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22화 (122/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46. 그리햄에서 촉발된 대전쟁!

마침내 기다리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각국의 혁명 세력들이 그리햄으로 모여들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폭발하듯 엄청난 숫자가 모여들었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가 직접 그리햄으로 향했다.

혁명 세력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겠다며 협상을 하는 마르크스.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애초에 제국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혁명 세력을 최대한 기용하면서 제국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국에 무슨 불만이 있을까?

그들의 불만 대부분은 남부 왕국들에 있었다.

“결국 일어나고 말았군.”

로테온 국왕이 미루고 싶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자 체스터 후작에게 말했다.

“모든 귀족들을 소집하시오.”

“예, 전하.”

마침내 로테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귀족들을 소집하고 중앙으로 병력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그러자 그에 발맞추듯 탈로스 역시 병력을 모았다.

지난 1년 동안 놀고 있던 것만은 아니라는 듯, 중앙에 모든 물자를 집결시켰다.

비록 대대적인 숙청과 국내에 남아 있는 수많은 범죄 조직들을 박살 내면서 군사력을 소모했다지만, 탈로스는 아직 죽지 않았다.

* * *

“폐하! 로테온과 탈로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움직여야지.”

타리온의 보고에 카리엘 역시 곧바로 군부대신을 불렀다.

“변경백들을 소집해라.”

“북부 변경백도 소집할까요?”

군부대신의 물음에 카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모든 변경백을 불러 모아 계획을 세세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고작 1년.

상당히 긴 시간이었지만 한 국가가 무언가를 하기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웬만한 국가들이었다면 전쟁 후유증조차 치유하지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을 시간.

하지만 제국은 달랐다.

제국 전역이 전쟁으로 피폐해져 있었지만 곧 엄청난 개혁으로 인해 빠르게 발전하면서 무너진 건물들은 더 큰 건물로 지어지고, 전쟁으로 직장을 잃었던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받으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 1년 동안 이루어진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동부와 서부를 바로 관통하는 철도 건설이었다.

동시에 수많은 비공선들이 만들어지면서 물류망이 급격하게 커져 가면서 제국의 발전이 가속화되었다.

상인들도 이것이 다시없을 기회임을 알기에 비축해 두었던 모든 자금을 털어서 사업권을 따냈고, 그 돈은 다시금 제국의 발전을 위해 쓰였다.

그러는 동안 엄청난 양의 세금이 거둬들여졌고, 그 돈 중 상당수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카리엘의 손에 들린 한 장의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북부군 - 완편

남부군 - 완편

동부군 - 70%

서부군 - 60%

중앙군 - 80%」

1년이란 시간 동안 군부를 완편하기 위해 애썼으나 결국 가장 중요한 북부군과 남부군만 완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불만족스러운 결과에 인상을 찡그린 카리엘이었으나 어쩔 수 없음을 스스로가 잘 알기에 한숨만 쉴 뿐이었다.

동부군 같은 경우 제국에서 가장 빠르게 신규 무기를 도입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서부군은 그것도 아닌데 동부군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한숨만 나왔다.

“서부군이 문제네.”

하지만 서부의 상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의 화산 폭발 사건부터 벨푸르스와의 전쟁, 그리고 아이론의 내전에까지 동원되며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빠르게 병력을 충원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제국이 발전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서부였기 때문이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철도부터 물류망 구축에 많은 인원이 필요했기에 병력 충원이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반토막 난 군대를 약간 충원하는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 이것으로 만족해야겠지.”

어차피 카리엘의 목표는 서대륙 통일 이후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부족한 점은 동대륙에 개입하기 전까지만 채워지면 그만이었다. 카리엘에게 남부 왕국들과 성국과의 전쟁은 거쳐 가는 소소한 이벤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신들과 비밀리에 회의를 거친 결과, 제국에 큰 피해 없이 남부 왕국들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터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 트리아 총독이 보낸 비밀 서신이옵니다.”

시종장이 조심스레 비밀 서신을 가져오자 카리엘은 그것을 곧바로 봉투에서 꺼내 펼쳤다.

“예상보다 더 반응이 좋군.”

혁명 세력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지금.

카리엘은 예상했던 것보다 그 불길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지난 1년간 귀족들은 혁명 세력과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 내었기에 이 불길은 온전히 남부 왕국에서만 집중적으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카리엘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로테온은 의외인데?”

카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테온이 귀족들을 설득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위해서 인위적으로 혁명 세력이 준동하는 것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사실까지 타리온을 통해 보고를 들었었다.

하나 그걸 감안해도 속도가 너무 빨랐다.

“전혀 견제를 하지 않는다라……!”

마치 한 방을 위해 모든 것을 끌어모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재밌네. 뭘 준비했으려나……!”

로테온이 준비한 한 방이 무엇일지 너무 궁금했다.

이 정도까지 희생을 감수한 것이라면 단순히 군대를 집결시키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준비했다고 봐야 했다.

서대륙의 남은 삼국이 무엇을 준비했을지 기대감을 품은 채 카리엘은 남부에서 들어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부의 혁명 세력은 빠르게 움직였다.

* * *

커질 대로 커진 세력은 남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귀족들의 횡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로스와 로테온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력을 다해 혁명 세력을 억압했던 것과 다르게 조용히 귀족들을 중앙으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남부의 두 국가가 혁명 세력을 공격하는 그 순간, 제국은 명분을 앞세워 두 국가를 공격할 것이다.

실제로 제국은 그 순간을 기다리며, 대놓고 남부 왕국들 안에 자치권을 들먹이면서 일어나는 혁명 세력을 지원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는 남부 왕국들.

“무얼 원하는 거지?”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리엘.

바로 그때, 시종장이 조심히 들어왔다.

“폐하, 변경백들이 도착했사옵니다.”

시종장의 말에 카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들과 함께 들라고 명령하고는 회의장으로 향했다.

황제의 궁에 마련된 회의장 중앙에 앉아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변경백을 비롯한 대신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폐하를 뵙습니다.”

“다들 바쁜 몸이니 길게 끌 거 없이 바로 시작하지.”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영상구를 틀었다.

“상황이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네.”

카리엘의 말에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응이 없다는 건 저들이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듯싶습니다.”

남부 사령관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타리온, 추가적인 정보는 없어?”

“예, 깔끔합니다.”

“그러니 더 의심스럽군.”

로테온이 깔끔하다?

깔끔함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국가인 로테온이기에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폐하, 정 껄끄럽다면 함정을 파 보시지요.”

“함정?”

남부 사령관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그의 계획을 듣고는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위험하오.”

데이비어 공작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카리엘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직 월크셔 공작이 마도사가 되었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지.”

그렇게 중얼거린 카리엘이 피식 웃었다.

“저들은 아직 폐하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천재의 힘 역시 완벽히 가늠을 못 하고 있지요.”

남부 사령관의 첨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지.”

“폐하!”

다들 놀란 표정으로 카리엘을 불렀으나 그런 그들을 제지하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짐의 안전을 핑계로 시간을 끌기엔 멀리 왔다.”

“폐하, 제국에서 폐하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사옵니다. 이는 단순히 폐하께서 황좌에 앉아 계신 것이 아니라 정말 제국의 중심에 서 계셔서 하는 말이옵니다.”

재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전쟁에 이긴다고 한들 페하의 안위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국의 패배이옵니다.”

군부대신마저 반대하자 카리엘이 조용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황궁 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경이 말해 보게.”

“신은…… 괜찮을 것 같사옵니다.”

아켈리오의 말에 모두들 두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황제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번 작전을 찬성하니 다들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 그게 무슨……!”

“제국의 천재라면 소신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켈리오의 말에 데이비어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령 벽을 넘었다 한들 경험의 차이가……!”

데이비어 공작이 말을 하다 말고 멍하니 아켈리오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엔 씁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때론 압도적인 재능이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었소만…… 믿지 않았소이다.”

아켈리오가 그렇게 말하고선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신화시대에 기록된 말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르겠소.”

과거 용을 베어 죽인 영웅이나 신과 자웅을 겨루었던 영웅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십 대의 나이에 마스터에 오르고, 삼십이 되기 전에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으며, 끝내는 신의 반열에 올랐다는 전설적인 인물들.

현대의 역사학자들은 영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다소 과장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아켈리오는 그 기록들이 전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누구보다 냉철하기로 소문난 그가 이런 말을 하자 서대륙 최강으로 불리는 시카리오 후작마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호승심을 드러내는 시카리오 후작을 보면서 피식 웃은 카리엘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다들 찬성한 것으로 알고 계획을 시작하지. 타리온.”

“예, 폐하.”

“기존 계획과 병행하도록.”

“알겠습니다.”

카리엘의 명령에 타리온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변경백을 비롯한 대신들이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궁을 나섰다.

* * *

그리고 며칠 후, 두 왕국의 수도까지 번진 불길이 마침내 문제를 일으켰다.

왕궁까지 쳐들어가는 시위대를 강제로 막아서면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난 것이다. 그 안에는 혁명 세력을 이끌기 위해 잠입한 제국민도 있었다.

막대한 사상자가 나오자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제국은 그 즉시 군대를 일으켰다.

「제국민을 탄압한 탈로스와 로테온을 징치하겠다!」

무고한 제국민이 죽었다는 이유를 들며 들고일어난 제국의 군대.

그러자 남부 왕국들도 그 즉시 반응했다.

주요 요새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걸어 잠근 것이다.

동시에 성국이 동맹국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일으켰다.

마침내 서대륙의 대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