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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67화 (67/208)

00067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

비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한참동안이나 쟁쟁한 사람들의 위압감이 가득찬 현장에 있었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것 같았다.  확실히 성녀가 할 일은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비올렛은 체자레의 태도를 생각했다. 언제나 처럼 웃고 있었지만 체자레는 분명히 호의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종교가 달라서 그럴까. 체자레는 이자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자카도 만만치 않아 통역인 라이니그를 두고 자신이 직접 말했다. 결국 어찌되었던 간에 그녀가 이자카를 개종시킬 의무가 있는데, 체자레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것이 수월할까? 그리고 이자카는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며 도우라고 말했다. 성력이 없다는 것을 체자레가 미리 말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녀는 꼼짝없이 '없는척 하는 것'을 '있는 척' 하는 이중의 덫에 걸릴 뻔 했다.

“잠깐 저좀 보시겠습니까?”

체자레가 다가왔다. 회의가 끝나고도 체자레의 부름을 받다니 비올렛은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저 멀리서 이자카 무리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체자레가 그녀의 시선을 쫓더니 이자카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언제나 처럼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럽다는 듯 기다란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머리를 땋은것도 아름다웠습니다만. 역시 저는 이렇게 아름답게 늘어진게 좋군요.”

“....스승님?”

비올렛이 물었다. 체자레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시다.”

체자레가 비올렛의 팔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비올렛은 체자레의 손을 잡은 적은 처음이었다. 깜짝 놀라 손을 빼내고 싶었지만 그녀의 손이 연결되었다. 이걸 왕이 봐서 별로 좋은 꼴은 못볼텐데, 걱정하며 왕이 있었던 쪽을 바라보니 그는 벌써 집무실로 간 듯 없어진지 오래였다. 에셀먼드와는 달리 체자레는 느슨하게,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든 놓아줄 것 처럼 손을 잡았다. 손을 잡는 방법도 이렇게 다르구나, 그녀가 멍하게 생각할때 체자레는 궁 바깥으로 나섰다.  정원은 여름의 초록으로 가득 들어찼는데, 더운 여름햇살을 피해 체자레가 나무 그늘이 많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나무 아래서 그가 비올렛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네, 네.”

비올렛이 대답했다  체자레가 황금색 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듯 지켜보았다.

“칸을 만난적이 있습니까?”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군나르 족 칸을 만날리는 없었다. 사실 군나르 족은 딱 한번 보았지만, 사실 그때는 배신과 납치를 당해 경황이 없었고, 또 그 뒤로 벌어진 일때문에도 그저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라는 기억 이외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군요.”

체자레가 그녀의 얼굴에서 거짓을 찾을 수 없자 이내 의심을 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 무슨 연유가 있는지요.”

“아닙니다.”

체자레가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건 저 뿐만이 아니니까요.”

“........”

“그래도 참으로 재밌군요. 저렇게 대놓고 드러내다니 말입니다. 과연 아슈카바드의 칸 답습니다. 카칸의 자리를 노릴만 합니다.”

“스승님?”

비올렛이 묻자 체자레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저들의 말을 믿습니까?”

“.........”

비올렛이 고개를 갸웃, 하자 체자레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까도 말했다 시피, 몇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신앙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성하나 폐하께서는 그것에 단순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계시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체자레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저들이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는 이야깁니까?”

비올렛의 말에 체자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종하려는게 아닙니다.”

“...스승님?”

비올렛이 물었다.

“그들은 당신의 안내를 받고 싶어합니다. 성력이 없다해도 말입니다. 개종을 원하는 자들이 성직자들의 힘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입니다.”

성력이 없다, 라고 할때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그녀는 그것을 못본 척 했다.

“그 이유를 찾아내시는게 좋을겁니다.”

비올렛이 굳은 얼굴로 체자레를 보았다.

“스승님은 찾지 않으실겁니까?”

“나는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찌되어도 사실 상관 없는 일이니까요. 정말 개종을 원한다면 우리에게 이득일 것이며 무엇인가를 꾸며도 우리는 그저 방관하면 그만입니다.”

그 말에 비올렛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의 경고에 걱정이 되는 비올렛과는 달리 체자레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어쩐지 억울해졌다. 사실 그녀에게도 그다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저도 사실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가만히 두십시오. 알아내지 마십시오.”

“........”

“저는 그저, 비올렛이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말한 겁니다.”

“.........”

“물론 저는 당신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전에 막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그건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는 스승님께서 그들이 제게 해악을 끼치기 전에 막는게 좋은게 아닙니까?”

“글쎄요, 저는 제자를 강하게 키우는지라.......”

그가 미소지었다.

“제게 거짓말하는 얄미운 제자를 도와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비올렛은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눈감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알고 있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역시 그것을 또 눈치채지 못한 척, 순진한 척 웃는 것이다. 그 가식이 허물어지는 순간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므로.

“저는 언제나 스승님께 진실하답니다.”

“그러십니까.”

체자레가 마주보며 웃었다.

*

체자레를 보내자, 왕자의 신학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에 다시 궁 안으로 들어온 비올렛은 회랑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 이자카를 보았다. 기다린건가? 비올렛이 생각하면서 다가가자마자 비올렛은 갑자기 몸이 쏠렸다. 갑작스럽게 안기게 된 비올렛이  그의 품안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그녀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꽉 껴안은채 놓아주지 않았다. 단단한 포옹에 그녀의 상반신이 그의 단단한 몸에 밀착되었다.

“피아케.”

제비꽃, 이라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가 비올렛의 키에 맞춰 허리를 숙였다. 덕분에 그녀의 허리가 뒤로 살짝 꺾어졌다. 그가 으르렁거리듯이 귀에 대고 말하는것이다. 씩씩대는 듯한 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I li se jmorru biex issib dak tiegħi, zhar.”

비올렛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천천히 느릿느릿하는 말이었으므로,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것을 찾으러 간다, 반드시.’

익숙한 단어의 울림이었다. 비올렛이 그를 올려다보니 그의 초록눈은 짙은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는 분노한 듯 했다.

“왜 나를 모르는척 하는 건가, 피아케?”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비올렛이 그를 다시 밀쳤다. 갑작스럽게 허리를 휘감은 사내의 팔이 너무도 단단해서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저 남자가 정말 제대로 팔에 힘을 주었다면 그대로 으스러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가 우악스럽게 턱을 잡아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한팔이 풀렸는데도 도저히 달아날 수 없었다.

“네가 맞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남자를 어떻게 막을수 없었다. 검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검이 있다고 그를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무슨 짓들입니까!”

왕자가 뛰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에이든과 견습기사들이 서 있었다. 아마 구역이동을 하는 듯 했다. 이자카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팔을 풀었다. 허리가 아팠다.

“괜찮아, 비올렛?”

에이든이 다가왔다. 보통때라면 에이든의 부축따윈 뿌리쳤겠지만 온몸에 힘이들어가 덜덜 떨렸다.

“괜찮으십니까, 성녀님?”

견습기사 몇몇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이자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자카의 키가 산처럼 컸기 때문에, 비올렛이 보기에 그들은 이자카에 비하면 새파란 애송이였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에이든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자카는 비올렛을 바라보다 에이든의 어깨를 짚은 비올렛에 손에 시선이 닿자 에이든을 노려보았는데, 그 시선이 서린 위압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에이든 역시 그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글이글한 시선을 거두고, 그는 뒤돌아 성큼성큼 걸어가버리는 것이다.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모르겠어. 갑자기 날 껴안았어.”

“저자식 순 변태 아니야!”

에이든이 소리쳤다. 비올렛은 그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견습기사들이 서로 눈을 굴리는 것 같았다. 비올렛은 자신이 에이든에게 거의 안겨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품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표정을 갈무리한 후 말했다.

“아마 군나르 족의 문화는 뭔가가 다른 모양입니다. 너무 개의치 마시고, 혹여나 헛된소문이 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이런 일이 나봤자 별로 좋은 소리는 못들을게 분명했다. 특히나 꽃의 거리 출신인 그녀는, 남자와 추문이 나면 더욱더 더러운 소문이 날 것이다.

“그 부분은 걱정마십시오.”

그들은 정말로 이야기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비올렛은 안심했다. 중심을 잡기 힘들어 하는 그녀를 부축한 에이든이 답지않게 다정하게 왕자의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는 정말로 심각한 얼굴이었는데, 그 못된 놈을 다시 본다면 자신을 꼭 대동하라며 엄포를 놓았다. 비올렛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가에 있는 시종에게 대충 몸이 불편해서 부축을 받았다 변명하며 다시 자세를 갈무리한뒤 방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왕자와 그 맞은 편에 자리한 에셀먼드가 보였다. 아니 왜, 사람들은 모두 다 이렇게 모여있단 말인가. 게다가 에이든은 왜 또 방안으로 들어왔단 말인가.

“무슨일이십니까?”

샤를이 물었다.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하려 했으나 이 섬세한 왕자는 그녀가 이상하다는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사실 아직도 미약하게 몸이 떨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무래도 이번에 방문해 온 군나르 족의 칸이 좀 이상합니다.”

“네?”

내가 그렇게 소문을 내지 말라했건만. 이래서, 비올렛은 에이든이 싫어졌다. 그냥둬도 좋을 일은없는데 에이든은 자신을 더욱 더 비호감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갑자기 성녀님을 억지로 끌어안았지 뭡니까. 제가 왔을 때는 성녀님의 얼굴을 억지로 틀어쥐고 있었습니다. ”

“네에에!”

샤를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비올렛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일 아닙니다. 아마 문화적 차이가 있는듯 하여.......”

“군나르 족의 문화에는 처음보는 사람들 끼리의 포옹은 없습니다.”

에셀먼드가 차갑게 말했다. 눈치가 없나. 이런걸 굳이 문제거리를 삼을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일단 저기 있는 왕자가 벌써 심각한 일이 되지 않았다.

“특히나 남자가 여자를 억지로 끌어안는법은 없습니다. 이성에 대한 포옹은 그들이 소유한 여자에게나 하는 행동입니다.”

“그건 무례한 일 아닙니까!”

이거 완전 나쁜놈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한 샤를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습니다. 누구와 착각한 듯하여........”

“성녀님를 감히 누구와 착각을 한답니까.”

에셀먼드가 말했다. 에이든 역시 에셀먼드의 설명을 듣자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비올렛은 자신을 둘러싼 세 남자가 저런 얼굴을 하자 짜증이났다. 저걸 말해 퍼트린 에이든을 죽이고 싶었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힘이 좀 세서 조금 몸이 아플 뿐입니다. 그분도 오해라는 것을 아셨을 테니 심려하진 마십시오.”

“네에.”

비올렛이 말하자 왕자가 못마땅한 얼굴로 대답했다.

“형은 왜 여기 있는거야?”

“적국의 사람들이 왔는데 전하에 대한 호위가 더 강화되는건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에이든, 몇번을 말해야 겠습니까. 전하의 앞이더라도 예를 차리십시오.”

“넵, 알겠습니다.”

그가 군기가 바짝 들어서 대답했다.

“그리고 볼일이 끝났으면 나가보십시오, 전하의 방은 경이 함부로 드나드는 곳이 아닙니다.”

“네, 시정하겠습니다.”

자신에게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비올렛은 생각했다. 멍하게 에이든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에셀먼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비올렛은 생각했다. 이자카 못지않은 강렬한 시선에 비올렛은 어쩐지 부담스러워졌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하면은 건강이 좋아져요~ 세상이 밝아져요~ 뿅!

여러분 불금이라고 이렇게 토요일까지 달리지 마시고 창밖을 보세요! 블루문이 떠있어요! 달빛이 낭낭하니 좋습니다.^^

아차 오타지적이 있던데 숫사슴이 아니라 수사슴이 옳은 표현입니다. 맞는 표현이에요~

오탈자 지적은 항상 감사합니다만 이런 표현같은 경우는 한번 검색 해주시고 말씀해주시는 센스! ^^!

해리의 생일이 지나고8월 1일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여름도 이제 한달남짓남았네요....

이 로판콘도 일주일도 안남았구요...ㅎㅎ....빨리 끝나버려라..

주말도 덥다니까 여러분 조심하시구요 냉방병도 조심 아시죠?! 그럼 전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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