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75화 (75/140)

〈 75화 〉 김철수: 아버지 몸이 안 좋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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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아버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김철수씨. 죄송하지만 이미 끝난 이야기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다른 감독님하고 이야기해 보시죠.”

“아버지는 감독님에게 사과하고 싶어 합니다.”

강산은 나인수가 밴드를 고집하자, 나인수 본인에게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아들인 김철수가 강산에게 전화해서 아버지 나인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사과하고 싶다면서 말이다.

“후... 철수씨. 이 전화 말입니다. 나인수 선생님의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본인이 직접 전화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감독님. 솔직하게 말하면 아버지가 제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산은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했다.

고집이 세신 나인수 선생이 자존심을 숙이고 자신에게 사과할 리가 없다.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시면 직접 전화하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럼 제가 바빠서”

“잠깐만요. 강산 감독님. 아버지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십니다. 말씀은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후회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강산은 나인수 선생이 담배를 다시 피운다고 하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른 몸매의 나인수는 강산에게 건강이 좋지 않아 술과 담배를 끊었다고 했었다.

“철수씨. 내가 나인수 선생님께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내건 조건을 아십니까?”

“밴드 말입니까?”

“제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조건은 아버님 나인수 선생님이 밴드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밴드를 포기하시겠다고 합니까?”

“감독님. 죄송하지만 밴드를 같이하면 안 되겠습니까?”

강산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밴드문제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나 아들은 뮤직비디오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밴드도 같이하게 해 달라고 강산을 압박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화부터 내겠지만 지금은 화보다는 대화가 먼저다.

“음... 일전에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나선생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싫어서 거절한 것이 아닙니다.”

“무슨 말인가요?”

“나인수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제 능력으로는 밴드와 같이하기 어렵다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밴드 연주를 뮤직비디오에 담으려면 쉽지 않은 공정이 필요합니다. 밴드의 연주도 훌륭해야 하지만 그 연주를 담는 실력이 좋은 음향전문가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밴드 음악을 조율할 음악 감독이 필요합니다. 저로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믿고 맡길 실력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음향문제만 해결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만 음향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합니다.”

*   *   *

12월 둘째 주, 큰 여동생 정연이가 강산이 있는 고시원으로 찾아왔다.

아니, 고시원 앞에서 강산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연이에게 이번 서울 행은 처음 올라오는 길이다.

아무리 강산의 주소가 있다고 해도 고시원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산이 오빠!”

“아~ 정연아. 무슨 일이야? 이곳은 어떻게 찾아왔어?”

“오빠는 아직도 내가 어린애인가? 집 주소만 있으면 찾아올 수 있어.”

“그래도 온다고 미리 전화하지. 그래야 내가 마중이라도 가지”

“알았어. 다음에는 꼭 연락하고 올게”

“그래. 날도 추운데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참 저녁은 먹었어?”

“괜찮아요.”

“아냐. 내가 배고파서 그래. 우리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

강산은 정연을 데리고, 고시원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였다.

이곳은 노량진에서 설렁탕을 제일 잘하는 집이라 가끔 혼자 와서 식사하던 곳이다.

강산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고시원 방으로 들어갔다.

고시원은 강산이 잠만 자는 곳이라 방이 지저분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강산은 정연이가 마실 음료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

혼자 남은 정연은 작은 고시원 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방구석에 있는 걸레를 공동 화장실에 가서 빨아다가 강산의 방을 훔치고 있었다.

강산이 편의점에서 훼미리 쥬스를 사고, 바케트 빵집에서 빵을 사고 돌아왔다.

“그만해라. 오랜만에 오빠 찾아와서 청소나 하고 있냐?”

“방 안에 혼자 있기 그래서”

강산은 쥬스를 따라주고 정연이에게 물었다.

“그래. 서울에는 무슨 일이냐?”

“오빠. 전에 있잖아.”

“전에 뭐?”

“시골집에 와서 말한 거 있잖아?”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데?”

“대학 말이야?”

“아~ 깜박 했네. 일이 바빠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지난달에 수능 봤지? 시험은 잘 봤어?”

“그게 말이야. 아냐, 됐어.”

정연이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하려다, 강산의 고시원 방과 행색을 보고는 말을 아낀다.

강산은 정연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회귀하기 전에는 여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쉰이 넘는 경험이 여자의 한마디 말이나 침묵에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연아. 할 말이 있으면 말해. 네가 말을 해야 내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 거 아냐?”

“아냐. 됐어.”

“정연아! 시골 집에 갔을 때 내가 말했잖아. 이제부터 고민이 있으면 오빠에게 말하라고. 너 지금 오빠를 무시 하고 있는 거야?”

“아냐. 오빠. 그런 거 아냐. 괜히 들었다가 마음 상할까 봐 그러지.”

“정연아. 그것은 네 일이 아니라 내 일이잖아. 마음이 상할지 안 상할지는 내가 말을 들어봐야 하는 거잖아.”

“오빠. 이번 특별전형에서 말이야.”

“그래, 특별전형에서”

“결과가 나왔어.”

“그래, 어떻게 됐어.”

“오빠. 나 한국대 공대하고 연우대 의대, 카이스트 공대, 세 개 대학에 합격했어.”

강산은 정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전생에 강산은 정연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고 기억한다.

취업하고 몇 년 후에 간호조무사를 거쳐 간호대에 들어가 간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정연이는 한국대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봉제 공장에 취업해야 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래. 잘 됐다. 그중에 네가 가고 싶은 대학은 어디야?”

“잘 모르겠어. 오빠 생각은 어때?”

“내 생각보다 네 생각이 중요하지. 네 마음에 가는 곳이 어디야?”

“한국대가 나은 것 같아”

“한국대 공대? 너 진짜 컴퓨터 학과가 좋아?”

“......”

정연이는 사립대 보다 국립대인 한국대가 좋다고 말하지만 더 이상 정연의 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음... 내 생각에는 연우대 의대가 좋을 것 같은데.”

“오빠. 연우대 의대는 사립이라 입학금이랑 1학기 등록금이 700만원이 넘어. 기숙사가 안 되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기숙사 추첨이 하늘에 별 따기래. 그것까지 생각하면 너무 힘들 거 같아.”

강산은 정연이가 연우대 의대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정연의 마음에는 연우대가 있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연우대 의대가 좋겠다. 입학금하고 등록금은 내가 준비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등록금은 언제까지 납부해야 하는데?”

“2월 말까지”

정연이는 등록금 납부일이 2월말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  *   *

“영준이 형. 쥰 픽쳐스를 그만두려고 해요.”

강산은 최영준을 만나 <쥰 픽쳐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전에는 최영준을 선배라고 했지만, 일을 시작한 후로는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

“왜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무슨 일이야? 내가 마음 상하거나 섭섭하게 했니?”

“형. 그런 거 아니에요.”

“일이 재미없어서 그래?”

최영준은 언젠가부터 강산이 영화 하겠다고 떠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뇨. 일은 재미있어요. 너무 재밌어서 이러다 뮤직비디오를 벗어나기 어려울 거 같아 고민도 하는데요.”

“그럼 왜 그러는데?”

“갑자기 집안에 돈이 들어갈 일이 생겨서요.”

“얼마나 필요한데? 내가 좀 도와줄까?”

“아니에요. 마음은 고맙지만 이것은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요.”

최영준은 강산의 성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강산은 무엇인가 결정하기 전에는 다른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한 후에는 자기 생각을 고치지 않았다.

이럴 때에는 흔쾌히 놓아주어야 한다.

“그럼, 언제까지 일할 생각이야.”

“하던 일 마무리하고 인수인계까지 생각하면 다음 주 말까지요.”

“그럼 열흘 밖에 안 남았네. 다른 일은 정했어?”

“아직 결정한 것은 없어요.”

“그럼 다른 일을 정할 때까지 하는 것은 어때? 다른 일이 정해지면 그때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겠어?”

“형. 다음 주까지 정리 할게요.”

“그래 알았다. 그때까지 일하는 것으로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   *   *

강산은 하루라도 빨리 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준 픽쳐스>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인수인계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준 픽쳐스>로 나인수의 아들 김철수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김철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산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지난번에 말씀하신 음악 감독을 찾았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지난번 통화에서 음악감독을 구하면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음악감독을 구했다는 말입니다.”

강산은 지난번 김철수와의 통화에서 밴드를 사용하려면 음악감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을 기억났다.

“음악감독을 구했다고요?”

“네”

“음... 죄송합니다만 제가 일을 그만두려고 해서요. 다른 감독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강산 감독님이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제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길 원하면서 밴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버지는 은퇴하기 전에 친구들인 밴드 세션들과 마지막 추억을 남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밴드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은퇴요?”

“아버지 몸이 조금 안 좋습니다.”

“많이 안 좋으신가요?”

“암 같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강이 안 좋으셔서 은퇴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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