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1 움트는 새싹 =========================================================================
예정보다 너무도 일찍 돌아온 비올렛 일행을 본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비올렛의 몰골을 보고 그저 굳은 얼굴로 에셀먼드를 불러냈다. 한참 후에 나온 후작은 옷을 갈아입은 비올렛에게 찾아갔다. 비올렛은 아직도 충격에 떨고 있었다. 후작의 입에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비올렛의 마음 역시 무거웠다.
“죄송합니다.”
비올렛은 말했다. 차라리 고양이를 구하러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지하 감옥에서 도망치지 말아야했다. 평온한 표정이었던 에셀먼드와는 다른 심각해 보이는 후작의 얼굴을 보니 비올렛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
“괜찮습니다.”
후작은 말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는 것이다.
“얼마나 충격이셨습니까.”
그 말에 비올렛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차피 공작이 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우린 그것에 놀아난 것 뿐이지요.”
후작이 말했다. 비올렛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라도 체자레가 아주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았다.
“이젠 그를 스승으로서 더이상 이곳에 부르지 않아도 되어 저는 좋군요. 저는 정말로 귀찮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서투르게 그녀를 위로하는 후작의 그 말에 비올렛은 울음을 터트리며 후작에게 안겼다. 후작은 따스한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따스한 사람들을 몰랐을까. 체자레에게 갔었다면 어떤 삶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며 행복해 하던 비올렛은 그것을 후회했다. 체자레에게 갔었다면 절대 행복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곳의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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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렛의 충격은 회복이 되는데 상당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토미의 비참한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머리가 터져버린 하녀의 모습도. 붉은 피를 뒤집어 쓴채 미소짓던 체자레도.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도 비올렛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으나. 사람이 사람의 정체성을 버린채 짐승처럼 사육당했던 것, 그리고 그 영원한 고통이 주어진다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지하실에 장식되어있는 꽃들이 사실은 사람의 손톱이었다는것도 그동안의 그의 악행을 떠올리게 해 너무나 괴로워 어쩔줄 몰랐다.
비올렛이 키우는 고양이 역시 똑같았다. 그 고양이 역시 비올렛처럼 달달 떨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비올렛의 품 아니면 어디서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불안에 떨었다. 금방이라도 체자레가 방문해서 그녀를 다시 자신의 성으로 데려갈 것 같았다. 그녀는 악몽을 꾸었다. 지하감옥에 갇히는 것은 자신이 되는 꿈을. 그리고 그 악마같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톱을 뽑는 것이다. 비명을 지르려던 혀는 이미 잘린지 오래다. 불에 달궈 붉게 달아오른 동전을 억지로 넘기게 해 비명도 지를수 없게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행위에, 오히려 바로 목을 자르는 에셀먼드가 친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왜 사람들이 체자레를 무서워 하는지 깨달았다. 왜 교황이 무서운지도 알았다. 신전은 신전이었다. 역시나 그러했다. 그녀는 잠시 부드럽고 호감이 가는 외모에 착각했던 것이다. 신관들이 가학성을 가여운 여자들에게 드러냈듯, 체자레 역시 그 잔혹한 성정이 죄수를 향해 드러낸 것이다.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에게 벌을 줬을 지언정, 그녀는 그것을 바란적은 추호도 없었다. 사람에게 이토록 지독한 공포를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검을 든 사람을 무서워 했지만 그것은 ‘검을 든 사람’조건이었지 특정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체자레가 두려웠다. 그리고 교황도 두려웠다. 후작은 그녀를 안심 시켰다. 체자레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며, 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에이든과 다니엘이 뭐라고 물어보려 했으나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가씨, 아직도 무서우신거예요?”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에 떨고 있는 비올렛을 보며 앤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올렛으로서는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추기경과 교황을 피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녀는 이곳이 견고한 성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일시적이라도, 그래도 안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악명 높은 공작의 지하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받을 충격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으니.
“오라버니가 올 시간인가?”
비올렛이 물었다. 달달 떨면서도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을 하고 돌아가는 버릇마저 생겼다.
에셀먼드는 그때 공작의 성에 남아있어야만 했었다. 그러는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벗어난 것은 자신 때문이었다. 멋대로 지하실에 내려가 그런 모습을 보았던 자신. 차라리 그것을 보더라도 모른척 했어야 했다. 왜 그걸 견디지 못했을까.
그런 나약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에셀먼드가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지, 또 무슨 일을당할 건 아닌지 비올렛은 언제나 겁에 질려 전전긍긍해 하며 에셀먼드가 올 시간에는 밖에 나가 그를 멀리서보고 돌아오고는 했다. 차마 살갑게 다가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이렇게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에셀먼드는 언제나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딱히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후작의 얼굴에서 수심이 드리워 진 것을 보면 아마 별로 좋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짐작했다. 너무나 힘들었던 그녀는 결국 다시 식사를 방에서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다지 다른 날은 아니었다. 다른 때보다 서늘한 날씨가 그녀의 몸을 에었지만 그녀는 에셀먼드의 얼굴을 봐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에셀먼드가 비올렛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직접적으로 시선을 마주하던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버릇이 참 도둑같은 음침한 버릇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앤은 그것이 나쁜것이 아니고 차라리 에셀먼드에게 말을 거는 것은 어떤가 제안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에셀먼드에게 미안했고, 에셀먼드가 그녀를 탓할까봐 두려웠다.
“비올렛”
도망가려던 그녀의 이름을 에셀먼드가 불렀다. 그대로 도망을 갈까 했지만, 또 그렇다고 정말로 그를 외면해서 도망을 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도망가려던 걸음을 멈춘 채 우뚝 서 있었다. 아직도 차가운 겨울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흐트려놓았다. 어느새 등허리께로 길어진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너는 추운 겨울을 즐기나? 왜 자꾸 나오는 거지?”
“.......”
언제나와 같은 음성, 얼굴. 정말로 아무 일이 없는 것일까. 에셀먼드가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정말로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녀에게 화를 내기에는 그녀가 너무 하잘것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비올렛은 물끄러미 에셀먼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어느 쪽이든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안심했다. 얼굴을 보고 안도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는 에셀먼드의 옷깃을 꽉 잡았다. 추운 날씨에 그 옷조차도 서늘했지만, 그저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 눈송이 몇개가 떨어졌다. 차가운 눈송이가 에셀먼드가 입은 검은 제복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가 잡은 옷깃에도 살며시. 에셀먼드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옷깃위에 떨어진 눈송이에 집중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산책을 하려면 조금 더 이른시간에 하도록 해.”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눈송이를 맞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산책을 나간게 아니에요.”
비올렛이 말했다.
“오라버니를 기다렸어요.”
그 말에 에셀먼드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는 정말로 비올렛의 말에 당황한 것 같았다. 에셀먼드가 입을 다물고 관찰하듯 그녀를 바라보자 비올렛이 말했다.
“다치시진 않은건가요?”
“........”
“폐하가 뭐라하시진 않았어요?”
“........”
“티게르난 공작이 복수하지는 않았어요?”
“........”
“오라버니, 괜찮은거죠?”
그것은 비올렛의 마음 속에 있는 목소리었다.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해서 말할 수 없던 그런 죄책감. 펑펑 떨어지는 눈송이가 모든 소리를 묻어주었다. 비올렛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얼굴을 바라보던 에셀먼드는 손에 낀 가죽장갑을 벗고 손을 들어 흐르려던 그녀의 눈물을 닦아 냈다.
“너는 원래 이렇게 잘 우나?”
“.......”
그 말에 서린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모른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셀먼드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서렸다. 그것은 언제나 보던 서늘한 미소가 아닌 부드러운 온기가 서린 미소였다. 비올렛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년이 웃고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항상 내 앞에서 우는군. 다니엘 앞에서도 이렇게 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것을 본 에셀먼드가 말했다.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가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가 손을 드는 것에도 겁에 질려 도망갔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저 그의 손길을 받아 들일 뿐이다. 비올렛은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너의 걱정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 말에 비올렛은 서운해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언제나 그러했다. 이것이 에셀먼드였다. 비올렛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나는 언제나 이 시간에 올거다. 그러니까 다음 부터는 일찍 나와서 기웃거리지 마. 그리고 더 늦으면 들어오지 않는 거니, 들어가 있어.”
“안들어 올 때도 있나요?”
비올렛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자 에셀먼드가 말했다.
“때에 따라서는.”
불안해 하는 얼굴을 드러내던 비올렛을 보며 에셀먼드가 대답했다. 들어가자. 그는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비올렛은 처음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녀를 안심하게 하는 사람은 에셀먼드 밖에 없었다. 이 사람보다 더 비올렛에게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정말 기다려도 돼요?”
“그래.”
에셀먼드가 말했다.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손을 잡고 싶었다. 이대로 계속, 이렇게 안심하고 싶었다.
“오라버니.”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비올렛이 활짝 웃었다. 비올렛은 사랑스러워 질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소녀였고, 지금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셀먼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눈송이 처럼 갑자기 떨어져 내려온 여동생의 존재를. 그리고 눈송이처럼 금방 녹아 사라질 것같은 위태한 소녀를.
============================ 작품 후기 ============================
회원 비회원 추천추천~~ 모바일도 추천추천~~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111
어어. 유년기 끝내야하는데.흡... 이번 열두시에 끝이나겠군요..큽.......
금자나꽇의 계획 - 자!! 다음편에!! 유년기 !! 끝이 드아아아아앙 1편은 유년기 또 1편은 청년기 편의 시작이다아아아
과연 금잔화꽃은 5시간 내에 30키바를 쓸 수 있을것인가!!!
물론할수있다...!!아마도...
여러분 체자레의 저의를 궁금해하시는 것같은데 아직 드러난 정보로는
체자레의 의도에 대해 절대 이해할 수 없을겁니다....!!!
벌써 청년기 쓸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군여!! 캬!!!!!!!!!!!!!!!!!!!!!
그럼 전 20000.
30키바 연성하러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