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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핀 제비꽃-171화 (164/208)

00171  꽃이 지다  =========================================================================

“당신이……대체 왜…….”

비올렛이 중얼거리듯 내뱉은 조용한 말에도 에셀먼드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검으로서.”

하. 그녀가 실소했다. 그것은 가디언의 계약사항중 하나였다. 검으로서 죽기 위해 왔다고? 그러나 그 계약은 이미 깨지지 않았는가. 비올렛은 무엇이라 말하려 했지만 말룸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하늘위에 떠 있는 그 존재를 향했다.

“돌아가세요. 에드 경. 이건 제 싸움입니다.”

비올렛의 권고에도 에셀먼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 도대체 왜 이런 미련한 짓을 하는가. 비올렛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나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임에도, 에셀먼드가 한 번씩 그녀에게 했던 행동은 너무나 감성적이라 비올렛의 이성마저 같이 날려버렸다.

“에드 경!”

“이미 늦었습니다.”

에셀먼드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늦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비올렛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그는 이 싸움에 간섭해 버렸고, 그의 죽음은 확실시 되었다. 비올렛은 울고 싶었다. 그가 원망스럽다,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괴롭게 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라면 그는 성공했다. 그녀는 지금 죽을 듯이 괴로웠다. 죽을 듯이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가 죽은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를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는 건데. 그가 비올렛의 세상인데, 비올렛은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미 울음기가 배여 있었다.

“맹세는 이미 깨졌습니다. 당신은 내 가디언이 아닙니다. 이젠 내 곁에 있을 의무도, 제 검이 될 의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서…….”

그래서,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 비올렛은 그렇게 애원하고 있었다. 잘못했다고, 그러니 제발, 앞에서 물러나달라고.

“맹세를 깬 건 너, 나는 단 한 번도! 네게 바치는 맹세를 깬 적이 없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말에 고함치듯 소리쳤다. 그는 맹세를 깬 적이 없다 하고 있었다. 맹세를 깬 것은 오로지 비올렛 뿐이라며, 그녀를 탓하고 있었다.

“경!”

최후의 발악을 하듯, 비올렛이 소리쳤다. 그리고 에셀먼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앞에서, 죽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온 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그는 그의 선택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은 단 한문장이었다.

그는 미쳤다.

그래, 이 남자는, 비올렛에 대한 증오로 미친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비올렛에게 원망을 표출하려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마치 아이처럼.

비올렛은 말룸을 올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에셀먼드의 등장으로 말룸은 아까보다 높은 고도에서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말룸의 낮은 울음소리가 비올렛의 귀를 자극했다. 그것의 루비같은 눈이 반짝이며 빛이 났다. 말룸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비올렛은 슬쩍 곁눈질로 에셀먼드의 등을 보았다.

그가 미쳤다는 깔끔한 결론을 내리자, 불과 아까까지 애절하게 차올랐던 감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에셀먼드를 저것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겨우 마음먹고 왔더니, 에셀먼드는 죽기 위해 자신을 따라왔다고 한다. 자신의 검으로서! 자신은 맹세를 깨지 않았다 생각해서!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그것은 달콤한 고백을 받아 행복한 여인의 고동소리가 아니라,

“경은 내가, 내 손으로, 죽일 겁니다.”

분노의 고동이었다.

이를 가는 듯 씹어뱉듯 말하는 비올렛의 말에 그의 너른 등 너머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에셀먼드의 그 웃음소리에 비올렛은 더욱 더 화가 났다. 무슨 궤변이며, 개소리란 말인가. 기껏 그를 위해 보내줬더니 왜 그 원망을 내가 받아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왜 여태까지 쌓아왔던 것, 정리하려던 것을 그는 단 한걸음 다가와서 망쳐버리는 건가! 누구 때문에 이 짓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로 죽겠다 하는 건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미친 남자를 죽이는 것은 말룸과 국가가 아닌 자신이 되어야 했다. 이딴 짓에 감동에 빠질 줄 알았다면 그는 큰 착각을 한거다. 저 말룸을 죽인 뒤, 국왕이나 교황이 에셀먼드를 죽여야한다 말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되살리고, 그 다음은 저 남자를 죽여버릴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미련한 남자에 대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떼를 쓰는 아이같지 않은가! 그렇게 죽고싶다면 비올렛이 소원대로 직접 죽여줄 것이다. 이 순간 비올렛의 까맣게 탄 속은 다시 한 번 분노로 붉게 타올랐다.

비올렛은 말룸을 보았다. 붉은 눈이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보고 있었다. 그 진득한 악의는 여전히 비올렛을 짓눌렀는데도, 에셀먼드에게 단단히 분노한 덕분인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저 저 온 세상이 악의의 집약체인 저걸 빨리 물리치고, 에셀먼드에게 한소리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에셀먼드의 말에 비올렛이 에셀먼드의 옆에 서서 그녀의 검을 내밀었다. 에셀먼드가 우선 그녀의 검을 잡았다.

“제 성력이 담긴 검입니다. 아마, 한번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예요.”

비올렛이 발견한 결과, 보석에는 성력이 오랫동안 담기는 것과는 달리 금속에 성력이 담기는 것은 일시적이었다. 전투가 벌어지기전 마차에 고이고이 담아놨던 성력이니, 쓸 수 있는 것은 단 한번 뿐일 것이다.

비올렛이 말룸을 경계하는 사이, 에셀먼드는 자신의 검을 땅에 박고 비올렛의 검을 잡아 허리춤의 고리에 걸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얇고 작은 검 대신에 자신의 검을 쓸 생각인 듯 다시 박힌 검을 집어들었다.

“말룸은 아까도 보셨다시피 손톱을 사용한 근거리 공격을 위주로 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비올렛의 시선은 말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말룸 역시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노리고 있었다. 그 말만해도 에셀먼드에겐 충분한 것 같았다. 에셀먼드는 검을 들고 다시 비올렛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말룸은 생명체, 아니, 식물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저 처럼요, 따라서 전투시에 산 아래 쪽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비올렛의 설명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셀먼드는 비올렛과 함께 싸울 생각이었다. 숨어있으라 해도 이 인간에게는 그런게 통할 리가 없으니, 비올렛은 일단 눈 앞에 있는 말룸을 처리할 생각을 했다.

사실, 싸울 사람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은 비올렛의 싸움을 상당히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금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일단 말룸이 공격하는 것이 비올렛이든 에셀먼드든, 말룸이 접촉 공격밖에 할 수 없는 이상은 한 사람을 공격하면 다른 사람이 공격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것이 에셀먼드라면, 비올렛에게는 더없이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말룸이 본디 적으로 인지했던 비올렛을 향해 쏜살같이 급강하하자 에셀먼드가 재빨리 움직여 다시 그 손톱을 쳐냈다. 말룸은 빨랐지만, 에셀먼드 역시 그 못지 않은 빠르기였다. 비올렛은 이 순간 에셀먼드가 왜 천재라 불렸는지 실감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비올렛의 눈으로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에셀먼드의 검은, 말룸에게 상처하나 낼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검과 손톱이 맞부딪칠 때마다 캉, 소리가 나며 붉은 불꽃이 튀었다. 말룸은 재빨리 날아올랐다.

에셀먼드가 말룸을 도발하듯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공격태세에 말룸역시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에셀먼드를 위협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어떤 상황을 원하는지는 알아차렸다. 그는 말룸을 자신에게 유인하려는 것이다. 비올렛은 입술에 화살을 문채 다른 화살을 장전했다. 에셀먼드가 검으로 말룸의 주의를 끌어 지상에 묶어둘 수 있다면, 화살을 쏘아 그것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 가능했다.

말룸은 에셀먼드를 적으로 인지하고 그에게 이를 드러냈다. 다시 한번 챙강, 소리가 나며 그것의 긴 손톱과 검이 맞부딪혔다. 말룸은 에셀먼드를 죽이기로 결심한 듯 손을 크게 휘둘러 에셀먼드를 내리눌렀다. 에셀먼드를 노린 손톱은 빈틈없이 그의 검에 의해 막혔다.

조금 거리를 벌린 비올렛은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목표점을 자꾸 바꾸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활을 쏴 본적은 거의 없었다. 비올렛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호흡을 멈추고, 목표를 바라보았지만 그 목표는 계속해서 뒤바뀌고 있었다.  혹시 에셀먼드에게 활을 쏘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  그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손이 떨렸다.

에셀먼드는 지나치게 잘해주고 있었다. 말룸이 날아오르는 것 같으면 횡으로 크게 검을 휘둘러 자신에게 일부러 틈을 내보인다. 그렇게 되면 말룸은 다시 그를 공격한다. 고치 안에 있었을 때 이지가 있었던 말룸은 이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린 듯, 에셀먼드의 술수에 놀아났다.  그러나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아주 아슬아슬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올렛이 화살을 쏘려 마음을 먹고 활 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화살끝이 갑자기 방향을 튼 에셀먼드를 향해버리자 그녀가 놀라 방향을 화살 방향을 틀었고, 그 망설임덕에 화살은 말룸을 스쳐지나가지도 못했다. 화살이 크게 궤적을 벗어난 것을 깨달은 에셀먼드가 비올렛쪽을 보았다.

비올렛은 식은 땀을 흘린채 그를 보고 있었다. 에셀먼드가 엄한 시선으로 비올렛을 보았다. 그는 자신은 상관하지 않고 쏘라고 하고 있었다. 그때,  말룸이 활을 든 비올렛을 보고 그녀에게 달려들었으나, 에셀먼드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막았다. 말룸의 손톱이 에셀먼드의 어깨에 스쳐 붉은 피가 튀었다. 그것에  비올렛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러나 손의 떨림이 멎지 않았다.

비올렛은 심호흡을 하며, 입술에 문 화살을 다시 장전시키고 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에셀먼드의 피에 지나치게 동요한 나머지 화살은 또다시 말룸을 스쳐지나가지 못하고 에셀먼드의 다리 근처에 박혔다. 그에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았다. 뭐하냐고 말하는 듯 했다. 죽여버린다고 말하긴 했지만,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그녀 때문에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에셀먼드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했다. 에셀먼드가 있으면 비올렛은 그녀 자신의 싸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가 오기 전처럼, 그녀가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말룸을 없앴더라면 어쩌면 일은 더 쉽게 끝낼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에셀먼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기만 했더라도 비올렛의 싸움은 더욱 쉬웠을 것이다. 말룸의 손톱에 에셀먼드의 목덜미에 피가 왈칵 흘러내렸다.

비올렛 역시 시간을 지체해선 안된다 깨달았다. 에셀먼드의 검은 날카로웠지만, 그의 검은 말룸에게 상처하나도 내지 못한다. 말룸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녀 뿐. 비올렛은 심호흡을 하고 화살을 쏘았다. 그녀의 푸른 눈이 반짝였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말룸의 목덜미를 향해 명중했다. 하얀 빛줄기가 터지며 말룸의 움직임이 멎었다.

설마, 설마, 잘 된건가? 설마? 그래도 긴장을 늦출수 없던 비올렛은 성력을 담은 화살을 말룸의 날개에 쏘았다. 말룸의 움직임은 확실히 느려지고 있었다. 뚜둑, 거리며 말룸의 검은 몸체에 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 바로 앞에 있는 에셀먼드 역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 역시도 말룸을 경계하듯 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왜 에셀먼드는 비올렛에게 오지 않는건가?

“경, 이리로!”

날개를 쏜 이상 에셀먼드의 역할은 끝났다. 나머지는 성력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면 된다. 말룸이 설마 이런 화살로 해결이 되는 줄은 몰랐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말룸의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말룸을 노려보고 있었다.

“경!”

비올렛이 애가타서 소리쳤다. 왜 말을 안 듣는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렛이 그의 얼굴을 보자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보며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뭐? 비올렛이 에드에게 말하려는 순간 비명소리가 들리며 발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왜 뛰어오지 못하는줄 알았다. 어느새 산쪽에서 기어오던 나무덩굴들이 에셀먼드의 무릎 아래와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이것이 말룸이 노렸던 것이다. 산 아래에 뻗은 나무줄기들은 조용히 비올렛과 에셀먼드를 덮칠 순간을 노리고 오고 있었다. 말룸과 에셀먼드 너머로 앙상한 검은 나뭇가지들이 바닥을 핥듯 기어오고 있었다.

비올렛이 화살로 그것을 쏘자, 하얀 빛이 터지며 그것들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녀는 재빨리 에셀먼드의 팔을 결박하던 나무 주변으로 화살을 쏘았다. 그에 에셀먼드가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때, 부르르 떨던 말룸이 괴성을 지르며 에셀먼드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아.

비올렛은 눈을 크게 뜨며 그것을 보았다. 그래, 겨우 화살로 그것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 죽이려 했다면, 아까처럼 더욱 철저하게 죽였어야 했다. 에셀먼드에게 오라 하지 않고, 비올렛이 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후회하면 이미 늦질 않았는가. 말룸은 피를 뚝뚝 흘리며 에셀먼드에게 다가가 그 손톱으로 에셀먼드의 배를 뚫었다. 비올렛은 잠시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그 순간이 영원과도 같았다.

갑옷을 입었음에도, 그 손톱은 종잇장처럼 에셀먼드의 육체를 뚫었다. 그의 배를 관통한 손톱 사이로 뚝, 뚝, 하고 피가 흘러내렸다.  비올렛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손톱을 뽑아내려 할 때 에셀먼드가 허리춤에 있는 성력이 담긴 비올렛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말룸의 심장 쪽으로 검을 비스듬히 찔러 넣었다.

비올렛의 성력을 머금은 검은 너무도 쉽게 말룸의 살을 파고 들었다. 검 주변으로 하얀 빛이 터져나왔다. 말룸은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에셀먼드가 비스듬히 그것을 꽂아 넣었기 때문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것은 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그 고통에 처절하게 발버둥 쳤다.

“에드 경!”

비올렛이 비명을 지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비올렛은 깨달았다. 그는 이것을 원했다. 그래서 검을 아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제물로 삼아 완벽하게 말룸의 움직임을 봉인했다. 어리석은 사람. 어떻게.......! 에셀먼드의 시선이 그녀를 보았다. 그는 고통으로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인가, 그 손톱이, 배를 관통했다. 그것이 아프지도 않는 것인가!

몸이 차가워지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에게 불가능한 것을 시키고 있었다. 지금 비올렛이 성력을 쏠 수 있는 사정거리에 말룸이 있었다.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허용 가능한 최대치의 성력을 개방한다면 말룸 뿐만이 아니라 그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한 것 인가. 아니, 비올렛은 알았다. 그는 진정 이런 상황까지 예견했을 것이다. 에셀먼드는 ‘검’으로서 죽기 위해 찾아왔노라 말했다. 검은 도구일뿐, 검의 무사를 생각하며 싸우는 주인은 없다. 그는 처음부터 검으로 이용하고 그를 버리라고 말했던 것이다.

“누가.”

누가, 그렇게 두겠다고.

말룸이 에셀먼드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그의 배를 관통한 손톱을 뽑아내자 촤악,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그러나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검으로 계속 그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그가 피를 토해내는 것이 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를 등지고 성력을 쏘면 되었지만, 말룸의 나머지 한손이 에셀먼드가 박은 검을 빼내기 위해 그것을 잡고 있었다. 비올렛이 만약 그들에게 뛰어간다면 비올렛의 존재를 자각한 말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수 없었다.

그가 준 기회를 날릴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회를 다한다면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었다. 화살에 담은 성력이 말룸을 없애는데 미진하다면. 그렇다면 강한 성력을 담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간단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비올렛은 주저없이 화살촉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새하얀 목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피가 생각외로 많이 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에셀먼드가 가지고 있는 고통보다는 덜하리라 생각하며  피로 물들어 붉은 화살촉을 말룸에게 겨누었다. 화살은 이번에 말룸의 머리를 향했다. 호흡을 다시 멈춘다. 그를 위해서, 그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계속 되뇌었다.

-다리 사이 간격을 넓히고 숨을 멈춰. 숨결 하나에도 궤적이 엇나간다.

활을 잡은 손에 에셀먼드의 손이 얹어지는 착각이 들었다. 에셀먼드가 조용히 비올렛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어린 비올렛이 된 듯 착각이 들었다. 어렸던 비올렛은, 너무나 에셀먼드가 미웠고, 미웠고, 너무나 미웠다. 그러나 사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사랑하고 싶었다. 그도 모자란 사람이었고,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비올렛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에 담았고, 좋아했다.

그리고 이 화살이, 어른이 된 에셀먼드를 구하려 한다. 그가 알려준 것으로, 이제 그를 구하려 하는 것이다.

-쏴.

어린 에셀먼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올렛은 망설임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활을 떠난 화살은 마치 마땅히 가야 할 궤도를 가듯, 말룸의 머리에 명중했다. 새하얀 빛이 밝게 터졌다. 그와 동시에 비올렛은 재빨리 에셀먼드에게 뛰어들었다. 하얀 빛이 사그라들자 머리가 사라진 말룸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머리가 없어졌음에도, 말룸은 아직 살아있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를 등지고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비올렛은 자신이 가진 모든 성력을 집중해서 말룸에게 쏘았다. 이 지긋지긋한 아그레시아에 서린 저주가, 그녀의 인생을 어둡게 좀먹어 간 그 존재가 사라지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비올렛의 손에서 뿜은 성력이 점차 커졌다. 그 하얀 신의 휘광에, 말룸의 악기를 먹은 나무줄기들이 다시 산등성이로 사그라 들었으며, 이 도시와 산을 지배하는 검붉은 악기들이 사라졌다.

천사들이 노래하는 듯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신의 기적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빛무리 속에서 비올렛은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비올렛의 귀에 닿았다. 비올렛의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도시가 비올렛의 성력으로 새하얗게 물들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저 많이 기다리셨군요... 코멘트 보고 기뻤답니다...막.. 일찍와도 누구도 뭐라 안한다고.. 그런 코멘보고... 나도 일찍가고싶어 가고싶다고!! 마감이 있잖아! 마감이 엉엉!! ㅠㅠ

- 이번화 요약

에드 : 안돼 나 듀글꺼얌 으아아아앙(떼쟁이)

비올렛 : 느 즙으그스브즈..(이악물)

마치 이런 느낌이랄까 ^0^

제가 사실 글을 쓰는것빼고 다 하고싶어서 초도 만들구... 석고방향제도 만들구.. 우유잼도 만들구 별짓을 다했는데..

교정 퇴고한번하니까 글쓴느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거 같아요 하하 ^^!

1부보면서.. 막 과거의 나를 막 때려주기고 싶고.. 설정오류도 몇개 보이고..

설정 연표 정리하다 3부 마지막부분 설정오류 하나 있어서 얼른 뜯어고치궁..(근데 별로 안중요함..)

어떻게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몇가지 에피소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심리도 조금 더 알기쉽게 서술했구여.

2부도 교정 교열 봐야해서, 아마 제가 격일연재를 하게될것같아요. 설날때도 꼼짝없이 교정해야할것같아서 아마 설날때는 또 4일정도 휴재를 때리지 않을까.

그래서 후제꽃 완결은 2월달내로 이루어질 예정이었지만, 아무래도 3월달에 이뤄질것같습니다. 봄이네요 봄 그래도 여러분 봄 좋잖아요?1만물이 생동하는계절!

우선 기다려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차 또 빼먹을 뻔

리틀B님, 마파~~두부님, 초코점보컵님 초코점보컵님, RuthPin님,hyokee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다!

진작 감사 표해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언제나 늦은여자, 나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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