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투왕-3화 (3/43)

〈 3화 〉 1장. 회귀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장. 회귀 (2)

갑작스럽게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왕평은 빠르게 자기 입술에 검지를 가져가 백강휘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그만 나오시지요, 공자."

하지만 그런 왕평의 노력도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그들이 이 굴에 있는 것을 확신한 목소리였기에 왕평의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하지만 왕평은 숨조차 죽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저희가 이 작은 굴을 무너뜨려야 나오시겠습니까? 이렇게 흔적까지 다 남기셨으면서 뭘 숨으려고 하십니까?"

"나가지."

"공자?"

숨조차 죽이면서 어떻게든 없는 척을 하던 왕평은 백강휘가 너무나 태평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보며 기가 찼다.

"이미 들켰어."

"그래도 출구가 따로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무인들이기에 우리의 인기척을 다 눈치챘을걸."

정론이었기에 왕평은 대답하지 못했고, 백강휘는 밖으로 슬금슬금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설마 나가는 도중에 죽이는 것은 아니겠지?"

"알고 계셨습니까?"

이 동굴을 나가려면 기어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칼에 찔리기에 아주 좋은 모습이었다.

"무인들이 무공도 모르는 나를 이렇게 죽이면 사람들이 욕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자께서 여기서 죽은 것도 모르실 테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백강휘는 이 대화로 인해 그들이 나가는 도중에 공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백강휘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걱정돼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려주어서 고맙군."

"굳이 무공도 못 하시는 공자님을 그렇게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백강휘가 다 나오더라도 그를 죽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무공도 모르는 백강휘를 죽이지 못한다면 무인을 그만둬야지.

"흐음. 둘이라."

"아무래도 공자께서 어디로 간 지 알 수 없으니 인원을 나눠야 했지요."

"마지막이니 이것저것 질문 좀 해도 되겠나?"

"어차피 이제 곧 죽을 사람이니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정이 있으니 대답은 해드리겠습니다."

무인의 말에 백강휘는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무슨 정이 있겠는가.

백강휘는 방 안에서만 있었고, 그들은 그런 백강휘를 뒤에서 욕했을 뿐이다.

'왜 이렇게 여유로운 것이지?'

무인은 웃음을 터뜨리는 백강휘가 의아했다.

뒤에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왕평 때문일까?

'너무 초연해.'

삶을 포기했기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마치 해탈한 것만 같은 백강휘였기에 무인은 혼란스러웠다.

"몇 명이나 날 죽이러 온 것이지?"

"백호대 두 개 조가 움직였습니다."

"그럼 스물인가?"

백호대는 백씨세가의 최강의 무력집단이었으며, 웃기게도 유일한 무력집단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개 조에 열 명의 무인이 있었으며, 총 다섯 개의 조로 이루어졌다.

한 마디로 백씨세가의 최강의 무력집단이라는 백호대는 겨우 오십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란 말이었다.

'많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로군.'

백씨세가는 스무 명이면 그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생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눈앞에 있는 무인 두 명에도 죽을 테니까.

"날 죽이려고 하는 것은 장 부인 때문인가?"

"질문이 추가되었군요."

"그래도 날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싶으니까."

"제가 직접 명령을 받은 것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백호대 무인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백강휘는 그를 죽이려는 자가 배다른 동생인 백자후의 모친이자 가주의 정실부인인 장문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가주로 만들기 위해서 그를 죽이려는 것이다. 백강휘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죽이지 않으면 후환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가주가 잘도 허락했군."

"······."

물론 가주가 직접 명령을 내렸다면 백호대 전체가 움직였을 수도 있다.

단순히 허락만 했기에 두 개조만 움직인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백호대주와 장 부인이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것까지는 그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백씨세가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한 명. 맡을 수 있지?"

"예?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무공 익힌 것 아니까, 한 명 맡으라고."

백강휘의 갑작스러운 말에 왕평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백강휘에게 자신이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단번에 알아차린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게 중요한가? 지금은 눈앞에 있는 놈들한테 집중해."

왕평은 백강휘의 말에 입을 삐죽이며 두 명의 백호대 무인을 보았다.

그들은 왕평이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에 놀란 모양이었지만,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겨우 몸종이지."

"그것참 미안하게 되었소."

백강휘와 대화하던 무인의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무인이 왕평과 함께 옆으로 빠졌다.

그러자 백강휘와 둘만 남게 된 무인이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

"가시는 길, 최대한 편히 보내드리지요."

무인은 그렇게 말하며 검을 들고 있는 손을 움직였고, 백강휘의 눈앞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왜 피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혹여 못 피하신 겁니까?"

"그러게. 그럴지도 모르겠군."

짐짓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꾸한 백강휘였지만, 그의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 들고 있었다.

겨우 이류 수준의 무인이었고, 예전이었다면 우습지도 않았을 녀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건 과거고, 지금의 그는 무공도 익히지 못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도 보이긴 하는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었지만, 그는 눈이 참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백씨세가의 무공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었기에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있었다.

'문제라면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이지.'

상대가 움직이기 전 모습을 보며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빠르게 예측할 수밖에 없겠지.'

내공을 익히지 않았을 뿐, 육체를 단련하는 것은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의 몸은 특이하게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단련이 되는 편이었다.

-후웅!

무인의 검은 허리를 숙인 백강휘로 인해 허공을 찔러야만 했다.

'피했다고?'

무인은 자신의 검을 피한 백강휘 때문에 놀랐다. 너무나 쉽게 그의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흥!"

하지만 그는 곧바로 손목을 움직이며 검의 방향을 틀었다.

검로가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무인의 검이 백강휘에게 쏘아졌다.

-쉭! 쉭! 쉭! 쉭!

하지만 그의 검은 계속해서 허공을 가를 뿐, 백강휘에게 닿지 못했다.

-쿵!

자신의 검이 닿지 않는 것에 당황한 무인은 배에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어느새 그에게 파고든 백강휘가 그의 배에 일권을 꽂은 것이다.

"끅!"

생각보다 큰 충격에 무인이 비칠비칠 뒤로 물러났지만, 백강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무인은 그런 백강휘를 보며 소리를 버럭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촤악!

그리고 그의 검은 백강휘의 가슴을 베었다.

황급히 뒤로 물러났기에 깊게 베인 것은 아니었지만, 길게 베어진 앞섬을 통해서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역시 저런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힘들어.'

백강휘는 그런 무인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백씨세가의 검법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휘두른 검이었기에 예측하고 피할 수가 없었다.

'왕평 녀석은 아직 멀었나?'

빨리 녀석이 상대하는 무인을 죽이고 이쪽으로 합류하기를 바랐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왕평의 상황을 볼 틈이 없었으니까.

"공자, 너무 까불었소."

"겨우 한 대 맞은 것 가지고 그러지 마라. 나도 네놈에게 가슴이 베이지 않았느냐."

백강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무인이 이를 갈았다.

백씨세가의 무공도 익히지 못한 백강휘에게 이렇게 당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뭐하냐! 어서 죽이지 않고!"

백강휘가 무인의 뒤를 보며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무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잔꾀를!"

무인이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눈앞으로 다가온 백강휘의 주먹이 보였다.

-퍽!

그리고 무인은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일권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강휘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무인을 몰아붙였다.

"망할! 이 새끼가!"

무인은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백강휘와 너무 거리가 가까웠다.

그렇기에 그가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마다 백강휘는 그의 팔을 쳐서 그의 공격을 방해했다.

-퍽!

백강휘가 무인의 배를 걷어차자 무인이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백강휘는 빠르게 달려들어 검을 잡은 무인의 팔을 발로 밟았다.

"제길! 니미랄!"

무인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백강휘를 노려보았다.

백강휘는 그런 무인의 팔을 더욱더 강하게 밟았고 무인은 생각보다 더 강한 백강휘의 힘에 결국 검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고, 공자?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죽이려고."

백강휘가 떨어진 검을 집어 들자 무인이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당장 백강휘가 저 검을 찌르면 그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무인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입 다물고 살겠습니다."

"응. 안 돼."

백강휘는 단호하게 말하며 무인의 목에 검을 푹 찔렀다.

"끄르륵!"

무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백강휘를 노려보았다.

"좀 도와주지 그랬나?"

무인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백강휘가 참았던 숨을 내쉬며 뒤를 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얼굴이 피범벅이 된 왕평이 그를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싸우시는군요."

"겨우 이류 수준이니까."

"생각보다 힘도 강하신 것 같고요."

백강휘와 왕평이 싸운 무인은 이류 수준의 무인이었다.

백호대 무인들 중에서도 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은 천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공도 없는 분이 이류 무인을 죽였지요."

"그러게. 이놈들의 공격이 너무 뻔하니까."

분명 지금의 백강휘는 무공도 익히지 않았고, 단순히 신체적인 단련만 했을 뿐이었다.

"뻔하다고요?"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뿐이지, 백변검법(百變劍法)은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상대의 공격을 예측했다는 것입니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백강휘를 보며 왕평은 혀를 내둘렀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백변검법은 너무 쉬워."

백 가지 변칙을 가진 검법이 쉽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자는 무공에 관해서 천재였던 건가?'

그렇다면 장 부인이 백강휘를 죽이려는 것이 이해되었다. 주머니 속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찢고 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도 내가 이류 수준의 무인들을 이길 정도로 힘이 강한지는 몰랐지만."

그건 백강휘도 놀랄만한 일이기는 했다. 아무리 상대가 이류이고 무공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내공을 가진 상대를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보다 그의 완력이 강해서 상대가 당황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으리라.

"어쨌든 어서 움직이자고."

"지금 당장요? 이놈들을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들킬 거야. 다행이라면 이놈들이 욕심 때문에 동료를 부르지 않은 것이겠지."

상에 눈이 멀어 동료를 부르지 않고 백강휘를 처리하려고 한 덕분에 그들에게 좀 더 여유가 생겼다.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백강휘를 보며 왕평의 눈이 기이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0