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65화 (65/191)

65화. < ep14. 승급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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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셨네요!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하린입니다!”

“판다입니다.”

-갓-하

-킹-하

-크으 다시 던전이라니 이날만 기다렸수

-(대충 기분 좋아서 공중제비를 돈다는 채팅)

김민준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이 가져온 파일철에 끼워져 있는 서류에는 9티어 헌터 두 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8티어 승급을 못간 머저리 두 명에게, 던전에서 방송같은 걸 하는 얼빠진 정신상태 때문에 아직까지 9티어에 머무른 거라고 한껏 큰소리를 내주려고 했다.

김민준 자신은 무려 7티어의 헌터였으니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헌터계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9티어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서 8티어 승급 테스트를 본다는 것 자체가 태만했다는 증거였으니,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 박하린이...”

오히려 그 빠른 헌터계의 흐름을 주도한 사람이 서있었다.

“판다가 왜 여기...”

던전 내에서 몬스터고기를 조리하는 방법을 알려 던전사냥 지속도를 높이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던전사냥 안전성을 높였으며-

“지금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다시 E급 던전을 찾았습니다. ‘호른의 숲’이라는 곳인데요. 저희가 티어갱신을 해야 해서 8티어 승급테스트를 신청했거든요.”

"...."

판다지아라는 사기성 짙은 아이템을 개발하여 하위티어의 던전 사고를 거의 제거하다시피 한 인물이 서있었다.

‘트썸’님이 ‘10,000원’을 후원!

[신입 어서오고~]

‘예??’님이 ‘10,000원’을 후원!

[???: 아, 반갑습니다. 8티어로 승급을 하러 왔는데요. 이름은 판다 킴입니다. 얼마 전에 헌터랭킹 3위랑 팔씨름을 비겼죠.]

-턱 좀 다물어랔ㅋㅋㅋㅋㅋ

-괜찮아 우리도 다 처음엔 그랬어.

-오늘도 진짜 놀랐다니까? 진짜 9티어일 줄은 몰랐지.

하린과 강서는 던전에 먼저 들어와서 방송을 미리 켜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는 시간이 꽤 되었던 것.

김민준이 던전에 들어와서 벙찐 표정을 지었을 때는 이미 판다가 9티어라는 사실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상태였다.

“아...네 그럼 이쪽 분 이름이...”

“아! 보안 상 그 부분은 방송 끄고 진행할게요! 잠시만요!”

하린은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방송을 음소거 하고 화면을 잠시 닫았다. 강서의 이름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하린과 강서는 민준 앞으로 와서 나란히 섰다.

“네! 저희는 준비 다 되었어요. 원래 절차대로 해주시면 돼요!”

“아...그 우선..”

김민준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어찌저찌 확인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2년간 수행해온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기만 했을 것이었다.

“아! 그리고 이것도 좀... 저희도 원래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절차를 다 마쳤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민준에게 하린이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그건 아공간 페이퍼나 메모라이즈 페이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마법지(Magic Paper)였다.

분명 던전에 들어가면 방송을 할 거라는 생각에 수혁이 미리 챙겨준 마법 서약서였던 것이다. 계약서 아래쪽에는 이 계약이 공정하다는 것을 보장하는 마탑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서약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방송을 진행하는 중이나 혹은 그 후에도 판다의 신상정보와 관련해서는 발설하지 않겠다는 발설금지 서약서였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강서가 가볍게 목례를 하자,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계속 멍하니 있던 민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

시험을 시작하기 전 하린과 강서는 채팅이 자신들에게 보이지 않게 설정되었다는 것을 민준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미리 그렇게 설정해 둔 것.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저는 8티어 승급 테스트 헌팅지식분야 감독관을 맡은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테스트는 제가 몬스터를 말씀드리면 그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법을 말씀해주시면 되고, 그 후에 사냥을 하며 얼마나 활용하는 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확인하는 모든 지식은 헌터협회에서 발행하는 ‘던전 교범(敎範)’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네!”

"네."

“본래라면 5인 스쿼드를 기준으로 보스까지 진행되지만, 오늘은 2인이시니까 개인 몬스터사냥 위주로 진행이 됩니다. 대신 문항 하나 당 점수가 더 크게 반영되는 점은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준의 마지막 설명을 끝으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럼 그...판다님부터 첫 번째 과제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몬스터는 몽쿠입니다. 몽쿠를 사냥하는 방법을 말씀해주시고 바로 사냥해주시면 됩니다.”

강서는 천천히 우거진 숲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몽쿠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몽쿠는 <호른의 숲>에 사는 유일한 포유계열 몬스터입니다. 그리고 포유계열 몬스터의 특징 중 하나가,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주로 <무리를 이루어 사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사냥에서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확실히 프로의 느낌이다. 이제 여기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몽쿠를 노린다는 부분만 언급하면 추적부분은 만점이군.’

-크으-일단 교범에서 토씨하나 안 틀리고 다 맞췄죠?

-이제 저기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노려야지.

민준과 시청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강서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강서의 설명은 아마추어 9티어 헌터가 승급시험을 보고 있다기에는 너무 깔끔하게 핵심을 짚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몽쿠사냥의 핵심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몽쿠를 사냥하는 것. 몽쿠의 무리는 한두 마리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교범에서도 그대로 서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강서의 설명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강서가 숲을 바라보며 괴상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와카-쿠!”

"....?"

“...아저씨?”

그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강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톤과 억양으로 소리를 외쳤다.

시청자와 감독을 보는 민준, 그리고 하린까지 모두가 당황하며 강서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강서는 한 번 더 그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와카-쿠!”

“아저씨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에요...? 몽쿠를 잡는 데 왜 갑자기...”

“말씀 드렸다시피 몽쿠는 무리생활을 합니다. 무리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죠.”

“소통이요?”

-?

-갑자기?

어색하기 그지없는 단어의 조합이었다.

‘몬스터’와 ‘소통’

몬스터들이 저마다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소통의 수단을 사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울음소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적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유의미하다고 할 만큼 일관성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사실 쉽게 구분할 수 없기는 합니다. 정말 미묘한 억양과 톤차이로 대화를 하거든요. 제스쳐도 꽤 중요하고.”

그때, 어디선가 강서가 내지른 것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톤에 같은 억양을 가진 소리들.

와카-쿠!

와카-쿠!

그러면서 멀리서부터 나무들이 우수수-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더욱더 커졌다.

-??

-야 이거 설마...

-소환술...?

“저건... 헙”

눈을 찌푸리며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보던 민준이 놀라면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원숭이같은 외관을 가진 몽쿠들이 아이보리색 털을 휘날리며 나무를 타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그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려 3-40마리에 달하는 몽쿠들이 다 같이 나무를 타며 ‘와카-쿠!’를 외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강서가 몸을 조금 숙이고 한쪽 손을 들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며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었다.

“와카-쿠!”

그러자 가장 선두에 있던 덩치 큰 몽쿠 한 마리가 투둑-소리를 내며 나무에서 내려와 강서 앞에 섰다.

그리고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를 바라보다가 오른 손을 펴 앞으로 내밀었다.

“와카쿠”

-이걸 소통을 해버린다고?

-속보) 판다 2개국어 달성...현재 한국어, 몽쿠어...

사람들은 그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몽쿠의 몸 그 어느 곳에서도 공격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례적인 일이었다.

공격성을 띠지 않는 몬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몽쿠는 확실히 그 부류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분류되기로 공격성이 높은 편에 속했다.

강서는 한 걸음을 앞으로 걸어 나가 몽쿠의 손바닥에 오른 손등을 대고 쓸어내렸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와카쿠.”

그러자 대장처럼 보이는 그 덩치 큰 몽쿠가 뒤를 돌아보고 외쳤다.

“와카-쿠!”

그러자 또 한 번 장관이 펼쳐졌다. 40여 마리의 몽쿠들이 일제히 ‘와카-쿠!’를 외치며 나무에서 바닥으로 내려온 것.

그 모습을 보며 강서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나왔다.

“모든 몬스터가 그런 건 아니지만 울음소리로 소통을 하는 몬스터가 있기도 합니다. 몽쿠는 그 중에서도 꽤나 다양하게 구사하는 편이죠.”

"..."

“억양 같은 것을 따라하려면 좀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연습하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죠. 저는 재능이 없는 편이라 꽤 오래 걸렸지만.”

‘몽쿠 언어를 다 이해하는데 5년 정도였나.’

강서가 몬스터들의 언어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살았던 <드루이드 대족장 멜우드>시절의 기억 덕분이었다.

테이밍 스킬 하나 없이 드루이드 대족장이 되기 위해 강서는 최면, 먹이를 이용했다. 거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더하여 연구한 것이 바로 <몬스터들의 언어>였다.

다양한 울음소리를 구사하는 몬스터를 하나씩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

그렇게 연구를 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다보니 웬만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었다.

하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몽쿠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미는 강서에게 물었다.

“이젠 뭐...그 와카쿠라는 게 무슨 의미에요?”

“음...억양에 따라 미세하게 의미들이 다르기는 한데...굳이 말하자면 친구(?)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친구요...?”

“네. 몽크가 무리 전체가 움직일만한 단어가 그거밖에 없어서...”

강서의 대답에 하린이 입을 벌리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무리생활을 이루는 게 포인트인 이유가 낙오된 몽쿠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와카쿠”

손바닥을 내민 강서가 앞서 <몽쿠>가 했던 것처럼 ‘와카쿠’라고 나지막히 읊조리자 대장 몽쿠가 손등을 쓸어내렸다.

"....쿠?”

강서는 그 손을 꽉 잡아채며 말했다.

“네? 무리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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