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 업무 일지 : 행보관(2) >
---------
"아, 그리운 마이 스위트 홈!"
이전에도 했던 것 같은 진부한 대사를 내뱉으며 호국은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밖은 미친듯한 뙤약볕이 '아직 한 달은 더 남았다' 하고 열렬하게 떠들고 있는 상황이라, 밖을 나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호국도 오늘 만큼은 아니라며 날을 접었다.
더워도 적당히 더워야지. 심심하면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하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여름은 갈수록 더워지고, 길어졌다. 정말로 이러다 사람들이 지구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자신의 침대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든 호국은 즉시 에어컨 온도를 18도로 맞췄다.
"아, 좋다......"
여름철 계곡의 얼음장 같은 바람이 흘러나오자 호국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신음했다.
최근 바쁘게 일만 하다보니 제대로 쉬질 못 했다.
업무 대기 상태로 오전 업무만 끝내고 오후는 통째로 쉬었던 적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직장에서 쉬는 것과 집에서 쉬는 건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호국이 괴상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자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해피가 턱을 올렸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신 모양입니다.
해피가 입을 딸깍거리자 프롯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연하지만 프롯이 해피의 몸을 장악했다거나 하는 끔찍한 SF 호러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호국이 바깥에서 자신의 스마트 패드를 들고 다니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한 프롯이 해피의 몸을 빌린 것 뿐이다. 사실 빌렸다고 하기도 뭣한 것이, 그냥 해피의 옆구리 적재함을 열어 프롯의 스마트 패드를 넣어뒀을 뿐이었다.
해피와 프롯은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건지, 조종은 해피가, 생각과 말하는 건 프롯이 맡았다. 꼭 시공의 폭풍에서 등장하는 머리 둘 달린 괴물 형제 같았다.
"이걸 업무 스트레스라고 해야 하나? 그냥 좀...지친 것 같은데."
-그걸 업무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시설 밖으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 하고, 지인과 만나서 마음 놓고 대화하거나 놀 수도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지 않습니까? 숙련된 근로자가 아니라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 한 게 당연합니다.
"그럼 더더욱 이상한데? 난 이미 그런 환경에서 1년 반이나 버텼거든."
-그런 환경이 또 있습니까?
재단보다 더한 곳이 어디 있냐는 듯한 프롯의 말투에 호국은 약 2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 자신이 훈련소에 입대하고, 신병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던 그 날을.
"한국 군대는 네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 대단한 곳이야. 상상을 초월한다니까?"
-재단보다 더한 곳이 군대라는 말입니까? 제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군대라는 곳이 병사 계급에겐 엄격한 통제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통제? 흐흐...통제 정도면 다행이지."
호국이 말했다시피 군대라는 곳은 상상을 초월하는 폐쇄적인 집단이다. 특히 대한민국 군대라면 사이비 종교 단체와 맞먹을 만큼 폐쇄성을 자랑한다.
"외부인들은 절대로 모르는 엄청난 사건 사고가 군대에선 매일 터져. 누가 사고로 죽고, 누가 다치고, 누가 자살하고, 누가 하극상 일으키고, 누가 억울한 누명 쓰고."
-그래도 재단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위험성은 덜하지 않습니까.
"위험성이 덜하긴. 거기 있는 인간들은 죄다 군대라는 집단에 반 강제적으로 갇혀서 몇 달만에 정신이 돌아버리는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린 호국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행보관에게 시달린 일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좋은 추억이었다고 얼버무릴수라도 있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곳이 바로 군대라는 집단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진짜 무섭더라고. 학교에서 인기 없고 약한 애 괴롭히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행보관을 만나서 이런저런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호국은 어린 시절 병원에서 얻었던 것 이상의 트라우마를 군대에서 얻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재벌 2세가 돈 펑펑 쓰면서 누릴 거 다 누리다가 갑자기 무인도에 갇히게 되는 상황을. 자신은 재벌 2세인데, 뭐든 할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인도에 갇힌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바로 그게 작금의 대한민국 군대다.
병사 계급이 훈련 및 부대 미화 활동이라는 이유를 제외하고 가상 현실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3시간으로 고정되어 있다. 게다가 보안과 안전, 군기 유지를 위해서 인가된 가상 현실 프로그램도 극히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당연히 병사들은 미칠 것 같은데 계급이 깡패라 할 수 있는 건 없고, 결국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를 모두 일 못 하는 놈, 약한 놈, 계급 낮은 놈에게 풀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가상 현실에 접속할 수 없는 특이 체질이라 그들의 고충을 알리가 없었던 호국은 신병 시절부터 꽤 집요하게 노려졌다.
억울한 건 호국인데, 호국이 가장 만만해보였으니 호두까기 인형마냥 밤이고 낮이고 까버린 것이다.
'행보관님이 개인 훈련이라도 시켜주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미쳐서 돌아가버렸겠지. 그게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행운이었고.'
또 다른 행운을 언급하자면, 호국을 괴롭혔던 선임들이 특정 기간마다 어디 한 군데씩 부러지거나 잘려서 군 병원으로 실려가, 상대적으로 편한 일병 시절을 보냈다는 것 정도?
"난 만약 다음 생에 또 한국인으로 태어나면...군대는 안 갈 거야."
-다음 생 정도라면 징병제는 사라지고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 아버지도 젊었을 땐 그런 생각 하셨대."
그리고 그 생각은 유전자를 타고 내려와 호국이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생각'으로만 남았다.
설마 2050년까지 징병제가 유지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몸에 익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호국은 침대 위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집에서, 이 침대 위에서라면 얼마든지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햇수로만 따지면 30년은 넘게 이 침대에서 누웠던 것 같으니까.
그리고 눈을 번쩍 떴을 때는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오고 있는 저녁이었다.
에어컨은 적정 기온인 24도로 맞춰져 있었으며, 호국의 옷은 외출복이 아닌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이제 막 깨워드릴까 했는데 먼저 일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옆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해피, 아니 프롯으로부터 그런 말이 들려왔다.
"음, 어...저녁 먹어야 하니까?"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썅!"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호국일지라도 수면 아래의 기억과 비교적 표면에 존재하는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차는 존재했다.
그런데 설마 자신이 낮잠을 좀 잤기로서니 중요한 약속을 수면 아래까지 내려보냈을 줄이야. 호국은 식겁해선 빠르게 외출 준비를 했다.
-약속 장소를 알려주시면 최단거리 경로를 계산해보겠습니다.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근처!"
-거리 계산 완료. 콜택시를 픽업했습니다.
다급히 외출 준비를 끝마친 호국은 해피와 함께 부랴부랴 집을 뛰쳐나와 콜택시에 탑승했다. 공항에서 죽치고 있는 택시 기사들과 달리, 서울, 경기도권은 필요할 때마다 자율주행 콜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라 '총알'처럼 빠르지 않다는 게 단점이지만, 일단 부르면 오고, 가면 정직하게 가는 택시였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으니 자율주행 시스템을 조금 손보겠습니다.
"그래도 돼?"
-재단 직원은 비상시에 일부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역시 TF!"
믿고 있었다고 젠장!
호국이 이토록 좋은 회사가 또 어디 있겠냐고 떠드는 사이, 해피는 자율주행택시의 시스템을 해킹해 이것저것 손보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 방화벽 시스템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을 테지만, 그마저도 재단의 시설 관리에 투입되는 초지능 AI를 막을 수는 없었다. 차량 내부에 해피의 꼬리를 직접 연결한 시점에서 게임이 끝난 것이다.
자율주행택시는 안전을 위해 기본 속도가 고정되어 있는데다 칼치기는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급한 사람에겐 거북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걸 프롯이 직접 손보면서 택시의 운전 성향이 확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 호국은 상대와 미리 약속해둔 장소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현역 군인을 불러냈던 것이다.
"어르신!"
"그래 이 새끼야! 어르신인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주먹질을 호국은 가볍게 피해내면서 상대의 팔꿈치 안쪽 관절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물론 약하게 때려박은 것이라 뼈가 탈골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상대의 주먹질은 도중에 힘을 잃고 팔이 안으로 굽어져버렸다.
"어쭈? 막아?"
"에이, 취직도 한 제가 바빠서 좀 늦은 것 가지고 주먹질을 하시는데 당연히 막아야죠."
호국의 앞에 선 노년의 남자는 어르신들이 곧잘 입는 가벼운 등산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부진 근육하며, 얼굴이나 팔에 난 칼자국을 보면 군복이 딱 어울리는 노장이었지만, 막상 등산복을 입혀놓으니 막걸리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땅으로 변했다.
"에잉, 북한산 한 번 돌아보고 갈랬더니 하필 이런 날에 불러가지고는......"
"아니, 옛 제자가 취직도 했겠다, 첫 월급도 탔겠다, 거하게 한턱 쏘겠다는데 거기서 또 불만을 가지신다고요? 혹시 갱년기 오셨어요?"
"오, 네가 어쩐 일로 갱년기라는 단어도 알고 있냐? 전문용어 하나 가르칠 때만 해도 버벅대던 놈이."
"나이 먹어서 그런가 보죠. 아, 어르신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시 한 번 매서운 주먹이 날아들었지만 호국은 여유롭게 피해냈다. 주변을 스쳐지나가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프로 복싱 선수 뺨치는 속도였음에도 호국의 눈엔 훤히 보였던 것이다.
"새끼, 한 대를 안 맞아주네. 예전엔 심심하면 샌드백처럼 쥐어터졌던 놈이."
"제가 몸 만들기 전 일이잖아요. 몸 만들고나선 한 번도 진적 없는데요?"
"그 몸도 내가 만들어준 거 아니냐 인마! 어르신이 에둘러서 칭찬하면 그런갑다 하고 얌전히 대가리나 조아릴 것이지 꼭 주둥이를 털어요.
쯧쯧, 하고 혀를 찬 조원석은 걸쭉한 입담에서 느껴지던 1%의 장난기를 싹 빼더니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서 왜 아직도 살아있냐?"
조원석이라는 인간을 잘 알고지내는 사람조차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킬만한 말투였으나, 호국은 개의치 않았다.
"제가 워낙 건강하잖아요."
"그래, 너 건강한 거야 잘 알지. 그래서 왜 안 죽었냐고 묻고 있는 거 아니냐."
"아직 살 날이 많은 모양이죠. 제가 어디 가서 뒈질 것 같다는 소리 들을 타입은 아니잖아요?"
"쯧. 그 병신 새끼들도 감 다 떨어졌구만."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혀를 찬 그는 말없이 앞서 걸었다.
호국이 취직 기념으로 이번 휴가에 만나 술 한 잔 걸치자고 한 덕분에 이런 애새끼들 가득한 거리로 온 것이었다. 다른 이의 부름이었다면 설령 FCD가 호출했다고 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겠지만, 호국의 부름은 조금 특별했다.
"막걸리에 전 잘 하는 집으로 한 번 안내해봐라. 이왕 왔으니 두둑한 네 지갑이나 좀 털어봐야겠다."
"제가 쏘겠다고 한 건 맞는데, 원사 월급 많지 않나요 어르신?"
"그거 전부 까먹었다.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인터넷 도박도 좀 하고, 취미 용품도 사고 하면 금방 사라지잖냐."
"말년에 고생하시겠네요."
"이 새끼 어르신한테 말하는 뽄새가 아주......"
자연스럽게 뒤통수를 치려는 척 팔목 안쪽에 숨겨뒀던 단검이 뻗어나왔지만 호국은 여유롭게 팔을 들어 쳐냈다.
조원석이 비록 60대의 연로한 몸이기는 하나, 원체 체격이 좋아서 어지간한 운동 선수도 그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걸 파릇파릇하게 젊은 20대 슬렌더 체격의 호국이 전부 해내고 있었으니, 이 현실이 코미디인지 호러인지 햇갈릴 판이었다.
"어르신이랑 다르게 저는 월급 다달이 모아서 적금 들고, 나중에 VR 기기랑 집도 살 거예요."
"자랑하냐?"
"당연히 자랑이죠. 어르신도 자기는 병사랑은 차원이 다른 월급 받는다고 PX에서 기만질 하셨잖아요."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어른과 이제 막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던 사회초년생 군인들은 PX에서도 격차를 느껴야 했다.
"꼬우면 족구 내기 이겨서 아이스크림 쏘게 했어야지."
"그래서 제가 상병일때부터는 매번 이기니까 안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랬던가? 하면서 귀를 후비적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못나게 늙은 꼬장꼬장한 노인의 표본이었다.
"그런데 인마, 약속을 잡을 거면 좀 고급스러운 곳을 잡아야지. 룸 쌀~롱 모르냐?"
"모르는데요."
진짜 모른다는 눈치였기에 조원석은 입을 다물었다.
보나마나 약속 장소를 여기로 잡은 이유도 대충 인터넷 검색해보고 여기가 서울에서 알아주는 맛집이 많은 거리였기 때문이리라.
조원석에게도 젊은 대학생 시절이 있었던 만큼, 과거에 이곳이 명물거리라고 불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가상 현실이 대중화된 지금, 유흥을 즐기고자 한다면 대부분 가상 현실에서 해결하는 편이지만, 수도권에서 유명한 거리들은 여전히 젊은 청춘들로 넘쳐났다.
현실에서 술도 마시고, 클럽 가서 춤도 추고, 풋풋한 연애도 즐길 수 있으니 가상 현실과는 색다른 맛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들 사이에서 60대의 험상궃은 인상의 노익장과 20대의 어벙한 청년이 함께 다니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그림이었다. 뭣모르는 사람들이 엄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고 착각해버릴 만큼.
"일단 1차는 가볍게 여기서 시작하죠."
"룸도 모르는 새끼가 1차 2차 개념은 알고 있네. 넌 대체 사회적 지식은 어디서 얻는 거냐?"
"인터넷이요."
"그래, 말을 말자."
호국이 안내한 가게로 먼저 들어선 조원석은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옆에 그 개새끼는 뭐냐?"
"해피요."
"누가 이름 물었냐? 뭐냐고 물었지."
"해피가 해피죠. 저도 김호국이지 다른 거 아니잖아요."
"너는...음."
호국의 맹랑한 대답에 조원석은 말끝을 흐리더니, 그의 발치에서 헥헥 거리는 안드로이드 개로 시선을 돌렸다.
어딜 어떻게 봐도 괴상한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흉물스러운 안드로이드 였지만, 이미 해피라는 이름까지 지어준 것으로 봐서 꽤 각별한 사이인 듯 했다.
"그런데 이 집 애완동물 출입은 되는 거냐? 내가 이 나이에 개새끼 때문에 쫓겨났다고 하면 그 쪽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미 확인했는데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괜찮다던데요."
호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이 뛰어와서 자리 안내를 해주었다. 스페셜 전 세트 주전부리 세트, 막걸리까지 시키니 뒤에서 듣고 있던 점장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달랑 남자 둘이 와서 적게 시키면 어쩌나 싶었는데 대뜸 비싼 메뉴부터 팍팍 시키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리라. 덕분에 따라들어온 해피를 보고도 살짝 인상을 구겼을 뿐,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곧이어 주문한 것들이 나오고, 호국과 조원석이 막걸리가 잔을 부딪히며 취직 기념 건배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조원석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듬직한 체구의 남자가 일어나며 조원석의 팔을 툭 치고 지나갔다. 때문에 잔에 가득 들어있던 막걸리가 푸짐한 전 접시 위로 쏟아졌다.
"아, 술맛 떨어지게 가게에 왜 이딴 것들이 있어?"
외형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해피를 두고 하는 말이었지만, 꼭 해피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
< 경비 업무 일지 : 행보관(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