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15화 (115/140)

〈 115화 〉 강산: 그럼 됐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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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 조명이 켜지고 조리대에서는 다시 츠마미 코스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조리대 안의 요리사가 아니라 조리대 카운터에서 회를 먹는 손님들의 표정에 집중했다.

장일후는 김실장이 내주는 회를 한 점씩 맛보면서 굳어진 인상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채원영은 카메라에 윙크하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손일석은 맛을 음미하듯이 두 눈을 감았고, 문영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배우들은 어느새 연기하러 왔는지 회를 먹으러 왔는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선회를 즐겼다.

“너무 맛있어요. 쉐프님”

“어떻게 생선에서 이런 맛이.”

“아~. 정말 감동이에요.”

“이거 전복 내장이죠. 게우소스가 정말 진하네요.”

김실장이 손님들에게 모시 조갯국을 내놓자, 인자한 미소를 짓던 문영이 김실장에게 물었다.

“쉐프님. 모시 조갯국이네요. 이제 츠마미 마지막인가요?”

“네. 츠마미 마지막입니다. 생선회로 기름진 입을 모시 조갯국으로 씻으면 다음에 나오는 스시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 네”

“잠시 후에 스시를 시작하겠습니다.”

*   *   *

강산은 괴랄한 영화 <삼검문>을 준비하면서, CG 전문업체인 <태형 그래픽스> 대표 신태형을 찾아갔다.

신태형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CG업체 <디지털도메인>에서 디렉터로 활동하다가 1999년 귀국해서 CG전문 <태형 그래픽스>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디지털도메인>에 재입사하고 2015년에는 대표까지 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신태형은 한국에서 일하면 돈은 안 돼도 할 일은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귀국했지만, 지난 2년 동안에 한 프로젝트는 3건 정도에 불과했다.

연줄이 없어서인지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해서인지 프로젝트가 없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강산이 여러 곳에 수소문하고 찾아간 <태형 그래픽스>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었다.

<태형 그래픽스> 회의실에서 강산은 신태형 대표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자료를 전달했다.

“제 프로젝트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5개월 정도 예상합니다.”

“비용은요?”

“1억 5천만 원에 부가세 별도입니다.”

“좋습니다.”

“네? 비용을 깎거나 시간을 줄이지 않습니까?”

“감독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깎거나 줄일 수 있습니까?”

“제 생각은 적정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 그럼 됐습니다.”

강산은 신태형에게 CG 작업에 필요한 장면들을 스토리보드에 그려서 전달해주었다.

신태형은 강산이 준 스토리보드를 훑어보니, 필요한 컨셉들이 다 있어서 사전 기획시간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잘 알겠습니다. 2주 후에 샘플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산과 헤어진 후, 신태형은 강산이 전해 준 스토리보드를 천천히 확인해 보았다.

신태형은 강산이 CG를 잘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스토리보드에 그려진 CG 요구사항을 보면 구현할 수 있는 영화의 범위와 한계를 아는 것 같았다.

스토리보드에 그려진 컷들 위에 빨간 사인펜으로 섬세하게 지시한 글을 보자 신태형의 인상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아는 놈이 더한다고, CG가 들어가는 장면 하나, 하나,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었다.

2주일 후, 신태형은 강산을 만나기 위해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gf필림>으로 갔다.

<gf필림>이 우리나라 ‘영화메카’라고 불리는 충무로가 아니라 청담동에 자리 잡은 것은 순전히 최룡해 사장 덕분이다.

해피머니가 저당잡고 있던 3층 건물이 경매위기에 처하자, 해피머니의 저당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건물을 싸게매입했다.

회의실에서 신태형이 만들어온 기획서와 샘플 동영상을 보고, 강산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대로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공적인 업무가 끝나고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CG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강산 감독님. CG가 들어가는 장면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CG 퀄리티가 아닐까요?”

“물론 CG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에는 조명이 제일 중요해요.”

“조명요?”

“의외인가요. CG가 들어가는 장면과 들어가지 않는 장면들의 조명 톤이 조화롭지 않으면 CG가 아무리 잘 나와도 헛수고가 됩니다.”

강산은 신태형의 말대로 CG가 들어가는 장면과 들어가지 않은 장면이 조화롭게 하려면 전체적인 영화의 톤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세트장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어둡게 촬영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강산은 신태형에게 자신이 만든 세트장을 소개하고, CG 촬영에 필요한 신태형의 조언을 들었다.

강산은 카메라의 위치, 액션 배우들의 동선, CG가 들어가는 상황설명을 담은 비디오를 직접 만들어서 신태형에게 전달해주었다.

*   *   *

츠마미 다음에는 오마카세의 하이라이트인 스시 코스가 시작된다.

스시가 시작되기 전에 주었던 시보리와 다른 물수건을 주는데, 이것을 데부끼라고 한다.

데부끼는 스시를 손으로 집어 먹는 사람들이 손을 닦는 물수건이다.

스시는 샤리(스시에 들어가는 초된 밥)와 네타(밥 위에 올려놓는 생선이나 재료)로 구성된다.

스시를 젓가락으로 먹다가 네타와 샤리가 분리되는 사고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에 초밥은 웬만하면 손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도 젓가락으로 먹는다면 젓가락을 바닥에 수평으로 붙여서 아래를 받쳐 들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스시는 주로 담백한 맛에서 강한 맛의 순서로 먹는다.

맛이 담백한 흰 살 생선부터 시작하는데, 광어, 도미가 있다면 같은 흰 살 생선이라도 더 담백한 광어를 먼저 먹은 뒤 도미 순서로 먹는 게 좋다.

다음으로 등 푸른 생선이나 참치 순으로 먹고, 맛이 강한 조개류나 기름진 장어는 마지막에 먹는다.

김실장은 다시마에 숙성한 광어 초밥으로 스시 코스를 시작했다.

“손님, 샤리 양이 부족하거나 많으면 말씀해주세요. 다음부터는 감안해서 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초밥에 사용하는 밥을 샤리(舎利)라고 부른다.

샤리용 밥은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잘 퍼져야 맛있는 샤리라고 한다. 반대로 너무 되거나 질어도 안 된다.

김실장은 손님들이 광어 초밥을 먹자, 이어 마스까와를 한 도미 뱃살 초밥을 내놓았다.

마스까와는 마츠(소나무)와 카와(껍질)의 합성어로 소나무 껍질처럼 일어난다는 말이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생선포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생선 껍질을 살짝 익힌 후, 차가운 얼음물에 담갔다가 면포로 물기를 제거하고 썰어낸다.

김실장은 다른 손님들보다 문영의 초밥을 먹는 속도가 늦어지자 말을 걸었다.

“손님. 초밥은 바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는데, 입에 맞지 않으신가요?”

초밥은 온도에 민감해서 15초만 지나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방장이 초밥을 내놓으면 3초 안에 먹어야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스시장인: 지로의 꿈>에서 초밥 명인 지로는 초밥은 밥알을 쥔 직후가 가장 맛있다는 생각으로 밥을 쥐자마자 손님 앞에 초밥을 바로 내놓는다.

“아뇨. 정말 맛있어요. 방금 회를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요.”

“그럼, 샤리 양을 줄여드릴까요?”

“네. 조금 줄여주세요.”

“알겠습니다.”

“저, 실장님. 여사님이 줄인 샤리를 저에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옆자리에 앉아있던 뚱뚱한 남자 채원영이 김실장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어 고등어 봉초밥(사바 보즈우시)을 만들었다.

초절임한 고등어(시메사바)를 위, 아래, 양옆을 잘라내어 직사각형의 공간을 만든다.

한쪽 홈에는 와사비를 길게 넣고, 다른 한쪽 홈에는 생강을 길게 넣고 가운데에는 초간한 샤리를 적당하게 채워서 자른다.

다음은 지방이 적당하게 배어있는 주도로(중뱃살) 참치 초밥을 내놓았다.

‘도로’에는 오도로, 주도로가 있는데, 뱃살이 아니라 다랑어에서 지방이 많은 부위를 말한다.

이어서 전어 초밥, 한치 초밥, 단새우 우니 초밥, 줄무늬전갱이(시마아지) 초밥, 일본식 계란말이(타마고야끼), 삼치 초밥, 오도로(대뱃살) 초밥, 청어 초밥, 후토마끼(굵게 말아낸 김밥), 지라시 스시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장어 초밥이 나왔다.

“이제 다 나온 것인가요?”

“네. 후식으로 교꾸(계란말이 구이)하고 아이스크림이 남았습니다만 부족하신 것이 있으면 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저는 충분합니다.”

“저도 만족합니다.”

“저는 진작부터 만족했어요.”

“지라시 스시 앵콜 가능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채원영이 앵콜 스시를 요청하자, 김실장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조리대에 섰다.

“컷. OK입니다. 이제부터 무협씬으로 전환됩니다. 잠시 쉬었다가 시작하겠습니다.”

이제까지 1시간에 가까이 화려한 오마카세 먹방을 한 것은 이제 남은 20분을 위한 빌드업 과정이나 다름없다.

강산이 왜 중식 식당이나 한식 식당을 무대 배경으로 선택하지 않고, 굳이 일식 식당을 선택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김실장이 채원영이 앵콜 요청한 지라시 스시를 만들려고 준비하는데, 스시집 몽(夢)의 입구에서 노란 전음부(全音符)가 조리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 들어왔다.

전음부는 전음부적이라고도 하는데, 무림인들이 전화 대신 소리를 전하는 부적을 말한다.

김실장이 능숙하게 전음부를 잡아 채자, 전음부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현 사제! 급한 일이네. 환상진 좀 열어주게”

김실장은 다카시에게 조리대를 부탁하고, 입구를 향해 미끄러지듯이 날아갔다.

입구 앞에서 김실장이 하늘을 향해 환상진을 풀기 위해 두 팔로 사람 인(人) 자와 화합 화(和)자를 쓰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큰 상처를 입은 채 신음하는 도사와 도사를 부축하고 있는 스님이 서있었다.

“고맙네. 사제”

“어서, 들어오세요.”

덕일 스님과 덕수 도사가 스시 몽(夢) 안으로 들어오자, 김실장은 서둘러 환상진을 다시 가동했다.

덕일은 덕수를 편안하게 눕히고, 덕현에게 말했다.

“덕현 사제. 물 한잔 좀 가져다주게.”

“네.”

덕현이 물 잔을 가져오자, 덕일은 물 잔에 약을 풀어서 덕수에게 마시게 했다.

“덕일 사형. 덕수 사제는 괜찮은가요?”

“안 괜찮아. 내상이 심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하네.”

“누구 짓이에요?”

“수인족(獸人族)들이야. 나도 그놈들에게 당할 뻔했어.”

“수인족이 왜요? 수인들과는 큰 문제가 없었잖아요?”

“이번에 수인족들의 여왕이 나왔어. 우리 삼검문의 천, 지, 인, 구슬을 모아서 군마벽의 봉인을 풀려고 하는 것 같네.”

“군마벽요? 기어이 그 봉인을 풀려고 하는 가요?”

“나무아미타불. 그런데 저 기운은 뭔가?”

조리대 카운터에 있는 손님들의 자리에 검은 기운이 스멀 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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