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꽃이 지다 =========================================================================
“이자카!”
이자카는 비올렛을 한시도 곁에 떼어놓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 이상한 동물, 라쿠마의 등에 탄채 달려야만 했다. 라쿠마의 등은 말처럼 평평하지 않고 올록볼록 튀어나와 있어 비올렛은 이자카와 밀착해야만 했다. 한나절동안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줄기가 보이더니, 이내 커다란 강이 보였다. 그리고 강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배 하나. 비올렛은 그제야 자신이 진짜로 구자르트에 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실감했다.
배에 오르겠다는 것을 거부하자 이자카가 비올렛을 어깨에 짐짝처럼 들쳐맨 채로 배에 올랐다. 배를 처음 본 비올렛은 마구마구 발버둥쳤다. 비올렛은 진심으로 위협을 느꼈다. 이자카는 짐짝처럼 안아든 비올렛을 다시 두팔로 안아들어 비올렛을 쳐다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너 그렇게 움직이면 배가 뒤집어진다.”
그 말에 비올렛이 발버둥을 멈추었다. 물론, 커다란 배가 비올렛의 발버둥에 뒤집힐리는 없었지만, 비올렛은 배를 처음 타봤으므로 얌전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로서는 땅을 디디고 서는 곳, 즉 지면이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고정된 것이었으나 배는 물결에 따라, 무게중심에 따라 기우뚱 불안하게 흔들렸고, 처음으로 고정되지 않은 지면은 비올렛이 겁에 질리게 했다.
이자카를 뒤따라 사람들이 오르자 배가 다시 흔들렸다. 배가 조금 심하게 흔들리자 비올렛이 이자카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그에 이자카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자카는 익숙한 듯 성큼성큼 걸었다. 배는 고정될 생각이 없는지 흔들렸다. 선실의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자 이자카가 비올렛을 소파위에 올려 두었다. 아직도 흔들리는 시야가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비올렛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자카.”
이제 배까지 타버렸으니 꼼짝없이 구자르트로 끌려갈 판이었다. 이자카가 비올렛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에 앉아 비올렛을 보았다. 이자카는 마치 주웠던 돌멩이가 사실은 보석의 원석이었다는, 그래, 횡재를 발견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자카, 지금이라도 안늦었어요.”
“소용없다. 넌 이미 여기 탔다.”
비올렛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너, 납치되었다는 자각이 있긴 한건가?”
“…….”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그 말에 비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자꾸 말하려 했지만 이자카는 의도적으로 비올렛의 말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마 쉽게 놔줄 성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구자르트에 피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아야만 했다.
“무녀가 사막쪽에 거대한 힘이 있다 해서 하오크를 보냈다. 그런데 네가 있었다.”
“…….”
“너는 사막 한복판에 서서 사막을 횡단하려 하고 있었다. 물도, 지도도 없이. 그런 차림으로 사막을 갔다간 누구라도 죽는다.”
“…….”
“너, 버려진거 아닌가?”
이자카의 단언에 비올렛의 가슴이 내려 앉았다. 그는 아주 정확하게 비올렛의 상황을 지적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샤를과 린도는 그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을 한것 뿐이다.
“대답해라, 피아케. 나라를 지키는 여자를 사막에 던지지 않았을 거다. 그건 ‘버린다’는 게 아닌가?”
그 말에 비올렛은 망설이며 이야기를 꺼냈다. 이자카는 비난조로 그들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샤를과 린도를 비호했다.
“이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전사놈도 네 곁에 없었다.”
“이자카 그것도 이유가……”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에셀먼드를 비호하려 나서자 이자카가 비올렛의 볼에 손을 얹었다. 따스하고 거친 손바닥이 비올렛의 뺨을 감쌌다. 자꾸 시선을 피하려는 비올렛의 얼굴을 자신에게 고정시킨 이자카는 한참동안이나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비올렛은 입을 열었다. 이자카는 언제나 한결 같았다.
“이자카.”
“배가 출발했다. 이제 도망갈 수 없으니 말해라.”
막상 이야기 하려 하자 비올렛의 입술이 떨렸다.
“피아케.”
재촉하듯 하는 말에 비올렛은 입을 다물었다. 이대로 모르는 척 함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비올렛은 이자카의 진지한 눈을 마주하며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를 속인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은 이자카를 기만하는 것이었고, ‘모두를 위해’ 떠난다는 그녀의 선택과 모순되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이자카는 알아야 했다. 이자카는 납득되는 이유가 아니라면, 절대 그녀를 놔주지 않을 터였다.
이성은 배가 육지에 정박해서 말해야 한다 말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거기서까지 버림받으면 비올렛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차라리 지금,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자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비올렛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믿을 수도 있어요.”
“네 말이라면 내게 진실이다.”
그 단호한 말에 드디어 비올렛은 너무나 착한 이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이야기는 사실 그다지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반시간, 아주 짧은, 그러나 세상의 멸망과 비올렛의 절망적인 미래가 담겨져 있는 말이었다. 우습지 않은가. 삼십분만에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된다니 말이다. 그 말 때문에 비올렛의 긴 인생이 절망이 되었는데.
모든 말이 끝나자 이자카는 비올렛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을 듣던 이자카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설마, 이자카로서는 어려운 단어를 말해서 그런 것인가.
“미안해요. 지금 당장이라도 배를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어디든지,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살겠노라 비올렛은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내려질 처분을 기다렸다. 이자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설마, 지금까지 왜 숨기고 있었냐 화를 내는 것인가. 비올렛은 살짝 겁에 질렸다. 설마 그녀를 죽이려 하진 않을까. 인간들이 성녀들을 죽여왔던건 딱히 아그레시아여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성녀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비올렛은 두려워졌다. 그가 구자르트 어로 뭐라 내뱉었다. 비올렛은 그의 거친 어조로 그 말이 욕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올렛이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겨우 ‘다시’라는 말 뿐이었다.
“나는 너희 나라가 참 싫다.”
“…….”
“언제나 생각했던 대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나라다. 너희 나라의 역사는 정말 구역질이 난다.”
비올렛은 이자카의 얼굴에 서린 또렷한 혐오를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떠오른 새파란 분노에 비올렛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이라는 놈들의 수작질도 수작질이거니와 한사람을 희생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친 한 여자를 살기 위해 죽였다고? 모든 힘을 다한 게 그건가? 방법은 찾아보려 했는가? 아니, 가장 쉬운 방법이 그것이기에 그리했던 것이리라.”
이자카가 말했다.
“난 네가 말한 그 붉은 괴물의 말에 동의한다.”
“…….”
“그딴 신에, 그딴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면 진작 멸망했어야 함이 옳다. 구차하고 더럽다.”
그 말은 어쩐지 비올렛의 가슴을 후벼파고 들었다. 그렇게 말하던 이자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그 짙은 녹안으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그는 날카로운 얼굴로 비올렛을 바라보았다.
“안 버린다.”
이자카가 못을 박듯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그 말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자카를 바라보자, 이자카가 비올렛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난 널 버리지 않을거다.”
“이자카, 그건 나라서 안버리는 거잖아요.”
어쩌면, 이자카도 카칸으로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비올렛을 죽이지 않더라도 버렸어야 함이 옳았다. 사실, 비올렛의 물음은 울컥 터져나오려는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물었던 것이었다. 비올렛은 그 어리석은 질문이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럴 지도 모른다.”
이자카가 그녀의 뺨에 댄 손에 힘을 주어 그와 비올렛의 얼굴을 마주하게 했다. 볼에 닿은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그게 왜 나쁜가? 너라서 안 버린다. 이렇게 예쁜 사람은 버리는 놈이 멍청한 놈이다.”
그가 힘주어 말했다.
“버리지 않는다, 피아케.”
그 말에 무슨 신호라도 되는 듯 비올렛의 눈에서 눈물이 뚜둑 떨어졌다. 안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될텐데. 비올렛이라서 버리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자 오히려 그것이 마음을 파고 들었다. 그 말이 듣고 싶었다. 그 말이 비올렛에게는 너무나 절실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비올렛에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
그녀가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지 않으려 숨을 큽, 들이마셨지만 이미 꾹 눌러담았던 슬픔이 비명을 지르며 뺘져 나왔다. 비올렛의 일그러진 얼굴에 이자카가 비올렛을 끌어안았다. 적당한 압력이 느껴지며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단단한 가슴팍에 고개가 대어지자 안정적인, 그러나 조금은 빠른듯한 고동소리가 들렸다.
“디아볼로스가 된다 했나? 그렇다면 신을 저주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네가 그 신이 만든 세상을 사랑하도록 하겠다. 모든 행복을 알게 하겠다. 나는 그리 할 것이다.”
비올렛이 그 말에 울음을 참으려 숨을 헐떡였다. 흉한 모습을 보이고 말 것이다. 저들을 이해한다 해놓고서, 배신당해 슬피 우는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인가. 비올렛은 그들을 이해한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해한다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우는 모습은 안보겠다.”
“이자카 나는….”
“난, 아그레시아 공용어는 모른다. 그러니 그 왕도 교황도 전사도 욕해도 된다. 말하지 않겠다.”
“이자카…. 지금 저랑 대화하고 있잖아요.”
“사실 그동안 감으로 대화했던거다.”
“…….”
“울어도 된다.”
뭐야 그게. 그게 거짓말이라는걸 알면서도 비올렛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억눌려있던 슬픔이 터져나왔다. 이해한다. 그들을 이해하는데, 그들이 원망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이자카는 비올렛이기 때문에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올렛이라는 것이 이자카에게 의미가 되어 그러한 것이라면, 왜 저들은 그런 것인가. 샤를에게 자신은? 린도에게 자신은? 그리고, 에셀먼드에게 자신은?
에셀먼드가 기사단장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성도 외성에 배치된 기사들에 대해 알고 있을 터였다. 절대로 모를 리가 없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외면했던 것이다. 죽음까지 선택한 그가 그런 행동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올렛이 국경 바깥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에셀먼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인정해야 했다. 비록 그를 지키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을 지언정, 에셀먼드는 이미 그녀를 떠났던 것이다.
비올렛이 처한 상황은 죽음보다 더한 상황이었으므로. 이해한다. 그래 이해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원망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밉다. 이 상황이, 그가 너무 미워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이렇게 그가 필요한데, 그는 도대체 어디 있는가. 왜 그는…….
그녀를 버린 것인가.
버림받은 배신감과 슬픔에 그녀는 울음을 한참동안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자카는 말없이 그녀의 울음을 지켜주었다. 이자카는 위로에 능숙한 편이었다. 한참동안 펑펑 울던 비올렛은 이자카의 토닥임을 들으며 잠에 빠졌다.
*
비올렛은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잠에서 일어났다. 비올렛은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시트가 눅눅했지만 비올렛은 자신이 꽤나 단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침대에 걸터앉아 비올렛의 은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이자카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멍한 상태에서 눈을 깜빡이니 이자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라 피아케.”
비올렛은 흠칫 놀라 몸을 일으켰다. 목놓아 울던 것 까진 기억났지만 이렇게 잠이 들어버리다니. 비올렛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엄청 꼴사나운 짓을 했다.
“잘 잤나?”
“이자카.”
비올렛의 말에 이자카가 흐트러진 비올렛의 머리카락을 매만져 귀뒤로 넘겨주었다. 비올렛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자카가 비올렛의 손을 잡았다.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잡아 뺐다.
“아.”
비올렛이 눈을 크게뜨며 자신의 손바닥와 이자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이자카가 말했다.
“따라와라, 피아케.”
이자카는 비올렛을 뒤에 두고 먼저 걸어갔다. 비올렛은 손을 바라보았다. 그가 잡은 손의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에 뿌리쳐버렸다. 참. 이 순간에도 에셀먼드가 사라지지 않았다. 참 이상하다. 손을 잡아주는 것은 반드시 그여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도 하고 있었다. 이자카의 앞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저 린도처럼 손을 잡아주려던 것 뿐인데 너무나 예민하게 반응했다. 비올렛은 후회하며 이자카를 따라 선실의 복도를 지나갔다. 갑판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서자 이자카가 뒤를 돌아보았다.
“피아케.”
“네, 이자카.”
이자카의 얼굴이 심각해 보였기에 비올렛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설마 이자카가 비올렛의 사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한건가? 아까 손을 잡아 뺀일로 화가 난 것일까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자카가 갑판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환한 햇빛이 쏟아졌다. 바람에 생소한 내음이 느껴졌다. 이자카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비올렛은 손잡기를 망설였다. 하지만 이자카가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아 계단 위로 이끌었다. 갑판으로 나가자 온 공기가 이상하게도 청량한 비린내음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비올렛은 이자카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 사람들은 비올렛과 이자카를 힐끔보다 시선을 피했다. 이자카의 걸음이 배의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준비 됐나?”
“무슨 준비요?”
비올렛이 떠듬거리며 말하자 이자카가 말했다.
“바다를 볼 준비 말이다.”
이자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본 비올렛은 잠시동안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아.”
비올렛은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물이었다. 푸른 물. 그 푸른 물이 마치 대지처럼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같은 ‘파란 색’인데 하늘과 바다는 분명히 그 색이 달랐다. 바다는 그녀가 보았던 강과는 달랐다. 강은 초록빛이 돌았으나, 바다는 정말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완벽한 ‘푸른 색’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탄 배는 그 푸른 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햇빛이 반짝이며 푸른 바다위에 산산히 빛났다. 마치 조각난 다이아몬드같이 찬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본 거대한 자연에 공포를 느꼈다. 언제나 아그레시아에서 비올렛이 보았던 지평선은 언제나 건물과 산이 자리해 있었다. 그러나 배에 올라 처음으로 본 바다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광활한 물에, 이 배 한척밖에 떠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비올렛은 이 조용한 바다에 가득 차있는 생명을 느꼈다.
아름다웠다.
그래,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늘의 푸르름과 바다의 푸르름이 맞닿은 그 직선이 그렇게나 아름답다는 것은 처음알았다. 이것이 바다였다.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미소지었다. 말로만 듣던 바다를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것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바다의 풍경이었다. 비올렛은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가, 바다가 아닌 자신에게 넋을 잃은 것도 모른 채 그 바다라는 것을 보았다.
“이자카 정말로 물이 짜나요? 저 바닷물은 정말로 짜요?”
“....그래 짜다.”
이자카 잠시 멍하게 있다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세상에, 진짜로 짜다고? 정말? 어떻게 물이 짤 수가 있는가?
“거짓말인거죠?”
“아니다. 진짜다.”
이자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에이, 어떻게 물이 소금을 타놓은 듯 짤수가 있는가. 그렇게 따지려면 소금이 얼마나 많이 들게?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비올렛은 환한 얼굴로 바다를 보았다. 분명 저 물을 뜨면 손이 파랗게 물들 것이다. 그리고 그 색은…….
그 파란 바다의 색에서 무언가가 떠오른 순간 환한 그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져갔다
이자카의 말대로였다. 저 짙은 푸른 색은 에셀먼드의 눈동자 색이었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것은 그의 색이다. 그의 눈동자 색. 그녀는 당장이라도 저 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의 눈동자 속에 안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피아케.”
그의 말이 바람소리에 막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비올렛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봐라.”
다시 바다를 보자, 그 짙푸른 색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의 색이 점차 변해가기 시작했다. 바다의 색이 녹청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
비올렛이 깜짝 놀라 이자카를 바라보았다.
“바다가 따스해지면 색이 변한다. 바로 저렇게."
세상에는 너무나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비올렛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자카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네게 어울린다 생각했던 색이다. 내가 준 보석 말이다.”
“아.”
비올렛은 이자카에게 미안했다. 그 목걸이는 신전에 갈 때 후작가에 두고 온 것이었다. 그녀가 눈을 마주하지 못하니 이자카가 웃었다.
“보석은 얼마든지 준다.”
그 말에 비올렛은 민망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다의 색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제 다 왔다는 것이다.”
“무슨.”
“내일 바르드(구자르트의 수도)에 도착할 것이다.”
비올렛이 눈을 크게 떴다. 바다색이 점점 변해가자 에셀먼드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비올렛은 아쉬운 듯 그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 배가 기우뚱, 하며 기울었다. 비올렛이 깜짝 놀라 중심을 잃자 이자카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주었다. 비올렛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놀라지 마라. 가끔 이렇다.”
“…….”
배는 무섭구나. 비올렛이 흔들리는 시야에서 몸에 힘을 꼭 준채 그의 허리춤을 잡고 있었다. 비올렛은 자신이 그의 허리를 껴안 듯 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자카가. 비올렛을 보며 웃었다.
“손잡는 것은 싫고, 내 허리를 잡는 것은 좋은가?”
“아… 아니.”
“나도 손잡는 것보다 이게 더 좋다. 그렇게 해라.”
비올렛은 무엇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내일 일이 있어 오늘 먼저 올립니다. 내일은 안올라가요. ㅇㅅㅇ..
비올렛이 드디어 바다를 봤네요. 오랜만에 비올렛이 활짝 웃었어요.
저도 사실 여주가 웃으면 기분이 좋답니다..
(독자들 : ㅍㅅㅍ)
에드가 어디갔냐 물어보는 사람들ㅇ... 이야기의 배겨은 구자르트로 옮겨집니다! 이자카의 나라, 한번 찾아가보고 싶지 않았어요? 아주 약간 밝은 스토리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이자카의 아홉첩도 궁금하시져? 캬캬컄 다 보여드리겠음
내일은 플리마켓이 있어요.. 광주 사시는 문들 ㅁㅂㅇ 시장 카페 블로썸27에 와주셔요... 저 거기서.. 있을듯..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