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이규리: 진짜 은퇴하고 만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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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로 올라온 안정민은 2층 창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창문을 여는데 ‘끼이익’하는 소리가 났다.
안정민은 NG인가 싶어 인상을 찡그리고 잠시 주저했다.
강산이 손을 들어 올리며 연기를 계속하라는 표시를 하자, 안정민은 열린 창문을 넘어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안에 들어선 안정민은 달빛에 비치는 이규리를 바라보았다.
이규리는 부드러운 실크촉감의 원피스 잠옷을 입은 채,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보니, 진짜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이규리는 침대에 누워 잠자는 연기를 하려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피곤함에 저절로 잠이 들었다.
잠시 지켜보던 안정민이 이규리의 원피스 잠옷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카메라는 안정민의 시선을 따라 이규리의 긴 다리를 지나 하얀 팬티에서 멈췄다.
안정민은 천천히 이규리의 발등을 만지다가 다리와 무릎을 애무하고, 자신의 얼굴을 이규리의 팬티를 향해 다가갔다.
강산은 이 장면을 끊어서 다음 장면과 이어가려고 ‘컷’을 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이규리가 '으응' 하고는 뒤척이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당황한 안정민은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손을 빼더니, 후다닥 하고 몸을 뒤로 물렸다.
강산은 ‘컷’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기다리는 관전자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기다렸다.
강산은 이규리가 실제로 잠이 든 것 같아서 이 장면을 '컷'한 후에 다음 장면을 위해 깨우려고 했다.
이런 타이밍에 몸을 돌아눕는 연기와 안정민이 놀라서 몸을 뒤로 빼는 연기, 이런 섬세한 연기는 강산이 요구한 것은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강산은 이번 씬을 시작하기 전에 안정민과 이규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실제 대사나 상황연기는 안정민과 이규리에게 맡겼다.
안정민과 이규리는 에로연기 경험이 많은 편이다.
연기가 너무 어색하지만 않으면, 그냥 OK하고 지나갈 생각이었는데, 배우들이 다시 보인다.
돌아누운 이규리의 자세가 안정되자, 안정민은 다시 다가와 이규리의 다리를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하고 엉덩이까지 올라갔다.
카메라는 흥분한 안정민의 얼굴과 잠을 자는 이규리의 얼굴을 교차로 비추면서 기낭감을 더해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규리가 눈을 떴다.
강산이 안정민의 얼굴을 찍고 ‘컷’을 하고, 스텝들이 다시 이규리의 얼굴을 찍고 하느라 소란스러웠나보다.
불편함을 느낀 이규리는 고개를 돌렸다가 안정민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선...”
연기를 하고 있던 안정민은 이규리의 리얼한 표정에 당황했다.
안정민 뿐만 아니라 촬영을 하던 스텝들도 이규리의 리얼한 연기에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이규리에게 안정민은 얼굴에 ‘쉿’하는 표시를 하고, 재빠르게 이규리의 입을 오른 손으로 가렸다.
안정민은 연기를 진행하려고 이규리의 고개를 돌려 엎드리게 하고는 이규리의 등위로 올라가 반항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규리는 오늘 낮에 한 야외촬영이 피곤했는지, 침대에 잠깐 누워서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만지고 있다는 느낌에 이규리는 선잠에서 깨어나 뒤돌아보았다.
안정민 선배가 자신의 다리와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것이다.
이규리는 안정민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려고 했지만, 안정민이 강제로 입을 막고는 몸을 눌러서 하고 싶은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규리는 반항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안정민의 힘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이규리의 눈에 조금씩 눈부신 조명 뒤에 가려져 있는 강산과 스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지금 촬영하고 있구나.’
* * *
이규리는 본래 에로배우가 아니었다.
사실, 여배우들 중에서 누가 처음부터 에로배우를 하려고 하겠는가?
이규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남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예계 관계자의 길거리 캐스팅을 받고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연예기획사와 처음 계약할 때는 다른 연예인들의 성공담처럼 곧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 기대했던 것처럼 연예계 생활이 잘 풀리지 않았다.
아니, 처음 데뷰하던 시절에는 잘 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화장품 CF 모델로 데뷔하면서, 뛰어난 마스크와 몸매로 방송가와 영화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부족한 연기력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규리의 연기력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까랑까랑하고 앵앵거리는 발성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이규리도 자신의 발성을 고쳐보려고 다양한 코칭스쿨에 등록하고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들에게 다양한 연기지도를 받았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발성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규리에게 들어오는 배역들은 이규리의 미모와 몸매를 병풍으로 하는 배역이나 특유의 발성을 코미디로 처리하는 배역들이 많았다.
그 외에는 이규리의 외모 위주의 역할로 대사가 거의 없는 비서나 댄서, 술집작부, 궁녀 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배역으로는 단기간의 화제를 얻을 수 있지만 방송에서 뜨거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 어려웠다.
다만 외모가 뛰어나고 특이한 발성을 하는 배우로 인상을 주기는 했다.
이런 개성적인 목소리라면 예능으로 전직할 수도 있지만 예능을 할 정도의 끼는 부족했다.
계약만료 되자 전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소속사와 게약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활동하려고 했지만 방송국이나 영화계에서 이규리를 불러주지 않았다.
새로운 소속사는 돈이 궁해진 상태였던 이규리에게 성인영화를 추천했다.
성장하는 에로영화 시장에 비해 스타가 부족했던 성인영화계에서는 이규리의 출연을 열렬히 환영했다.
연기력보다 배우의 얼굴이나 몸매를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규리는 뜻밖의 환대와 높은 출연료에 여러 성인영화에 출연했지만 갈수록 에로영화계의 열악한 현실에 실망하고 있었다.
에로영화계에서는 뜨고 있는 스타 배우라고 여러 영화에서 불러주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차피 에로배우 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른 분야 여배우들에 비해, 에로영화 여배우들의 수명이 짧은 편이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을 넘기지 못한다.
데뷔한 지 2년이면 원로배우 대우를 받는다고 하니, 이규리도 오래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규리도 에로영화에 출연한 지, 1년이 넘어 가고 있다.
이규리는 에로배우 선배들이나 매니저에게 다른 선배 여배우들은 은퇴하면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은퇴한 여배우들은 커피숍이나 미장원, 마사지 숍, 동대문 옷 상가들 이야기도 하고, 은근 슬쩍 유흥업소 이야기를 꺼낸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이규리가 그 동안 벌어놓은 돈들은 가족들을 도와주느라 사라지고, 모아놓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번에는 아는 언니 소개로 룸살롱 마담이라는 언니와 만났다.
마담 언니와 면접 아닌 면접도 보았다.
이규리 정도면 술만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해도 한 달에 기천만원은 충분하게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저씨들에게 술을 따르고 술시중을 드는 것은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처졌다.
한 두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누가 마담 언니말을 그대로 믿겠는가?
룸살롱에서 일하다보면 어디 술만 마시겠는가?
결국은 2차도 나가게 되겠지.
이규리가 연예계에 데뷔한 후에도 남자들의 유혹은 많았다.
진심으로 이규리를 사랑해서 접근 하는지, 오직 하룻밤의 섹스만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남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 때문에 몸을 파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만 바라보는 엄마와 동생뿐만 아니라 이규리 자신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이번 두 편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에로배우를 은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 * *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거”
다현은 상준의 힘에 눌려 엎드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뭐긴 뭐야. 저번에 네가 약속한 거. 내가 원하는 것을 다현이 네가 해준다는 것을 하고 있는 거지”
상준은 다현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내 몸에서 떨어지지 못해”
“그건 안 되지”
다현은 상준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상준은 다현의 두 손을 양손으로 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힘으로는 더 이상 상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현은 상준을 설득하려고 한다.
“이러지 말고 말로 해요.”
“안 돼.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만 병신이 되는 거잖아.”
“제발. 부탁이야. 말로 하자고.”
“선금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참아”
상준은 다현의 양 손을 다현의 등 뒤로 모아 자신의 오른손으로 잡고 다현이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왼손으로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내리는 시늉을 하고는 뒤치기를 하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강산은 여기에서 ‘컷’을 할까 하다가, 이규리의 찌푸린 표정을 보고는 ‘컷’을 하지 않고 연기를 계속하게 했다.
안정민이 정사 연기를 할 때마다 이규리의 몸이 충격으로 흔들리고, 이규리의 고운 얼굴이 찌푸려진다.
마치 수치스러운 짓을 당하는 여자의 표정이었다.
이규리는 안정민이 이규리의 귀에 대고 대사를 할 때마다, 안정민이 저녁 식사때 먹은 마늘냄새가 퍼지면서 이규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일부러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표정 연기가 될 정도로.
카메라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떨어져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자 이규리가 안정민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조금만 더 떨어져요.”
“안 돼. 자세가 안 나온단 말이야.”
“그럼. 입 좀 다물고 해요. 입 냄새가 심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조금만 참아 곧 끝날 거야”
“제발 좀 떨어져요.”
“미안. 빨리 하고 끝내줄게. 조금만 참아”
보통 에로영화라면 여배우들은 나쁜 짓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쾌락을 느끼는 표정을 지을 만도 하다.
그런데 이규리는 초지일관 진짜로 싫어하는 표정을 유지했다.
이규리는 마음속으로 그동안 은퇴를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일을 결심했다.
‘이 일만 끝내면 진짜 은퇴하고 만다.’
반대로 강산은 이규리의 표정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옛날에 서시(西施)라는 중국의 전설적인 미인을 두고, 서시가 위장병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고통을 참는 모습조차 사람들은 서시의 미모를 두고 아름답다고 했다.
강산은 이규리의 눈살을 찡그린 얼굴도 서시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아주 잠깐 들었다.
강산이 OK를 할 때까지 이규리는 찌푸린 얼굴을 풀지 않았다.
‘헉, 굉장한 집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