몸이 쪼그라들었다가 팽창했다가 제각기 반복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몸이 뒤틀리면서 뼈마디가 우드득거칠게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 아."

이찬송의 머리가 눈을 뜨자.

콰드득!

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방금 내가 본 게 마치 착각이었던 것처럼.

"아......

이찬송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 다.

"뭔가…… 이상한데……. 왜, 왜 마무리가 안 된 거지?"

그가 제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

렸다. 미완성. 아까 그 현상은, 그 가 미완성이라 그랬던 건가?

'긴급상황이라며 쌍둥이들을 가지 고 뭘 하려던 걸 내가 막아냈는데. 그것 때문인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대충 예상 은 갔다. 뻔하지. 영혼. 영혼을 뽑 아내 먹이로 주려 했던 거다.

'이찬송의 영혼과 합쳐진 아이템에 게.'

그런데, 이찬송과 결합한 아이템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이 는 모습은 원래의 이찬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하……. 네가 방해했구나."

그가 날 정면으로 응시했다.

절로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 쳤다.

'뭔가 기백이 있는 건 아니야. 다 만……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전의 이찬송과 지금의 이찬송 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런. 김기택이 조금은 더 시간을 끌어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못했나 보네."

"이찬송. 네가…… 네가 교주였 어?"

-교주님은 지금 신이 되고 있는 거라고!

노인이 외친 말이 선명했다. 교주. 분명 그는 이찬송을 교주라고 불렀 다!

"하지만…… 분명 교주는 노인이 라고 들었는데……!"

"아. 그거?"

이찬송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내 어머니였지. 난 2대 교주거든. 취임한 지 좀 됐는데, 소식이 느리 네."

2대…… 교주라고?

'가업이…… 단순히 고위직이 아니 라 이 사이비종교의 교주직이었다 고?'

저번에도 콩가루라 느꼈지만 이건 그 정도를 넘어섰다. 완전히 미친 집안이었다.

"자, 그럼. 드디어 마지막 장이네."

이찬송이 씨익 웃었다.

"내가 신이 되는 장면을 지켜봐. 그런 다음, 내게 신도가 되게 해달 라고 싹싹 빌어보는 건 어때. 내가 기분이 좋으면 받아들여 줄지도 모 르잖아?"

미친놈. 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