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200)

사내의 손이, 입술과 혀가 일깨우는 육신의  어떤 감각이 어쩐지 두렵다. 난생 처음  느끼게 

된 이 기이하

고 낯선 감촉과 느낌을 감당할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에 반(反)하여 마치 다른 

어떤 것이 

된 기분. 몽글몽글 풀려가는 긴장. 솜털 하나 하나가 보스스 솟는 듯한 예민한 감각을  견딜 

수 없어 가늘

게 신음하였다. 

어떤 낯선 흥분과 미지의 것에 대한 설렘. 갑자기 너무도  달라진 왕에 대한 낯설음까지 겹

쳐 손가락 하

나도 움직일 수 없다. 눈을 꼭 감은 채 미동도 없이 누워  다가오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

일 뿐이다. 

탐욕스럽고도 부드러운 입술은 차츰차츰 비단결 같이 보드랍고 꽃처럼 향기로운 여체의  아

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으으음... 아학! 

왕비의 여린 피부에 갑자기 소름이 돋으면서 꼭 깨물고 있던 분홍빛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

이 흘렀다. 

이미 오랜 애무와 깨물림으로 화들짝 놀란 꼿꼿이 선  다홍빛 젖꼭지가 다시금 따끔거린다. 

꼭 맞물려 있

던 고집스런 무릎이 힘없이 벌어졌다. 

스스로의 손길도 가 본적이 없는 은밀하고 예민한 그 곳을  헤엄쳐 가는 더운 입김. 왕비는 

거의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굳어져서는 미약한  신음만 흘릴 뿐이다. 그 손길과  입술은 덤덤한 목상처럼 

그저 누운 어

린 소녀까지도 욕정의 불꽃으로 달아오르게 할 만큼 능숙하였고 잔인할 정도로 여체의 비밀

을 잘 알고 

있는 사내의 그 것이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갈구하는 노골적인 탐욕. 다가오는 숨결 하나까

지도 왕의 

모든 것은 마치 다른 사람인 양 열정적이고 못내 안타깝다.   

   

"그대 꽃에서는 향기로운 꿀물이 흐르는구나." 

"제, 제발 그, 그만 하시어요...." 

"싫어. 그대의 모든 것은 짐의 것이라. 이 밤은 무어라 해도 짐 마음대로 할 것이야!" 

하얀 허벅지 사이를 가볍게 매만지고 지분거리며 왕이 히죽  웃었다. 새빨갛게 달아올라 바

둥거리기만 

할 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기만 하는 어린 지어미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더없이 다정

하였다. 

"그대에게서는 기이한 향기가 나. 꽃내도 아닌 것이, 아주 곱고 그리운 향기가 나. 이제부터

는 그대를 향

비(香妃)라 불러야겠다." 

지금껏 왕은 계집의 몸을 다룰  때 지금만큼의 반 정성조차도 기울인  적이 없었다. 도도한 

자의식은 그리

도 견고하였다. 짐은 왕인데 무엇 때문에 짐이 힘을 쓴단 말인가? 저가 짐을 알아서 즐겁게 

하여 주어야

지. 희란마마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왕을 모신 여인들은 모두 미리 알아서 그의 쾌락에 헌신

적인 봉사를 

하려고 했지, 그가 여인의 쾌락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먼저 이렇게 여체를  달구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한 것은 오직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생각한다. 청결하고  향기로운 몸을 어루만지면 손  끝에서 꽃향기가 

묻어나는 듯 

하였다. 한껏 들여마신 따스한 샘에서는 그가 바란 대로 매끄럽고 더운 꿀물이 비로소 새어

나오고 있었

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에 떨게 하는 생명의 원천이다.   

왕은 힘없이 떨어져있는 왕비의 작은 손을 잡아 자신의 뿌듯한 양물을 잡게 하였다. 달대로 

달아 여인의 

샘에 진입하고 싶어 아우성치는 그 것은 벌떡 성을 내어 흉측한 마물처럼 꿈틀거리고 있었

다. 왕비는 움

찔 몸을 떨었다. 처음 손으로 감촉하는 그 것의 거대함에 지레 질린 것이다. 이런 것이 자신

의 여린 샘에 

들어와 마음대로 유린을 하였으니 몸이 남아나지 못했던 것이리라. 

   

"약조해. 아프지 않을 것이야. 그대가 기쁘게 짐을 맞이한다면,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그러

니까 몸을 열

어주오." 

   

달달 떨면서도, 긴장하여 뻣뻣한 손을 서툴게 움직이며 왕비는  속삭이는 왕의 목소리가 어

쩐지 애원이

라고 느꼈다. 절대로 거절해서는 안 되는 애원. 게다가 왕은 자신을 거부하면 그녀의 심중에 

다른 사내

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 협박하였다. 아직도 다 알지 못하는 열정과 두려움에 떨며 왕비는 

처음으로 그

를 먼저 자신의 몸으로 지츳지츳 조심스럽게 인도했다. 

   

항시 느끼는 것이지만 왕비는 무척이나 좁고 작았다. 그래서인지  왕은 언제나 중전과 몸을 

섞을 때면 어

린 소녀의 순결한 처녀를 꺾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고는 했다. 그러나 오늘밤은 조금 달랐다. 

이미 그의 

오랜 애무로 적셔진 보드라운 몸은 부드럽게 그를 받아들인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따스하

고 감미로운 

느낌. 온 몸이 녹아나는 흥분과 쾌락으로 가늘게 떨며 왕은 신음했다. 어린 왕비 또한  자신

의 몸 속으로 

들어온 지아비가 작은 샘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낀다. 메마른 몸을 무작정 유린

하여 마음대

로 휘젓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던 그가 아니다. 맥동치는 사내의 몸이 몸을 가득히 채우고 뜨

겁게 떨고 있

었다. 한 몸이 된다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중전은 문득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하였다.   

   

"짐은, 견디기 힘들어. 미안하오... 미안해....." 

   

거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였다. 여인의 본능으로 중전은 사내인 왕이  더 이상 참을 수 없

는 지경에 이

르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팔로 그의 어깨를 아듬었다. 신첩은  괜찮

으니 마음대

로 하십시오 허락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조차 견딜 수 없는 유혹이었다. 가냘픈 팔이 수줍게 다가와 먼저 안아주었

을 때 왕은 

그만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육욕에 타올라 아우성치는 자신의 달아오른 괴

물을 포식시

켜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갈증과 오랜 외로움과 타오르는  육신의 욕망을 거칠게 풀어버렸

다. 어린 아내

의 향기로운 몸 안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열기를 식혀야만 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이 올랐다가 떨어졌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득해지는 쾌락의  불꽃, 

둘아 힘께 

일깨운 불꽃에 남김없이 타버리고 무너졌다. 누구의 입에서 새어나온  지도 모를 뜨거운 교

성, 거친 신음

소리. 물리도록 서로의 향기와 온기와 존재를 탐한 후에야  비로소 하나이던 육신들이 미끌

거리는 땀에 

젖어 나누어졌다.     

어느새 금침은 구석으로 걷어차내져 있고 끈끈한 몸에 닿은 비단 요가 시원하였다. 왕은 방

탕하게 대자

로 누워 거친 숨을 골랐다. 마지막 눈물을 흘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왕은 싱긋 웃고  있었다. 

겨드랑이 사

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숨어있는 어린  안해의 귀엽고 작은 입술에서 자그맣게  흘러나오던 

고혹적인 신

음을 귀로 똑똑히 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정성스런 애무  안에서 촉촉하게 넘쳐나던 꿀물이 

아프지 않게 

한 것이 분명하였다. 

왕은 돌아누워 그의 체취와 땀에 젖어 매끌거리는  작은 몸을 다시 억센 팔로 휘감아 버렸

다. 물씬 꽃향

기가 피어나는 단아한 이마 위에 입맞추었다. 

'그대를 사모해. 짐은 그대가 좋아, 은애해. 그대도 짐을 이렇게 사모하여 주면 좋으련만.' 

'.....신첩은 행복하옵니다.' 

   

얼마 후 왕비가 살며시 빠져나가려고 했다. 왕은 억센 팔을 풀지 않았다. 안돼! 하고 무뚝뚝

하게 잘라버

렸다. 중전은 수줍어하고 있었다. 

"땀이 끈끈하옵니다. 용체를 닦아 드릴 것입니다." 

"싫어. 그대 몸에 짐이 남아있고 짐 안에 그대의 체취가 담겨있으니 되었어.  씻어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하고 같이 침수하는 것이야. 남인 양 등을 돌리고 자는 것은 안돼. 짐과 함께 침수할 것이면 

절대로 짐의 

팔에서 벗어나면 안돼. 알겠소?" 

   

밤 내내 왕은 어린 지어미를 감싼 팔을 풀지 않는다. 거친 품안에 여린 몸을 담뿍 휘감고야 

그는 비로소 

편안하게 잠이 든다. 서로의 품속에서 헝클어져 단잠이 든 두 사람의 얼굴은 편안하고 행복

하였다. 손톱

만큼 그녀의 마음을 열었다 자신하는 왕과 그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는 계집이 되었다 

수줍게 생

각하는 왕비이다. 이제 진정한 부부지간이 되어간다고 만족하는 두 사람이다. 그들은 그렇게 

처음으로 

함께 행복하였다. 

닷새 후, 대지를 녹이고 꽃과 잎을 피게 하는 고운비가 또 내렸다. 

중전은 중궁전 후원에 마련된 연당의 아취를 관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누루에 앉아 있었다. 

연못 수면에 

동그랗게 물어룽을 만드는 비줄기를 내다보는  참이었다. 손에는 수틀을 잡고  있으되 항시 

부지런하던 

손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좋은 생각에 잠기신 것일까?  홀로 비를 바라보며 살

포시 미소짓

는 옥안이 아담하고 분홍빛이었다. 수틀을 잡은 왼쪽 손가락에는 파르스름한 옥지환이 빛을 

발하고 있

었다.     

"중전마마. 옥안에 아름다운 미소가 계속 감도시니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 듯 하옵니다?" 

나직하게 아뢰는 윤상궁의 말도 채 알아듣지 못할 만큼 중전은 지금 홀로 아름다운 환몽(幻

夢)을 꾸고 

있었다. 연경당에서 나누었던 지아비와의 달콤하고 끈끈한 무지개 빛 하룻밤. 도무지 지워지

지 않아 미

소짓고 또 미소짓게 하는 추억. 자신도 모르게 중전은 또 홀로 살며시 행복하게 웃음지었다.  

   

-"짐이 격하여 할말 아니 할 말 함부로 하는 줄 알아.  허나 짐의 마음과 말은 아주 다르다

는 것을 좀 알

아주오."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마치 싸움질하듯이 마당 쪽만 노려보며  뚝뚝하게 내뱉던 말 한

마디. 

"신첩이 아둔하고 못난걸요. 밉다 싫다 하시는 그 말씀이 어찌 다 거짓일까요? 성상의 뜻을 

헤아리지 못

함이라 미워하실만 하지요." 

수줍고 얌전한 그녀로서는 감히 하지 못할 대담한 어리광을 부려보았다. 천하에 둘  만이라, 

솔포 안에 

숨어 입맞춤 나눈 후에 톡하니 고개 외로 꼬고 건드렸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대는 고와. 그대는 짐에게 매화꽃처럼 곱고 고결한 사람이라 싶

어. 성급한 

대답이 돌아왔다. 용안이 붉고 말씀까지 더듬으시니 바로 진심이라 하시는 뜻이었다. 중전은 

가만히 치

맛자락 위에 놓여진 손을 내려다보았다. 또다시 아담한 볼에 보스스 붉은 물이 돋고 한가득 

연꽃같은 어

진 미소가 머금어졌다.   

   

"중전, 손을 주어 보시오." 

자리옷 갈아입고 다가앉으니 어쩐지 미적거리며 왕이 그렇게 말하였다. 어찌 이러나 하면서

도 지존의 

하명이시니 손을 내밀었다. 주섬주섬 당신이  항시 지니시는 줌치를 뒤적였다. 게서  꺼내어 

끼워주었다. 

얇은 황금판으로 봉황이 투각된 파르스름한 청옥지환이었다. 

   

"이것이 어인 옥지환입니까?" 

"희빈 어마마마께서 짐이 혼인하면 중전에게 주오, 하신 것이오. 살아 계셨으면 아마 비(妃)

에게 직접 

주셨을 것인데, 이제 아니 계시니 짐이 대신 드리오. 듣기로 아바마마께서 짐을 낳고 난 후, 

희빈 어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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