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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41화 (141/361)

141 화

"넌 언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

벨제부브가 입꼬리를 한껏 말아 올렸다. 흡족한 미소다.

"그래서? 넌 그 안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할 거지?"

마음 같아선 그냥 이들을 두고 떠

날까 싶지만…….

'나 혼자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긴 어렵겠지. 서포트해줄 사람이 필요 해.'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 새장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는 것.

나는 뒤를 바라봤다. 벨제부브가 흩뿌리는 위압감에 아직도 뻣뻣하 게 굳어있는 이들에게 경고의 말을 남겼다.

"죽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든 피해 요."

팟!

공간 간섭, 눈을 뜨니 나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저 아래 새장이 조그 맣게 보일 정도로 넓은 창천이었다.

"파이로!"

새장 안에 있던 파이로가 내 부름 에 답했다.

-삐이이!

하강하던 몸이 안정감 있게 멈춰 섰다.

그런 다음엔, 이 녀석의 차례다.

철컥.

노이트를 쥐고 아래를 향해 겨눴 다. 목표 지점은 새장의 제일 꼭대기다!

우우우웅!

에너지가 총구 앞에서 응집된다.

얼마나 단단한 철창이건, 무엇이든 뚫어내는 탄환 앞에선 무용지물이 니까!

"가자, 파이로!"

-삐이 이 이!

팔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자 파이 로에게 하강을 지시했다. 파이로가 쏜살같이 달려 아래로 내려간다.

조그맣게 보이던 새장이 점점 확 대되고, 새장 안에 있던 정로운과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경악 어린 얼굴을 또렷하게 인식 한 직후.

콰과과과광!

새장이 박살났다.

"후우……

천장이 완전히 날아가, 더 이상 감 옥이라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정로운과 신도아가 뚫린 구멍을 향해 움직였다.

그들과 합류하려는 찰나.

오싹,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슈욱!

황급히 몸을 숙였고, 머리 위로 무 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게 뭔지 확인하려고 뒤도는 순 간.

쿠우우웅……!

성채가 반쯤 무너져 내렸다.

"뭐……

뭐 하는 짓이야, 라고 말을 다 꺼 낼 수도 없었다.

다시 한번, 소리 없이 공격이 날아 왔다!

-삐이이!

"잘했어."

파이로가 곡예 하듯이 비행하며 간신히 피해냈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태연하게 정로운과 신도아를 기다릴 순 없었 다.

'벨제부브……!'

잔뜩 신이 났는지, 얼굴 가득 미소 를 띤 벨제부브가 저 멀리 허공에 서 날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서포트 부탁해요!"

"예, 옙!"

"어서 도망쳐!"

신도아가 대답 대신 경고를 보냈 다.

휘익!

곧장 파이로가 몸을 뒤집으며 공 격을 피해냈다. 갑작스레 흔들린 탓 에 나는 파이로를 꼭 부여잡고 몸 을 숙였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 저쪽으로!"

-삐이이!

나는 파이로에게 우리가 향해야 하는 곳을 알렸다.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내 들어 방향을 살폈다.

'동남쪽으로 쭉 가면 돼!'

쿠우우웅!

갈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빠른 속도로 따라붙는 벨제 부브를 막기 위해 다시 총을 겨눴 다.

'우선은 옆에 있는 마족부터.'

벨제부브의 부하인지, 두어 명이 그를 뒤따라오고 있었다.

철컥.

탕!

일반 탄환은 능숙하게 피해낸다.

'잘 생각해야 해. 이제 남은 특수 탄환은 총 5개.'

이 다섯 번의 기회를 허투루 쓰면 실패 확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다시 한번 총을 장전하려는 순간.

콰지지직!

얼음벽이 부하들 중 하나를 가격 했다.

"허억!"

저 뒤쪽에서 자기가 맞혀놓고 더 놀라고 있는 정로운이 보였다.

부하가 얼음벽 때문에 휘청이자 그 다음은 신도아 차례였다.

콱! 퍼억!

양팔은 날개로 변화시키고, 양다리 의 일부를 새의 발톱으로 바꿨다. 덕분에 마족과도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었다.

'부하 하나는 저 둘이 맡으면 되 고.'

남은 건 이제 벨제부브와 부하 둘 이다.

나는 파이로의 등에서 두 다리로 일어섰다. 날 향해 날아오는 여러공격들을 느끼면서, 몸을 기울였다.

후우우욱-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몸이 바닥을 향해 내리꽂힌다.

그리고 저 밑은.

"용암! 용암이에요!"

정로운이 소스라치게 놀라 고함을 질렀다.

'알아. 용암인 거!'

내가 떨어지자 파이로가 아닌 내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벨제부브는 내려오다가 멈춰 섰고, 대신 따라가 보라며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역시 이 정도 수에는 안 당하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귓가에 바람소리보다 용암이 끓는 소리가 더 커졌다.

금방이라도 용암에 빠져들 것 같 은, 일촉즉발의 상황.

부하들도 혹여나 내가 용암에 빠 져 죽어버리면 제 상사가 분노할까 봐 안간힘을 다하며 달려들었다.

보글……보글…….

용암 끓는 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공간 간섭'

콰직!

부하 중 하나의 뒤로 이동해, 그 등을 짓밟는다.

"크아아아아악!"

용암에 반쯤 잠긴 녀석이 고통에 찬 신음을 냈다.

'마족이 인간보다 강하긴 해도, 용 암에 완전히 면역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

마족들도 저마다 상성이 있는 법 인데, 이 녀석은 하늘을 나는 비행 타입이니 화염에 대한 내성이 그리높지 못할 것이다.

"커흡, 네…… 네 녀석……! 으으 으윽!"

과연. 용암에 반쯤 녹아내렸다.

갑작스러운 고통 사이로 놈이 정 신을 차릴 기미가 보이자 퍼뜩 다 시 이동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난 파이로의 등 위였다.

"잘했어. 파이로."

-삐이 이!

내가 갑자기 사라져도 아랑곳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을 충직하게 지켜줬으니까.

'거리도 꽤 벌렸고.'

이 정도면 한동안 안심해도 되 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 어'?"

푸욱!

어깨가 관통당했다.

' 언제?'

울컥, 샘솟는 피를 반대쪽 손으로 막아냈다.

'보지도 못했어.'

공격이 날아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다.

'……괴물이다.'

저 멀리 뒤에서 벨제부브가 웃음 짓는 것을 보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완전히 급이 다르잖아.'

내가 벨제부브를 유인하는 게 아 니다. 그가 날 갖고 노는 거였다!

'언제든지 내 목을 노릴 수 있으면 서!'

나는 급하게 허리춤에서 성수를 꺼내 어깨에 부었다. 휴대용으로 챙 겨온 거라 완치는 못해도 임시방편은 될 거다.

'신도아는 아직 저 뒤에서 싸우고 있는 모양이고. 정로운은 따라오고 있지만, 녀석들을 추월해서 따라올 정도는 못 되고.'

이곳은 숨을 곳이 없어서 언제 다 시 아까 그 공격이 날아올지 모른 다. 날아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배경을 좀 바꿔야지.'

정로운이랑 합류도 할 겸!

'공간 간섭'

눈을 감고 주변을 살폈다. 파이로

와 내 콤비가 죽이 맞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거다.

팟!

'그게 어디든, 내가 이동하면 파이 로도 따라올 수 있다는 점!'

용암들 사이로 난 기이한 밀림.

방향은 원래 향하던 곳에서 조금 더 멀어졌지만, 약간 돌아가는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정로운 씨. 들려요?"

-어, 넵! 들려요! 갑자기 사라지셔 서 놀랐는데 어디에 계신 거예요?

"우선 뒤로 돌아가요. 녀석들에게

붙잡힐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숨어요."

-헉! 네!

정로운의 무전기를 녀석들이 차지 하면 골치 아파진다.

"이제부턴 대답하지 말고 들어요."

나는 공간 간섭을 펼친 채로, 정로 운이 내 쪽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해서 쭉 오면 울창한 숲이 보일 거예요. 그쪽으로 와요."

대답은 없었다.

'잘 찾아올 수 있겠지?'

약간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별 수 없다.

'저쪽에서도 금방 여길 찾아내겠 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당황할 인물은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찾을 수 없는 곳들 을 수색할 거고, 몇 없는 이 용암 사이 숲들이 유력한 후보란 걸 알 겠지.

'그리 멀지 않으니까 정로운은 금 방 합류할 거고.'

문제는 신도아다. 공간 간섭으로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싸움이 끝날듯 끝나지 않고 있었다.

'슬슬 머리가 아픈데……

오랜 시간 펼치고 있던 탓에 지끈 지끈 두통이 올라왔다.

"대장님!"

" 예'?"

정로운이 숲을 헤치고 다가왔는데 호칭이 영 뜬금없었다.

"아, 아닌가요? 일단 저희 부대 대 장님이셔서……

"그냥 한서하 씨라고 부르셔도 됩 니다."

"네, 넵……!"

"다시 이동하겠습니다. 공격이 제 쪽에 집중되니까 좀 떨어져서 오시 고, 연습했던 합공 B나 C 정도는 쓸 수 있으니 정신 집중해주세요."

우린 지금 수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실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 고 있는 거다.

냉담하게 잡설을 끊어내고, 앞으로 할 일들을 지시했다.

'슬슬 떠나야겠어.'

이 숲은 제법 길게 이어져 있으니, 이 아래로 움직이면 그래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낮게 날면서 따라와요. 숲속이라 장애물이 많으니 주의하고요."

"알겠습니다!"

슈슉, 스스스슥!

나뭇가지들이 스치며 가벼운 소음 이 일었다.

한참 앞으로 나아가던 그때.

스스슥!

기이한 소리가 들려 멈춰 섰다. 주 먹을 쥔 채 손을 들어 정로운에게 도 정지를 명령했다.

보글보글, 용암 끓는 소리만 한동 안 울려 퍼졌다. 잘못 들었나?

다시 막 움직이려는 순간.

틱. 투두둑.

파이로의 날개에 부딪히며 나뭇가 지들이 연달아 부러졌다. 그 직후,슈우우욱!

탁!

내 바로 옆에 화살이 박혔다.

'……위에 있다.'

벨제부브와 그 부하가 저 위에 있 는 것이다.

'활을 들고 있었지.'

하나 남은 부하가 등에 활을 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귀가 아주 예민해. 나뭇가지 부러 지는 소리를 듣고..

범상치 않은 실력이다.

어쩐다.

무시하고 빠르게 달릴 것인가, 조 심스레 움직이며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할 것인가.

'그야 당연히……

톡톡. 나는 파이로를 가볍게 두드 렸다.

말없이 전하는 수신호에 파이로는 다시금 날개를 펼쳤다.

투두두둑!

"알아서 잘 피해요!"

내 외침이 끝나자마자 하늘에서 화살비가 내렸다!

"으아아아!"

정로운은 얼음방패를 만들어 머리 를 보호하고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해냈다.

'제법인데.'

휘리릭!

파이로가 멋진 비행 솜씨를 뽐낸 다. 약간 멀미가 날 것 같지만 참 아냈다.

'저 앞이면 숲이 끝나!'

지금까지는 숲이 어느 정도 방어 막 역할을 해줬는데.

이대로 숲을 빠져나가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거다.

"정로운 씨!"

"예, 옙?"

"그 얼음 방패 크게 만들 수 있어 요?"

"얼마나 크게요?"

"우리 둘 다 가릴 만큼!"

동시에 촤악, 숲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당장이요!"

슈우우우욱!

화살이 우릴 향해 쇄도했다. 파이 로가 급격히 몸을 비틀기 직전.

콰과과과곽!

거대한 얼음 방패가 드리웠다.

"이, 이렇게 하면 되나요?"

정로운이 작게 물었다. 스스로도 어안이 벙벙한 듯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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