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피해피 고문재단-81화 (81/209)

< 경비 업무 일지 : 해피해피 프로젝트(4) >

이두근은 부하가 준비해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가슴에 무언가가 묵직하게 내려앉은 것 같은 답답함은 타는 듯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마음 같아선 넥타이도 확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자리를 생각해서 참았다.

"흠흠. 그런데 호국씨는 대체 어떻게 노조 협상을...아니. 노조 협상이 진행될 거라는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그건 아직 사내에 공지하지 않았습니다만......"

"드라마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봤거든요. 하급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급자는 은근한 압박을 줘서 자진퇴사를 강요한다던가, 혹은 하급자 스스로 사고를 치게 만들어서 정당하게 해고해버리려고 하잖아요?"

"그건...그렇죠. 예, 맞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에선 다들 그렇게 해요."

요즘처럼 AI가 대부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엔 오히려 전문 인력이 부족해져서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특히 TF에선 유능하면서도 충성심 가득한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때문에 복리후생이나 대우도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다.

실제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가드는 소모품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연구원이나 기동타격대를 비롯한 주요 인원들은 소중히 여긴다.

당장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 뿐더러,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비용이나 시간이 천문학적으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두근은 호국이 본 드라마가 옛날 드라마일 것이라 짐작하고, 그가 생각하는대로 이야기를 맞춰주었다. 이건 그런 노조 협상이니까.

"그리고 연구팀장님이 저한테 귀띔해주셨잖아요? 조심하라고요. 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급자가 있고, 실제로 제게 무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보냈었으니, 제 퇴사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퇴사가 아니라 실험체로 쓰이길 바란 거지만.'

어쨌든 호국이 자신들의 의도를 아주 심하게 나쁜 쪽으로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다행으로 여겼다.

"그래서 노조 협상을 하기 위해 직접 이곳을 방문하신 겁니까? 결단력이 대단하시군요."

"노조는 무조건 단결 투쟁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그 단결 투쟁의 결과가 스무 명에 달했던 개미 부대원 전멸로 이어졌지만, 이두근은 그 점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회피했다.

단결 투쟁 머리띠만 두르지 않았다 싶을 뿐이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호국이 내뱉을 말은 '상대가 먼저 총을 쏘길래 나도 쐈다' 라는 단순명료한 대답 뿐이다.

이두근의 맞은 편에 앉은 유광조는 굉장히 할 말이 많은 듯, 욹으락붉으락한 얼굴로 호국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지금 호국은 있지도 않은 TF내 노조의 위원장이며, 자신들은 악독한 임원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괜한 헛발질로 이 기회를 날려먹을 순 없었다.

"그래서 호국씨가 원하는 게 대체 뭡니까? 노조 대표이신 만큼 당연히 협상안을 준비해오셨을 것 아닙니까?"

"아, 물론 있죠. 우선 가드도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식당이 필요해요."

"사내 식당이...없습니까?"

"없던데요."

이두근은 제 6 처리시설 내의 시설 구조도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B39가 가드 전용 생활관이다. 식당은 없었지만 관리봇이 매 끼니마다 기계 팔을 이용해 식사를 배급해 주었을 것이다.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가드라 할지라도 밥은 잘 먹여야 일을 했을 테니까.

"식당, 필요하죠.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상층부에 건의해서 빠른 시일내에 B39의 가드 생활관에 사내식당을 증축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도 부족해요."

"화장실! 그거 없으면 진짜 곤란하죠. 저도 신경성 장트러블이 있어서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을 가는데...혹시 호국씨도 그러십니까?"

"순찰을 돌 때 종종 작업복이나 손이 더러워지는 일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씻으려고 하면 화장실이 없어서 그러지 못한 적이 많아요. 각 층마다 화장실을 만들어주세요."

"힘들게 일하는 가드에게 일상 속의 휴식처나 다를 바 없는 화장실이 부족하다? 매우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또한 즉시 상층부에 건의하겠습니다."

노조인 자신에게 폭력을 사용하고 겁박하기까지 헀으니, 여기 있는 사람은 죄다 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사람이 좀 멍청하긴 해도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그냥 순수해서 그런가?'

학교의 학생들이 학생회장에게 우르르 몰려와 뭐해달라, 뭐 만들어달라 하고 떠들어대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두근은 상황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안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각 층마다 무기 보급고를 추가해주세요."

"어, 예?"

"가드 한 명이 소지할 수 있는 무장은 한정적인데,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지면 혼자 대응하는 게 좀 어렵더라고요."

대응이 어렵다면서 개미 부대원 20명은 어떻게 제압했느냐고 따져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무기 보급고는...아무래도 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일단 층마다 무기 보급고를 설치하면 무기 보급고의 관리에도 충분한 인력이 할당돼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사고라도 터지면요? 그 책임은 호국씨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겁니다."

"당연히 제가 책임져야죠."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사고 한 번만 터져도 최소 억대의 피해보상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잘리는 겁니다. 무엇보다 가드에겐 필요 이상의 무장을 지급하지 않는 게 관례입니다."

"규정으로 정해져 있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위험하지 않습니까? 시설이 오래 되고 낡아서 발생하는 사고야 정기적인 보수와 검사를 통해 방지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이란 건 그렇게 못 하잖습니까? 정기적으로 카운셀링을 받게 한다고 해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뒤에 가선 사고를 일으킬 생각으로 가득하다면요? 바로 그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총기사고나 각종 강력 범죄 같은 겁니다. 미연에 방지하는 게 매우 힘든 인재(人災)죠. 그 모든 걸 호국씨 혼자 책임지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순간적으로 이두근은 자신이 컨셉에 너무 심취한 게 아닌가 싶어 뒤늦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호국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양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적어두었던 3번 안건을 빗금쳐서 지워버렸다.

"생각해보니 무기 보급고를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관리봇에게 직접 지원을 받으면 되겠네요."

"그, 그렇죠. 기계팔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서 필요한 장비를 가져다 줄 겁니다. 그게 더 편하고, 멋있지 않습니까? 하하!"

"맞아요. 멋있죠."

'역시 멍청한 게 맞아.'

대규모 경비팀을 운용하는 제 1 연구시설과 제 1 처리시설은 실제로 일부 구역마다 무기 보급고를 설치해두었다.

외부에서 침투할 가능성이 있는 테러리스트 단체, 혹은 내부에서 갑자기 날뛸지도 모르는 ES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을 비치해두었다가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하지만 무기 보급고를 내부에 비치해두면 그만큼 위험성도 증가한다. 내부 첩자가 테러에 사용할 수도 있고 화재 사고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있다. 여러모로 말 많고 탈도 많은 부분이라 TF 상층부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다루는 안건이었다.

그걸 가드-079가 혼자 근무하는 시설에, 그것도 모든 구역에 설치해준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B40의 접근권한을 좀 더 강화해주세요."

"그건 흥미로운 안건이군요. 자세한 내용을 들려주시겠습니까?"

"B40 아래에서 일하는 건 가드 뿐인데 다들 너무 스스럼없이 아래로 내려와요. 제가 IQ가 낮아서 미덥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남의 일터에 흙발로 들어오는 건 좀 아니잖아요?"

"......"

이두근은 슬쩍 유광조를 바라보았다.

말이 좋아 노조 협상이지, 사실 이건 가드-079가 순수하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장이다.

그리고 그 불만의 원인은 모두 유광조 때문이다.

"이해합니다. 저도 타인의 업무 능력을 의심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권한도 없는 사람이 타인의 업무에 이리저리 관여하거나, 일터에 함부로 드나드는 건 올바르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연구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 남의 일터에 제멋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폭력에 욕설, 불법 무기 사용까지! 이런 직장 환경에서 대체 누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겠어요?"

"그럼요. 저도 그런 못돼먹은 놈들이 가득한 직장에선 일 못 합니다."

"즉 저는 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봐야겠죠?"

"...상층부에선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테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성실하게 일한 호국씨는 엄연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어떤 멍청이가 모르겠습니까?"

뿌드득. 유광조가 이를 갈며 이두근을 노려보았으나, 이두근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럼 B40의 접근 권한을 강화해주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무릇 좋은 직장 환경이란 직원이 최고의 작업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해주는 환경입니다. 관계자도 아닌 자들이 성실한 직원의 일을 방해한다면 그게 대체 어디가 직장입니까? 유사 노가다판이지."

"잠깐,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유광조씨. 지금 노조위원장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중에 권한이 가장 높으시니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또 그 '권한'을 내세워서 근로자에게 무력을 행사할 겁니까?"

유광조의 비아냥에 호국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유광조를 향했다.

"그러셨어요?"

"그건......!"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었나요? 일을 안 했다거나, 공금을 횡령했다거나, 시설내 설비를 파손했다거나, 아니면 높으신 분들을 욕했다거나."

"......"

"미리 말하는데 전 그런 적 없어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게 요점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다.

유광조의 목적은 처음부터 가드-079를 실험체로 삼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FCD의 개인 실험까지 방해하면서 그의 업무를 훼방하고, 급기야 개미 부대를 투입해서 그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

당사자는 그저 직장 상사가 자신을 퇴사하게 만들기 위해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유광조 입장에선 아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터.

"지금 이게 무슨 소꿉장난인 줄 알아!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

철컥!

품 속에서 권총을 뽑아든 그가 가드-079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주변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터져나오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너...너 이 유인원만도 못한 저능아 새끼. 네가 정말 능력이 출중해서 TF에 채용된 것 같아? 그럴리가 있나! 넌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의 추천으로 운 좋게 들어온 것 뿐이야! 남들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지? 넌 씨발 그냥 조금 특이해서 높으신 분들에게 관찰 당하고 있을 뿐인 한낱 모르모트에 불과해! 좆도 아닌 거라고!!"

"세상에......!"

마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삼류 아침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기겁한 가드-079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젠장. 그냥 두들겨 패서 구석에 처박아뒀어야 했는데!'

자신이 실수를 뒤늦게 알아차린 이두근은 식은땀을 흘리며 상황을 살폈다.

한 주임의 목을 일격에 꺾어버린 기동타격대 대원이 손을 오므렸다 펴면서 살기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조금 전 유광조의 발언으로 저 자에겐 TF 직원 모두가 '적'으로 판명되었을지도 모른다. 유광조의 목을 따고나면 한패라고 오해받은 자신들도 개죽음 당할 게 분명했다.

"유광조 너 이 새끼...내가 뒤지려면 혼자 곱게 뒤지라고 말하지 않았냐?"

"더러운 주둥아리 닥치지 못 해? 이 무능한 새끼! 그깟 비루한 목숨 하나 건져보겠다고 아주 간이며 쓸개며 다 내줄 것처럼 행동하던데,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았어? 우리 할아버지가 네 놈을 잡아다 회를 떠줄걸?!"

"나잇살 쳐먹을 만큼 쳐먹은 새끼가 아직도 집안 어른이나 내세우면서 힘자랑 하고 싶냐? 그렇게나 골목대장 노릇이 하고 싶으면 그냥 네 집안 계열사나 이어받아서 놀 것이지 왜 여기서 지랄이야 미친새끼가! 너야말로 TF가 소꿉장난 놀이터로 보이냐?!"

"닥쳐! 닥치라고! 난 '인정'받았어. 누구도 받지 못한 걸 내가 받았다고! 너 같은 버러지 새끼들은 그림자도 구경 못 해본 그분께 직접! '인정'을 받았단 말이야!!"

"그래서? 그깟 인정이 지금 네 목숨을 보장해주기라도 하냐? 여기서 뒤지면 그깟 인정이 무슨 소용인데? 네 놈 할애비가 와도 지금 이 상황은 해결 못 해줘 미친 새끼야!"

"상관없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악을 쓰던 놈이 갑자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유광조의 시선 끝에는 고개를 숙인 채 정신적 충격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드-079가 있었다.

"이 새끼도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그럼 날 엿먹인 새끼들, 날 뒤에서 욕한 새끼들 모두 좆되게 만들 수 있어."

"끝까지 민폐만 끼치고 가시겠다?"

"민폐라니? 이건 정당한 복수야. 좆같은 세상, 좆같은 직장, 좆같은 직장 동료들 모두에게 똥 한사발 먹이고 떠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놓칠 순 없잖아?"

"근본부터 비뚤어진 새끼 아니랄까봐,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놓고도 그따위 사상이나 키웠으니 세상에 좆같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패배자 새끼."

"하! 마음대로 지껄여. 어차피 모두 죽을 텐데 뭘."

빠드득. 이번엔 자신이 이를 갈게 되자 이두근은 참담함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머저리 같은 새끼 하나 때문에 죄없는 사람들도 모두......

"내가......!"

"뭐야? 사실 모르모트였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나 충격 받은 거냐? 하긴 저능아라 인정받아보지도 못 했을테니 어지간히......"

"내가 낙하산이었다니!!"

쾅!

주먹으로 원탁을 거칠게 내려친 가드-079는 다짜고짜 유광조에게 달려들었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 내가 낙하산이면 저 새끼랑 똑같잖아요! 내가 더 일 잘 하는데!!"

"뭐, 뭐라는 거야 미친 새끼가! 저리 안 떨어져?!"

"사실 낙하산 아니죠? 저 일 잘 하잖아요! 보고서도 빼먹은 적 없고, 사고친 적도 없어요! 근데 저런 놈이랑 같은 낙하산이라고요?!"

가드-079가 가리키는 곳엔 기동타격대 대원이 서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드-079는 그를 낙하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이 저능아 새끼! 당장 더러운 손 놓지 못해?!"

"화장실에서 씻고 왔는데요!"

"아니,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그냥 놓으라고 좀! 어어어어?!"

한참을 엎치락뒤치락 하던 두 사람은 결국 의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니나다를까, 제대로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는 유광조는 뒤로 넘어지는 순간 총을 손에서 놓고 말았다.

그 총은 주우우욱 미끄러져 그의 부하 연구원 발치에 떨어졌다.

"아, 씨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이두근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유광조 라인의 연구원이 다급히 총을 쥐어들고 가드-079를 겨눈 것이다.

당연하지만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까, 흐으으윽?!"

눈 깜짝 할 사이에 달려든 기동타격대 대원이 그의 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힘껏 내려 찍었다. 두개골이 반쯤 지면을 파고들어 안면이 모조리 으깨졌다.

"뒤지기 싫은 새끼는 그냥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

눈치빠른 이두근의 부하들은 아예 이두근의 뒤에 섰다.

감찰관이 지독한 독기를 품고 일한다면 조사관은 눈치 하나로 알뜰살뜰하게 먹고 산다. 눈치 없는 놈은 쥐도새도 모르게 뒤져나가는 직장이니까.

"인사팀! 인사팀에 알아보면 되잖아요? 그쵸? 권한 제일 높으시다고 하셨으니까......!"

"으아아아아! 네가 낙하산인지 뭔지 알 게 뭐야! 그냥 좀 떨어져 이 새끼야!!"

결국 가드-079를 밀치고 일어선 그는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달려들어갔다.

"곧 기동타격대가 올 거야! 그땐 네 놈들도 다 뒤지는거야! 싹 다 뒤질거라고!!"

어린아이 같은 저주를 한바탕 쏟아낸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위로 향했다.

분명 엘리베이터의 제어 권한도 빼앗겼을테지만, 이두근은 문제없이 위로 향하는 그를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 섬칫했던 무언가를 보았던 것이다.

'...다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왜 이마에 점이 찍혀 있었던 거지?'

그것도 보통 큰 점이 아니었다. 유광조의 이마에는 거의 계란만큼 큰 점이 찍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