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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314화 (320/361)

314화

챕터: 최후의 결전

이렇게 많은 헌터가 한 번에 모인 적이 있었을까. 동원할 수 있는 헌 터를 죄다 끌고 온 모양이었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로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꼭 전쟁이 처음 시작됐을 때가 생 각나네.'

그때도 이런 분위기였다.

'하나같이 잔뜩 굳어있는데, 나 혼 자만 여유로웠지.'

회귀 전에 이미 한번 겪어서 그런 가.

내가 바쁘게 움직인 덕인진 몰라 도 최후의 결전에 다다르기까지 시 간이 훨씬 단축됐다.

전에는 이 시기까지 오는 데 지지 부진 끌려서 10년도 넘게 걸렸으니 까.

"각 길드장들은 소속 헌터들을 다 시 확인하고../이운우는 이번에 총사령관을 맡았 다.

윤강백과 잠시 신경전이 있었지만, 국제 연합에서 파견받은 헌터를 전 청운이 전부 이끌게 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 너 머로 혜원 언니도 보였다.

"조연호! 성수 다 체크했어?"

"네! 수량도 확인했고 부족한 건 전쟁 도중에 추가로 보급할 수 있도록……

역천 사람들도 전부 모여있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는 사람 들이 보였다. 이제는 꽤나 숙련된 태가 나는 김태병부터, 날 보고 씨 익 웃는 진성연 헌터까지.

게다가 청사에서 한참 떨어진 곳 에서 어슬렁거리는 저 인물이 누군 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오셨네요."

"누구 부탁인데요. 와야죠."

그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

로 살짝만 로브를 젖힌다.

가늘게 뜬 눈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다. 그래도 공식 자리라고 머리 도 말끔히 정돈하고 왔다. 마지막으 로 봤을 땐 완전 엉망이었는데.

"전서호 전 길드장님."

"그냥 전서호 씨라고 불러주시죠."

"그럼 전서호 씨."

괜한 심심풀이로 그를 찾아온 건 아니었다.

이운우가 이미 그와 나에게 일러 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 제자인지, 참 잘 컸어요. 그

렇죠?"

그가 제 아들을 보는 것처럼 이운 우를 응시한다. 그의 눈빛에선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배어 나왔다.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자리 잡은 모양입니다. 날 공식적으로 다시 부 른 걸 보면."

지금까지 이운우가 은근슬쩍 전서 호의 손을 빌린 적은 꽤 있었지만, 대개 비공식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서호가 제 모습을 감추지 않고 화려하게 재데 뷔를 할 예정이었다.

"중요한 시점이니까요. 초반에 분

위기를 갖고 오는 편이 좋겠죠."

더구나 전서호의 능력이라면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 지 않나.

수적으로 열세일 우리에게 꼭 필 요한 능력이었다.

"곧 게이트가 열립니다! 30초 남 았습니다!"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지. 나는 탁, 노이트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곧 다가올 거대한 전쟁을 아는지 노이트도 징징 울리고 있었다.

"내가 한서하 헌터와 같은 전쟁터 에 서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제가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하셨으니 까요."

"실력좀 볼까요?"

가벼운 도발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내가 싸우는 모습을 그에게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새하나교 때도 그가 길을 트고 나 는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10초 남았습니다!"

전서호가 가늘게 휘던 눈을 슬며

시 뜬다.

뱀처럼 찢어진 동공이 내게 향한 다.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됩니까? 대 체 뭘 보는 건지."

전에도 물어본 적이 있지만 제대 로 대꾸해준 적은 없었다.

그저 어릴 적에 눈이 약해 마력이 눈을 보호하다 보니 쓸데없는 것까 지 더 잘 보게 됐다고 그랬지.

"음…….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요."

그가 턱 끝을 살짝 매만졌다.

"5초 남았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다.

"가능성, 이라고 해야 하나?"

"가능성이요?"

"정확하진 않아요. 나도 내가 보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르니까."

누구도 그가 보는 걸 대신 볼 수 없으니. 그게 무엇인지 누구도 일러 주지 못했겠지.

"각 개인에게 주어진 '그릇'을 본 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겠네 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상이 반 전됐다.

[알림: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사용자를 확인합니다.]

[개체 '한서하(각성자)'를 확인했습 니다.]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게이트가 열렸다!

나는 시야가 잡히자마자 공간 간 섭을 발휘했다.

'게이트는 넓은데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 적군은 저쪽인가.'

전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대규모 전쟁에서 기습은 의미가 없다.

서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수 단 정도는 있을 테니까.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전서호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운우가 부탁했던 일을 시작할 차례였다.

'공간 간섭!'

눈을 감았다 뜨자, 나는 순식간에 적진의 후방에 침투해있었다.

"O 옷7"

병사 하나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날 보고 의아하단 소리를 냈다.

서걱.

다음 순간 그의 목이 바닥을 굴렀 다.

"적군이 침입했다아아!"

"후방이다! 후방을 조심해!"

누군가 소리 높여 외쳤다. 사방에 있던 적들이 내게 무기를 휘두른다.

휘익

키기기직!

"사라졌어!"

검들끼리 서로 부딪치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빈 허공에 칼들만 춤 을 춘다.

"위, 위다!"

"마법사들! 궁수들!"

후우우욱.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익숙한 감각이다. 수십, 수백, 수천 번도 넘게 느껴온 이 소름 끼치는감각.

바람이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면 서 서늘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고점을 찍고 아래로 곤두 박질치는 순간.

다른 이들이라면 가장 취약한 그 때에, 나는 허공에서 불쑥 사라진 다.

"어디냐!"

"경계 태세를 갖춰라!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서로 등을 맞댄…… 커 억!"

탕!

비명과 총성은 거의 동시에 울렸 다.

이 근처의 통솔권자가 사라지자 경악 어린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목소리를 높이는 이부터 죽인다.

그리고 이미 두어 명 눈여겨본 놈 들이 있었다.

탕, 탕!

서걱!

"허……헙!"

털썩!

두어 명 더 죽이자 병사들은 도리

어 주춤 뒤로 물러섰다.

날 상대하는 게 역부족이란 걸 느 낀 참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한 걸음 가까이 걸 어가자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그러자 뒤편에 서 있던 다른 적장 이 외쳤다.

"뒤로 물러서는 놈은 내가 죽일 것이다! 당장 저자를 잡아라!"

그 으름장에 굳어있던 다리들이 움직였다.

"흐아아압!"

"죽어라아아아!"

뭣도 모르면서 일단 달려들고 본 다.

그런 눈먼 공격에 맞아줄 만큼 친 절하진 못했다.

후욱!

한 번 더 허공을 날았다.

궁수들이 이번엔 때를 놓치지 않 고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철컥.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하늘로 향한다.

[알림: '쏟아지는 불꽃'이 간만의 등장이라며 신이 나 합니다.]

타앙!

쏘아 올려진 탄환 하나가 불꽃비 가 되어 내려온다.

콰과과과과광!

탄환이 쏟아지는 소리와 비명이 뒤섞였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덧 없다.

뒤로 물러서면 죽여버리겠다고 말 했던 적장도 이미 말과 함께 목숨을 잃은 지 오래였다.

총알비가 멎자 내 근방에 살아있 는 것이라곤 나 혼자뿐이었다.

핏물이 밴 흙바닥 색이 짙게 물들 었다.

"허..허억.../

마치 내 근처로 오면 모두 죽기라 도 할 것처럼, 범위 밖에 있던 병 사들이 얼음같이 굳었다.

잠시 기다려보지만 덤빌 생각을 않는다.

"그럼 내가 가야지."

찰박, 찰박.

앞으로 두어 걸음 걷다가 다시 시 야 밖으로 사라진다.

탕, 탕, 타아앙!

지나간 총성만 귓가에 남았다.

톨룩군과 지구군이 서로를 마주하 고 대치 상태에 섰다.

양측 다 두터운 철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기사들이 맨 앞에 섰다.

뚫리기는 하는 건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철벽이었다.

전서호가 그들을 바라보며 마력을 갈무리하는데, 갑자기 적군에서 뭔 가 이변이 생겨났다.

웅성웅성. 작게 소란이 일었다.

'뭐지?'

의아한 마음도 잠시. 그는 곧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저 뒤편에서부터 핏물이 허공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실력 좀 보자고 했더니……

멀리서 보니 점처럼 보였지만 점 점 다가오고 있었다.

몇 번이고 허공에서 나타났다 사 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총성 이 울리고, 시신이 바닥에 털썩 쓰 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후방으로 가겠다고 하지 않 았나?'

그리고 서서히 가까워져서 이제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되 자 그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지금…… 적진을 횡단해서 온 거야?'

탕, 탕!

맨 앞에 서 있던 기사 둘이 뒤통

수에 총알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 틈으로 피에 젖은 한서하가 모 습을 드러낸다.

그녀가 유유히 시신을 즈려밟고 아군 쪽으로 걸어온다.

톨룩군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수백 대의 화살을 조준했다.

"하."

전서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 음을 지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한서하가 까딱, 톨룩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이거 좀 자존심 상하는걸."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 가 가득했다.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던 마법진이 톨룩군의 머리 위로 그려진다.

마치 투명한 수조에 담긴 것처럼 물이 허공에서 찰랑인다.

두터운 철갑옷에 방패를 맨 이들 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다. 경악 어린 시선을 만끽하며 전서호는 딱, 손가락을 튕겼다.

쏴아아아아아J

쿠구구궁!

거대한 해일이 그들을 덮친다.

몇 발 날아오던 화살도 물길에 그 힘을 잃고 말았다.

"흠, 흐음."

전서호가 두어 번 더 손짓하자 물 결이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면서 더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 사이 한서하가 아군에 합류한 다.

피에 젖어 질척이는 겉옷을 벗어 내고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었다.

그리고 전서호와 눈이 마주치다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 어땠어요?"

전서호가 던진 도발 멘트에 대한 대답이었던 모양이다.

"은퇴하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실력 있는 후배님들하고 경쟁하느 라 힘들 뻔했네."

"엄살이 심하시네요."

한서하가 단숨에 일축했다.

"아직 현역으로 따져도 전서호 씨 만큼 하는 헌터는 거의 없을 겁니 다."

거의가 뭔가. 같은 계열 마법사로 경진아가 있긴 하지만 아직 전서호 를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는데.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꽤나 인상 깊은 퍼포먼스였어요. 진심으로요."

전서호의 칭찬에 한서하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물론 그에게 잘 보 이려고 그런 건 아니었고, 본 목적 은 따로 있었다.

"그랬다면 다행이고요."

남에게 보이지 않는 알림창을 내 려다보며 한서하가 남몰래 작게 중 얼거렸다.

"칭호 값은 해야죠."

[알림: 잠■이 해제■니 ■.]

[칭호 '전■의 ■■을 여■ 자'가 활성화됩니다.]

[칭호 '전장의 서막을 여는 자'가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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