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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26화 (26/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8. 황태자의 친위대? (6)

황태자 습격 사건.

이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사건이었다.

모두가 황태자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패닉에 빠졌고, 황제 역시 황태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작들 같은 경우 초조한 마음으로 황궁에서 야밤까지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향후 황태자가 될 기회를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황실이 귀족파까지 치고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황태자의 부서진 마차가 먼저 수도에 돌아오자 혼란은 가중되었다.

‘큰 부상은 아니기를…….’

‘살아만 있으시오!’

두 공작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대전에서 황태자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건 다른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태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미 최악인 상황에서 사경을 헤매기라도 한다면 황실은 칼을 뽑아 들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전과 광장에 모여 있을 때였다.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황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황태자의 뒤로 죄인처럼 끌려오는 귀족들과 사람들.

싸움이 꽤 격렬했는지 황궁 기사들 역시 갑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그런 그들보다 더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황태자의 곁에서 이동하는 이들이었다.

“그…… 괴짜들 아니야?”

“그러게?”

몇몇 소식이 빠른 자들은 카리엘이 모은 괴짜들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런데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와서 그런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흉악한 기세가 느껴졌다.

대체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살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이들.

살벌한 기운이 광장을 휘감으며 지나가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말 한마디 없다가 그제야 긴 숨을 토해 냈다.

“어, 엄청나네.”

“그러게.”

살벌한 기운에 부르르 떠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방금의 일에 대해 수군거렸다.

그들은 감찰부에 도착하는 즉시 황태자가 검을 뽑아 들고 피의 숙청 작업을 시작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황태자는 감찰부에 습격과 범죄에 관련된 자들을 전부 넘기고, 조용히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황제에게 곧장 달려가 습격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할 줄 알았던 황태자가 조용히 궁으로 들어가자 미치는 건 귀족들이었다.

차라리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태자는 조용히 궁에 박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떠오르자 다시금 귀족들이 황궁으로 몰려들었다.

모두가 황태자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었고, 황제 역시 그러했기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카리엘을 호출했다.

“대전 회의에 참석하시라는 폐하의 명이옵니다.”

“준비하고 바로 나가지.”

시종장의 명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씻고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대전 회의에 갈 준비를 마치자 타리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괴짜들을 불러와.”

“같이 가시는 것입니까?”

“그들이 증인이 되어 줄 테니까. 잡것들을 잡은 것도 그들이고.”

카리엘의 말에 타리온이 고개를 숙이며 괴짜들을 불러왔다.

“귀찮더라도 대전 회의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 증인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카리엘의 말에 토토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얼굴에 귀찮음이 드러났다.

“아르슈나, 브리온, 예산 삭감할까?”

“소신! 기쁜 마음으로 전하의 명을 따르옵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시어요!”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말하는 둘을 보면서 혀를 차고는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용병왕의 고서, 갖고 싶냐?”

“전하께서 가시는 곳이 어디든 옆에 있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리스마저 처리한 카리엘은 토토를 슬쩍 바라보다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토토가 눈치 빠르게 웃는 표정으로 바꿨다.

카리엘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타리온에게 명했다.

“가자.”

“예!”

황제의 명에 의해 대전 회의장으로 가는 길.

본래는 빠르게 이동해야 했지만, 카리엘은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 급한 건 자신이 아닌 그들이었다.

초조함 속에서 기다리며 애가 탈 그들을 생각하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카리엘.

어느 선까지 조지고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마지막까지 점검했다.

그러는 사이 대전에 도착한 카리엘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전하를 뵙습니다.”

“알리게.”

카리엘이 도착했다는 시종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대전 회의장의 문이 열렸다.

완전히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린 카리엘이 천천히 황제의 앞까지 걸어갔으나, 그가 걸음을 멈추기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습격을 당했다 들었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

“예, 폐하.”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며 싸늘한 표정으로 귀족들을 한번 훑었다.

그러자 몇몇 귀족들이 흠칫하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반면에 재상을 비롯한 황제파의 고위 귀족들은 담담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자신들의 목숨은 끝이기에, 담담할 수 있는 것이다.

“보고는 들었다. 습격자의 배후는 아직 못 찾았다지?”

“그렇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대답만 하는 카리엘을 보며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한 설명을 해 주기를 바랐지만 카리엘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답형으로 답할 뿐이었다.

그러자 답답한 황제가 먼저 물었다.

“습격자들이 빛의 마법을 사용했다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그럼…… 신관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황제가 그렇게 말하며 침음성을 삼켰다.

“태자는…… 배후를 성국으로 생각하는 것이냐?”

황제의 말에 대전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카리엘의 말 한마디에 지금 당장 성국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잘 모르겠사옵니다.”

카리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가 카리엘의 입만 쳐다보며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그의 입이 천천히 다시 열렸다.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너무 많사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

“그렇습니다.”

카리엘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신이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정황들을 설명했다.

1. 자신이 나가는 것을 어떻게 알고 매복해 있었을까?

2. 그들이 어떻게 그곳에 매복하도록 도운 이는 누구일까?

3. 시체 폭발 마법은 대체 어떻게 사용했을까?

총 세 가지의 의문점.

이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성국과의 전쟁은 시기상조였다.

“그렇다면 신관들이 태자를 습격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냐?”

“그 역시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몇몇 신관들이 부정한 세력과 결탁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 동선이 알려졌다는 것과 그들이 중앙 지역에 자리 잡도록 도운 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신관과 흑마법사의 연관성은 추후 신전과 성국을 조사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제국에 숨은 쥐새끼들은 다릅니다. 이건 제국 내의 문제이니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일로 생각되옵니다.”

카리엘의 말에 대전에 싸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황제가 입을 열었다.

“태자의 부하들이 추가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들었다.”

“핵심적인 것은 아니오나 추적할 단서 정도는 발견했사옵니다.”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며 타리온을 불러 괴짜들이 습격자들을 조지며 발견한 증거들을 황제 앞에 내려놨다.

그러자 황제는 카리엘의 부하들이 궁금하다며 괴짜들까지 대전 회의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그때 당시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었다.

“허, 그럼 그대들이 정말로 전원 기사단장급이라는 얘기인가?”

황제가 감탄한 표정으로 괴짜들을 바라보다 카리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보좌하는 타리온도 제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강자인데, 카리엘이 불러 모은 자들마저 강자들이었다.

괴짜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자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금 인식했다.

“흑마법사라…….”

황제가 심각한 표정으로 황좌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카리엘은 담담히 말했다.

“만약 신관들이 흑마법사와 결탁한 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황제의 물음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카리엘을 바라보았다.

“제국 내의 신전들을 폐쇄시켜야 하옵니다.”

카리엘의 말에 모든 귀족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저, 전하! 그건 너무 과격한 처사가 아닐는지요.”

한 귀족의 말에 카리엘이 싸늘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나 신자요!’라고 말하는 듯한 차림을 한 귀족에게 카리엘은 담담히 물었다.

“그대는 어느 신전이 흑마법사와 결탁했는지 특정할 수 있는가?”

“그건…….”

“어쩌면 특정 신전만이 아니라 성국 자체가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국은 성국과의 전쟁도 감수해야 할 터.”

그렇게 말하며 카리엘은 자신의 말에 반발한 귀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태양신을 섬기는 귀족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제국 내에 쥐새끼를 두고 전쟁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나?”

“그, 그렇사옵니다.”

“이번에 나를 습격한 건 신관과 흑마법사들의 소행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분명 제국의 귀족들 중에 그들의 뒤를 봐준 자들이 있을 터. 그대라고 오해받기 싫으면 말을 가려 하는 게 어떻겠나?”

카리엘의 협박에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박는 귀족.

“소, 송구하옵니다. 소신이 아둔해 말이 헛나왔사옵니다.”

“조심하도록. 그대 같은 자가 말을 잘못해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전하의 은혜에 감읍, 또 감읍하옵니다!”

귀족 하나를 골로 보내 버린 카리엘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와서 황제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조사를 시작하여야 하옵니다. 이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국의 세력과 결탁하여 제국을 좀먹는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함이며, 향후 전쟁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옵니다!”

카리엘의 외침에 황제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균형은 이미 박살 난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사태를 줄여 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방금 황태자의 말로 물 건너가 버렸다.

“소신 역시 전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옵니다!”

“감히 제국의 귀하디귀한 보물을 건드린 바! 이와 관련된 모든 자들을 뿌리 뽑아야 하옵니다.”

두 공작이 무릎을 꿇으며 청하자 모든 귀족들이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재청했다.

여기서 괜히 어기적거리다가 자신이 표적이 될 수 있기에 황급히 재청하는 귀족들을 보며 카리엘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사안이 심각한바, 태자와 친위대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조사토록 하겠다. 성국에는 이 사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자를 부르도록.”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친위대?’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리엘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폐하.”

“아직 할 말이 남았느냐?”

성국과의 전쟁을 주장이라도 할까 봐 흠칫 놀라는 황제에게 카리엘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 일에서는 제 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황자들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직 어리오나 경험하는 차원에서 동생들을 이번 사건의 조사에 참여시키고 싶사옵니다.”

황태자의 말에 귀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차기 황태자를 선별하고자 하시는구나!’

황태자의 의도를 알아챈 모든 귀족파의 귀족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2황자는 흑마법사와 신관의 연관성을 조사토록 하옵시고, 3황자는 쥐새끼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그럼 습격받은 당사자인 태자는 무얼 할 것이냐?”

그렇게 권한을 나눠 주면 당사자인 카리엘이 할 일이 없어진다.

지금 이 시기에 황태자 경합 싸움을 벌인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염려한 황제가 당사자가 직접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돌려 말할 것이다.

그런 황제의 말에 카리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자는 그동안 해 왔던 일을 마무리하고자 하옵니다.”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잠시 숨 좀 돌릴 수 있겠다 생각했던 황제파 귀족들의 표정이 다시금 썩어 들어갔다.

‘뭘 하든 너희는 끝장내고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재상을 본 카리엘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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