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궐의 안주인이 누구시옵니까? 중전마마가 아니시옵니까? 안해가 지아비 찾아 나가
는데 어떤 놈이 감히 입질하리오?"
"그래도......."
"아, 그래도고 저래도고 나오시라니까요! 예서 끓여보내든 게서 끓여주시던 마마께서 차 한
잔을 우려내시는 것은 똑같지 않나이까?"
"그, 그건 그렇지만은......"
목줄 잡혀 억지로 끌려나가듯이 중궁의 문을 나섰다. 막 우원전의 문을 들어서는데, 섬돌을
내려서는 계집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월성궁 계집. 달덩이 같이 훤하고 모란꽃처럼 풍염한
계집이 엉덩이를 흔들며 대전의 아랫것들에게 배웅을 받고 있었다. 지어미인 중전마마는 혼
인한 후 단 한번도 들어서지 못한 우원전을 항시 무시로 드나드는 잉첩이라. 우원전 안에서
의 중전은 바로 그 계집인 양하였다.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월성궁 계집과 눈이 마주쳤다. 명색이 중전이라, 고개를 숙이고 절은
하는데 계집의 입가에 스민 야릇한 미소는 비웃음이 분명하였다. 어린 중전마마, 딛고 있는
땅바닥이 아득하게 꺼지는 듯 하였다. 허수아비 중궁전, 나는 다만 교태전에 세워놓은 그림
자일 뿐이다. 지아비 주상의 몸과 마음을 차지하고 궐의 권세까지 독점한 여인은 오직 저
계집이다. 저 계집이 상감의 진정한 안곁이다.
쓰라린 패배감은 뼈 깊었다. 화용월태라 하더니 여인네인 중전의 눈조차도 아른하게 만드는
월성궁 계집의 자태와 요염 앞에서 초라한 스스로의 용모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대놓고 중
전을 아래로 깔고보는 계집의 시선을 억지로 담담하게, 더없이 하찮고 무연하게 받아내면서
도 중전은 가슴이 미여졌다. 눈앞이 캄캄하였다.
차를 우려내는 손길은 떨렸고, 마음은 쓰라렸다. 깊은 정을 둔 데가 따로 있는 무정한 사내
를 은애하는 슬픔과 가난함. 기껏해야 그녀는 왕에게 원자를 낳아주는 도구 이상은 아니라
는 치욕. 원자를 얻는 목적 아니면은 그녀는 그에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침향정으로 도망가 수폭을 내려다보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뚝 한방울 떨어졌다. 비단폭
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윗전의 심기를 상하게 하였다 죄를 받기를 청하는 윤상궁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윤상궁의 죄이겠소? 모자란 이 내 몸의 탓이지. 은애하는 정이라....... 첩첩만
리. 떼기도 힘들고 붙이기도 힘들다고 한날 돌아가신 조모님께서 말씀하시었소이다. 이런
일로 내가 중궁전 위엄을 더럽히지는 않을 터이니 그만 하오. 내가 민망하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치욕감. 천한 계집을 대전까지 불러들여 보란 듯이 그녀를 소박놓
는 왕에 대한 깊은 원망. 보이지 않는 벽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어제 말이 다르고 오늘행
동이 다른 그 사내를 어찌 지아비로 믿고 의지하랴? 허나 끝끝내 완전히 접어지지 않고 미
워지지 않는 슬픈 단심은 어찌하란 말인가?
월성궁 계집이 요염뿌리고 꼬시었으니 오늘밤은 게로 가시겠지? 밤이 이슥하도록 아랫것들
이 간청하든지 말든지 침향정에서 수를 놓았던 오기는 그것이었다.
헌데 주상께서 서온들 듭시어 마냥 기대리신지가 한참이라니. 수 바구니 손수 안고 들어오
던 중전마마, 너무 놀라 달달 간을 졸이며 문 앞에서 망설이고만 있었다. 김상궁에게 숨죽
여 묻는 목청에 벌써 겁먹은 기가 뚜렷하였다.
"왜... 왜 오셨다 하시던가? 월설궁 가시려던 것이 아닌가? 내가 무슨 허물이 있다 하시던
가? 꾸짖으러 오신 것은 아니겠지? 용안에 노여운 기가 있으시던가? 아이, 어떡하지?"
"어서 드시옵소서. 별일 없으셨나이다. 일단 듭시지요. 중전마마. 오늘이 중궁전 듭시는 초
이레 아니옵니까?"
첫참부터 지아비가 방에 계시다 하니 달달 떨기부터 하는 어린 중전마마가 한없이 안타깝
다. 전하를 배행하여 중궁전 들어온 대전 지밀 몽상궁이 작은 목청으로 귀띔하였다. 그러나
어린 왕비는 그 말에 안심하기는커녕 다시 파랗게 질렸다.
"아이고, 내가 또 타박을 맞겠다. 초이레인데 내가 까마득히 잊어 버렸소이다. 전하께서 듭
시는 것도 기다리지 않고 나돌아다닌다고 호통 치실 것 같소. 아이, 어떡하지? 이 근래 영
교태전을 외면하시니 나는 또 당연히 월성궁에 가실 줄만 알았지... 아까 월성궁 여인이 대
전에서 나오길래 나는 게로 가시는 줄 알았소이다. 차라리 게로 가시지 예는 왜 들어오신
것인가? 내가 전하만 대하면은 간이 떨려 못살 것 같소."
중전은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자신만 보면 무작정 사납고 말도 되지 않는 억지 트집만 잡
는 데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제 멋대로인 그를 이 밤에 또 어찌 감당할까 요량조차 서지
않았다. 보란 듯이 그녀 눈이 있거나 없거나 월성궁 계집을 오라가라 한 왕이 불쑥 기별도
없이 교태전에 듭신 것이 불운이고 횡액이다 싶은 것이다.
아랫것들이 억지로 문을 열고 재촉하니 마지못해 중전은 달달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가누면
서 방안에 들어섰다.
"주상을 알현하옵니다. 신첩이 부덕하와 옥보를 하실 줄도 모르고 내전을 비운 터이니 망극
하나이다."
보료에 좌정하고 있는 왕을 향하여 곱게 절을 하고는 옆으로 앉았다. 그러나 그에게 예를
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무덤덤한 것이었다. 겨
우 찾아라 하면 두려움이거나 혹은 희미한 노여움이랄까.
솔직히 중전은 이 날 왕이 서온돌을 찾아준 것이 하나도 반갑지 않고 즐겁지도 않았다.
초야의 그 밤에 왕이 준 모욕감이며 사무친 설움이 그녀의 여린 심장에 비수처럼 꽂혀 아직
도 아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정하자 억지로 약조하게 해놓은 왕의 무도함이 맘에 들
지 않기도 마찬가지였다. 월성궁 계집에게서 당한 무언(無言)의 모욕도 쓰라리기는 마찬가
지였다. 지아비를 차지한 천한 잉첩에게 허구헌 날 밀리는 그 심사. 대항하지도 못하고 당
하기만 하는 분노는 나날이 뼈아팠다. 말하지 못하는 연심이기에 드러내지 못하는 투기와
분노는 시퍼랫다. 핏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생생한 상처. 평생 잊지 못할 무서운 자기능멸이
다.
왕인들 스스로 지은 죄가 있다 싶으니 눈치만 보게 되었다. 말하지 않으면 중전의 그 데면
데면한 기색을 모를 것이더냐? 옆얼굴을 보이고 앉아 그저 고개만 숙이고 침묵하는 왕비를
바라보는 왕의 시선도 잠시 꼭 못 올 데를 온 것 마냥 방향을 잃고 허공을 떠돈다.
한동안 막막함만이 차있는 방안이다. 같이 있어도 서로 할말이 없는 두 사람. 이미 가례를
치른 지 두해가 넘어가는데도 남보다 더 먼 사이. 문득 허공을 떠돌던 왕의 시선이 창가에
야트막히 놓인 가리개로 가서 닿았다.
"침선이 곱군. 중전께서 수놓은 것이오?"
중전은 돌연한 왕의 하문에 놀라 같이 고개를 돌렸다. 비 내리는 우중(雨中)에 하얀 매화가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 수놓인 두 폭 가리개이다. 올 초 봄에 중전이 직접 수놓아 만든 가리
개였다. 놓여있었던 것은 오래인데 왕이 그 것에 대하여 관심을 보인 것은 지금이 처음이
다.
"예, 전하. 천첩의 못난 솜씨이옵니다."
"참으로 신기(神技)이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하더니..."
말을 하여놓고 왕은 자신의 입을 돌로 찧고 싶었다. 하필이면 저렇게 고운 수침 솜씨를 굼
벵이에 비유할 것은 또 무어람? 그냥 곱소 하고 칭찬을 하였으면 되지...
고개를 숙인 왕비 또한 피가 배어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중전을 향한 왕의 말은 다
이렇게 조롱이고 모욕이며 비웃음인가? 중전의 큰 자랑이라 할 것인 영묘로운 침선도 왕의
입 위에 오르니 그저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장난처럼 느껴지어 중전은 너무 부끄럽고 창피
하였다.
그러나 왕은 진심이었다.
언제부터 서온돌을 들어서면 첫참에 눈에 밟히는 것이 바로 매화를 수놓은 가리개였다. 실
로 정갈하고 곱게 만들어진 기물이로구나 하였는데 이를 직접 중전이 직접 만들었다니..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 생일 선물로 중전이 짐의 줌치를 선사하여주었기로, 짐은 그저 무심
히 넘어가며 상침을 시킨 것이라 생각하였거늘..... 이제 생각하니 실로 그도 비(妃)가 직접
하여준 것이로구나.'
왕은 몸을 일으켜 가리개 앞으로 다가가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짙은 청색 공단 바탕에 피어
오르고 있는 하얀 매화꽃. 마치 중전 자신의 고적하고 외로운 심사인 양 비를 맞고 있는 매
화꽃의 형용이 쓸쓸하고 우수에 가득 차 있다. 눈물이 울컥 날 것만 같은..
"참으로 기이하고 곱구려. 이 것 말고도 또 비가 수를 놓은 것이 있소?"
왕이 중전마마의 일에 찬찬이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당황해하던 중전은 놀라며 예,
전하. 하고 대답하였다. 등돌려 가리개를 바라보던 그가 문 밖의 아랫것들에게 하문하였다.
"바깥에 누가 있느냐? 짐이 심히 궁금하다. 나가서 중전께서 수를 놓으신 것들을 찾아오너
라. 짐이 구경을 하고 싶다."
늙고 병드신 사친의 환갑 선물로 드리리라 장만한 팔 폭 부모은중경 병풍이며 보라빛 창포
꽃이 화려하고 정갈하게 수놓여진 비단 금침이며... 방안에 펼쳐진 아름다운 수침에 상감마
마 감탄하여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왕은 한동안 은빛 비단 바탕에 한 뜸도 어긋남이 없이 팔 폭을 채운 부모은중경 병풍의 날
아갈 듯한 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안스러운 얼굴로 어린 새 같은 안해
를 바라보았다..
"부원군이 뵙고 싶소?"
중전은 망연히 방바닥만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문득 전하께서 물으시는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예, 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왕비는 문득 내가 실수하였다, 이리
싶어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리었다. 어린 중전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신첩이 잘못 하였습
니다 애원하듯이 왕의 용안을 올려다보는 작은 얼굴은 그저 홍시감이었다.
간택받아 교태전에 앉으신 지존이었다. 사가의 사사로운 인연이며 그 정은 모두다 잊어버려
야 한다고 누누이 왕대비전하께서 가르치시었다. 헌데 전하께서 은근히 재우쳐 묻는 말씀에
순간적으로 중궁전의 지엄한 책무를 잊고 깊은 마음속을 드러낸 것이다. 중궁전의 위엄과
품위를 잊었다고 한마디 왕에게 무서운 타박을 받을 것 같았던 것이다.
허나 왕의 목청은 부드러웠다.
"그리 뵙고 싶으면은 답답하게 있지 말지. 중전께서 부원군을 궐로 부르면 되지 않소? 짐이
윤허를 할 것이니 며칠 새로 부원군더러 입궐하라 하시오. 비록 중전께서 사가로 나가시지
는 못할 것이되 한 분 뿐인 사친도 만나지 마오 한 적은 없소이다."
꿈인가 생시인가?
중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전하께서 중전의 말에 꾸짖거나 타박하지 않고 담
담하게 사리에 맞는 어진 처분을 하신 것이 실로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말씀이 어찌 그리
기쁘고 황공한 분부이신가? 중전은 너무 반갑고도 놀라워서 무엄함을 무릅쓰고 떨리는 목청
으로 왕에게 재우쳐 물었다.
"전하! 실로 그리하여도 되겠는지요? 신첩이 사친을 뵈옵는 것을 윤허하시겠는지요?"
왕을 바라보는 중전의 얼굴에 맑은 생기가 돌았다. 소박한 얼굴에서 눈만이 아름다운 중전
이다. 맑고 큰 그 눈에 기쁨과 감격의 빛이 넘치어 별 같이 반짝였다.
왕은 지금껏 못났다 여기기만 하여서 중전의 얼굴을 한번도 찬찬히 마주본 적이 없었다. 또
한 중전도 항상 타박에 조롱거리라 전하를 대함에 있어 고개 숙이고 외면만 하여서 두 분이
눈을 맞춘 적이 거의 없던 차이다. 그러나 기쁨에 넘치어 작고 투명한 얼굴에 홍조가 돌고
빛이 나는 눈을 가진 중전의 모습이 은근히 귀엽고 곱왔다. 왕은 벙긋 웃었다. 짐이 알기로
저이가 이토록 즐거워하는 모습을 처음이로고 싶으니 어찌 그리 당신 또한 행복해지는가?
"실상 가례 후에 몇 해가 지나면은 사가에 한번 거동을 하실 수가 있소이다. 할마마마께 비
(妃)가 주청하면은 아마 날을 잡아 주실 것이오. 조만간 한번 사가로 나가시어 사친께 효도
하고 살뜰한 정을 이으시오. 허고, 당장에 곤전께서 사가로 행차는 못하신다 하여도 부원군
께서 입궐은 하실 수가 있음이니 내일이라도 기별하여 듭시라 하시오. 중전께서 뵙고싶은
일가친척들 하여서 오시라 하면은 더 좋을 것이오."
"참으로 감읍하옵니다. 전하, 신첩이 이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찌 다 말로 할 수가 있을 것
인지요? 신첩이 너무 감격하여 도통 말을 이을 수가 없나이다."
즐겁고도 감격하여 울 듯이 말하는 중전에게 왕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되었소. 짐이 그 동안 너무 무심하였소이다. 짐에게도 부왕 마마가 아니 계시니 따지고 보
면은 부원군은 짐에게 단 한 분 남은 아버님이 아닐 것이오? 궐로 모시게 하오. 짐은, 짐
은...... 음, 음... 비에게 즐거운 일이 있으면 하였소."
중전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였다. 싱긋 웃는 왕의 모습이 너무 잘나고 아름다워 그저 홀로
지아비 전하를 사모하는 여린 방심이 순간적으로 황홀해진 것이다.
감히 고개 들어 그 분의 용안을 바라보는 것이 무엄한 일이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두 사람
다 자신도 모르게 한참동안 홀린 듯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후 먼저 부끄
러워 중전은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그녀의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불고추 먹은 듯이 새빨
갛다. 면구하고 수줍은 터라 왕 또한 모르는 척 하며 오래도록 매화가 핀 가리개를 바라본
다. 벙긋이 미소가 묻은 용안이 또한 벌겋다.
" 이 것은... 보암직하니, 중전의 마음을 수놓은 듯 하오?"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가리개를 바라보며 왕이 중얼거렸다.
처연히 비를 맞고 있는 매화꽃. 반도 피지 못한 꽃가지. 왼쪽의 한 폭은 심지어 가지가 부
러져 땅에 떨어진 매화인데 그나마 그 부러진 가지에도 비가 내리어 꽃잎이 벌어지고 있는
가엾은 모습이다.
왕비의 숙인 얼굴이 발갛게 다시 붉어졌다. 항시 그녀에 대하여 차고 무심한 지아비께서 그
런 말을 하실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왕이 정확히 본 것이었다. 우중의 초봄. 홀로 창문을 열어놓고 망연히 바깥을 내다
보고 있던 그녀는 뜰에 선 매화나무가 홀로 비를 맞고 선 모습을 보았다. 한없이 쓸쓸하고
슬프다 사무치게 느꼈다. 비를 맞고 선 매화 가지의 처연한 형상이 어찌 그리 불쌍하고 외
로운 중전 자신의 처지와 같아 보이던지…
그래서 중전이 스스로 서툰 밑그림을 그렸다. 그대로 수를 놓은 것인데 그 심사를 지아비
전하께서 정확하게 읽어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실로 비(妃)의 침선은 하늘이 내린 것일지니. 아름다운 솜씨구려. 잘 만든 가리개요. 이것
을 짐에게 주시겠소?"
고개를 돌려 중전을 바라보며 왕이 벙긋 웃었다. 자신에게 가리개를 선사해달라 청하였다.
중전 앞에서 왕이 밝은 웃음을 보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엇다. 중전은 다시금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웃음을 짓고 계시는 전하의 모습이라 그 훤하고 잘난 용안이
더 빛이 나는 것이다. 선관이 따로 없고져! 당국의 반악이 울고 갈 정도라, 저렇게 잘난 분
이니 내가 아무리 능멸당하고 소박 받아도 사모하는 그 정을 어쩔 수가 없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