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에 책을 일일이 하나하나 들어내지 않고도 그 제목을 볼 수있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한 권 한 권씩 목판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 놓음으로써 장소는 많이 차지하지만, 굳이 필요없는 책자는 손을 댈 필요가 없으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휘아는 천천히 걸으며 책자의 제목을 살폈다. 개중에는 옆에 간단한 해설문이 달린 것이 제법 많이 있었다.
[단암도법(斷巖刀法). 하남 대정산 단산도문의 도법. 중도(重刀). 일류에는 미치지 못하나 비교적 익히기가 쉽고 완성하면 능히 일류에 근접할 수 있는 도법임.]
[조영검법(照影劍法). 호북 조영문의 비전검법. 쾌검(快劍). 익히면 능히 일류에 들 수있으나 완성하기 위해선 십세 이전부터 연마해야 한다 함.]
수백 권은 됨 직한 책의 열 중 일곱은 해설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 철혈성이 얼마나 타 문파의 무공을 연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휘아는 일단 제목과 해설을 하나하나 읽어 봤다. 사부께 많은 무공에 대해서 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해설을 읽다 보니 휘아는 오히려 무공을 살피는 것보다 해설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지경이었다.
두어시진을 훑어보자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아마 이백 여권의 해설문을 살펴 본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 지하 일층도 다 보지 못했다. 그럼 이층까지 보려면..... 후우....
점심이 되었는지 종자정이 간단한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하하하! 원래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데, 자네는 특.별.히 챙겨 주는 거야! 대신 좋은 물건 하나 찾으라구!"
"감사합니다."
냉랭한 얼굴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은 얼굴만 보고는 알 수가 없는 가 보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자 다시 책자들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더 무서들을 훑어보던 휘아는 망설임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층으로 내려가자 그 곳에는 책자 뿐이 아니라, 죽편이나 양피지 등 무공이 적혀 있는 거라면 별의 별 것이 다 있었다. 고문으로 쓰인 것도 있고, 알 수 없는 글자로 쓰인 것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책자들은 해설문만 읽어보고 지나간다.
휘아는 생각해 보았다.
하나하나 보려 한다면 겉만 보는데도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그 책자들은 이미 누가보든 다른 사람의 손을 탄 것 들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본 것 중에도 뛰어난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덜 본 것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러 가지 무공을 익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한가지든, 두 가지든, 깊게 파고들어 완성할 수 있는 무공이 필요한 때이다. 사부님께서 바라는 바도 그러한 것일 테고.
그러니 다른 무서들은 그저 그런 무공이 있구나 생각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다시 봐도 될 테니까.
일반 무서들을 지나치자 죽편이나 철편, 석편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것들은 너무 오래 돼서인지, 아니면 긁혀서 인지, 글자들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것들은 제대로 정리도 안된 채 먼지조차 수북이 쌓인 것이 태반이었다.
특히 고대문자로 된 글은 더욱 더 그러했다. 휘아의 능력으로는 아예 읽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거, 학문에도 힘좀 써야 겠는 걸?'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살펴 봤다. 재질의 특성상 다행히 긴 내용이 실린 것은 거의 없었다.
이십여 개의 편에 실린 내용을 살펴 보고 있을 때, 입구에서 종자정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휘공자! 시간이 얼추 다 되어가네."
벌써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나 보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내일 다시 와야 할 듯싶었다.
"예. 곧 나가겠습니다."
휘아가 대답과 함께 막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툭!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편들 사이에서 튀어나온 책자 하나가 휘아의 손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먼지가 확 일어난다.
휘아는 책자를 제자리에 놓기 위해 집어들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있는 것은 어떠한 책자든 반듯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하루에 한두 명이 들른다 하지만 일 년이면 수백명이 들른다. 십 년이면 수천 명....
그래도 정리되지 않은 책자가 없다.
그런데 이 책만은 그렇지가 않다. 주위에 쌓인 먼지로 봐서는 족히 수년간 손을 대지 않은 곳에 아무렇게나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단 말인가.
휘아는 겉 장을 바라보았다.
不狂者 不見
[미친 자가 아니면 보지를 말아라.]
휘아는 어이가 없어 그냥 내려 놓으려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겉장을 제껴 보았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종이가 아니다. 양피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헌데 그 곳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 그은 먹물자국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제 글을 막 배우는 아이가 내려긋는 삐침 연습을 한 것처럼.
다시 한 장을 제껴 보았다.
두 번째 장에는 옆으로 한일자를 긋듯이 그어 놨다. 아마 수백 번은 그은 듯하다.
다음 장을 보았다.
가운데를 정점으로 빗살같은 무늬가 사방으로 수백줄기 뻗어 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곳에다가는 무슨 글자를 연습한 거지? 열 십자인가? 아님...'
의문을 접고 다음 장을 넘겨 보았다.
가운데 하나의 커다란 점(點)이 찍혀 있다.
쿡!
'과연 미치지 않았으면 끝까지 보지도 못하겠다.'
휘아는 제자리에 놓기 위해 책을 접으려 했다. 헌데.
"응? 한 장이 더 있네?"
그랬다. 한 장이 더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반 장이.
그리고 그 반쪽이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을 쳐다 본 휘아는, 그 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별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휘아는 하나의 이름을 본 것이다. 다른 사람은 알 수조차 없는 이름 하나를...
[드디어 마지막 장을 완성했다. 이것이라면 광량(狂亮)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 으으...... 광량을 찾을 수가 없다. 시간이 없는데... 놈은 어디있단 말인가. 이 놈! 광량! 대체 어디 있느냐!!]
"광.... 량....!!"
왜... 왜... 광량이라는 이름이 이 곳에 나온단 말인가!
무저뇌옥에서 오래 전에 죽어 이제는 백골이 되어버린 광량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웃기지도 않는 책자에서 다시 살아 나오다니...
휘아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전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아는 광량은 세 송이의 꽃 그림을 남긴 사람이다. 전율이 일 정도의 소름 끼치는 꽃 그림을 남긴 사람.
그런데... 이 미친 그림을 -그림인지 낙서인지는 몰라도- 남긴 사람은 마지막 장을 완성했으니 광량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광량이 무저뇌옥에 있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헌데, 정말일까?
정말 마지막 장의 점이 광량의 혈련삼화를 누를 수 있단 말인가?
휘아가 마지막 장을 펼쳐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다시 종자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휘공자! 그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네!"
번쩍, 정신이 든 휘아는 아쉬움에 책자를 내려 놓았다.
겉표지가 보였다.
[미친 자가 아니면 보지를 말아라.]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전율이 온몸을 떨리게 했다.
*
사부님을 따라 상무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휘아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잠도 오지가 않았다.
밤새도록 철혈무각에서 보았던 괴 책자가 눈에 어른거린 것이다.
고개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밤바람이 서늘하게 불어 온다.
휘아는 한 자루 목검을 들고 철혈십팔검을 시전해 봤다.
한 번, 두 번... 열 번.
검로를 바꾸어 유성십삼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해 보았다.
아직 내공이 딸려 본신의 위력을 다 나타낼 수는 없지만, 검로만큼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만일 고연연이 봤으면 눈이 휘둥그레진 채 삐칠 정도의 정확한 검로였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연연이 놀린 거지!!!'
그렇게 유성십삼검의 검로를 따라가던 휘아의 목검이 어느 한순간에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쭉 뻗은 목검의 끝에서 붉은 빛이 아지랑이 같이 피어 오른다.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하나의 그림을 그려 간다.
하나하나 꽃잎이 그려지고, 그려진 꽃잎이 만개하듯이 벌어졌다. 그에 따라 아지랑이가 허공에 하나의 꽃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 송이의 붉은 연꽃이었다.
휘아의 이마로 땀이 흘러 내린다. 아직 천양의 기운을 자신의 뜻대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인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무연관천심공을 일으켜 펼칠 때와는 또 다른 현상이 일어 난다. 단순한 꽃이 아니라 붉은 혈화가 피어나는 것이다. 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 담긴 붉은 혈화가.
잠시 후, 허공에 피었던 혈화가 사그라졌다.
휘아도 목검을 내리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 겨우 초기단계인 일화만 해도 펼친 내자신이 두려울 정도이거늘, 대체 삼화를 완성한다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있을지... 그런데 이런 혈련삼화를 이길 수 있다는 그것은 무엇일까?'
휘휘 고개를 저은 휘아는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 날이 밝으면 철혈무각을 다시 찾아 갈 건데... 까짓 거 붙들고 늘어지면 언젠가는 속살이 들어나겠지. 내가 누구야? 아버지를 셋이나 둔 휘아가 아니냐구!'
*
날이 밝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휘아는 철혈무각으로 갔다. 연연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흥! 오빠는 나하고 노는 것보다 철혈무각에서 노는 게 더 재밌어?'
감히 그렇다고는 대답하지 못하고, '오빠가 강해져야 연연을 지키지' 라는 엉성한 변명만 늘어 놓았었다.
"끙... 오후에 돌아가면 잔소리 깨나 하겠군."
걱정이 태산 같지만 일단은 철혈무각으로...
어제 본 위사들이 앞을 막았다. 휘아는 사부가 준 은령패를 내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종자정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 휘공자! 오늘도 일찍 왔군!"
"안녕하셨습니까?"
"음하하!! 물론이지. 그런데 단주님께선 괜찮으신가?"
은근슬쩍 물어오는 질문.
어제 사부님은 술을 많이 마셨었다. 말 그대로 술 항아리에 빠진 만큼, 그러니 괜찮을 리가 없다.
휘아가 빙그레 웃었지만 면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가 보다. 휘아는 면사를 걷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금 불편하신 것 같기는 하지만 견딜만 하신가 봐요."
종자정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후와.... 그러고 보니 휘공자가 왜 얼굴을 가렸는지 알 수 있겠구먼."
이런...
"눈이 햇빛에 약해서 그래요. 여기는 그래도 괜찮은 것 같지만 요."
"단주님께 들었네. 안됐구먼. 몸이 안 좋다니..."
사부님이 그리 말씀 하셨나 보다. 하긴 사실이 그러했었으니까.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저 들어가도 되나요?"
"그럼! 들어가... 아, 참!"
종자정이 손짓하며 휘아를 불렀다. 그러더니 안을 가리키며 소곤거리듯이 말한다.
"안에 자네보다 선객이 있네."
누가 자신보다 먼저 와 있나 보다. 이른 아침부터 누굴까?
"성주님께서 저 번에 뽑은 아이들 중 몇 명이 철혈관을 통과하고 나왔네. 그 중 두 아이인데... 제법 괜찮아 보이더군."
차가운 얼굴에 찡긋 눈짓하는 것이 조금 안 어울려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잘 사귀어 보라는 뜻 같기도 하다. 휘아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함이 일었다.
'뭐,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알겠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지하 일층의 끝 쪽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인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층으로 내려가려 하자 그자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다본다.
언뜻 눈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동안이다. 그러고 보니 철혈관을 통과한 아이들이라 했었다. 그렇다면 스물 전후, 잘해야 자신보다 서너 살 많을 뿐이다.
잠시 멈칫한 휘아가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 할 때였다.
"거기!"
덩치가 멋대가리 없는 호칭으로 부른다.
휘아는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철혈무각에서 언제까지 마주봐야 할지 모르니까.
"무슨 일이오?"
"아, 별 것은 아니고..."
생긴 것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는다.
"나는... 웅경이라 하네 만... 거기는 철혈관에서 못 본 것 같은데..."
"휘라 합니다. 저는 철혈관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응? 허면..."
"사부님의 배려로 들어 온 것입니다."
"아! 그렇군. 헌데 여자도 아닌 것 같은데 면사는..."
별걸 다 묻는군.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몸이 안 좋아서요. 눈이 빛을 직접 쐬면 아프거든요."
당분간은 둘러대는 수 밖에 없었다.
"흠. 그래?"
"그럼..."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서려 하자 덩치가 다시 부른다.
"그런데 여기 것은 다 보았나 보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그냥 설명문만 보았습니다. 아래 쪽도 일단 설명문만 본 다음에 무엇을 익힐 것인지 고르려 합니다."
"아! 그랬군. 난 또..."
돌아서더니 또 다시 책들을 살핀다. 약간은 어이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휘아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군.'
아래로 내려가면서도 공연히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다 내려가도록 덩치는 휘아를 부르지 않았다.
지하 이층에도 다른 사람이 먼저 무서를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몸집이 비슷했다. 하지만...
"거기!"
부르는 말투는 덩치나 똑 같았다. 조금 가늘기만 할 뿐. 제기랄.
"왜 그러시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다.
"누군데 여기를 들어 온 거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말투는 영 아니올시다 다.
"자격만 있으면 들어 올 수 있는 곳으로 아오만."
"하긴..."
묻기만 하더니 고개를 돌려 책자 한권을 집어 들고 눈을 파 묻는다.
어째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그를 지나쳐 자신이 어제 본 그 괴책자를 향해 가려하자 그가 다시 부른다.
"면사는 왜 쓴 거지? 계집도 아니면서."
끙...
"눈이 안 좋아서..."
또 다시 반복이다. 그런데 다음 말은 덩치와 틀렸다.
휘아는 그것이 자신이 반가워 해야 할 일인지 조금 헷갈릴 지경이었다.
"난 영호련이라고 해.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말 놓지. 그 쪽에서 말 높이면 나도 말을 높여야 하잖아."
"후... 그러지. 뭐. 난 휘아야. 진조여휘."
영호련의 눈이 살짝 빛을 발하며 휘아를 바라본다.
휘아는 그제야 영호련의 눈이 매우 맑고 크다는 것을 알았다. 헌데... 눈 뿐이 아니고 가슴도 약간 튀어 나왔다.
"어? 여자?'
휘아의 잠시 멈칫하자 영호련의 눈이 잔뜩 찌푸려졌다.
"거기도 다른 자들처럼 여자하고는 말 섞는 것을 싫어하나?"
"그런 게 아니고... 의외라서."
진짜 의외였다.
여자들의 성격은 다 연연이 아니면 사모님인 정청화 같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들은 그렇게 말했는데... 이런 여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면 됐고... 일 봐."
"음."
어쩐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면사 속에서 빙그레 웃은 휘아는 자신이 원하던 괴책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괴책자는 어제 그대로 있었다.
다시 첫 장부터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저 붓으로 내려그은 것 뿐이다.
무엇일까. 여기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혈련삼화를 깰 수있다고 장담하고 있을까. 아니 광량을 죽일 수 있다고 했을까.
아무리 쳐다보고 쳐다봐도 알 수가 없다.
다음 장을 넘겨 보았다.
'음... 알 수가 없구나. 하기는 그리 쉽게 알 수있는 것이라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지.'
마지막 장까지 근 한시진에 걸쳐 바라보고만 있자, 어느새 다가 왔는지 영호련이 옆에서 쳐다보고 있다.
"뭔데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사람이 옆에 온 줄도 모르고."
흠칫!
맙소사! 얼마나 깊이 생각에 빠졌으면 사람이 옆에 온 줄도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