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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25화 (118/208)

00125  제비꽃, 피어나다  =========================================================================

(추천수 500이상이묜 내일도 돌아감니다)

오클럭이라는 곳은 산이 에워싸인 마을이었다. 산에서 오는 풍족한 물자 덕택에 마을치고는 거대한 편이었지만 산 때문에 교통이 발달하지 못하여  왕도와 성도의 중심에 있음에도  가장 낮은 산이 성도를 향해 있기 때문에 교황의  영향권에 있는 도시였다. 처음 전염병의 근원지였으므로 이미 마을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200여명 정도 사는 커다란 마을이 이제는 80명 정도 되는 사람들 만이 남았다. 더욱 암담한 것은 그중 50명이 병에 걸려 있었다.

그중  성도로 가고 싶지만 이미 통로는 폐쇄되었고, '소거'될 입장이었다. 그들은 신이 노하셨다며 신벌을 기다렸다. 그러나 신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성녀가 온다는 소리를 통로 밖의 신전병들에게 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성녀가 온다는 소식에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한 신관들에게서 퍼져나간 이야기였다. 날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그들은 성녀의 방문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 말 그대로 성녀가 찾아왔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성녀는 그들이 성녀 하면 떠올렸던 하늘하늘 아름다운 성복이 아닌 아무런 무늬도 없는 소박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그 새하얗게 빛나는 은발과 하늘을 담은 듯한 투명한 눈동자와 이마의 신의 인이었다.

대규모의 신관들을 이끌고 왔으리라 생각했던 것 과는 달리, 그녀는 그녀와 그녀의 가디언과 같이 단촐한 구성으로 온 것이 의아했다. 돌아가자 마자 그녀는 돌아가는 상황을 물어보고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마 마을 꼴을 보고 불쾌해하는게 분명했다.  마을 사람들이 분명 곱게 자랐을 성녀를 걱정하여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가져다 바쳤지만, 성녀는 그닥 그것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신전에서 호화로운 음식만 먹다보니 이런 것이 입에 안맞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죄송스러워 마을사람들은 연거푸 사죄했다. 성녀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환자들이 어디 있냐 물어 봐, 집에 있다고 하니 성녀님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아마도 흩어져 있어 일일이 찾아가 번거롭기 때문에 그러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았던지 성녀님이 말했다.

“지금 모든 환자들을 교회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가?”

“하지만 성녀님, 이건 전염병입니다... 아, 그렇군요. 성녀님께서 치료해주시면 되실 일이군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두어야 성녀님이 번거롭지 않으실것이다. 생각해보니 환자들도 모아두지 않고. 이렇게 기다리기만 했다는게 죄스러웠다. 성녀님더러 집집마다 들려 치료를 해주라는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 누추한 곳을 성녀님이 보시고 그 성안을 찌푸리신다는것은 용납할 수 없는 대죄였다.

“하지만 이 많은 환자들을 모을 장소는 없습니다.”

성녀님은 망설임 없이 신전을 가리켰다. 이미 관리하던 하급신관도 죽어나가 관리자도 없었다. 하지만 신의 장소이기 때문에 신관들의 시체만 겨우 수습했지 차마 저기에 발을 들일 생각은 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저기에 데려다 놓으십시오. 그리고 사람을 옮기실 시에, 천으로 입을 꼭 막으십시오.”

사람들은 그 말에 따랐다. 성녀님이 시키는 일이니 기묘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다 여겼다. 그러나 신전이라니? 세상에나 신전이라니? 신의 성역에 병든 자들을 데려다 놓았다가 신의 분노를 사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성녀가 직접 명령한 것이다. 무슨 깊은 뜻이 있겠지. 마을 사람들은 성녀의 말대로 집에 쳐박혀 있던 환자들을 하나 둘 옮겼다. 그리고 성녀가 지시한대로 손을 씻어내렸다.

어차피 치료한번이면 모두가 살 수 있을텐데 뭘 그렇게 복잡한 것을 원하는 것일까. 아마, 더러운 손으로 뭔가를 만지는게 싫어서 그러신건 아니실까. 어찌되었던간 성녀님이 하는 것은 신의 뜻이기 때문에 그들은 성녀의 기적을 기대했다.

그러나 성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환자를 이리저리 옮기라고 지시만 할 뿐이었다. 어차피 신관이 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으므로 성녀님이 이런 태도를 보이신건 신의 뜻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것에 순응하며. 그저 성녀가 시키는대로 할 뿐이었다.  왜 성녀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성녀가 이곳에 있어 신의(神意)가 이곳에 있었는지 죽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성녀는 힘을 쓸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기사와만 이야기 했다. 물론 그녀는 고귀한 존재라 한낯 미천한 사람들과 말을 섞을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성녀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성녀는 아무리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듯 했다. 그저 언제나 이것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말 하고 입도 제대로 대지 않았다. 마을은 궁핍했고, 사람들은 성녀를 만족시켜주려 했지만. 성녀는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창녀촌의 여자들까지 데려와 교회에 눕히고 돌보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성녀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의구심은 성녀의 아름다운 은발과 하늘을 담은 투명한 눈동자. 그리고 이마에 새겨진 성흔을 보면 경외감이 들어 그러한 마음은 쏙 들어갔다. 사람들은 병에 찌들지언정 성녀의 주변의 동식물들이 머무르고 자라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그러나 신의 뜻도 거기까지였다. 한 소녀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전염병의 속도는  어떤 조화인지 늦어졌지만 그 와중에 몸이 약했던 그녀는 신의 품으로 떠나간 것이었다. 모두가 슬퍼했다. 그저 그것이 신의 뜻임을 알기에, 그들은 그저 슬퍼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저 그들은 성녀에게 고마웠다. 소녀가 행복하게 죽은 것은 성녀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녀가 옆에 있었기에 소녀는 두려워 하지 않고 신의 품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났다. 그러나 사건은 거기서 일어났다. 소녀의 부모 앞에 성녀가 돌연 이상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저는 일부러 성력을 쓰지 않았습니다.”

성녀가 말했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들었던 혹시나 했던, 그러나 계속 부정해왔던 의혹이 고개를 들 만한 말이었다.

“성녀님......?”

하지만 성녀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소녀의 죽음에도 그녀는 그 죽음자체에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하는 얼굴로 말한다.

“다시한번 말합니다. 저는 일부러 성력을 쓰지 않았습니다.”

성녀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 부모에게 다시금 확인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무슨 사정이 있으셨겠지, 일부러 그러시지는 않았을거야. 사람들 사이에 말이 오갔다.

“왜...?”

소녀의 부모가 물었을때 그녀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냥 쓰고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도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님을 잘못 모신 죄가 크다. 그리하여 성녀님은 진노하시어, 그들에게 자비를 배풀어주시지 않은 것이다. 성녀님의 뜻은 신의 뜻. 그들은 성녀님에게 향한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 부모들도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고개를 숙였다.

“신이시여 제발, 우릴 구원해주십시오.”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신의 가호가 우릴 감싸는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조금만 더 우리를 가엽게 여기소서.”

사람들이 쩔쩔매며 분노한 성녀를 달래러 애썼다. 그러나 성녀는 차가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화를 내는 법도 잊으셨습니까?”

그 어조는 분명 비꼬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개를 들었을때, 성녀는 차가운 비웃음을 짓고 그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를 위안하시면 행복하십니까? 내가 그 신으로 여기신다면 나는, 그대들의 신은 그대들을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감사합니까? 제가 성력을 썼다면, 이 아이는 분명히 살았을 겁니다.”

“........”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성녀가 자신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믿을수가 없었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십니까?”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저것은 성녀가 아니었다. 분명 성녀라면 그들을 불쌍히여겼어야만했다. 그 웃음소리에 결국 참지 못한 사람은 소녀의 엄마였다.

“어찌 이러실수 있습니까!”

성녀는 감정이 없는 인형같은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 더욱 더 화를 내버린 여자가 소리쳤다.

“네가 조금만더 빨리 치료했었으면 우리 세이라는 살 수 있었어!”

소녀의 엄마가 독기서린 눈으로 성녀의 어깨를 잡아 성녀에게 위해를 끼치려 할 때였다. 갑자기 엄청난 힘에 소녀의 엄마가 내팽겨졌다.

“무엄하다. 어찌 성녀의 몸에 함부로 접하려 하는가.”

그것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수호하던 가디언이었다. 가디언이 살기를 내뿜었다.  성녀는 그대로 오만하게 서 있었고, 딸을 잃은 어미는 기사의 손에 무자비하게 내팽겨졌다. 그럼에도 이 성녀라는 사람은 그저 무감정하게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그들 사이에 분노가 퍼져나간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신은 성녀가 아니야!”

“네년... 천출이라 했더니 생각도 천하구나!”

사람들의 태도가 바뀜에도 그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그 말을 많이 들어봤는지 차갑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저 자비만 베풀어 주는 척 하면서 이곳에 온거냐!”

“그래, 그런거야! 다들 속고있어!”

그러면서 사람들이 그들에게 접근하려 할때였다. 스릉, 하며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성녀에게 향하려던 걸음이 멈추었다. 소녀의 어미를 내던져버린 기사였다. 짙은 푸른 머리의 기사는 눈에 차가운 예기를 담으며 마을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 차갑고 냉혹한 살기가 좁다란곳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검을 든 기사다. 게다가 성녀를 지키는 가디언. 분명히 그 악명높은 이단심문관들보다 더욱 더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공포에 성녀에게 무언가  부정적인 뜻으로 향하려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전부 그에게 덤벼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것에 소녀의 부모의 비통한 울부짖음 소리가 더욱 더 커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따지는것도, 무엇도 할 수 없는것이다. 성녀이며 보호받는 귀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녀라는 존재가 증오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숨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저 그러고 싶어서 힘을 가지면서 일부러 살리지 않은것, 그것이 정당한가.

원래부터 버려질곳이라는건 예상했다. 소거될 수도 있다며 신의 뜻이려니 했다. 하지만 그들은 왜 버려져야 하는가? 분명 신전에도 꼬박꼬박 공물을 바쳤다. 잊지않고 신에게 감사했다. 홍수가 나면 신이 조금 노하셨다 생각했고 해가 쬐면 신이 그들을 보살펴 준 덕이라며 그것에 감사했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 여기면 신에게 복종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 신이 선택한 대리인이 바로 저런 여자란 말인가? 천하다는것은 들었으나. 그 천한만큼 자신들을 굽어살필줄 알았다. 저런 안하무인의 여자가, 신의 대리인란 말인가. 그렇다면 애시당초 신은 존재하는가!

위험한 시선이 오간다. 등을 돌려 가는 성녀를 사람들은 노려보았으나 그녀의 가디언의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강렬하여 차마 맞설수 조차 없다.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사람들은 신전안에 누여있는 신에게, 성녀에게 버림받은 가여운 생명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소녀가 죽었다. 신의 가호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이제 그들을 지킬 수 있는건 그들 밖에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그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소녀의 경우가 심각했던 것인지 점액질을 토하며 죽어가던 사람들은 더이상 피를 토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인지라. 사람들은 이것저것 시험해보았다. 소녀가 죽은지 하루가 지나자,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통제된 입구가 열리며 신관들이 오클럭에 들어오고 있었다.  신관들은 언제나 처럼 신성함을 나타내는 하얀 성복을 입고 있었고 백마를 타고 있었다. 그 진두에는 새하얀 성복을 입은 예쁘장한 소년이 말에 타고있었다. 옷이 화려한 것을 보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소년이 꽤나 고위급 사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등장에도 그저 허리만 숙이고 바쁘게 신전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의아한 얼굴로 신전안에 들어온 신관들은 신전에 있는 환자들을 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혐오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단 한명의 신관. 꿈결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년 신관만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것을 거닐었다.

“성녀는 어디있습니까?”

“성녀님이요?”

그들은 최대한 공손히 말하려 애썼다.

“신전 안 저쪽 방에 계십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물었다.

“이제 신관이 왔으니 괜찮을 겁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산 생명이 아닙니까?”

그러나 그것은, 이미 통하지 않는 주문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신관을 향했다. 갑작스러운 그 시선에 신관은 당황해 했다. 그러나 그런 여린 모습조차도 이곳에서는 사치로 느껴졌다. 소년 신관의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아아!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그것은 모든 설움과 울분을 담은 자그마한, 그러나 비통한 외침이었다.

============================ 작품 후기 ============================

요..욕하지마세여.... 뚜둔..

여러분들 저번편 코멘 반토막 났다 생각하지 않음...?

저 다시 조건 걸어야함?

사실.. 여러분 저 코멘 백개넘으면 막 빨리 쓰고싶어 손이 드릉드릉해지는데

후.. 제가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애정이 식은검니까? ㅠ0ㅠ....

저 그러면 수더수 외전에만 집중해버릴거에여 ㅠㅠㅠㅠㅠㅠ

라며 구질구질하게 매달려보는 금잔화꽃이었습니다.

요새 날씨가 추워졌어여

우리독자님들 따수게 입고 나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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