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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34화 (245/361)

234화

"꼭 올리버 씨일 필욘 없고요. 대 충 나이 대만 비슷하게 맞춰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내 대답에 올리버는 잠시 멍한 표 정을 지었다.

"……우리 혁명군 소속 여자 대원 들도 많으니 차라리 그들을 투입하 는 게 나을 겁니다."

"왜죠?"

"그야 당신은 전투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아하. 그제야 나는 그와 나의 간극 을 깨달았다.

5황자와 있을 때 나는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군대에 끌려온 평민 을 연기했기 때문에, 올리버는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가?"

옆에서 갸우뚱하고 있는 셀도 마 찬가지 다.

투사체 모습일 때 만났으니, 내가

허공에서 피해 다니는 꼴만 봤을 거다.

이거 참.

'일반인일 때면 모를까. 헌터가 되 고 나서 이런 취급은 오랜만인데.'

이럴 땐 직접 보여주는 게 제일 낫겠지. 나는 적당한 조건을 걸고 그를 도발했다.

"올리버 씨. 저랑 대련해서, 제가 지면 이번 계획에서 빠질게요. 반대 로 제가 이기면 저도 이 계획에 참 여하는 겁니다."

외부인인 내 참여가 달갑지 않았 을 올리버가 번뜩 눈을 빛냈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 니까?"

"물론이죠."

"좋습니다. 조건은?"

"대련용 검이 있으면 그걸로 싸워 도 좋고요. 검으로 급소를 겨누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죠."

"봐주지 않을 겁니다."

아마 올리버는 검사일 테니 저렇 게 자신만만한 거겠지. 내 앞에서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단 것도 모 르고.

"따라오시죠."

올리버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진짜 싸우게? 올리버 형이 겉보 기엔 안 그래 보여도, 몸은 진짜 강철이야!"

" 알아."

잘 단련된 검사라는 건 알겠다. 기 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기사는 좀 더 잘 다듬어진 태가 나니까.

걸음걸이나 몸이 훈련된 정도를 보아, 그보다 거칠게 싸우는 용병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엔 잘 피하기만 해서 되는

싸움이 아니라니까."

셀이 답답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 렀다. 반면에 나는 태연하게 대련장 에 들어섰다.

"혁명군들이 훈련하는 곳입니다. 목검은 다양하게 있으니 원하시는 걸 선택하시면 됩니다."

주르륵 놓인 목검들을 보다가 익 숙한 형태의 단검을 골랐다.

"이걸로 하죠."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올리버는 길고 두꺼운 대검을 선 택했다. 신도아가 검사로 활동하던시절에 쓰던 것과 비슷하게 보였다.

"심판은 셀, 네가 봐줄래?"

"그러지, 뭐."

셀이 허공을 빙그르르 돌았다.

우리는 대련장 위에 서서 각자 자 세를 잡았다. 어디서 소문이 퍼졌는 지 힐끗힐끗 대련장 안을 들여다보 는 이들이 늘었다.

"자, 그럼 준비하시고

나는 눈을 감고 속으로 스킬을 발 동했다. 푸른 빛이 눈 안에서 감돌 며, 이 대련장의 정보가 머릿속에 스며들어온다.

"시~작!"

팟!

올리버가 곧장 내 쪽으로 달려들 었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 동한 뒤였다.

휘익! 훅!

대검이 거센 바람소리를 내며 허 공을 갈랐다.

나는 가뿐하게 공격들을 피해내며 고민했다.

'이대로 단번에 뒤를 점할 수도 있 지만, 그러면 너무 빨리 끝나잖아?'

내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에

서 그런 전략은 좀 아쉽다.

후욱!

나는 올리버의 검을 밟고 허공에 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하앗!"

그 틈을 노리고 올리버가 검의 방 향을 비틀어 내게 휘둘러본다.

내겐 뻔히 보이는 수법이었다.

'공간 간섭.'

콰직!

"검이……

나는 순식간에 올리버의 검 위에

올라타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중력과 무게를 합쳐 바닥으로 밟 아버리자 갑작스러운 충격에 목검 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후욱!

그러나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부러진 단면을 내게 휘둘렀다.

가뿐히 피해내고 그의 뒤를 점한 다.

휘익, 탁!

황급히 뒤돌아 부러진 검을 단도 처럼 활용한다. 센스가 제법이었다.

나는 단검으로 막아내고 몸을 푹

숙여 무릎을 가격했다.

"으악!"

그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휘 청거 린다.

하지만 금방 바닥을 손으로 짚고 도리어 내 얼굴 쪽으로 발차기를 날린다.

사륵!

빠르게 뒤로 고개를 빼내자 머리 카락 사이로 올리버의 발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벌떡 일어나 자리에 선다.

그러더니 분한 얼굴로 묻는다.

"날 봐주는 겁니까?"

"알아차렸다니 다행이네요."

아예 감이 없진 않은 모양이지.

"몇 번이지? 두 번? 세 번?"

"일곱 번."

그가 내게 달려들 때 한 번, 검이 부러진 직후에 한 번, 방금 내게 큰 동작으로 발차기를 날릴 때 한 번…….

그 외에도 여러 자잘한 기회를 합 치면, 나는 총 7번 그를 죽일 수 있었다.

그가 모욕감을 느끼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제대로 하시죠."

"그럴게요."

그가 한 번 더 자세를 바로잡았다.

부러진 검으로 꽤나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하압!"

후우욱!

탁, 탁!

그가 내게 달려들어 검을 들이밀 었고 나는 그와 두어 번 합을 겨루 었다.

그러나 그가 일격을 날리기 위해 팔을 크게 들어 올린 순간.

'공간 간섭.'

"그만! 대련 종료!"

나는 순식간에 그의 목에 검을 겨 누고 있었다. 셀이 큰 소리로 대련 이 끝났다고 알렸다.

올리버는 허탈하게 웃으며 탁, 검 을 바닥에 내려놨다.

"내가 어리석었군요. 정체를 숨긴 사람이 실력도 숨겼을 수 있단 걸 잊었으니."

"와, 누나 검사였어? 아니지. 검사 라기보단 어쌔신?"

기습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과 단 검을 다루는 실력을 보고 날 어쌔 신이라고 추측한 모양이었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손아 귀를 하늘에 대며 그 이름을 불렀 다.

"노이트."

달칵.

순식간에 노이트가 내 손 안에 가 득 들어찼다.

그 놀라운 광경에 둘 다 눈을 크

게 뜬다.

"총? 하지만 화약 무기는 게이트 안이나 몬스터를 상대할 때 효율이 나쁜데."

"아이템이야. 그러니까…… 신의 조각이지."

신의 조각.

그 단어를 입에 담으려니 나는 모 래라도 씹는 것처럼 껄끄럽게 느껴 졌다.

"초옹? 그럼, 거너란 소리야?"

"그렇지. 내 주무기는 이 리볼버 야."

내 대답에 올리버가 마른세수를 했다.

"총잡이한테 내가……

"풉, 푸하하하! 활 안 쓰는 레인저 한테 진 셈이네! 아, 어떡해! 올리 버 형, 쪽팔려서 고개 들고 다닐 수 있겠어?"

"다물어……

셀이 거의 바닥을 나뒹구는 수준 으로 웃어젖혔다.

올리버는 홧홧하게 달아오른 얼굴 을 감추려고 고개를 푹 숙인 채였 다.

"부끄러워하지 마시죠. 총을 다루 긴 하지만 근거리 공격을 더 자주 하는 편이니까요."

"그게 무슨 조합이야. 원거리 무기 로 근거리 딜러?"

"그런 셈이지."

내 대답에 올리버의 표정이 더욱 괴상하게 변했다.

셀도 웃던 걸 멈추고 자리에서 일 어섰다.

"그건 좀 너무했다."

셀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내가 너 무했던 모양이다. 그냥 적당히 데리고 놀 걸 그랬나.

"아무튼 제가 이겼으니 이 계획엔 저도 참가하는 걸로 알게요."

멋쩍은 마음에 서둘러 화제를 돌 렸다.

"예, 실력은 입증됐으니까요. 다 만…… 그, 신혼부부 대상은……

올리버가 주춤주춤 망설이는 틈에 셀이 불쑥 말을 꺼냈다.

"난 어때, 누나?"

"안 돼. 네가 너무 어려."

"내 나이가 어때서

셀이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 사이,

올리버는 마음을 굳혔는지 뒷말을 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올리버 씨가요?"

"예. 다른 것보다, 아직 완전히 신 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제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감시를 맡겼다간 5황자처럼 뒤통수 맞고 뼈저리게 후회할 것 같거든 요."

이거 괜히 의심만 키운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됐든 난 따로 뒤에서 수작을 부릴 생각도 없었기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올리버 씨…… 연기는 좀 합니까?"

" 예?"

나는 고개를 살살 내저었다. 괜한 걸 물었군.

"우선은 연기 특강부터 하도록 하 죠."

"예에?"

당황스러워하는 올리버를 보며 앞 으로 갈 길이 멀다는 걸 느꼈다.

"고생 좀 하겠네."

"그러게."

셀이 내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 * *

"하.하.하. 여, 여보.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나는 올리버의 발등을 남몰래 꾹 내리눌렀다. 제대로 좀 하라는 경고 의 의미였다.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인."

횡설수설하는 꼴이 엉망이다. 오늘 새벽까지 특훈을 시켰는데, 성과가 영 미미했다.

"으웅? 못 보던 얼굴들인데. 이번 에 새로 들어온겨?"

다행히 마을 주민들은 이상한 점 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옆 마을에서 왔어요. 잘 부탁 드려요."

"허허, 새댁인가 보구만. 좋을 때 지

"하. 하. 하. 감사합니다."

올리버가 여전히 고장 난 상태라 난 대충 그를 뒤로 감추며 대화를 이끌었다.

"그나저나 아직 대낮인데 사람이 너무 없네요. 저희가 막 도착한 참 이라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나 요?"

"으잉? 쯧쯧. 말도 말어."

노인이 혀를 차며 울분을 토로했 다.

"갑자기 돌림병이 돌아 남작님과 그 자식분들까지 줄줄이 죽어나간

탓에 마을 꼴이 엉망일세. 그 와중 에 새로운 남작님은 뒤뜰에 별채를 지어 아끼는 첩에게 주겠다며 장정 들을 다 끌고 갔으니…… 에잉, 쯧."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려! 새댁도 차라리 빨리 여기서 도망치는 게 나을 거야. 새댁 남편 도 그곳에 끌려가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 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노인을 슬쩍 떠봤다.

"남작님을 저지하는 사람이 아무

도 없단 말이에요?"

"그럼! 누가 있겠어! 나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여기서 버티는 거지, 자네들처럼 팔팔한 젊 은이들은 그냥 떠나는 게 나을 걸 세."

"항의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요."

내 말에 노인이 아주 해괴한 소리 를 들었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하!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말게."

짙은 불신이 그 저변에 깔려있었 다. 귀족에 대한 불신이.

"조심들 허는 게 좋을 거야."

노인은 마지막으로 충고를 남기고 떠났다.

나는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있는 올리버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 다.

"분위기가 생각보다 험악하네요. 이전 남작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 도 있겠어요."

"그래 보입니까?"

"아닌가요'?"

"이 정도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귀

족에 대한 불만은 누구라도 품고 있으니까요."

톨룩인인 올리버의 말이 더 정확 하겠지. 그렇다면 아직까진 폭동이 일어날 수준은 아니란 말이었다.

"그래도 술집에 미리 파견된 단원 들의 말을 들어보면, 젊은이들은 좀 더 과격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그거 반가운 소리네요."

어차피 혁명을 주도하는 이들은 육체적으로 힘이 있는 이들.

말하자면 젊은 사람들일 테니까.

"그럼 결정적인 계기를 하나 만들

어 줘야겠네요."

"……결정적인 계기요?"

올리버가 영 불안하다는 듯 되물 었다.

그래. 모든 일엔 계기가 있는 법이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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