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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17화 (117/140)

〈 117화 〉 강산: 이럴거면 내가 경영하는 것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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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이덕배 사장의 전화를 받고 애플로 갔다.

이덕배 사장에게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중요한 일이라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다.

만나서 강산에게 줄 것도 있다고 하고.

강산이 애플 사장실에 도착하자, 이덕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는 거나 먹고 오자고 했다.

“사장님. 뭐가 그리 급하세요. 커피도 한잔 안주고.”

“커피, 그래 커피 먼저 마시고 나갈까?”

“그러죠. 오랜만에 애란씨 커피 맛 좀 보죠.”

“애란아! 여기 커피 좀 부탁해!”

이덕배는 사장실 밖에 있는 김애란을 향해 커피를 달라고 했다. 강산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이 이덕배에게 물었다.

“사장님. 나한테 줄 게 있다면서요.”

“강감독, 오랜만에 사무실에 왔는데 뭐가 바뀐 거 같지 않은가?”

이덕배는 강산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사무실 이야기를 꺼냈다. 이덕배는 상대가 조급해 하면 말을 돌리는 악취미가 있었다.

“뭐가 바뀌었어요?”

“딱 보면 알 텐데? 몰라 이러면 내가 섭섭해지는데?”

“이거 내가 맞춰야 하는 거예요? 사장님. 말하지 말고 있어 봐요.”

강산은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무엇이 바뀌었는지 보았지만, 옛날하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이덕배는 포개진 다리를 떨며 고개를 자꾸 뒤로 흔들며 뒤를 가리켰다.

이렇게 가르쳐 줄 거면 차라리 말을 하지.

“사장님. 장식장에 있는 저거 뭐에요. 안 보이던 게 있네요.”

장식장에는 이덕배가 자랑하는 골프 트로피가 보이지 않고, 다른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만면의 미소가 가득한 이덕배는 장식장에서 트로피를 꺼내서 강산의 앞에 내놓았다.

“이것이 강감독을 만나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야.”

“무산영화제 작품상”

“그래. 강산 감독의 <두 자매>로 받은 상이야. 강감독, 무산영화제라고 들어봤나?”

“무산 영화제요? 처음 듣는데요.”

무산영화제, 들어보지 못한 영화제 이름이다.

강산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무산영화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 것 같았다.

“음, 무산시에서 운영하는 영화제인데, 이번에 처음 만든 영화제라고 하더라고”

“무슨 상을 받았는데, 트로피가 3개나 돼요.”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상이 세 개야. 그중에 감독상 트로피를 강감독에게 주려고 만나자고 했어.”

검은색 직사각형 디자인 아래에 <무산영화제 감독상 청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리 무명의 영화제라고 하지만 <무산영화제 감독상 청단>이라는 트로피를 보니, 마음이 울린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받아 보는 감독상이었다.

“좋네요.”

“무슨 소감이 이래?”

“이사장님이 이런 영화제를 알아서 출품할 리는 없을 테고, 어떻게 된 거예요?”

“그거 말이야. 두성호 평론가님이 연락을 해왔어. 무산영화제에 작품 좀 출품해 달라고 해서”

“아~”

영화제에서는 보통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영화 섭외를 하지만 작은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출품작을 모으기도 한다.

무산영화제에서는 두성호가 그 역할을 했는가 보다.

두성호와의 전생의 인연은 지나가는 인연이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사장님. 제가 감독상 트로피 가져가도 되죠.”

“당연하지. 내가 강감독 덕분에 이런 상도 받아 보고, 정말 고맙네. 그래서 말이야. 밥을 사려고 하는데, 강감독. 한식 좋아하나? 일식 좋아하나?”

“좋아하기는 한식을 좋아하는데요. 혹시 무슨 다른 말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강감독, 그런 거 아니야. 할 말은 나중에 하고 먼저 우리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내가 잘 아는 집이 있어.”

이덕배는 강산에게,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고 일어섰다.

강산은 이덕배가 밥을 사준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전생에 이덕배는 강산이 너무 힘들어서 에로영화를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강산이 좋아하는 감나무집에서 남도 한정식을 사주며 강산을 구슬렸다.

“사장님. 혹시 감나무집에 가려는 것은 아니죠?”

“강감독! 어떻게 알았어?”

*   *   *

강산은 <gf필림> 4층 구석에 있는 자기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었다.

‘똑’ ‘똑’ 하고 김두호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강산의 책상 위에 ‘툭’하고 통장을 내놓았다.

“이게 뭐냐?”

“통장”

“그러니까, 무슨 통장이냐고?”

“나는 잘 몰라. 명세가 너에게 주라고 하더라.”

“그래.”

강산은 시나리오를 내려놓고 통장을 펼쳐보았다.

국민은행 통장 안에는 3억이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강산이 동그라미 숫자를 세다가 놀라 김두호에게 물었다.

“무슨 돈이야?”

“지난번에 중간 정산하고 남은 돈 오천하고 이번에 정산 받은 돈 일억 오천하고 일억은 명세하고 내가 모은 거야.”

“그래.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건데? 너희들 돈이니까 너희들 알아서 써.”

“아냐. 명세가 3억을 영화 <삼검문>에 증액 투자하겠다고 전해 달래.”

“갑자기?”

강산은 3억을 더 영화에 더 투자하겠다는 유명세의 말에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삼검문>은 흥행에 약점이 있어서, 올 인을 할 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투자는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영화다.

“너, 지난번에 회의실에서 CG하는 신사장님하고 이야기했었잖아.”

“무슨 이야기?”

“거 뭐냐. 생선이 날아가고 불이 나고 막 터지는 이야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신사장이 강산이 너한테 CG를 더 만들려면 3억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아~ 그거. 그게 왜?”

“명세가 그 말을 들었나 봐. 이거 가지고 네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라고 하더라.”

강산은 이제야 김두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지난번에 <태형 그래픽스> 신태형 사장이 <gf필림> 회의실에 왔을 때 나누던 이야기다.

신사장은 강산에게 <삼검문>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고 물었다.

“감독님. 왜 일식이에요?”

“무슨 말씀이세요?”

“왜 영화 배경 식당이 일식이냐고요. 중식이나 한식도 있잖아요?”

“무슨 말씀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강감독님. 영화 배경을 중식으로 하면 주방에 커다란 웍도 있고 넓적한 중식 칼, 중식 국자, 커다란 화구에서 나오는 불, CG 이미지로 만들 게 많잖아요.”

“불이 커지면서 용을 만들고요.”

“네. 요리장식으로 만든 용과 봉황이 살아나고 장식장에 있는 관우상이나 병마용 무사들이 살아나면 얼마나 멋있겠어요.”

“그렇겠네요. 그런데 중식에서는 요리사하고 손님하고 대면하는 장면을 만들기 어렵잖아요. 저는 요리사가 정성을 다해서 만든 요리를 손님에게 바로 전해주는 장면을 좋아해요.”

“그래도 CG를 생각하면 일식의 상상력이 안타까워요.”

“제가 드린 스토리보드에 초밥탄이 있잖아요. 초밥 네타의 색깔에 따라 터지는 폭탄 색깔이 달라지죠.”

“나쁘지는 않지만, 그 정도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너무 약한가요? 이어서 화려한 무술 액션들이 나오면 시선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CG 사용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강산은 신태형 사장이 말하는 의도를 이해했다.

신태형 사장도 자신처럼 경영자가 아니라 장인 기질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색채의 마술사’처럼 참을 수 없는 유혹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신태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강산이 요구한 수준보다 높은 퀄리티의 CG를 만들고 싶은 유혹이 생긴 것이다.

강산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자랑하듯이 꺼냈다.

“음, 대표님. 제가 초밥에 CG를 붙일 생각을 처음 했을 때에는 초밥에 있던 생선이 살아나서 괴물 생선이 되는 것을 상상했어요.

온 사방에 괴물 생선들이 수인족을 노리는 거죠. 그중에 살상력이 없는 귀여운 니모도 나오고 해마도 나오고, 수인족이 방심하면 괴물로 변하기도 하죠.”

“재미있는데요.”

“대표님은 잘 모르겠지만 삼검문의 덕수 사제는 중국 식당을 운영해요. 수인족들이 쳐들어왔을 때 대표님의 상상하신 CG들로 상대하는 것도 상상해 봤어요.

사형인 덕일 스님은 사찰 음식집을 운영하죠. 스님이 합장하면 다양한 꽃으로 만든 나물과 채소들이 무기로 변해서 수인족을 공격하는 상상을 했었죠.”

“정말 재미있겠는데요. 감독님. 그렇게 만들어보죠.”

강산은 신태형 감독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는 냉정을 되찾았다.

이래선 안 된다. 전생에 강산은 냉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이런 열정만으로 영화를 만들다가 폭망했다.

“놉. 여기까지요. 신대표님. 초밥 폭탄에서 멈춰 주세요.”

“왜요. 감독님. 아이디어가 너무 아깝잖아요.”

“아뇨. 저는 여기서 만족합니다. 다른 장면에도 들어갈 CG도 많습니다.”

“비용 때문인가요?”

“아니라고 부인하기는 어렵겠네요. 하지만, 영화감독은 냉정한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제할 줄 모르고 환상을 쫓아가다가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져서 안 돼요.”

“그래도 조금 아쉽네요. 다른 감독이 이런 소스를 생각했다면 참지 못 할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럴 수도 있지요.”

“감독님. 제가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만들어보면 안 될까요?”

“대표님.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가 처음 상상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자면 얼마나 더 들어갈까요?”

“......”

“아마도 지금보다 3억은 더 필요할 겁니다. 총제작비가 3억인데 3억이 더 들어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

“안타깝지만 여기서 멈추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신태형 대표의 제안을 강산이 거절하던 이야기를 유명세와 김두호가 들었나 보다.

‘아쉽다. 아쉽기로만 말한다면 누구보다 더 내가 아쉽다.’

하지만, 강산은 참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강산은 유명세에게 회의실에 방음 시설을 하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회의실과 사무실이 붙어 있다고 해도 회의실에서 한 이야기를 도청 장치도 없이 다 들리다니,

안 되면 계란판이라도 붙여야겠다.

강산은 유명세와 김두호에게 다짐 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아무리 강산을 위해서 투자한다고 해도 이런 식의 투자를 하다가는 회사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 매듭을 지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더 꼬여갈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강산이 폭주하듯이 감정적으로 영화에 투자하자고 할 때, 그것을 막아 달라고 유명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이라면 내가 경영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미래에 유행하는 작품들의 성향을 알고 있으니까.

“두호야. 유실장은 지금 어디 있냐?”

“지금? 지금쯤이면 사무실에 돌아와 있을 거야. 아까 3시에 돌아온다고 말했거든”

“알았어. 같이 가자.”

“어디가?”

“유실장 보러, 너도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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