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피해피 고문재단-38화 (38/209)

경비 업무 일지 : 야간근무(1)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희극은커녕 비극밖에 남지 않은 B41, B42 구역은 김호국이라는 인간에 의해 역사가 새로이 쓰였다.

이홍선 팀장이 ES의 방을 돌아다니며 나눠주라고 했던 물건들은 B42 구역을 끝으로 모두 동이 났다.

카지노의 직원 및 손님 일동은 결국 호국을 이기지 못 했다. 우르르 몰려가 호국을 잡으려 하면, 호국은 날다람쥐처럼 난간을 타넘고 테이블 아래로 미끄러지며 그들의 포위망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압류딱지는 칼로 긁어내지 않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종류였기 때문에, 호국이 카지노를 나설 때 쯤엔 방 전체에 붉은 얼룩들로 가득했다.

사실 성난 군중들은 호국을 쫓아 복도까지 나오려고 했지만, 호국이 먼저 보안 카드로 문을 닫아버린 덕분에 그들은 격벽을 쾅쾅 두들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뒤엔 6-11의 방에 들어가 닭들에게 전용 사료 대신 밀웜을 한 바가지씩 퍼부어주었고, 닭들은 몹시 화가났는지 자기들이 낳은 황금 달걀을 짓밟아 깨버렸다.

미처 수거되지 않은 달걀들이 눈 앞에서 박살나버리는 순간, 호국의 텐션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달걀을 미리 몇 개만 빼놓을걸 그랬어......!'

가축이면 가축답게 인간님이 주시는대로 쳐먹을 것이지. 설마 단체로 폭력시위를 벌일 줄은 몰랐다.

마지막 타자로 만나게 되는 것은 6-13이었지만, 사실 호국은 6-13과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녀석에게 짓눌린 채 복도에서 3시간 59분을 낭비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이가 갈렸던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떻게 알고,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녀석은 먼저 방에서 나와 복도를 지키고 서있었다.

녀석에게 건네줄 것은 '캣닙' 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말린 풀쪼가리 더미가 담긴 그릇이었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는 몰랐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몸으로 직접 깨우칠 수 있었다.

호국이 풀쪼가리 더미가 담긴 그릇을 건네기도 전에 6-13에 의해 있는 힘껏 몸통박치기를 당해 10미터 가량 날아갔으니까.

투명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매우 푹신하면서도 거대한 것이 6-13의 특징인데, 놀랍게도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것과는 달리 움직임은 맹수처럼 날렵하기 짝이 없었다.

호국이 그릇을 집으려는 찰나, 마치 트럭이 돌진한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며 날아갔으니 말 다 했다.

그것이 몇 시간이나 기절한 뒤에 깨어난 이유였다.

캣님은 이미 그릇과 함께 사라진 지 오래였고, 6-13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호국은 몸 여기저기가 쑤시는 것을 애써 참으며 일어났다. 그 빌어먹을 뚱보가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갑작스럽게 달려들었으니 죄가 매우 깊다.

마음 같아선 진압봉으로 매타작을 해주고 싶었지만, 지난번 처럼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 뻔해서 관두기로 했다. 똥은 더럽든 무섭든 원래 피하는 게 맞다.

"아이고 삭신이야......!"

쭉 이어진 복도의 중앙을 10미터 가량 날아서 지면을 뒹굴었다. 풀페이스 헬멧과 보호 장구가 아니었다면 어디 한 군데는 부러졌을 것이 분명했다.

"운이 좋군."

이런 게 진짜 행운이지.

뻐근한 목을 돌린 호국은 가슴팍의 스마트 패드를 꺼내 시간을 살폈다. 현재 시간은 오전 12시 35분. 이미 교대 근무가 끝나고도 벌써 끝났을 시간이었다.

'잠깐 정신을 잃어서 그런가, 그렇게 피곤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나쁜 자세로 몇 시간이나 누워있던 탓에 몸이 좀 쑤시는 것 빼곤 큰 문제가 없었다. 마치 정신적인 피로감을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된 거 야간 근무나 할까?'

가드 메뉴얼에 따르면 필요시 근무 여부나 시간을 따지지 않고 근무를 속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에 따른 추가 근무는 추가 수당이 더해진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연장 근무와 야간 근무, 특수 근무가 그에 해당했다.

12시간 통상 근무 이후 교대를 하지 않고 근무를 이어나가면 연장 근무, 시간대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일 경우 연장 근무, 연구원의 요청에 따른 실험 협력 및 시설 안전을 위한 대처가 특수 근무에 부합했다.

'월급 주시는 양반이 알아서 계산해주시겠지.'

시급이 어떻고, 추가 수당이 1.5배니, 2배니 같은 건 호국이 알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일을 했다면 월급 주는 양반도 열심히 계산해서 줄텐데 그걸 왜 신경쓴단 말인가?

피로도 풀렸겠다, 출출하기도 하겠다. 호국은 이참에 돈이나 더 벌자는 생각에 야간 근무를 속행하기로 했다.

이제는 살짝 무서워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곧장 B44의 저위험군으로 향했다. 행여나 엘리베이터가 또 멈추기라도 할까봐 열림 버튼을 마구 연타해서 문을 열었다.

무인 편의점은 방문할 때마다 항상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르바이트생이 없어서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 크레딧 카드를 댄 것 만으로도 빠르게 계산을 끝내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익숙한 라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건 좀 아쉽네.'

바깥에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을 애용하면서 맡기만 해도 향기로운 라면과 즉석식품의 냄새로 가득했는데, 방문객이 극도로 적은 이곳은 청결함의 극치를 자랑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몹시 허기진 호국은 즉석식품을 쇼핑 바구니에 싹 쓸어담았다.

군대에서 곧잘 먹곤 했던 만두, 닭강정, 볶음 짬뽕, 자신보다 작으면서 '빅햄' 이라고 쓰인 소시지나 참치캔까지.

'마실 것도 사야지.'

냉장고 문을 열어 탄산음료 하나를 집어든 순간, 호국은 텅 비어버린 음료수 진열대의 뒤에서 음료수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오는 광경을 포착했다.

그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눈썰미가 좋은 호국이긴 했지만, 어두컴컴한 냉장고 안쪽까지 자세히 보진 못 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누군가가 제품을 새로 채워넣고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었으니,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애초에 시설 관리직이 고작 자신만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

'이런 꿀알바를 하려면 역시 인맥이 필요하겠지?'

내가 어느 집안의 몇대 장손이네, 어느 대학을 나왔네, 제대만 하면 대기업 입사는 따논 당상이네 하며 온갖 인맥 자랑질을 하던 전우들이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굴러다니며 몸 쓰는 자신에 비해 이렇게나 조용하고 편한 곳에서 근무 한다는 건 타고난 행운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운이 좋군은 개뿔.'

왠지 모를 질투감을 느끼며 계산대에 쇼핑 바구니를 올려놓은 순간, 누군가가 소리없이 걸어와 계산대 앞에 섰다.

상대는 호국과 똑같은 복장을 갖춘 인물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검정 풀페이스 헬멧과 기동타격대 전용 군복과 각종 방호장구를 줄줄 달고 있는 어색한 모습.

꼭 호국이 거울을 보고 서있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바이저 너머로 눈을 게슴츠레 뜬 호국은 자연스럽게 계산대 앞에 선 그를 살펴보았다. 어딜 어떻게 봐도......

"...새로 들어온 직원이시네?"

자신이 하루종일 자리를 비운 사이 새로 들어온 것이 틀림없는 신입 경비였다.

복장까지 호국과 깔맞춤한데다 이곳에서 한가롭게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호국보다는 좀 더 인맥이 뛰어난 신입인 듯 했다.

역시 호국 한 명에게 일처리를 맡기는 건 미덥지 않았던 모양. 정작 자신은 신입 직원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혼자서 뺑이를 치고 있었으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씁쓸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설령 인맥이 좋아서 이 꿀자리에 배정받았다고 해도, 그 역시 호국보다 뛰어난 점이 있지 않겠나.

자타공인 IQ 84를 자랑하는 호국에 비하면 어떤 인물을 가져다놔도 평균 이상은 할 테니까.

'무조건 나보다 똑똑하겠지?'

똑똑한 사람에겐 잘 보여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는지라, 호국은 선뜻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김호국이라고 해요. 할아버지가 장군감이라면서 그런 이름으로 지어줬어요. 잘 부탁해요."

상대도 싫지만은 않은지 자연스럽게 악수를 받아들였다. 손의 크기나 모양도, 악수를 할 때의 악력마저도 자신과 매우 흡사해서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대신, 목에 걸고 있던 ID 카드를 내밀어 보였다. 호국이 조금도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언어로 쓰여있는 탓에 ID 카드를 읽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168이라는 숫자는 정작 무엇을 의미하는지 끝내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낯을 가리는 타입일 수도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요즘은 현실에서 얼굴을 맞대기보단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맞대는 세상이니까.

"혹시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식사라도 하실래요? 좀 늦은 시간이긴 한데, 제가 아직 밥을 안 먹었거든요."

호국은 혼밥에 익숙했다. 다만 주변에 사람이 있음에도 혼밥을 하는 건 조금 쓸쓸했다. 마치 젓가락이 있는데 굳이 볼펜 2개로 라면을 먹는 것처럼.

다행히 그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상투적인 말로 거절하는 대신,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호국과 함께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주었다.

혼밥의 최대 장점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혼밥을 하면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점이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친구가 없다면 비밀 친구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식사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편이 좋다.

적어도 군 시절의 호국은 항상 비밀 친구인 행보관과 함께 식사를 했었다.

행보관과 가족을 제외하면 타인과 식사를 함께 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호국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인 만큼, 호국이 이끌어줘야 하는 후임이었다. 그가 호국보다 똑똑한 것과는 별개로, 선임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

'가르쳐 줄 일이 많아. 순찰도 같이 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치다보면 하루는 금방 가겠지......!'

선임이 앞에서 이끌어주고 후임은 뒤에서 밀어주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광경이 호국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러려면 우선은 친해지는 게 관건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호국이 휴가를 가려고 하면 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그가 매달릴 정도로 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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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이게 이거였나? 아니면...이거?"

"지금 B65 구역 통제가 안 됩니다!"

"ES 6-80 은폐 실패!"

"고문 시스템이 작동하질 않습니다! 24시간 고문이 유지돼야 하는 필수 은폐 구역중 80%가 고문이 중지되었습니다!!"

"빨리 해결해!"

운 좋게 사지를 벗어났던 김호국이 결국 ES 6-13에 의해 10미터 가까이 날아가 지면에 처박힌 것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김호국의 생사에 신경쓰기보단 당장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내부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홍선은 어색한 손놀림으로 열심히 시스템을 조작하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 6 처리시설의 내부 시스템은 인간이 일일이 제어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력을 필요로 했다.

한 구역당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만 적으면 몇 개, 많으면 수십 개에 달했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24시간 관리 체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려면 못해도 이 시설에 관리인력만 수백 명을 넣어야 했으니까.

그것도 원격으로 제어하고 감시하는 인력만 그정도일 뿐, 현장에서 직접 일해야 하는 엔지니어와 가드는 대체 얼마나 필요할지 감도 안 잡힌다.

그 모든 것을 시설 총괄 AI인 관리봇이 지금껏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설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이홍선조차 수동으로 시스템을 관리해본 적은 없었다.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연구팀장이라는 직책을 얻었지만, 애초에 이홍선은 관리보단 연구와 감독에 특화된 인물이었다.

관리 같은 하찮은 일은 인간을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AI와 한 번 쓰고 버려질 일회용품(경비)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 결과, 분노로 이성을 잃고 홧김에 관리봇의 접속을 차단해버린 탓에 자신들이 수동으로 시스템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관리봇의 접속을 다시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됐으면 벌써 했지!!"

한 부하의 질문에 신경질을 부린 이홍선은 애꿏은 터치 패드만 쾅쾅 두들겼다.

AI가 자의적으로 접속을 차단했다면 3급 이상의 보안등급 소유자가 강제로 접속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AI의 접속을 차단했다면, 당사자의 보안등급보다 더 높은 보안등급을 소유한 자만이 즉시 접속 차단을 해제할 수 있었다.

더 높은 보안등급의 소유자가 없다면? 상층부에 문제 보고를 했다는 전제하에 자동적으로 접속 차단이 해제되기까지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일단 상층부에 '실험 도중 변수가 발생했다' 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보고를 보내두긴 했다.

하지만 이홍선보다 높은 보안등급의 소유자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봇의 접속 차단이 해제되려면 약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아니, 잠깐. 그 놈이 있잖아?!'

이미 시설 일부의 시스템이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태까지 치닫았음에도 이홍선은 상층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하 깊숙이 처박힌 것들은 각종 격벽과 체크포인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여러 관문들을 거쳐 빠져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할 터.

그 사이에 자신이 김호국의 보안 카드를 가져온다면 관리봇을 다시 온라인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놈이 쓰러져 있던 장소가 B42의 복도였지.'

수천 개의 CCTV 화면 중 하나를 불러온 그는 김호국이 쓰러져 있던 장소를 클로즈 업 했다.

여전히 쭉 뻗어있어야 할 그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충격으로 그가 떨군 듯한 보안 카드만 쓸쓸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내심 씁쓸함을 느꼈지만, 우선은 사태 해결이 먼저라는 생각에 이홍선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연구원들은 이 사태가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필사적으로 손을 쓰고자 수동 시스템 제어에 매달리고 있었다.

'놈이 흘린 보안 카드를 가져와서 관리봇을 다시 접속시키고, 다시 내부 시스템을 자동 관리하게 만들면 된다.'

접속 차단된 AI는 그 시간에 발생한 기록에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실험 변수가 발생해서 일이 터졌다' 라는 웃기지도 않은 거짓말 하나로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면 상층부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 는 정정보고를 올릴 작정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모두가 해피해피하게 끝난다.

'좀 불안하지만, 잠깐 내려갔다 오는 거라면 문제되진 않겠지.'

ES 은폐구역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오염 증세. 재빨리 다녀온다면 고작 몇 분만에 자신의 몸이 망가질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홍선은 모두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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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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