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161화 (161/191)

161화. < ep35. 2번째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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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제:8위의 약속>의 <두 번째 약속> 해제됩니다.]

[<두번째 약속: 분노의 비밀>을 일부 회고합니다]

강서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였지만 강서는 그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검은 물질이 머리는 물론이고 온몸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의 메시지마저 차단해버릴 정도로 강력한 차폐막을 형성한 검은 물질은 강서의 온몸을 덮고 이내 딱딱히 굳어버렸다.

[...]

강서가 검은 물질에 잠식당한 것을 바라만보고 있던 데미안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검은 물질에 싸여 있는 강서였던 것(?)을 양손으로 들었다.

자그마한 소년이 자신보다 큰 덩어리를 들고 있는 모양새가 조금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데미안의 표정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검은 물질에 싸인 강서를 관 안으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데미안. 강서를 내려놓고 난 뒤에는 천천히 관뚜껑을 닫기 시작했다.

육중한 무게를 증명하듯 천천히 닫히던 관뚜껑.

그그그극!

그렇게 조금씩 관에 덮이던 강서는 쿵! 소리와 함께 완전히 관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완전히 닫혀버린 관뚜껑을 잠시 바라보던 데미안은 그 위에 털썩하고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잘해보라고.]

아련한 눈을 한 채.

[사탄.]

***

칠흑같이 어두운 시야. 눈을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공간.

공간은 굉장히 비좁았다.

1평 남짓한 좁은 공간 속.

검은 머리를 한 한 소년이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미동없이 누워 있던 소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중얼거리던 소년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자신의 목소리가 굉장히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던 소년은 문득 생각했다.

‘나는...?’

한 자락의 기억도 없이 모든 기억이 사라진 기이한 현상에 소년은 잠시 멍해졌다. 아무리 무언가를 떠올려 보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

게다가-

“흐익!”

그 공간에는 소년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좁은 공간 속 소년의 우측에는 이미 유기물은 모두 썩어 없어진 듯 새하얀 백골이 하나 남아있었고.

소년도 그 백골을 발견하며 소리를 질렀다.

소년이 당황하며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소년의 내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키켈락.(나가)]

중후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소년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말했지만, 이상하게도 소년은 그 목소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소년의 본능을 기저에서부터 자극시킨 그 목소리는 소년의 마음에 비좁은 흑색 공간을 벗어나고픈 욕망을 꾸며 내었다.

생각과 행동 간의 거리는 굉장히 짧았다.

본능은 강렬하게 소년의 움직임을 일으켰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손가락의 근육이 팽팽하게 수축되었고, 손가락을 구부린 소년은 흑색 공동의 한쪽 벽을 파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물렁물렁한 살갗으로 긁어내기에는 너무 단단한 벽이었다.

파바바박!

벽면에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소년의 손톱이 갈라지고 뜯겨져 나갔으며 이미 손가락 끝에서는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냥 피가 조금 묻어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출혈량.

하지만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긁어대고 있었다. 마치 벽면에 원한이라도 서린 것처럼 눈빛까지 바꾼 채로 말이다.

그나마 소년의 손에서 흘러나온 피가 벽면을 적시며 조금이나마 벽을 파내는 것을 수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그렇게 마치 자신을 잃은 것처럼 한참을 벽을 긁어대던 소년.

"......?"

검은 머리 소년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별다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소년의 손이 멈춘 것은 더 이상 열정적으로 벽을 팔 이유가 없었기 때문.

퍼벅-

어느새 긁어내던 벽의 중앙에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빛을 보고 나서야 원래의 눈빛을 다시 찾은 소년은 자그마한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구멍의 크기를 조금 넓혔다.

눈동자의 크기만큼 커진 구멍.

소년은 몸을 숙여 그 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소년이 구멍을 통해 본 바깥 세상은-

“...우와.”

장대했다.

소년이 뚫어낸 작은 구멍 바깥은 회백색으로 가득했다.

단순히 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을 탄 웅장한 장식물들이 배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모두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

작은 구멍을 통해 보아 거리감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을 보고 소년이 처음 내뱉은 감상은 ‘크다.’ 였다.

퍽 퍼벅-

일단 구멍이 나자 벽을 뚫는 것은 훨씬 쉬웠다. 뚫린 구멍을 중심으로 벽면의 부스러기를 밀어내었고, 구멍은 조금씩 조금씩 넓혀져갔다.

굴을 파내느라 나가버린 손가락이 엄청나게 아려, 손끝을 다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손바닥 아래쪽으로 흙을 밀어내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조금씩 넓어진 흙은 이내 소년이 몸을 밀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고 소년은 구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조금 낑기기는 했지만 몸을 흔들며 비비자 그 틈을 비집고 나올 정도는 되었다.

퍽-!

꽤나 큰 소리와 함께 구멍 바깥으로 떨어진 소년이었지만, 소년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곳에 집중을 하느라 고통을 느꼈음에도 그것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

“우와.....”

종전에 안쪽에서 보았던 거대한 회백색 건축물들이 소년의 눈에 가득 차게 들어왔던 것.

소년이 구멍 너머로 보았을 때 느꼈던 장대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소년의 시야를 가득 메운 건축물들은 구멍 안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더욱 크게 보였다.

가운데 있는 검은 길을 기준으로 대칭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백색 건축물들은, 마치 웅장함만을 위해서 지어진 것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좌우 대칭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중앙을 둘러싼 날개구조 벽면에, 그 위를 감싸는 넓적한 지붕형 구조물.

그 벽면과 지붕 사이에서 하나하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까지. 모든 것들이 소년의 눈에는 굉장해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중앙에 있었다. 대칭구조의 기준이 되는 중앙의 검은 길 끝에는 둥근 모양의 검투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검투장의 뒤쪽으로 거대한 석상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거검(巨劍)을 높이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신의 석상.

석상에 불과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였다.

소년은 홀린 듯 그 광경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홀린 듯이 그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벽면은 일종의 성채처럼 보였는데, 소년이 있는 자리가 더 고지였는지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성채 안쪽에는 사람이 사는 것으로 보이는 건축물들이 여럿 있었고, 실제로 그 건축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

오랜 걸음 끝에 소년이 도착한 곳은 종전에 보았던 벽면의 한쪽 끝.

거대한 성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문지기를 하고 있는 갑옷차림의 병사 몇 명이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나무패를 내밀어 보이며 확인을 받은 후에야 성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따금씩 패가 없는 사람도 존재했는데, 패가 없는 경우에는 ‘검증’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거치는 듯했다.

“이봐, 조르보! 여기 링롱보르 출신이라는 데 증명패가 없어. 데리고 가서 검증 좀 하고 와.”

“오우 링롱보르 출신이요? 감사히 데려갑죠. 하하하 오늘만 벌써 검증이 벌써 세 번째네요. 풍년이에요 풍년.”

“뭐? 세 번째 검증이라고?”

“네, 아까 오전에 조장님 오시기 전에도 두 명 검증 있었거든요.”

세 번째라는 말을 듣고 조장이라 불린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안되지. 너 같은 싸움광은 하루 한 번이면 족하다. 내가 검증하고 올 테니까 네가 신입이랑 문지기 보고 있어.”

“네?? 아니, 이제 와서 말 바꾸기가 어딨어요!! 조장님!!”

“저번에 사고치고 나서 시간이 꽤 흘러서 다시 풀어주려 했건만...그새 허락도 안맞고.”

“아니...”

“그리고... 힘과 정의, 그리고 명예. 이 세 가지는 균형을 잃는 순간 아오하시아의 신념이 무너지는 거다. 조르보.”

티격태격 실랑이를 피우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링롱보르 출신이라는 인물을 데리고 들어가고 나서야 조금 상황이 정리되었다.

검은 소년은 여전히 건물 안쪽의 웅장한 모습을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은 멍한 얼굴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년이 성문의 앞에 당도하자 아까 조장이라는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던 문지기 병사가 검은소년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콧소리를 내었다.

“흐음...이건 너무 대놓고 심상치 않은데.”

확실히 그 병사의 말처럼 소년의 몸은 심상치 않았다.

피로 적신 흙을 수 시간 동안 파낸 검은 소년은, 손이 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미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혼자였다.

“아오하시아까지 이만한 꼬맹이가 혼자?”

혼자서 아오하시아에 온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오하시아 일대의 넓은 땅 들은 대부분 황무지로 되어있었고, 그건 개인 규모로 지나올 수 없는 길이의 거리였다.

“...어디서 온거냐 너.”

문지기는 성큼성큼 소년을 향해 걸어왔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검은 소년을 향해 얼굴을 들이민 문지기.

그의 표정만 본다면 오른손에 있는 창이 당장이라도 소년을 향해 날아들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긋-

갑자기 얼굴을 바꾸어 웃음을 짓는 문지기. 그리고는 소년을 향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싸움 잘하냐?”

"...?"

“잘할 것 같은데. 그치.”

그리고는 신이 난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려 다른 병사를 바라보았다.

“패 미소지자 발생! 패 미소지자 발생! <검증>이 필요하다!”

“네? 선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검증 대상이...”

“꼬우면 네가 사수해.”

조장으로부터 받은 멘트를 그대로 날려준 병사 조르보는 검은 소년에게 눈짓을 하며, 성문 옆으로 나있는 길을 향해 먼저 걸어갔다.

"..."

검은 소년은 잠시 침묵하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병사 조르보는 검은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곳 아오하시아는 세계최강의 국가다. 명실상부한 사실이지.”

"..."

“힘과 정의 그리고 명예. 이렇게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서라고는 하지만...뭐, 그거야 그네들 이야기고. 결국 아오하시아가 강한 건 힘이 강해서다. 그래서 이 검증이라는 제도도 가지고 있는 거지.”

조르보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보다 야수같아졌다고 표현하면 조금 비슷할까.

“신원이 불분명한 자가 아오하시아에 출입하려면 아오하시아의 일원이 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그에 걸맞는 힘과 정의와 명예를 가졌는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게 지금 하려는 검증과정이지. 그리고 내가 이 검증을 좋아해.”

조르보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횡한 공터였다.

“이건 사람이 죽거나 다쳐도 나랏님이 별로 신경 안 쓰거든. 도망쳤다고 하면 그만이야. 실제로 대부분 도망치거든. 지난달에는 시체를 들키는 바람에 좀 곤란해지기는 했지만...쿠쿡.”

어느새 허리춤에 찬 칼을 향해 손을 뻗는 조르보.

그리고 조르보의 손이 검에 닿는 순간-

소년의 심장이 크게 한번 박동하며, 굴속에서 들었던 묵직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칵투(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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