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98화 (198/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외전 7. 타 차원의 침공? (2)

동대륙의 연합군이 패퇴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얼마 뒤 신대륙과 남쪽 섬에서도 패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그니트가 완벽하게 막는다는 소식에 방심했던 이들이 연이어 패전하면서 타 차원 침공의 위험성을 그들 스스로 증명해 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이그니트가 아니다!」

「연이은 패전으로 인해 알 게된 이그니트의 위엄!」

「세계 최강국은 다르다!」

타 차원의 침공이 얼마나 위험한지 체감하지 못했던 제국민들.

그들은 타국에서 보낸 영상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이그니트가 강한 것이었구나.”

“허…… 미쳤군.”

타국에서 보내온 영상들은 제각기 달랐다.

동대륙만 하더라도 게이트마다 나타나는 개체들은 전부 달랐다.

어떤 게이트는 산만큼 거대한 개체들만 튀어나오는 곳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그니트조차 넘어서는 과학기술을 통한 강력한 군대가 몰려오기도 했다.

어떤 곳은 정령처럼 영체들로 이루어진 군단이 나왔다.

뚜렷한 특징이 없이 제각기 다른 군대가 몰려오니 동대륙이나 다른 대륙 입장에서도 대응하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그니트는 달랐다.

쿠우웅!

-남은 이들은 맡기지.

-예! 폐하.

강력한 화염으로 특급 게이트에서 몰려오는 수많은 군대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카리엘이 지휘관에게 남은 걸 맡기고 곧장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습.

“압도적이네.”

“그러게.”

동대륙을 비롯한 타 국가의 영상들을 보면 마스터급이 있다고 하더라고 군대를 이용해 겨우겨우 막아 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리엘은 달랐다.

홀로 앞장선 채 화염의 폭풍을 만들어면서 적들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특급 게이트의 경우는 어떨까.

그랜드 마스터급에 가까운 괴물들이 하나둘 나타나자 제국민들은 혹시나 카리엘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동대륙을 3개 군단을 패퇴시킨 거대한 용이나, 모든 것을 녹이는 거대한 파리, 하늘에서 수천개의 거대한 다리를 뻗어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탐식의 괴물등 특급이라 칭해지는 괴물들을 타 국가는 감당하지 못하고 그들이 자리 잡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슬슬 나설 때가 되었군.

카리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모든 것을 녹이는 산성액을 뿜어내는 벌레의 위로 거대한 불의 거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대전쟁 시절을 함께했던 다른 소환체를 소환하지 않고 오직 수르트 하나만으로 특급 게이트의 위험종을 처리할 정도로 막강한 힘.

그리고 그건 글렌과 시카리오 후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수한 힘을 사용하며 제국군을 농락하던 뿔달린 악마같은 놈을 공간을 갈라 버리며 두 조각을 낸 글렌.

하늘까지 닿은 괴생명체를 주변을 까맣게 물들일 정도로 수많은 분신을 만들어 내며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시카리오 후작.

“저분들은 신인가?”

가히 신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에 모두가 경악했다.

카리엘과 두 그랜드 마스터의 활약을 본 제국민들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사라진 원탁이 부활할 수 있었는지.

신의 반열에 오른 것 같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이들은 초대황제의 영웅들 그 이상의 힘을 갖고 있었다.

원탁을 중심으로 막아 내는 이그니트.

하지만 제국의 힘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신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촘촘한 게이트 방어선!」

공영 신문에 실린 서대륙의 전도.

곳곳에 찍힌 검은점과 붉은 점은 현재 서대륙에 있는 게이트와 신수들이 머무는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신대륙보다 훨씬 강한 개체들이 많았던 서대륙의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과 계약을 맺은 터라, 곳곳에서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잔재들이 등장해 게이트를 막아 주었다.

「특급 게이트 이상 - 원탁

위험 게이트 - 신수 및 과거의 잔재

그 이하 - 이그니트의 특별군」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한 제국군은 서대륙 곳곳을 누비면서 게이트들의 위험도를 파악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게이트를 막아 낼 수 있었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게이트를 연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사전에 신수들과 과거의 잔재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제국은 좀 더 확실하게 게이트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월크셔 공작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이 게이트를 반영구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번 게이트가 나타난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봉쇄할 수 있습니다.”

월크셔 공작의 발표에 대신들은 환호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일어난 게이트 때문에 야근을 밥 먹듯이 했었기에 대신들과 관료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연신 ‘살았다!’라고 외쳤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제국 게이트 전담 연구진! 마침내 게이트 발생 조건을 갖춘 지역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것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게이트들을 좀 더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게이트들의 생성 조건이 갖춰진 지역도 찾아낼 수 있었다.

게이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제국은 좀 더 안정적으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었고, 그것은 곧 제국에 ‘여유’라는 것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제국의 여유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가 있었다.

「3급 이하 게이트 - 용병 및 민간단체에 판매한다!」

게이트를 민간단체한테 판매하는 것.

막는 것을 넘어서 넘어오는 적들을 죽여 그 부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법안을 제안한 게 바로 카리엘이었다.

이제까지는 그저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게이트.

하지만 타 차원에서 넘어오는 존재들 중에 쓸 만한 부산물을 가진 존재들이 많았다.

강철보다 강한 뿔, 마석보다 강한 힘을 품고 있는 심장이나 내단, 탄력성을 지닌 가죽 등 가공해서 사용하면 쓸 만한 자원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카리엘은 게이트를 완전히 닫지 않고, 쓸 만한 곳은 민간단체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게이트를 판매한 제국!」

「게이트마저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제국의 자신감.」

게이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까지 하는 제국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타국민들.

그들은 대전쟁 시절처럼 방어선을 구축하고 게이트를 방어하는 게 전부였기에 부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폐하, 이제 서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비상경계 태세 정도는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세리엘의 보고에 카리엘이 갸우뚱하면서 지도를 바라보았다.

서대륙 전도에 꽂혀 있는 보라색 깃발들.

그곳은 특급 게이트를 넘어선 곳들이었다.

처음 마왕급 게이트라고 판명된 곳과 비슷한 게이트들.

이 게이트들에선 아직 그 어떠한 개체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위험했다.

“어쩌면 신적인 존재가 나올지도 모르니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해.”

“예! 폐하.”

카리엘의 명령에 고개를 숙인 세리엘.

“하지만 병력을 놀릴 수도 없겠지.”

“하오시면…….”

“남는 병력들은 용돈벌이 좀 할 수 있도록 해 줘.”

용돈 벌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리엘.

“타국에 가서 용병으로 뛰어 주는 거지.”

“아!”

“겸사겸사 우리 용병들이 처리한 게이트의 권리권도 가져오면 좋고.”

“대신들과 의논해 보겠습니다.”

세리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리엘은 그를 보내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제국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 주고 있었다.

완벽에 가깝게 게이트를 막아 내고 빠른 시일 내에 제국의 상황을 안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스러운 것은 바로 고위험 등급 게이트 때문이었다.

보라색 깃발도 위험하지만 그건 약과였다.

북쪽 설원에 꽃힌 회색 깃발.

“마왕급보다 위험할 거라 추정한다라…….”

아직 제국의 게이트에 대한 연구가 완벽하진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월크셔 공작이 직접 설원까지 찾아가 분석했고, 그 결과 보라색 깃발의 게이트보다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후…… 짜증 나는군.”

차라리 빨리 나오는 게 낫지,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만들면 더 초조해지는 법이다.

보라색 깃발의 게이트도, 회색 깃발의 게이트도 아직 그 어떠한 존재도 나오질 않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게이트들이 늦어도 한 달 이내에는 군대가 나왔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게이트들도 그러할 거라 생각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주변만 오염시킬 뿐, 잠잠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원탁 역시 수도에 묶인 채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측정 불가의 게이트. 과연 언제쯤 터질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게이트가 존재하는 서대륙.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측정 불가의 게이트에선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오늘도 노시는군요.”

원탁을 찾은 루피엘이 부럽다는 듯 카리엘을 바라보았다.

“노는 거라니. 얼마 전에 위험 등급의 게이트 처리해 줬잖아.”

“차라리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다크서클로 가득한 루피엘이 초췌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조금이라도 도와주십쇼!”

“야! 황후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측정 불가 게이트 때문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 원탁.

남들 바쁜 시간에 마냥 쉬기만 한 것이 눈치가 보여선지 고위험 등급이 있으면 나가서 해결해 주고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카리엘도 아일라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침내! 그 결실이 맺어졌다.

「마침내 임신하신 황후마마! 차기 황제의 탄생이 머지않았다!」

불과 얼마 전에 발표된 아일라의 임신 소식!

그러다 보니 카리엘은 원탁의 임무마저 내려놓고 오로지 황후를 살피는 데만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시녀들한테 맡기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직접 하는 게 몸에 좋다잖아.”

몸을 따뜻하게 매번 아일라의 몸에 화기를 주입해 주고 하루에 세 번 축복을 내려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아일라를 돕고 있었다.

“임신 초기는 중요하댔어!”

“하…….”

“한 달만 버텨. 그 이후엔 도와줄게.”

대놓고 한 달간 쉬겠다고 말하는 카리엘을 보며 루피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다음은 세리엘이었다.

군부의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니 그 역시 죽을 맛이었다.

“형님,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 말, 아일라한테 가서 해 봐. 허락하면 도와줄게.”

카리엘의 말에 세리엘이 입을 꾹 다문 채 한숨만 푹푹 쉬었다.

“일이라도 벌리지 말지.”

“뭐, 인마?”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나가는 세리엘을 보면서 뒤늦게 분노하는 카리엘.

하지만 이미 세리엘은 떠나고 없었다.

-지독한 놈. 동생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그동안 개고생은 내가 다 했어!”

-쯧쯧! 언젠가 큰코다칠 거다.

아일라의 임신과 원탁을 핑계로 몇 달간 놀고 있는 카리엘.

세리엘의 말처럼 일이라도 벌리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카리엘이 초창기에 구상했던 것처럼 서대륙이 안정화되면서 이그니트의 전력을 타 대륙에도 파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밀려가던 전선들이 복구되면서 동시에 게이트들도 빠르게 클리어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각종 게이트들을 클리어하면서 세계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들어하느냐?

인류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게이트의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트는 더 이상 위험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인류를 발전시킬 존재! 게이트!」

「이제는 타 차원 존재들과의 거래를 생각해 볼 때도 되었다!」

이그니트의 안전으로 인해 만들어진 게이트의 상업적 이용.

하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오랫동안 클리어하지 못한 게이트들은 점차 넓어지면서 더 많은 군대, 더 높은 수준의 괴물들이 몰려들었고, 그로인해 이그니트를 제외한 세계는 아직도 혼란에 빠져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대륙이라 불리는 서대륙.

그러나 그 안전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폐하.”

“무슨 일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타리온을 보며 묻는 카리엘.

“측정 불가 게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타리온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은 카리엘.

동시에 옆에 있던 수르트가 말했다.

-꿀 빠는 시간은 다 끝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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