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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03화 (103/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38. 서서히 시작되는 혁명!

대전 회의가 끝난 후, 카리엘이 명한 것들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며칠은 걸릴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군부대는 사전에 준비한 것처럼 곧바로 나누어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동시에 아이론과 공국으로 지원할 물자들 역시 빠르게 준비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빠르게 진행된 게 바로 새로운 관료들을 뽑는다는 공고문이었다.

모든 부처에서 인원을 뽑는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하지만 전처럼 귀족들을 뽑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 출신만 뽑는 것도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시험을 본다고?”

“흠…… 한번 해 볼까?”

“어차피 귀족들만 뽑을걸.”

공고문에 혹했던 평민들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하는 한 남자.

그런 남자에게 근처에 있던 남자가 신문을 그의 얼굴로 들이밀었다.

“이걸 보게.”

“이건…… 뭐요?”

“폐하께서 평민들에게도 기회를 주자고 주장하셨고 통과되었네.”

“저…… 정말이오?”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간으로 나온 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번만큼은 귀족들만 뽑지는 않을 거라고 보네. 그동안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폐하께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는 잘 알지 않나?”

현 황제가 황태자 시절부터 평민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은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대전 회의에서 귀족들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을 공영 신문이 대대적으로 알린 것이 바로 남자가 들고 있는 신문이었다.

“이번엔 정말…….”

“당장 시험을 보러 가세. 폐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나?”

중년 남자의 말에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중앙 부처로 향했다.

* * *

아침이 되자마자 수도에서 조금 배운 자들은 대거 중앙 부처로 몰려들었다. 지방까지 소식이 닿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몰려올 것이다.

물론 지원한 자들 중에 쓸 만한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변혁의 첫걸음이었다. 평민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순간 배움에 대한 열망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폐하, 여기…… 지원자들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황제의 집무실로 찾아온 재상이 직접 보고서를 건네자 그것을 받아 든 카리엘이 차분히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많군?”

“예, 다행이긴 합니다만…….”

“대부분이 걸러지긴 하겠지. 그래도 나쁘지 않아.”

카리엘의 말에 재상이 쓴웃음을 지었다.

“몇 년만 지나도 쓸 만한 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겠지.”

돈이 없어 포기한 자들.

신분에 의해 절망한 자들.

인맥이 없어 올라오지 못한 자들.

이런 자들이 전부 기회를 얻을 것이다. 재상도 그걸 알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이 그토록 막고자 했던 것.

평민들이 희망을 품는다는 건 곧 배움에 대한 열망과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결합되어 귀족들을 밀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귀족들이 중심이 되는 체제는 언젠간 무너졌을 걸세.”

쓴웃음을 짓는 윈스턴에게 카리엘이 위로하듯 말했다.

현재 내전 중인 아이론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이상 언젠가는 귀족이라는 신분제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신분제 때문에 능력이 있음에도 더 올라가지 못한 자들이 모여 만든 나라.

그것이 바로 아이론이었다.

이미 제국은 오래전부터 이들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혁명 세력이었다.

“거스를 수 없다면 이용해야지. 안 그런가?”

“……맞사옵니다.”

쓴웃음을 지은 윈스턴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귀족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라도 살아야 했다.

“괜히 더 뽑으려 하지 말고 딱 커트라인을 넘는 자들만 뽑게.”

“부족한 자들을 전부 동부에서 차출하실 생각입니까?”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윈스턴이 한숨을 쉬었다.

지원자는 넘쳐 났다.

하지만 그들 중에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자들을 극소수였다. 아카데미를 나온 귀족들조차 도움이 안 되었는데 배움이 부족한 평민들이 얼마나 뽑힐까.

그렇다는 건 동부에 있는 혁명 세력들을 대거 뽑겠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걱정 말게. 그대가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약의 사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두지 않았나.”

샤스타 대처 자작.

혁명 세력이 함부로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막을 인물을 만들었다.

귀족파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혁명 세력을 견제하게끔 만들기 위한 인사 조치였다.

카리엘도 혁명 세력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귀족들로 하여금 그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견제하게 할 생각이었다.

혁명 세력이 원하는 건 급진적인 변화였다. 그것을 막기 위해선 대처처럼 단호한 인물이 필요했다. 악명을 쌓을지라도 절대 물러섬이 없는 인물이 인물이어야 했는데, 그러던 중 카리엘의 눈에 띈 게 대처였다.

“다음 계획을 진행하게.”

“……예.”

카리엘의 명령에 재상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귀족들과의 합의로 평민들을 대거 기용하게 되었지만 카리엘은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쟁이라는 명분이 있는 이상 더 많은 평민들을 등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과거, 신분제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했을 시절에 평민들이 유일하게 귀족이 될 수 있었던 길.

그것을 부활시킬 생각이었다.

마침 내전과 소국 연합과의 전쟁으로 많은 사상자들이 나오면서 병력이 줄었고, 그로 인해 완편되지 못한 부대가 수두룩했다.

그런 부대들을 위해서 카리엘은 또 다른 공고를 냈다.

「제국을 위해 입대하라! 5년만 채우면 모든 죄를 사해 주겠다.」

자극적인 문구가 들어간 공고.

카리엘이 직접 쓴 문구를 복사해서 여기저기 붙인 이 공고문은 특히 잡범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수도의 범죄 조직을 한번 쓸어버렸던 터라, 범죄자들이었던 이들이 감옥에 갔다 나와서 할 일이 없어졌다.

죗값을 받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범죄 경력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좌절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것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최전방에서 전공을 세워 훈장을 받으면 준남작에 봉함.」

평민들이 귀족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열리자 이번엔 군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로 밑바닥을 전전하던 사람들부터 아직 어린 아이들까지 몰려들었다.

연이은 전쟁 그리고 흑마법사들을 쓸어버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은 많은 제국민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거지나 부랑자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그런 이들을 위해 살길을 열어 준 것이다.

“모든 부대를 완편시켜. 그리고 어린 지원자들은 따로 모아서 교육시켜.

“폐하, 너무 많은 이들을 뽑으시는 것 아니옵니까?”

“재물은 충분해. 부족하면 내 사비를 털지.”

카리엘이 사비를 턴다고 말하자 뭐라 말하려던 군부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부족한 자금은 황제의 사비로 충당한다는데 뭐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카리엘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것들을 필사해서 제국의 모든 군부대에 뿌려라. 앞으로 모든 병력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 이건…….”

군부대신이 카리엘이 준 것을 보고 당황했다.

“폐하! 이것은…….”

집무실 한쪽에 쌓여 있는 무서들.

기초가 되는 마나 수련법부터 기초적인 무기술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웬만한 귀족 가문이라면 비기로 삼을 만큼 높은 수준의 무서도 있었다.

“나와 친위대가 고르고 고른 것들이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갖고 있으니 재능에 맞게 분류해서 훈련시키도록.”

“폐하, 이것을 공개하면…….”

당황하는 군부대신에게 카리엘이 서랍에서 또 다른 책들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나의 친위대가 만든 것들이다.”

토토가 만든 체력 단련법.

이리스가 만든 기본 체술.

브리온이 만든 기본적인 치유술과 약초술, 그리고 생존법.

“마지막으로 이건 불의 재능이 있는 이들이 익히게 될 마나 수련법일세.”

카리엘의 말에 당황하는 군부대신.

아르슈나가 만든 기초적인 마나 수련법은 사실 카리엘의 투술에서 따온 것이다.

미래의 황족들을 위해 만들게 한 이 수련법이 이렇게 쓰일 줄은 카리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카리엘이 황제가 되면서 제국민들에게 화기에 대한 재능이 내려졌다는 반투명한 창에 적힌 글을 분명히 보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르슈나가 만든 수련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귀족들이 반발할지도 모릅니다.”

“이곳에 있는 마나 수련법이나 무서 중에선 고위 귀족 가문의 것보다 수준 높은 것도 있다. 오히려 환영할걸.”

카리엘의 말에 군부대신이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하위 귀족 가문은 이 선택을 환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도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환영할 만했다.

특히 몰락 귀족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시종들을 시켜 보내 주지. 최대한 빨리 필사해서 군부에 보내도록.”

“……그리하겠습니다.”

카리엘의 명령에 한숨과 함께 물러나는 군부대신.

그 모습을 보면서 카리엘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남은 건 마탑뿐인가?”

마공학의 결정체라 볼 수 있는 비공선과 열차의 양산을 위해서라도 마탑만큼은 확실히 굴복시켜야 했다.

‘만약 굴복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마탑을 밀어 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당장에야 불편하겠지만 마공학이 있던 자리를 공학이 서서히 대체할 것이고, 자유 마법사나 낮은 등급의 마법사들이 마공학을 연구하면서 마탑의 유산을 따라잡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마탑을 조질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마탑이라는 거대한 기득권을 조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동부에서 온 혁명 세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 이루어져야 했다.

그걸 알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만 집중했다.

“폐하, 탈로스군이 본격적으로 침공했다 하옵니다.”

타리온을 통해 들려오는 급박한 보고들.

“데이비어 공작은?”

“아직 아이론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서부군과 남부군으로 시간을 끌 수 있나?”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마스터라는 결전 병기가 없는 이상 시간을 끄는 것도 힘들었다.

천하의 남부 변경백이라고 하더라도 자국 내 영토도 아닌 타지에서는 온전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로테온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탈로스보다 먼저 아이론에 도착한 로테온은 반제국파 세력들과 힘을 합쳤다.

그렇기에 서부군 역시 친제국파와 힘을 합쳤다.

그 때문인지 로테온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해군은 서부군에 막혔고, 주력군 역시 아이론의 마스터가 포함된 정예군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탈로스뿐인데, 몇 차례의 전부로 듬성듬성 이가 빠진 부대로는 남부 사령관의 힘으로도 버티기 힘들었다.

“데이비어 공작에게 최대한 빨리 도착해 달라고 전해.”

“예!”

카리엘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는 타리온.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자신이나 아이론을 공격하는 남부 왕국들이나, 이 전쟁이 시간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제국이 체제를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병력을 파견하기 전에 아이론을 장악하느냐 못 하느냐의 싸움.

그것을 알기에 카리엘도 그림자들을 다수 아이론으로 파견해 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병력의 열세는 어쩔 수가 없었다.

“시간이 필요해. 시간이…….”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매일같이 잠도 줄여 가며 일하고 있음에도 상황은 점점 더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일같이 초조한 마음으로 일했다.

“그지 같은 상황이군.”

마치 전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엿 같은 기분에 이를 갈 때였다. 시종장이 오랜만에 카리엘의 기분을 흡족하게 만들 만한 소식을 들고 찾아왔다.

“폐하, 동부에서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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