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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12화 (318/361)

312화

콰아앙!

땅장군이 휘두른 앞발에 땅이 움 푹 팼다. 사내는 바닥을 굴러 겨우 공격을 피해냈다.

주변 사람들은 땅장군에게 당해서 모두 죽어있었다. 마땅한 무기도 뭣 도 없는 상황.

허억, 허억.

사내는 서둘러 무너진 건물 파편 뒤로 몸을 숨겼다.

땅장군은 먹잇감을 놓쳤단 걸 깨 닫자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케게겍!

사내가 숨은 파편 바로 앞으로 땅 장군이 지나가고 있었다.

기다란 더듬이가 허공과 바닥을 흝는다.

스르륵.

더듬이가 바로 머리 위를 스치기

도 했다.

그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입을 틀 어막고 겨우 버렸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거친 숨소리 가 놈에게 들릴지도 몰랐다.

-케게게겍....

땅장군은 아까까지만 해도 코앞에 있던 먹이가 어디로 간 건지 어리 둥절해 보였다.

그것도 잠시. 주린 배에 땅장군도 자리에 앉아 주변 시체들을 주워 먹기 시작한다.

콰드득! 우직!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는 여전히 두 손으로 입을 틀 어막고 있었다.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마 죽은 이들과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으리라.

콰직! 우드드득!

거센 소리가 울릴수록, 사내의 얼 굴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눈물 콧물로 범벅인데 그저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의 처지가 안 타까울 뿐이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맨 처음 게이트가 열릴 때. 마트에 있던 이들을 죄다 버리고 나 혼자 도망쳐야 했던 시절이.

-케게게게겍…….

땅장군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 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쿵, 쿵, 쿵!

거대한 몸체가 움직이는 대로 미 약한 진동이 땅을 울렸다.

한참 지나 땅장군의 모습이 보이 지도 않을 때쯤에서야 사내가 손을 내렸다.

"허억, 허억…… 흐읍! 혹, 허

억..

숨을 몰아쉬면서 눈물을 닦아낸다.

w 언 my ...... 아빠* . . . . . 해이미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손이나 다리 같은 신체 일부만, 마치 음식 물 쓰레기처럼 남아 있을 뿐이었다.

"혹, 흐흐흐흑……

그가 울분에 차 바닥을 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시간이 되돌려졌 다.

처참한 광경을 보니 마음이 무거 웠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도착하자, 사 내가 날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말이 돼?

마치 날 보며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답은 내 등 뒤에서 들려 왔다.

-아, 진짜라니까?

휙, 뒤돌아보니 사내와 닮은 듯한 남자아이가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둘 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뜨거운 여름 볕 아래서 걷고 있었 다.

나는 둘 사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또 이상한 헛소문 듣고 왔네. 오 늘 밤 무섭다고 형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

-왜 안 믿어? 나랑 같은 반 친구, 걔, 기철이! 내가 말했잖아. 옆 동 네 사는 앤데 우리 학교 다닌다고.

-엉. 그랬지.

-걔가 한 달 전부터 안 나오고 집 에 전화해도 안 받아서 쌤들이 걱 정했단 말야.

-가출이라도 했나 보지.

사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

자 아이가 입이 댓 발 나와서는 잘 들어보라고 성화였다.

-아니라니까! 걔 그럴 애도 아니 야! 아무튼, 그래서 내가 친구들이 랑 걔네 집에 다녀왔는데…….

-뭐? 야, 너 또 산 넘었어?

-엄마아빠한텐 비밀이야!

-거기 산길 위험하다니까. 호랑이 가 이놈! 한다?

-그걸 믿어?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하자 도리어 멋쩍어졌는지 사내가 고개 를 휙 돌렸다.

-아무튼 거기 가려고 했는데, 뭔 가 이상했다니까.

-뭐가 이상해. 뭐가.

-어떤 사람들이 마을 앞을 지키고 서 있었어! 우리한텐 들어가면 안 된다면서. 그리고 마을 안 분위기도 좀 이상했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찾 던 그 얘기였다.

'최초의 게이트!'

-너 전에 거기서 사고 친 거 땜에 그런 거 아냐?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니까. 마

을 사람들도 아니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러나 사내는 아이의 얘길 귀담 아듣고 있질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으면서 대충 대꾸한다.

-네가 모르는 사람인가 보지. 옆 동네 사람을 어떻게 다 아냐?

-난 다 알거든? 자주 가서?

- 뭐어?

사내가 도끼눈을 뜨고 아이를 바 라본다. 아이가 아차, 하는 얼굴을 했다.

- 거기 가지 말라고 했다. 장유성.

- 못 가, 이제.

- 위험하다니까 말은 죽어도 안 들 어요〜.

사내가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자 아이가 억울한 듯 불퉁한 티 를 냈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사내가 뾰루퉁한 아이의 얼굴을 보곤 풋,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잔뜩 헤집 으면서 이렇게 조언하는 것이다.

- 옥수리에 가고 싶으면 차라리 나

한테 얘기해. 같이 가줄 테니까.

'옥수리!'

그 지명을 듣자마자 갑자기 사방 이 다 흐려졌다.

슈우우욱!

몸이 어디론가 빨려 나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잊고 있던 지독한 멀 미가 올라왔다.

"윱……!"

웩, 헛구역질을 하자 막혔던 숨이 탁 트인 것처럼 갑작스러운 현실감 이 몰려왔다.

"후우, 후……

자유로웠던 몸 감각이 중력에 짓 눌리며 한층 무겁게 느껴졌다.

기억 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 왔다는 증거였다.

"어때. 원하는 건 찾았느냐."

"네. 아마도요."

어딘가의 지명은 알아냈다.

그게 정말 최초의 게이트인지는 확인을 좀 해봐야겠지만.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만."

최석철이 씨익 웃으며 동그란 선 글라스를 추켜올렸다.

* * *

나는 서둘러 백목련에게 향했다.

내가 얻은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 데이터에서 '옥수리'에 대한 내용이 있는지 짜 맞춰보기 위해서였다.

보안 절차를 빠르게 처리하고 안 으로 들어서니, 의외의 인물이 안에 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운우?"

한창 바쁠 그가 왜 연구소에?

그가 그런 내 질문을 읽은 것처럼 앞쪽을 보라고 손짓했다.

앞의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운 것 은 지도였다. 그냥 지도도 아니고, 게이트 파장이 표시되는 지도.

그런데 파장의 범위가 너무 넓다.

"이 정도 크기, 이 정도 범위. 그 리고 파장의 세기까지……

백목련이 다른 곳에 있다가 걸어 나오며 말을 이었다. 날 발견하고 슬쩍 눈인사를 건넨다.

"이전에 있었던 '브레이크 아웃' 게이트와 97% 유사합니다."

"이번에도……

이운우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인상 을 찌푸렸다.

"한서하 씨. 지금은 보다시피 선약 이 있어서. 조금 기다려주시겠어 요?"

"같이 듣지. 어차피 알게 될 내용 일 텐데."

브레이크 아웃 게이트라면 또 민 간인의 피해가 생기기 전에 미리 클리어를 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 니 최상위권 헌터들이 대거 투입될 거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지도에서 익숙 한 지명이 눈에 보였다.

"……옥수리."

"산을 많이 끼고 있는 게이트 라…… 좀 의아하긴 하네요. 지금까 지 게이트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더 빈번하게 생겨난다는 통계 결과 도 있는데."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백목련 씨. 여기일 가능성이 있어 요."

내가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백목 련도 무슨 얘길 하는 건지 알아챈모양이었다.

"여기가요?"

"네. 어쩌면요."

"무슨 소린지 나도 이해할 수 있 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이운우가 답답하다는 듯 끼어들었 다.

"우연일까요? 톨룩 측도 하필이면 여길 껴서 게이트를 만든다니……

마치, 모래시계…… 그러니까 '크 로노스'를 찾으러 오는 것 같지 않 은가.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이건 더 이상 나와 백목련 둘이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 는 이운우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일련의 설명 이후 이운우도 골이 아프다는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아이템 이 있다? 그게 '크로노스'라는 이름 이고, 지구에 묻혀있다. 애초부터

톨룩의 목적도 이 아이템이다."

" 맞아."

"그래서 비석을 로노스가 저곳에 고 있었고, 근데 껴서 게이트를 고……

이해가 빠르다.

해석해보니 그 크 있다는 걸 암시하 마침 톨룩도 저길만들려도 한다

이운우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골몰했다. 그러더니 고갤 들 고 불쑥 말을 꺼낸다.

"총력전을 할 생각인가?"

무슨 소리냐고 되묻기도 전에 이

운우가 중얼거렸다.

"이 전쟁의 가장 핵심이 저 아이 템이라며. 정말로 그렇다면 이번 게 이트에 모든 전력을 집중해서라도 저걸 손에 넣으려고 할 것 같은데."

"그렇겠지."

"그럼 어설프게 준비했다간 우리 도 큰 코 다치겠는걸."

그래.

이건 그러니까, '최후의 결전'이다.

회귀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 다. 질질 끄는 전쟁에 결국 둘 다 지치고 말아서 마지막 결투에 모든걸 쏟아부었지.

그때 나도 목숨을 잃었고.

"그런데 다른 방법은?"

"무슨 소리야?"

"저 크로노스라는 아이템이 톨룩 의 목적이라며. 그냥 줘버리면?"

"톨룩의 오염은 정화되겠지."

그럼 전쟁의 목적이 사라지니 평 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지구의 오염은 그대로 남을 테 고."

그래. 그게 문제다.

한번 시작된 오염은 멈추지 않을 거다. 완전히 박멸하지 않는 이상 으

"나중엔 우리가 톨룩의 꼴이 될 수도 있어."

오염이 땅을 좀먹어 다른 세계를 호시탐탐 노리는 그 역할을 우리가 맡게 될지도 모른다.

내 말에 이운우도 대번에 이해했 는지 알겠다며 고갤 끄덕였다.

"그럼 총력을 다 집중해야겠네. 게 이트가 열리기 전에 크로노스를 미

리 빼 올 방법은?"

"크로노스가 명확히 지구의 땅에 묻혀있는 건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 면 톨룩과 지구 사이의 n차원 공간 에 존재한다고 봐야죠. 지금 가서 땅을 파봤자 아무것도 안 나올걸 요."

백목련이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했 다.

"그럼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단 얘기네."

이건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톨룩보다 먼저 크로노스를 확보 하는 게 급선무야. 게이트가 열리고

전투가 시작되면, 크로노스를 목적 으로 따로 움직일 팀이 필요해."

"내가 갈게. 많은 인원도 필요 없 어."

"혼자서는 안 돼. 네 팀을 다 데려 가고, 거기다 몇 명 더 붙여줄게."

"사람이 부족하지 않겠어? 톨룩도 전력으로 나올 텐데."

내 말에 이운우가 활짝 웃었다.

"부족하면 전 길드장님도 데려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전서호 전 길드장을?

"은퇴하시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면 어떻게든 불러와야지."

"그렇긴 하지……

근데 전서호라면 껌뻑 죽던 이운 우가 그렇게 말하니 위화감이 컸다.

"톨룩 측도 가만히 두고 보진 않 겠지. 거기도 크로노스 전담팀을 따 로 꾸려서 나올걸. 그러니까 괜히 전력을 아꼈다가 실패하면 그대로 끝장이야."

이운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는 결국 시간 끌기, 시선 끌 기용이야. 진짜 승패는 네 손에 달 려있어."

어깨가 무거워지는 말이었다. 책임 감이 막중했다.

"할 수 있겠어?"

이운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 덕였다.

"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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